<일요신문 단독보도1> 바람 잘 날 없는 아시아나항공 사고속출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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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안전 불감증’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아시아나 항공기 화물기가 ‘이륙결심속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륙결심속도란 항공기가 무조건 이륙해야 하는 속도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은 엔진결함으로 인한 연이은 회항으로 계속해서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회항한 사실이 <일요신문>에 의해 단독 확인돼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안전에 있어 ‘바람 잘 날’ 없는 아시아나항공의 안전사고를 집중 추적했다.   박정환 <일요신문 기자>

“끼이익” 지난 6월 17일 오후 10시 53분, 인천공항 활주로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륙을 시도하던 아시아나 항공 보잉 747-400 화물기가 급제동을 걸었기 때문. 급제동 조치로 인해 항공기 뒷바퀴 8개가 터지고 활주로 끝부분을 아슬아슬하게 앞둔 상황에서 항공기는 겨우 멈춰 섰다. 터진 타이어와 활주로와의 마찰로 인해 피어나오는 연기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문제의 항공기는 애초 미국 시애틀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100여 톤이 넘는 화물을 실은 항공기는 이륙 준비까지 별 탈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막상 활주로를 달리고 얼마 되지 않아 문제점이 발견됐다. 항공기 좌측 날개에서 소음이 심하게 발생하며 쏠림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화물 초과적재 쏠림현상 이륙포기

갑작스런 상황에 조종사는 항공기에 급제동을 걸었다. 즉 ‘이륙 포기 조치’를 내린 것. 항공기가 멈춰서고 사태를 파악해보니 엔진 부근을 감싸고 있는 방음판 부품이 떨어져 엔진에 빨려 들어간 게 화근이 됐다. 이륙 전 정비 단계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화물기가 지나갔던 활주로는 다음날까지 폐쇄 조치됐다.
당시 조종사의 이륙 포기 조치에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갔다. 일부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행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 한 내부 관계자는 “그 당시 상황에서 조치를 잘했다고 칭찬을 받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을 그나마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심각했다. <일요신문>은 당시 보잉 747-400 화물기가 ‘이륙결심속도(V1)’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단독 포착했다. 이륙결심속도란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달리고 있을 때 이 속도를 넘으면 무조건 이륙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이륙결심속도는 그날 항공기 기종, 화물의 무게, 활주로 상태, 바람의 세기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비행 이전에 결정한다. 대략 150노트 인근의 속도라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륙결심속도에 다다르면 엔진에 불이 붙는 등 항공기의 이상이 발생하거나,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일단 ‘무조건’ 떠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먼저 이륙 조치를 취하고 차후에 착륙을 시도하는 게 정석이라는 것. 만약 뜨지 않는다면 가속도로 인해 활주로 이탈 등 여러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언에 따르면 이날 보잉 747-400 화물기의 이륙결심속도는 ‘152노트’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화물기의 급제동 직전 속도는 무려 ‘156노트’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륙결심속도를 엄연히 초과했음에도 급제동을 강행하는 위험한 선택을 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륙결심속도를 초과한 것은 맞다. 급제동을 한 것은 그만큼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에서 조사 중인 사안으로 알고 있다. 국토부에 맡겨 놨기 때문에 조사가 진행되고 추후 필요하면 회사 자체 내에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토부의 이상한 사고조사 의혹

상황이 이렇지만 더 큰 문제는 국토부의 조사 과정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국토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는 해당 사고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전언에 따르면 사고조사위원회 내부에서는 이 사고를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항공기를) 안전하게 세운 것으로 판단했다. V1(이륙결심속도) 개념이 사실 엄청나게 복잡하다. V1 속도에 근접했더라도 그 시점에서 감속이 시작되면 괜찮다. 종합적인 판단을 거쳤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조사위원회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여진’은 남아있다. 무엇보다 ‘원칙’에 어긋나는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전문가는 “중요한 건 이륙결심속도 시점에서 감속을 했다는 게 아니라 이륙결심속도를 초과했고 이륙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이는 엄연히 항공법에도 어긋나는 조치다. 그것을 그냥 덮고 조용히 넘어간 것은 ‘봐주기 조사’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고조사위원회의 ‘항공사고조사대상-항공기 준사고’ 규정에서는 “항공기가 이륙 활주를 시작 후 이륙결심속도(Take-off decision speed)를 초과한 속도에서 이륙을 중단(Rejected take-off)한 경우”가 명시되어 있다. 이륙결심속도를 초과했는데 이륙을 중단한 자체가 ‘준사고’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준사고는 항공기사고 외에 항공기사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해놓은 항목을 뜻한다. 항공 사고 조사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안전장애’, ‘준사고’, ‘사고’로 나뉘어 해당 항공사의 제재 조치를 취한다.

엔진결함 조종미숙 문제항공사 지목

조종사가 항공기 운항 시 참고하는 QRH(긴급참고교범)에도 이륙결심속도에 대한 규정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항공법과 QRH’ 모두 지키지 않은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충분히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 봐주기 조사는 그저 떠도는 얘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사이판행 항공기가 엔진 결함이 생겼음에도 회항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지난 6월 파리행, LA행 항공기 회항 등 잇따른 아시아나 항공기의 회항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러한 지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안전 문제에도 국토부의 행정처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사정당국에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국토부의 ‘항공 관피아’ 유착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전언이 꾸준하게 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관계자는 “내사 중인 건은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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