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미국의 팁 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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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문화가 관행이 된 미국에서 ‘팁 문화’의 부정적 관행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팁은 식당과 호텔 등에서 서비스가 좋았거나 특별한 용건을 의뢰했을 때 얹어주는 서비스의 보상 개념이지만, 지금은 하찮은 서비스를 받아도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골칫덩이’로 변질한 지 오래다. 게다가 최저 임금을 받는 식당•호텔 종업원의 임금보전 수단인 팁을 둘러싸고 업주와 종업원 간, 업주와 고객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식당에서는 당일 매상에 따른 팁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주와 종업원 사이에 갈등이 늘고 있다. 식당 업주가 자신도 가끔 주방에서 조리를 돕고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서빙을 한다는 이유로 종업원들의 팁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결제된 팁을 종업원들에게 아예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는 것.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 노동법에는 업주나 대리인(매니저)은 손님들이 종업원에게 준 팁의 전부 또는 일부라도 가져갈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종업원이 받는 팁 액수만큼 급여에서 공제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종업원의 처지에서는 업주에게 항의 하고 싶어도 근무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해고 당할까봐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참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식당의 팁은 종업원의 봉사에 보답하는 의미 외에도 최저 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식당 종사자들의 임금 보조 수단으로도 인식된다. 연합통신이 최근 미국 내 팁 문화의 일면을 조명했다.
데이빗 김(객원기자)

업주와 고객 간 ‘팁 분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식사 값과 팁이 추후 결제 금액보다 더 많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거나, 사인을 한 영수증을 위조해 팁을 부풀렸다는 게 분쟁 이유다. 호텔에서 방을 치워달라고 부탁하거나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1∼2달러를 팁으로 놓고 나오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최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의 ‘팁 남기기 캠페인’이 발단이 됐다. 전 세계 70여개 국에 3천 400여 개의 체인점을 가진 메리어트 호텔은 지난달 객실에 “객실 청소부들의 노력에 정성을 부탁한다”는 문구가 적힌 봉투를 비치했다.
이 같은 메리어트 호텔의 팁 문화 활성화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호텔의 객실 종업원은 팁을 받는 서비스 직종이 아닌 데다 시간당 최저임금도 팁을 받는 직종보다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평균 호텔 객실 종업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10.64달러로, 연방정부 시간당 최저 임금인 7.25달러보다 훨씬 많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최근 호텔 종업원의 시간당 임금을 최대 15.37 달러로 올리는 조례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고객, 자의적 아닌 필수적 관행 변질

 

미국 상거래에서 팁 관행이 시작된 것은 1800년대 말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는 1971년 종업원의 팁을 업주가 가져가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노동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에는 팁의 정의에서부터 팁과 임금의 구별, 신용카드로 지불되는 팁에 대한 수수료와 지불 시한, 위반 시 처벌규정까지 자세하게 명시돼 있다.
최근 미국의 호텔 체인업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투숙객들을 상대로 객실 청소원에게 팁을 제공하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 워싱턴포스트와 CBS방송 등에 따르면 메리어트 호텔은 이번 주부터 청소원들에게 팁을 주라고 권장하는 의미로 자사가 운영하는 호텔 객실 총 16만 곳에 봉투를 비치하기로 했다.
‘더 엔벌로프 플리즈’(The Envelope Please)로 명명된 이 캠페인은 비영리 여성단체인 ‘우먼스 네이션’(Woman’s Nation)과 공동으로 추진한다. ‘우먼스 네이션’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내이자 저널리스트인 마리아 슈라이버가 설립한 단체다.
이 캠페인이 추진되는 것은 웨이터나 벨맨 등과 달리 객실 청소원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팁을 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메릴랜드주 소재 메리어트 베데스다 호텔의 아르네 소렌슨 최고경영자(CEO)는 “마리아가 객실의 여성 청소원들은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안타까워했다”고 배경을 설명 했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가 제안하는 팁의 액수는 1박당 1∼5 달러다. 또 청소를 하는 당사자의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체크아웃하는 날이 아니라 숙박 기간 날마다 팁을 둘 것을 권한다. 
객실 청소원은 메리어트 호텔 체인의 직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되는 호텔에만 2만명이 넘는다. 보수는 시급으로 지급되며 근무 시간은 객실 투숙률 등으로 인해 연중 내내 가변적이다.
CBS는 청소원의 임금을 인상하면 객실료도 올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메리어트 호텔이 열약한 청소원들의 처우 개선이라는 성가신 짐을 투숙객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팁 제도는 실패한 영업 모델”

이에 반해 캐나다에서는 ‘팁 안 받는 레스토랑’이 처음 등장했다.
13일 CTV 등에 따르면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파크스빌의 ‘스모크 앤 워터’ 레스토랑은 지난 6월 개업하면서 손님들의 팁 제공을 거절키로 했다고 밝혔다. 식당의 팁 제도는 북미 지역에서 오래된 문화와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최근 미국 일부 지역 에서 팁을 없애는 식당이 생겨난 데 이어 캐나다에서는 이 업소가 처음 가세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업소 주인 데이비드 존스씨는 “팁 제도는 실패한 영업 모델”이라며 자신의 식당에서 팁을 없애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캐나다의 첫 사례가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 후 계산을 하면서 팁을 추가할 때가 되면 손님들은 괜한 갈등이나 죄책감 같은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십상이라면서 자신의 식당에서는 이런 장면을 겪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팁 제도가 식당 운영상 불필요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면서 손님을 직접 대하는 종업원이 팁 수입을 올리면서 실제 요리의 주역들인 주방 조리사들과 괜한 갈등을 빚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팁을 공동 수입으로 삼아 종업원들 사이에 적정 비율로 배분하는 곳이 많지만 이 역시 투명성의 문제나 때로 업주가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에 대한 의심을 사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존스씨는 자신의 식당에서 팁을 없애 식당 운영 방식과 문화를 개선할 것이라면서 별도로 음식값을 소폭 올리는 대신 종업원들의 임금과 복지 혜택을 늘리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유사한 식당 사례들을 살펴봤더니 고객과 종업원들의 호평으로 대부분 성공적 이었다고 전하고 캐나다에서 자신의 선례에 동참하는 식당들이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팁 잘 주는 관광객은 미국인인 것으로 <그리스 언론>이 보도했다. 그리스가 외국 관광객으로부터 얻는 팁의 규모가 연간 1억 유로(약 1억2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호텔이나 식당, 교통편 등을 이용하는 외국 관광객이 주는 팁이 연간 1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인터넷 여행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의 조사결과를 인용,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약 2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미국인 상당수는 서비스 수준이 평균 이하더라도 팁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방문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략 10유로(약 12 달러)의 팁을 남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팁을 주는 여행자 국적으로는 미국이 60%로 가장 높고, 독일(49%)과 브라질(33%), 스페인(30%), 러시아(28%), 영국(26%) 순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15%, 이탈리아는 11%로 비교적 낮게 나왔다.
팁을 주는 미국 방문자 중 97%는 호텔이나 식당에서 팁을 남기며, 택시 기사에게는 79%, 호텔 짐꾼 에게는 79%가 각각 팁을 쥐여줬다.
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분야의 직원으로 호텔 헬스클럽이나 수영장 등으로 2% 정도의 방문객이 팁을 주는 것으로 분류됐다.
또 미국인 중 3분의 1은 서비스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의무감’에서 팁을 남긴다고 답했다.

 “의무감에서 팁 제공”

 ▲ 뉴욕의 길거리에서 유명만화영화 캐릭터 복장을 미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사진을 찍고 5-10달러씩 요구하고 있다.

이색적인 팁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지적을 하고 나섰다. 뉴욕 맨해튼의 중심인 타임스 스퀘어 에서는 스파이더맨, 스펀지밥, 엘모 등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일반인의 눈길을 끄는 분장을 한 뒤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팁을 받는 자칭 ‘거리 예술가’ 들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가 되고 있지만 팁을 달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종종 발견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자에서 타임스 스퀘어의 새로운 고민거리인 캐릭터들을 집중 조명했다.
최근 스파이더맨으로 분장한 사람은 경찰과 심하게 싸우다가 체포됐다. 경찰이 관광객들에게 너무 거칠게 팁을 요구하는 행위를 제지하자 이에 항의하다가 일이 확대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다른 두 명의 스파이더맨이 체포됐다. 팁을 달라며 한 명은 여성을 만진 혐의로, 다른 한 명은 여성을 공격한 혐의였다.
캐릭터들의 불미스런 행위가 자주 발생하자 뉴욕시는 이들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의원 2명이 이들에게 면허(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이들의 신원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초안을 만들었으며,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새로운 현실을 규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약속했다.
이들이 팁을 강요하는 것은 ‘먹고살기’가 이전보다 각박해졌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에 첫 등장한 캐릭터들은 3∼4년 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현재 스파이더맨 분장을 한 사람만 10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팁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자 벌이도 감소하고 있다.
뉴욕시의 모호한 규정도 한 몫하고 있다. 도네이션은 합법으로, 구걸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경계가 애매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라면서 미국에 있는 가족은 물론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고 전했다. 이들의 하루 수입은 적게는 30달러, 많게는 200달러에 이른다.
스펀지 밥으로 분장해 거리에 나서는 리카르도 로드리게스(35)는 “첫날 80달러를 벌었다. 에콰도르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뒤 가졌던 다른 임시직보다 벌이가 좋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들은 예상과 달리 찬성하고 있다. 면허 발급으로 신규 진입을 통제 하면 자신들의 직업(?)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울러 불량한 사람들을 퇴출시켜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막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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