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흑사병 ‘에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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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미국을 포함, 최근 다른 대륙으로 퍼지면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환자인 토머스 덩컨(42)이 격리 치료 중이던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병원에서 8일 숨지면서 다급한 대책에 나섰다. 11일부터 처음으로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에볼라 사태가 심각한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입국한 승객들에 대한 입국 검사를 시작했다. 입국 검사는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의 체온을 잰 뒤 건강 상태나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언제 LA공항에서도 시작 될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보건기관이 자국에 들어오는 승객을 대상으로 이처럼 체온을 재는 입국검사를 시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JFK 공항에 이어 16일에는 워싱턴DC 덜레스 공항, 시카고 오헤어 공항,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 뉴어크 리버티 공항으로 입국 검사를 확대 실시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톰 프리든 소장은 CNN에 하루에 약 150명의 승객이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8일 현재까지 4,000여명이 사망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AFP 통신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승객 중 약 50%가 JFK공항을 이용 한다. 미국 외에 페루와 우루과이도 공항 입국 검사를 하기로 했으며 멕시코와 니카라과는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서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했으며 국경 지방에서 검사를 강화 했다. 영국에서는 11일 에볼라 발병 때 정부와 의료진의 대응태세 점검을 위한 모의 훈련이 진행 됐다. 8시간 동안 진행된 훈련은 배우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가정하고 의료진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레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훈련 후 영국이 에볼라 발병에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또 다음 주부터 히스로 공항과 개트윅 공항, 유로스타 터미널에서 승객 검사를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백신 개발 노력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자원자를 대상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영국 제약 글락소스 미스  클라인이 공동 개발한 백신에 대해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 러시아의 베로니카 스크보르초바 보건장관은 러시아가 3종의 에볼라 백신을 개발, 이 중 한 종은 이미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6개월 안에 사용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여성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메로는 10일 밤부터 실험 단계인 에볼라 치료제 ‘지맵’을 이용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라이베이라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은 의료진 1명이 최근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은 뒤 그와 접촉한 평화유지군 41명에 대해 관찰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엔평화유지군 측은 “이번 조치는 예방조치이며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환자와) 접촉한 인력 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지만 잠복기인 21일 동안 이들을 관찰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축구경기 취소요청’

아프리카 대륙이 ‘에볼라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2015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개최국 모로코가 에볼라 바이러스 탓에 이대로 대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가운데, 2년마다 열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축구 축제,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2015년 대회 개최국 모로코는 이대로 대회를 치를 수 없다며, 아프리카 축구 협회(CAF) 측에 대회 중단을 요청하고 나섰다.
모로코는 에볼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은 국가지만, 보건 당국은 대회가 치러질 경우 아프리카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중 탓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5년 대회를 위한 예선전을 이미 시작되었지만, CAF는 모로코 측의 이러한 요청을 검토해 대회 중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957년 출범한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은 지난 2013년 대회까지 총 29회 개최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하지만 이전에도 범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된 사례 가 상당히 많아, 2015년 대회 역시 개최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에볼라 공포 확산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의 이송을 돕다가 감염된 미국인 토마스 덩컨은 지난달 20일 가족과 친지가 있는 댈러스에 도착했다가 30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덩컨은 4일부터 미국 키메릭스 제약사가 만든 ‘브린시도포비르’라는 경구용 실험 약물을 투여 받았다. 의료 당국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한 ‘제트맵’이 동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에도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 약물을 투여했다. 덩컨은 임상시험 중인 이 약물을 주입받은 첫 번째 환자다.

덩컨이 머물던 아파트에 다녀갔던 이 지역 경찰관도 에볼라 의심 증상을 보여 미국에선 에볼라 공포가 더 확산되고 있다. 댈러스 카운티 소속의 이 경찰관은 공무원에게 덩컨의 아파트를 안내한 뒤 복통과 피로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찰관은 관계 당국이 덩컨과 접촉해 감염 우려 대상자로 분류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48명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런던 열대질병위생대학원 피터 파이오트 교수가 지난달 말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퍼펙트 스톰 상황”이라고 경고했는데, 이 경고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방역시스템 불신으로 ‘에볼라 공포’ 확산

파이오트 박사에 따르면, 과거 에볼라가 창궐한 상황과 지금은 전혀 다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퍼지고 있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모두 오랜 내전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파이오트 교수는 “에볼라는 더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인류 전체적 차원의 재앙”이라며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가 에볼라를 퇴치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일 <뉴욕타임스>는 절망스러운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라이베리아에 이어 가장 많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시에라리온에서 국제사회의 의료 지원품이 통관을 하지 못하고 두 달째 묶여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시에라리온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방역과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14만 달러 상당의 의료품들이 지난 8월 9일 이후 시에라리온 항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 이라면서 “이 기간 동안 시에라리온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시에라리온에서 의료품 통관에 차질이 빚어지는 배경에는 관리시스템 부재, 부패와 정치적 갈등이 있다. 시에라리온 정부와 함께 일하는 외국의 한 관료는 익명을 전제로 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완전 엉망인 상태다. 비상대책센터라는 기구에서 실제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면서 “여러 파벌들이 제각각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센터 자체가 책임자”라면서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개탄했다.
시에라리온 긴급재난관리센터는 이날 “전날 에볼라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21명으로 하루에 발생한 사망자 수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누적 사망자 수는 557명에서 678명으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일 기준으로 집계한 에볼라 감염자는 7492명, 사망자 수는 3439 명에 이른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3월 기니에서 처음 발견된 후 인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국의 방역망도 엉망이기는 마찬가지다. 5일 현재 미국 내 에볼라 감염 확진환자는 1명뿐이지만, 발병 의심 신고는 100여 건이 접수됐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치료받던 에볼라 환자들은 퇴원했지만,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확진 환자인 라이베리아 출신 토머스 에릭 던컨은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치료 중에 사망했다.
미국 사회에서 에볼라 확산 가능성이 우려를 넘어 공포감으로까지 확대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당국이 철저한 방역을 장담했지만, 믿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망한 던컨은 스스로 이상증세를 느껴 병원에 찾아왔고, 라이베리아에서 왔다고 밝혔는데도 이 병원 의료진은 “단순한 전염병” 이라고 판단해 간단한 항생제 처방만 해주고 돌려보냈던 것이다.
게다가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있는 댈러스 시와 그 위성 도시를 포함한 댈러스 카운티의 후속 대응 능력도 엉망인 것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댈러스 카운티는 인구 248만명으로 텍사스 주에서 두 번째, 미국 내에서도 9번째로 큰 행정 구역 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미국에서 최초로 확인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댈러스 카운티 당국은 방역당국에 연방 의료기관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시 하는 것만 따르도록 지시했다.
한편, 라이베리아에서 취재 도중 에볼라에 감염된 NBC 방송의 프리랜서 카메라맨 아쇼카 묵포는 6일 미국으로 후송돼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NMC)의 특별격리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

에볼라 출혈열
(Ebola virus disease←EVD, Ebola hemorrhagic fever←EHF)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의 질병이다. 증상의 잠복기는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이틀부터 3주까지 지속되며 발열, 목과 근육의 통증, 두통을 동반한다. 이후 통상적으로 구역질, 구토, 설사와 함께 간과 콩팥 기능의 악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시점에서 일부 사람들은 출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피부에서도 반구진 발진, 점상출혈, 자반증, 반상출혈, 혈종(특히 바늘 주사 부위 주위) 증세가 일어나기도 한다.
에볼라 출혈열은 감염된 원숭이나 과일박쥐의 피나 체액에 접촉했을 때 감염된다. 인간에게 에볼라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이후 사람 대 사람 감염이 가능하다.
남성 생존자는 약 2개월 동안 정액을 통해 질병을 옮길 수 있다. 예방법으로는 감염된 돼지 및 원숭이 사이에서 질병 확산을 막는 것도 포함한다.
현재로서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감염된 환자에게 경구 수분 보충 요법 및 정맥 주사액 치료를 통해 환자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돕는다.
이 질병의 사망률은 50%에서 90%로 매우 높다. 이 질병은 제일 먼저 콩고 민주 공화국과 수단에서 확인되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병한다. 처음 질병이 확인된 1976년부터 2014년까지 1년에 약 천명 미만이 감염되었다.
가장 거대한 에볼라 유행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 퍼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이다. 백신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2014년 현재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치유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발견하여 처치를 받는 것만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환자의 처치는 체액을 보충하고, 혈압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손실된 혈액을 대체하고, 다른 질병의 감염을 막는 것이 위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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