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퍼거슨 소요 확산>‘흑인 살해 경관 불기소’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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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대로 연방대배심이 24일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발표된 24일 밤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방화와 약탈 등 심각한 폭력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8월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흑인 폭동이 발생했던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가 이번 연방대배심 판결로 또다시 심각한 폭력사태에 휩싸였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은 24일 밤 마이클 브라운(18)을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28)에 불기소 결정을 발표했다. 12명의 대배심에는 백인 9명과 흑인 3명이 참여했다.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퍼거슨 시내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벌어졌다. 제2의 로드니킹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제2의 4.29폭동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연방정부가 각 지역에 특별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져 초 긴장상태에 접어들었다. 김 현 (취재부 기자)

이날 불기소 판결이 내린 직후 미조리 퍼컨스시의 성난 흑인들이 도심 곳곳에서 경찰차를 부쉈고 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약탈을 자행했다. 수십 채의 건물에 불이 났다. 경찰과 주 방위군은 주요 공공시설을 방어하면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방화와 약탈이 한바탕 휩쓸고 간 퍼거슨 시내는 마치 전쟁터와 해방구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25일 새벽, 소요사태로 깨진 유리창들이 아스팔트 위를 뒤덮었고 연막탄 연기와 치솟는 불길만이 정적을 감돌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인종차별 판결 불만 시위 갈수록 격렬

특히 브라운이 숨진 곳에서 가까운 주요 상가인 웨스트 플로리선트가는 한쪽의 상점 전체가 불타기도 했다. 델우드 지역에서도 주차된 차량들이 무더기로 불에 탔고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밤사이 방화 피해를 본 상가는 모두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총성이 계속 들리면서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밤사이 150여 발의 총성이 들렸다”면서 “우리(경찰)는 총을 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82명을 검거했다. 일부 시위대는 방화와 약탈 관련 보도에 불만을 품고 현장 취재 기자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장은 25일 새벽 회견을 갖고 “시위가 격렬했던 8월 당시 최악의 밤보다 훨씬 나쁜 상황 같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항의 시위는 거의 같은 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시카고 경찰청 앞에 모인 시위대 수백 명은 ‘내가 마이클 브라운이다’ ‘우리는 정의를 쟁취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뉴욕에서는 시위대가 유니언 광장에 세워둔 바리케이드를 부수며 격렬히 항의했다. 24, 25일에 120회 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주리 주와 퍼거슨 시는 폭력시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배심 결정은 이날 오전에 내려졌지만 당국자들은 발표를 오후 8시 이후로 미뤘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주민과 학생들이 귀가하고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간대를 택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대배심 결과 발표 전인 오후 5시 반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제와 상호 존중의 미덕을 보여 달라”며 “폭력행위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망가는 윌슨에 뒤에서 총격

경찰 측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매컬럭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대배심은 지난 3개월 중 25차례 회의를 했으며 법의학 전문가를 포함한 약 60명의 증언을 청취했다”며 결정 이유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다수의 목격자 증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물리적인 증거와 상충됐다”며 “일부 목격자는 윌슨이 뛰어 도망가는 브라운의 등에 총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부검 과정에서 브라운의 등에서는 어떤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진정호소 불구 폭동은 확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을 부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브라운 가족의 성명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는 큰 진전을 이뤘고 나도 그 진전을 목격했다”며 “재산을 약탈하고 남을 다치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밤 12시를 넘기면서 폭동은 오히려 확산됐다. 누구도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악화될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흑인 소요 사태는 퍼거슨을 중심으로 미국 주요 도시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CNN방송은 전했다.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올해 8월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28)을 기소하지 않기로 24일(현지 시간) 결정했다. 불기소 결정 이후 브라운이 숨진 퍼거슨 시에서 방화와 약탈이 시작되는 등 극도의 혼란이 빚어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항의시위가 벌어지는 등 흑인 소요사태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전 사건은 퍼거슨 시에서 근무하는 6년 차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이 마이클 브라운(18)을 발견한 것은 8월 9일 낮 12시 1분경. 다른 신고로 출동했다가 웨스트 플로리산트가(街)로 향하는 길이었다.

숨진 브라운, 절도 용의자와 인상착의 비슷

무전기에서는 오전 11시 53분경부터 웨스트 플로리산트가에서 발생한 절도사건 용의자 인상착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흑인 남자다. 담배 한 박스를 가져갔다. 빨간 모자, 카키색 반바지, 노란 양말. 또 다른 남자와 동행하고 있다.”
브라운 등 두 명이 경찰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 옆을 지나가는 순간 윌슨은 빨간 모자를 쓴 브라운 손에 담배가 들려 있는 것을 봤다. 윌슨은 차로 이들의 길을 가로막았고 브라운과 윌슨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차량 안에서 윌슨이 총을 두 발 쐈다. 한 발은 브라운의 엄지손가락을 스쳤고 다른 한 발은 빗나갔다. 도망가던 브라운이 한 모퉁이에 멈춰 쫓아가던 윌슨을 향해 달려들자 윌슨은 다시 10발을 쐈다. 이 모든 일이 90초도 안 돼 일어났다.
누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는지, 브라운이 윌슨의 총을 빼앗으려 했는지에는 증언이 엇갈린다. 윌슨은 “내가 (차에서) 물러서라고 했지만 경찰차 천장보다도 키가 큰 그가 갑자기 머리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주먹으로 계속 내 얼굴을 때렸다. 그는 내 총도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브라운은 193cm, 132kg이다. 윌슨은 195cm, 95kg이다. 대배심이 공개한 사건 직후 윌슨의 얼굴 사진에서 오른쪽 뺨 아래에 든 멍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브라운과 함께 가던 친구 도리언 존슨은 “브라운이 총을 붙잡으려 한 적이 없다. 윌슨이 브라운의 목을 조르려 했으며 브라운의 팔을 붙잡아 경찰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 상점들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발표된 24일 밤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방화와 약탈 등 심각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퍼거슨 시내의 한 식당과 인근 상점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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