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김무성 수첩 파동으로 드러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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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았던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메모 파문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수첩에 적힌 ‘청와대 문건 배후에 K와 Y가 있다’는 발언이 나온 자리에 있던 인물들이 이 내용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권력투쟁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발언을 한 음종환 행정관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명박 정부 때까지 친박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저격수 역할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지고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 공보기획팀장으로 각종 네거티브를 기획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연의 일치가 아닌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문건 사건의 실체로 떠오른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을 <선데이저널>이 실체를 추적해 보았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이번 사건도 한 행정관의 헛소리로만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음 행정관은 현 정부 비선 실세로 꼽혔던 이른바 ‘십상시’ 중 한 명으로 지목되어 왔다. 음 행정관은 사태가 커지자 서둘러 사표를 내는 등 서둘러 ‘꼬리 자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정원 댓글 때부터 이어져 온 박근혜 정권 공작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그동안 본지는 정권 초부터 정윤회와 박지만 EG회장 세력 간 권력 투쟁을 끊임없이 보도해왔고,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 그룹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그 필두에 서 있었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문건 유출 의혹에 대해 수사하며 사실상 정윤회의 손을 들어줬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 씨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문건배후 파동으로 몰아가려던 청와대 행정관이 십상시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임이 밝혀지면서 권력투쟁이 결코 ‘아무것도 아님’이 드러났다. 특히 음 행정관은 사태가 커지자 사표를 내고 그만두는 등 청와대가 이번 일마저도 서둘러 덮으려는 모양새다.

치밀하게 계획된 프로젝트

그런 전력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을 일개 행정관의 충정 어린 실수로 보는 것은 음종환 행정관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 파문의 배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한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던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음 행정관은 이 의원 외에도 권영세 주중대사,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에서 오랜 기간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활동해 왔으며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특히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행담도 게이트 등을 기획하면서 여권 내 전략통이란 말을 들었다. 행담도 게이트 관련 인물들은 대부분 무죄가 났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 터진 사건으로 국정 동력을 상실시키는 발단이 됐다.
그는 18대 대선 당시에는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공보기획팀장을 맡으면서 선거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다. 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에서 활동하다가 일찌감치 청와대 입성을 통보받고 정무비서관실에 배치됐다.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 최고위원이 청와대를 떠난 후에는 홍보수석실 산하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본지가 2013년 보도했던 대로 그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핵심 비서관 3인방과 함께 ‘십상시’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같은 고려대 출신인 정 비서관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 행정관은 전략통 및 네거티브 대응팀 등으로 일하면서 박근혜 캠프의 보이지 않는 실세로 불리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이번 문건유출과 관련해 이름이 언급됐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일개 행정관의 실수가 아닌 정권 차원에서 치밀하게 기획된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발언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보이지 않은 실세 행세 공작주도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음종환은 그냥 행정관이 아니죠. 여권 실세들의 보좌관을 했고, 대선 시기 주요 역할에 현재 3인방과 가까운듯”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찍으라고 대놓고 펼친 걸 보면, 유출엔 무관한 듯. 그럼에도 음종환이 김무성 유승민을 찍은 건? 이 정도 급이 되어야 정윤회 문건 유출사태가 설명이 되므로”라고 주장했다. 
파문은 한 언론사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수첩을 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을 촬영화면서 시작됐다. 사진에 등장한 수첩메모에는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용한)” 등의 이름과 함께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에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메모 내용대로라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문건파동이 발생했고, 그 주체가 K·Y라는 이야기다. 다음날 본국 언론들의 취재에 의해 해당 메모는 지난해 12월 18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 등 5명이 참석한 술자리 내용을 요약한 것임이 드러났다. 이 전 비대의원이 지난 6일 새누리당 의원 11명이 참석한 만찬에서 김 대표에게 음 행정관의 발언이라며 전했다는 것이다. 메모 속의 K는 김무성 대표, Y는 유승민 의원임도 드러났다.
이 전 위원은 이와 관련해 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해 12월 술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문건파동 배후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문건 유출에 관여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대구 지역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두 사람에게 줄을 대려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은 또한 “음 행정관이 모임에서 내가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비판하면서 ‘출연을 못 하게 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며 “내가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여성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누구누구를 만나고 있지 않느냐’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무성 궁지 몰기위한 공작 시나리오

음 보좌관은 이러한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 씨가 방송에 출연해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평론한 것과 관련해 ‘조응천 전 비서관은 국회의원을 해보겠다는 정치적 꿈이 있는 사람이고, 유 의원에게 줄을 대려고 하는 걸로 안다. 그런 사람 말을 믿고 평론하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종환 행정관은 최근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이를 발설한 이 전 위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진실 공방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메모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보자. 일단 여당 실세인 김 대표와 차기 유력 원내대표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문건 유출 사건을 공론화시켜 박근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항명’ 이상의 일이며, 국기문란 행위의 극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조 전 비서관이 공천을 받으려 했기 때문에 이를 주의시킨 것’이라는 취지의 음종환 행정관 발언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십상시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음 행정관이 자신과 반대편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비서관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검찰은 청와대 권력투쟁은 없었다고 선을 긋지만, 정작 이름이 거론된 인물들이 직접 권력투쟁을 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셈이다.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문제다.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여당 대표와 유력 원내대표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공작정치를 펼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체가 없다던 십상시가 사실상 정권 전반에 있어서 과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는 김 대표와 유 의원 등을 거론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가만있겠다. 할 말 없다”고만 언급했다.

음이 언급한대로 검찰수사 진행

음 행정관이 이런 발언을 한 시기도 미묘하다. 음 행정관이 참석한 술자리가 있었던 12월 18일은 검찰이 박관천 경정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그는 이 날 술자리에서 “박관천이 아니다. 박관천도 죄를 지었지만 배후에 조응천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박 경정의 문서유출에 조 전 비서관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조 전 비서관의 혐의를 특정한 것은 이날 이후다. 12월 5일 검찰 출석 당시 참고인 신분이었던 조 전 비서관은 같은달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재조사를 받았고, 28일에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음 비서관이 ‘배후가 조응천’이라고 말한 12월 18일에는 구체적인 검찰 수사내용이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
종합하면 결국 청와대 행정관이 ‘천기누설’을 했거나 잘 모르는 내용을 떠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검찰 수사는 음 행정관이 언급한 대로 갔다. 더구나 청와대는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기 전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음 행정관의 발언 내용은 ‘복수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전달됐으며, 이 중 한 핵심 관계자는 음 행정관에게만 구두로 사실 확인을 한 뒤 ‘문제없다’며 ‘종결처리’했다는 것이다. 음 행정관은 해당 고위 관계자에게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언 당사자의 이야기만 믿고 수수방관하면서 상황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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