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박근혜와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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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30년전인 1985년 선데이저널은 대한항공으로부터 400여만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었다. 대한항공은 미국 10대 로펌 중 하나로 알려진 제임스 앤 그래함 변호사 로펌을 통해 무려 100만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수임료를 내고 무지막지하게 공격해 왔다. 당시 선데이저널은 대한항공을 두고 <애국의 날개인가, 매국의 날개인가> <하늘에서는 탈선비행, 지상에서는 망국비행>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작고) 일가와 전두환 군부정권과의 정경유착 관계, 영세 LA동포 여행사들에 대한 횡포를 알리는 내용을 연이어 보도하자 끝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갑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표출물론 법정 밖 합의를 통해 소송을 종결했지만 당시 대한항공과의 소송전으로 말미암아 영세성에 허덕이던 <선데이저널>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다.
30년전의 소송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합의문 내용은 더 이상 대한항공과 가족에 관한 기사를 내지 않을 것을 전제로 소송을 취하하며 그 조건으로 <선데이저널>의 변호사비를 물어주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
그들은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기에 100여만달러의 거액을 들여가며 LA주간지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는지 지금도 이유를 알 길이 없지만 대한항공의 정경 유착, 동포 여행사를 상대로 한 ‘갑질 횡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선데이저널>은 33년 동안 단 한 번도 대한항공의 광고를 수주한 사실도 없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다.

이런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이번 조현아 사건에 대해 <선데이저널>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사건 자체에 대한 모순성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현아가 뉴욕발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회사 매뉴얼에 맞지 않은 서비스를 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질책하고 이륙을 하기위해 게이트를 타고 움직이려는 순간 비행기를 멈추게 하고 담당 사무장을 하강시키게 한 이유는 담당 항공사의 부사장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경우라도 면책 받을 수 없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설사 만에 하나 승무원들의 실수가 있었다면 주의만 주고 회사로 돌아가서 조치를 취했다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현아의 돌발적인 행동에 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저급하고 경솔한 행동에 난도질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도달했다.
성난 민초들은 조현아는 물론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해 거침없이 크고 작은 돌을 던져댔다. 조현아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면서 심지어 확인할 수 없는 남편 아이의 사생활문제까지 여지없이 까발려 졌다.
검찰에 출두하기 위해 포토라인을 걸어오던 조현아는 추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검은 롱코트에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천하에 죽을 죄인이라도 된 양 초췌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죄를 청했다.
일부언론은 포토라인에서 섰던 그녀가 눈을 치켜떴다며 반성할지 모른다는 인격모독적 기사를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 보도하는 가하면 구치소 내에서의 생활까지 상세히 보도하면서 구치소 안에서까지 갑질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단 피의자가 구속되면 구치소 안에서의 정보는 타인에게 유출할 수 없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감된 구치소 관계자들만 알 수 있는 정보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유출되기도 했다.
마치 6.25 당시 인민군들과 소작농들에 의해 지주들이 돌팔매질을 당했던 끔찍한 악몽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
재벌의 딸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이 없이 성장해 미국 유수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 항공사대한항공 사주의 장녀로 부사장의 직책을 가졌으며, 180센티키의 모델 못지않은 늘씬한 외모, 성형외과 의사 남편과 아들에 사회적 가정적으로 완벽한 갑의 조건을 갖춘 조현아를 향해 경제난에 허덕였던 국민들은 억눌렸던 상대적 박탈감을 원 없이 쏟아댔다. 흡사 6.25 인민재판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공분을 사게 됐는지 왜 이토록 확대되었는지 곱씹어야할 대목이다.

부메랑된 평창동계올림픽

평소 술을 못하는 조현아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몇 잔의 와인을 마셨다고 기소장에 기록되어있다. <선데이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조현아는 비행기 좌석에 착석하자마자 혼자말로 IOC위원들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조현아가 뉴욕 출장을 간 것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평창 동계 올림픽과 관련한 출장이었다. 그녀가 IOC 위원들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일등석 승무원들이 제대로 회사 매뉴얼을 지키지 않자 순간적으로 자제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자업자득의 결과요, 경영자로서의 덕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인배적인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행동과 이번 사건은 전혀 이해가 상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흡사 6.25 지주에 대한 인민재판
회사 조직에서 발생된 문제를 가지고 언론과 검찰 정부까지 나서 마치 큰 흉악범이라도 된 양 집단으로 매도하고 융단폭격 인신공격을 가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음모가 게재되어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박정권은 이른바 세월호 침몰사건 후유증과 정윤회 사건으로 코너에 몰리며 정권의 위기감까지 느낄 때 바로 조현아 사건이 터진 것이다. 국민적 시선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언론들은 정윤회사건을 희석시키려 하듯이 조현아를 향해 거침없이 팔매질을 하면서 분노에 가까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에 정윤회 사건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 사실 조현아는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된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조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평창동계올림픽을 맡아 달라는 부탁이 있었기에 조직위원장을 수락했으나 결과적으로 평창이 조양호 회장 일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조현아 사건이 터지자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박 대통령은 계속 맡아달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녀가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모르지만 탑승 직후 IOC위원들에 대한 불만을 보면 분명히 평창올림픽 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유추 해석된다.
아버지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IOC위원들과 뉴욕에서 접촉한 정보도 있다. 며칠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한 조 회장 역시 90도로 허리를 구부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가 조 회장까지 나서 사과해야할 문제인지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녀가 국가의 중차대한 일을 위해 해외출장 중에 벌어진 한바탕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다. 물론 조현아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옹호하거나 변명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인격적 봉변을 당한 사무장이나 승무원들이 겪었을 봉변은 ‘을’에 대한 ‘갑’의 횡포가 분명하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모든 언론이 총동원되어 민족의 불구 대천지 원수마냥 돌팔매질을 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일시에 약속이라도 하듯이 정윤회 사건은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요상한 관계설도 자취 없이 사그라졌다.
검찰은 마치 여객기 탈취 미수범이라도 된 양 3년 구형을 때렸다. 이른바 공갈 구형이다.
구속 2개월만에 공판이 시작되자 이번에도 전례가 없는 재판이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형사법에는 피의자가 모든 기소 사실을 인정하면 바로 법원으로 송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특혜라고 떠들어 대는 무식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법원은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국민적 감정과 언론 때문에 1심에서 풀어주기 어려우니 2심에서 집행유예로 나갈 수 있게 1년을 선고했다는 것이 법원 주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참으로 소가 지나가다 웃을 일이 사법부에서 일어난 것이다. 조현아 사건은 누가 봐도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을 만큼 중범죄가 아니다.
정윤회와 십상시 사건에 최대의 피해자가 바로 조현아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아버지 조양호회장이 돈이 많고 재벌이라도 권력 앞에는 한 없이 무력한 것을 이번에 깨달았을 것이다.
한번 실수로 영원히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매장을 당한 조현아. 이제는 그 배경에 주목해야할 때라 생각한다.
‘조현아는 박정권의 희생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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