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취재> 위기의 박근혜, MB 방산비리 수사로 반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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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이병기 비서실장 카드를 꼽아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그는 국정원장에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비서실장이 됐다.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은 파격 그 자체다. 일단 현직 정보기관의 수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동한 인사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출범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 비서실장 내정자는 초대 주일대사를 거쳐 국정원장, 비서실장까지 이례적으로 중책을 맡아왔다. 게다가 그는 최대 15명 안팎의 잠재적 비서실장 후보군에 한번도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예상됨에도 ‘이병기 실장 카드’를 꺼낸 것은 박 대통령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었던 그가 청와대 2인자로 간 만큼, 그 이후에 있을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가 국정원장에 있으면서 보고 받았던 정관계의 각종 정보를 다양하게 국정 운영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비박이 장악한 여당과의 관계나 갈수록 떨어지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반전카드가 그의 머릿속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근 방산비리와 관련한 합동수사단의 수사가 전 정권을 향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우리은행과 관련한 부실대출 과정에서 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병기 비서실장 카드에 숨겨진 현 정부의 숨은 뜻을 추적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해 4월 10일 본지는 ‘남한 무인항공기들이 무용지물이 된 내막’에 대해 보도하며 해군 정보함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해군 정보함에 실린 무인항공기의 에이전트십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 관계가 있는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 회장에게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낸 선 씨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남산 테니스장을 예약해두고 전직 국가대표 선수 등과의 동호회 모임을 주선해 ‘황제 테니스’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선 씨는 신천옹함 탑재 무인정찰기를 따낸지 2개월 뒤인 2008년 10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두산가 4세 등과 짜고 전 국무총리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 등의 주가를 재벌 테마주로 부풀린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 정보함과 관련한 합수단의 수사가 점차 전 정권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사실 이 사업은 국정원 예산으로 시행한 사업이었던 만큼 이 사업과 관련한 의혹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국정원이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사업을 덮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그럴 가능성이 없어졌다. 오히려 국정원에서는 이 사업과 관련해 검찰 측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며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국정원이 입장을 바꾼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기의 박근혜 정부를 구하기 위해 그가 발탁된 만큼, 그가 국정원장 재임 시절 취득한 정보를 대거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보함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이병기의 히든카드

일단 이 전 대통령 시절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큰아들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통해 STX로부터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정 전 총장을 지난 17일 구속 기소했다. 뇌물수수의 공범인 정 전 총장의 장남과 요트앤컴퍼니 공동설립자 유아무개(59)씨,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뇌물을 공여한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총장은 전역한 뒤 STX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윤 전 사령관을 통해 후원금 조로 10억원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0월 진행된 국제관함식 행사 주관사로 요트앤컴퍼니를 지정하고 광고협찬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특히 에스티엑스 쪽이 협찬비 집행을 유보하자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이야기했는데 에스티엑스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직접 나서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총장의 큰아들은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군함에 동승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며 협찬비 지급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덕수 전 회장은 당시 민간업체 회장으로는 유일하게 이 전 대통령과 군함에 실제 탑승했다.

시작에 불과한 수사

하지만 정 전 총장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합수단의 진짜 목표는 정보함과 관련한 전 정권 실세 및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비리를 밝히는 것이다. 당장 3일에는 정 전 총장이 정보함 비리와 관련해 추가로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해군참모총장으로 근무하면서 해군 정보함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 납품업체를 독일 A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예비역 준장 이모(61)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2008년 8월쯤 이씨로부터 “독일 A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1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씨는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차장 출신으로 당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전투발전보안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씨는 앞서 A사 중개업체인 B사 대표 이모(68)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정 전 총장에게 부탁해서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으니 정 전 총장에게 인사할 돈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였다.
이에 대표 이씨는 2009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예비역 준장 이씨에게 5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전달했다. 예비역 준장 이씨는 정 전 총장에게 2009년 1월과 같은해 12월 각각 3000만원씩 건넸으나, 나머지 4000만원은 중간에서 개인 용도로 소진했다. 돈을 받고 제안을 수락한 정 전 총장은 정보함 사업관리 태스크포스(TF) 소속 부하직원에게 A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도록 지시했다. 실제 A사의 장비는 운용유지비용이 경쟁업체에 비해 훨씬 높아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어려운 상태였지만, 해당 직원이 수리부속부품 단가 기준으로만 운용유지비용을 산정하면서 가장 저렴한 장비로 조작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A사는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 납품계약 총 230억 상당을 수주했다고 합수단은 밝혔다.

높여가는 수사 강도

합수단의 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합수단은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정 전 총장이 최고 군 거물이었다. 하지만 방산비리가 군 내부 뿐만 아니라 정관계와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는만큼 수사는 당시 연루됐던 정관계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합수단에서 가장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 <선데이저널>이 지난해 보도했던 무인항공기 건이다.
지난 2012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해군은 정보함에 있는 무인항공기 개량 필요성을 국회에 제기했고, 국회도 이를 받아들여 긴급예산이 편성됐다. 해군 측은 AAI사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당시에도 또 오스트리아 업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감사원이 AAI사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해군 고위 관계자에 대해 징계 요구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고위 관계자는 나중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성능개량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도 있었다.

해군의 비용대비 효과분석과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쉬벨사 측이 2차 정보함인 신세기함 무인항공기 성능개량사업에 써낸 입찰가가 181억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즉 쉬벨사는 2008년 신천옹 사업에 계약했을 때 256억원에 해군에 납품했다. 쉬벨사가 신천옹함과 신세기함에 제시한 무인항공기의 대수와 조종기는 모두 동일한데 무려 75억원의 가격차이가 났던 것. 당시 해군 내부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가격이 터무니없이 떨어졌다는 것은 신천옹함 사업에 포함됐던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거나 이번(신세기함)에 제시된 금액에 무언가 빠졌다는 의미”라는 말이 파다했다.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는 오스트리아 제품을 해군이 계약한데에는 국내 에이전트사의 로비가 있었다는 지적이 본국 언론에서 제기됐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업체가 2008년 해군과 계약했을 당시 이 에이전트 업체의 대표는 하사관 출신이었다. 하사관 출신이 무기중개를 한다는 것은 전무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해군 내에서는 이 하사관은 바지사장일 뿐 실제로는 해군 장성 출신 무기중개상들이 뒤에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황제테니스 논란 선병석이 주도

해군 소장 출신 변무덕씨와 준장 출신 이병문씨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계약을 맺은 후 이 업체는 없어졌고, 에이전트십은 이명박 정부 실세에게 들어갔다.
이 실세는 바로 황제테니스 논란을 일으켰던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 회장이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낸 선 씨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남산 테니스장을 예약해두고 전직 국가대표 선수 등과의 동호회 모임을 주선해 ‘황제 테니스’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선 씨는 신천옹함 탑재 무인정찰기를 따낸지 2개월 뒤인 2008년 10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두산가 4세 등과 짜고 전 국무총리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 등의 주가를 재벌 테마주로 부풀린 혐의를 받았다. 이후 자금난에 직면한 한국무인항공센타는 부도를 내 폐업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무인정찰기 납품사업은 스포키무인항공이 새로운 쉬벨사 한국 대리점으로서 에이전트권을 따내 승계했었다. 합수단은 본보의 보도를 비롯한 정보함과 관련한 각종 비리 첩보에다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활용해 수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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