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정국> 홍준표, 성완종 리스트 첫 번째 제물 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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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강력통 검사 출신으로 한 때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는 성완종 리스트의 첫 번 째 타깃이 됐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를 본국시간으로 8일 오전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홍 시자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지난 2011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당시 당 대표가 유력했던 홍 지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홍 지사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던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당시 ‘6공 황태자’로 불렸던 핵심 실세 박철언 의원 등을 줄줄이 구속 기소했다. 슬롯머신 사건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작품 소재로 활용되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1995년 검사복을 벗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정치권 입문 20년 만에 그는 피의자로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특히 그가 돈을 받았던 과정이나 돈을 받고도 성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를 부인한 것을 보면 자신이 수사했던 조폭들의 행태를 쏙 빼다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조폭세계의 원칙을 정치판에서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홍 지사는 2012년 당 대표를 하면서 남문기 전 미주총연 회장에게 재외동포 비례대표 몫으로 공천을 줄 것처럼 하다가 결국 공천을 주지 않는 등 공수표를 남발해 논란이 됐던 적도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 지사를 본국 시간으로 8일 소환키로 했다. 앞서 ‘자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이미 4차례 조사를 받았다. 윤 전 부사장은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에 가서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사 시절 얻은 ‘거악 척결’ 이미지를 자산으로 정계에 진출한 홍 지사가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가는 처지가 됐다.
성 전 회장은 생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부사장이 이를 사실상 시인하자 홍 지사 주변 인사들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시도했다. 그 사이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등 법리논쟁을 펼쳤다. 어제는 “윤승모씨는 성 전 회장의 로비 창구다.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했을 것”이라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홍 지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를 검찰이 ‘리스트 8인’ 중 첫 소환자로 지목한 것은 자금 전달자의 일관된 진술 때문일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돈을 쇼핑백에 담아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윤씨는 쇼핑백을 들고 차에서 내려 홍 의원의 에쿠스 차량에 올라탔다. 이 차엔 홍 의원과 나 전 보좌관이 타고 있었다. 윤 전 부사장은 쇼핑백을 건넸고, 나 전 보좌관이 이 돈을 들고 의원회관으로 사라졌다. 윤 전 부사장은 빈손으로 부인이 기다리고 있던 차로 돌아왔다. 윤 전 부사장의 부인도 이 장면을 기억한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다만 윤 전 부사장은 돈을 전달한 정확한 날짜는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홍 지사와 함께 차에 있던 나 전 보좌관은 현재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을 맡고 있다.

모래시계 검사의 씁쓸한 결말

홍 지사는 관련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역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홍 지사는 검사복을 벗고 정치에 입문한 지 딱 20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을 방문하게 됐다. 모래시계 검사가 피의자로 검찰에 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홍 지사는 검찰 재직 당시 강단 있는 소신 검사로 명성을 얻었다.
홍 지사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던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당시 ‘6공 황태자’로 불렸던 핵심 실세 박철언 의원 등을 줄줄이 구속 기소했다. 슬롯머신 사건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작품 소재로 활용되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1995년 검사복을 벗은 홍 지사는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홍 지사는 신한국당에 입당해 1996년 4월 15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홍 지사는 15대 총선에서 동협의회 총무에게 선거운동비를 주고 허위 지출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1999년 당선 무효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다.
홍 지사는 이후 2001년 서울 동대문을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16대 국회로 돌아왔고, 18대 국회까지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다. 홍 지사는 금품수수 의혹으로 문제가 된 2011년 7월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친이와 친박계 사이에서 당내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았던 그는 이명박 정부 말기 당 권력 지형이 요동치는 과정에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사실상 홍 지사의 당대표 당선 배경에는 친이계가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당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홍 지사 측의 조직과 자금을 담당했던 사람 중 하나가 이명박 캠프 최대 대선 조직이었던 국민성공실천연합의 이영수 회장이다. 그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에서 발벗고 나서서 홍 지사를 도왔다. 홍 지사는 당 대표 선출 이후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당 대표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2011년 10월 26일 ‘무상급식’ 논란 속에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실시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서 홍 지사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렸던 것. 이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은 홍 지사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고, 결국 그는 당 대표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덕분에 홍 지사를 안팎에서 밀었던 인사들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버렸다. 남문기 전 미주 총연 회장도 그 중 하나다. 그는 홍 지사를 통해 2012년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출마하고자 했다. 홍 지사 역시 그를 재외국민위원회 위원장으로 밀었다가, 당내 반대에 부딪혀 자문위원으로만 위촉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5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남 전 회장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홍 대표 퇴진 이후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로 개편되고, 당명 역시 새누리당으로 바꾼다. 불명예 퇴진으로 정치인생의 오점을 남긴 홍 지사는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절치부심하며 본인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했지만, 이마저도 야당에 빼앗기며 정치 인생의 고비를 맞게 된다. 홍 지사는 같은 해 12월 19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대선 후보 출마로 실시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고향인 경남도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재신임을 받으며 경남지사 재선에도 성공했다. 홍 지사는 무상의료와 무상급식 등 이른바 ‘무상’ 논란을 통해 전통적인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올리며 대권 등 중앙정치로의 복귀 무대를 꿈꿨지만,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또 한 번 위기와 맞닥뜨리게 됐다.

검찰의 창 vs 홍준표 방패

홍 지사도 소환조사를 앞두고 검찰의 올가미를 빠져나갈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가 구성한 변호인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핵심 변호인인 이우승 변호사는 홍 지사와 사법연수원(14기) 동기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동기이기도 하다. 그는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검사장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2003∼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때 이 변호사는 특별검사보로, 제주지검 부장검사였던 문 검사장은 수사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홍 지사가 선임한 또 다른 변호인인 이혁(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도 남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특검에 파견돼 문 검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사실상 문 검사장의 수사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인물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한 셈이다.

이제 관심은 검찰이 홍 지사의 방어벽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쏠린다. 홍 지사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율사 출신답게 연일 장외에서 법적 논리에 기반을 둔 쟁점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 “메모나 녹취록이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등 지속적으로 성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공여자 입장인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증거법상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인적 증거’가 없다는 수사상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소 이후 이어질 법정공방까지 염두에 두고 계산된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홍 지사의 발언과 관계없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가 5일 언론 브리핑에서 “수사의 목적은 기소”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발로로 읽힌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무게에 준하는 주변 인물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물을 토대로 의혹 시점의 시공간적 상황을 대부분 재현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흔들림 없는 진술도 수사팀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런 정황 증거를 토대로 홍 지사가 주장한 메모·녹취록의 증거력 부재를 반박하고 한발 더 나아가 홍 지사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부사장은 이미 2∼5일 네차례 검찰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의 부탁으로 국회 내 모처에서 쇼핑백에 든 현금 1억원을 전달할 때 홍 지사가 옆에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상태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지위를 고려해 단 한 번의 소환조사로 혐의를 확정하고 기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대마는 따로 있다

하지만 홍준표 지사를 첫 번 째 소환대상자로 선정한 데에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 수사대상자 중 홍지사만 유독 당내 경선자금 불법수수의혹을 받고 있고 김기춘, 홍문종, 이병기 등 다른 이들이 받고 있는 의혹은 모두 박근혜대통령 대선(경선)자금이다. 아울러 홍지사만 유일하게 친박 출신이 아니다.
당사자인 홍지사가 이 점을 모를리 없다. 홍 지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완종사건에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른 분들은 정치세력이 뒷받침 되지만 나는 나 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패감”이라는 바둑용어를 사용하며 청와대가 자신을 희생양 삼으려한다는 노골적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준표 도지사 수사를 바둑판의 ‘패감’으로 쓰고 정작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과 친박 실세그룹이라는 ‘대마’를 지키겠다는 수 계산을 청와대가 끝낸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보면, 두 번째 대상은 이완구 전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온갖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마저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미 버린 카드인 셈이다. 검찰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울 수밖에 없다.
검찰이 2차로 넘어야 할 관문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3명이다. 성 회장의 메모나 녹취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수사 과정에서는 외부의 입김도 들어올 것이다. 검찰이 대선배인 김기춘 전 실장의 벽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성 회장이 김 전 실장에게 10만달러를 주었다는 진술이 있어 검찰이 의지만 보인다면 사법처리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이병기 현직 비서실장은 더 높은 장벽이다.  이 실장은 국회 답변에서 “박 대통령이 ‘(리스트에) 이름이 났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셨고 ‘전혀 금전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이를 믿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결백을 보증했다고 밝힌 셈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특유의 어조로 “이 실장은 돈 받은 적 없다고 하던데요!”라고 한마디라도 하면 검찰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수사 지침을 내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3관문은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된 것이다.  성 회장은 쪽지에 ‘부산시장 2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이라고 구체적 액수까지 적어놓았다. 이들은 2012년 박근혜 선거운동본부의 당무조정본부장, 조직총괄본부장, 직능총괄본부장을 각각 맡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당시 박근혜 캠프로 돈을 전달했다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수사를 미뤄두고 있는 점은 의혹을 살만 하다.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홍문종 중 실세그룹 중 누구도 소환됐다거나 출국금지대상이 됐다거나 그도 아니면 관계인들의 참고인조사조차 이뤄졌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돈을 주고 받은 사람끼리 말맞추기와 증거인멸 가능성이 그 어떤 범죄보다 높은 것이 정치자금 범죄임을 감안한다면 최초 폭로 후 한 달이 다 된 지금도 이미 수사의 때를 놓쳤다.
홍준표 지사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커질수록 그 이면에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수사를 후순위 수사대상으로 미루게 되는 지연효과가 발생된다. 최악의 경우 한도 끝도 없는 수사지연이 곧 여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수사확대와 맞물려 추상적인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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