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취재> 유병언 관련 유령회사에 산업은행 창조경제자금 지원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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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국의 언론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박근혜 정부가 유병언 회장 관련 회사에 창조경제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5월 13일자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꼽혀온 유병언 회장의 계열사와 세월호 구조 작업에 투입되어 물의를 일으켰던 언딘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인 ‘창조경제’ 자금이 100억원 이상 지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유병언 씨가 이사로 있던 (주)아해라는 법인은 이미 2010년 ‘청산종결’, 즉 없어진 회사라는 사실이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다만 이 회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이후에도 꾸준히 ‘아해’라는 회사로 남아있다가 2013년 정석케미칼로 이름을 바꿨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즉, 법적으로는 이미 해산된 회사에 산업은행이 대출을 해줬거나, 산업은행이 대출과정에서 아해가 정석케미칼로 이름을 바꾼 줄도 모르고 무작정 대출을 해준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도 정석케미칼은 매출이나 사업이 전혀 특별할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 자금이 지원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에도 이러한 대출이 이뤄진 것은 은행 측이 아해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또한 대출 주체가 산업은행이라는 것도 수상한 점이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은행이다. 본지는 지난해 우리은행이 유병언 회장이 신협으로부터 대출받았던 돈 500억원을 대환대출해줬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우리은행 역시 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있다. 특히 당시 대출에는 현 정부 실세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 정부와 유병언 측 간 ‘커넥션’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마저 유병언 측 회사에 거액의 자금, 그것도 박근혜 정부가 핵심으로 내세우는 사업관련 자금이 지원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커넥션’ 의혹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은행들이 잇따라서 유병언 회장의 회사에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원인과 관련해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가로막고 있어 이러한 의혹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유병언(주) 세모 우리은행 500억 대환대출과 관련 커넥션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기춘, 허태열, 최경환 朴의 3인방.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산업은행의 ‘(주)아해 당행 여신현황’을 보면, 산업은행은 세월호 사고 당시 (주)아해에 67억원의 운영자금과 12억 5000만원의 시설자금을 대출하고 있었다. 특히 2013년 7월에 여신이 승인된 2건의 산업운영자금 60억은 ‘창조경제 특별자금’이었다. 산업은행이 현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 ‘창조경제특별자금’ 운용을 시작한 것은 2013년 6월이었다. 즉 창조경제특별자금 운용이 시작된 다음달에 곧바로 ‘아해’에 대한 자금 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주)아해는 유병언 전 회장의 네 자녀(2남 2녀)가 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지분율 44.8%로 지배하는 회사이며, 창조경제 특별자금이 지원될 당시 아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이재영 씨와 2대주주였던 이강세 씨 등은 모두 유 전회장의 최측근이며 세월호 참사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불분명한 ‘아해’의 정체

문제는 <선데이저널>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출해 준 아해는 이미 2010년 청산종결된 회사라는 점이다. 지난 5월 19일 현재 본국 대법원인터넷등기소를 검색해보면 아해라는 이름의 회사는 총 12개가 검색된다. 12개에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회사도 있고, 이미 없어진 회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름을 아해에서 다른 회사로 바꾼 회사도 속해 있다. 공익법인이나 사단법인 등 재단 형태의 법인도 있었다면 당연히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아해라는 이름을 한 번이라도 내걸었던 법인는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본지가 12개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확인해 본 유병언이 한 번이라도 이름을 내걸었던 아해라는 법인은 이미 2010년 12월 3일 청산종결됐다. 나머지 11개 중 절반은 유병언 측 회사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회사이며, 다른 나머지는 아해가 이름을 바꾼 정석케미칼의 지점이었다. 즉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해라는 회사는 이미 청산종결된 회사이며, 현재 아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회사는 정석케미칼이 이름을 바꾼 회사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은 결과적으로 정석케미칼이라는 회사에 거액의 대출을 해준 셈인데, 이 회사가 과연 대출을 받을 자격이 있는 회사인지는 더욱 의심스럽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이나 공시 내용을 보면 회사는 화학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로서 연간 5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액이나 사업 내용을 보면 다른 화학회사들과 비교해서 특이한 사항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거액의 대출이 이뤄진 것. 여기에다 대출 과정에서 주요 국가기관들이 대거 보증을 섰다는 점도 의심스럽다. 아해는 2013년 한국기술보증기금 12억 7천여만원, 한국수출입은행 10억 5000만원, 한국무역보험공사 10억 등 총 33억여원을 보증받았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아해에 대해 R&D보증을 시행했는데 이는 기술보증기금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신설한 “창조경제 지원보증” 가운데 하나다.

미디어오늘은 또한 산업은행은 해경과의 유착 관계로 주목을 받은 언딘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고 당시 40억여원의 대출을 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20억이 창조경제 특별자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술보증기금은 언딘에 대해서도 2012년의 16억원에 이어 2013년 34억원을 보증해 언딘에 대한 보증 금액을 2배 이상 늘렸다. 유병언 관계사인 온지구도 2013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10억원 가량의 추가 보증을 받았다. 온지구는 트라이곤코리아와 지배관계에 놓여있으며, 트라이곤코리아는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우리은행 건과 유사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은 이미 청산종결 됐거나, 또는 청산종결 된 회사의 이름을 빌려쓴 회사에다 거액의 대출을 해줬고, 이 과정에서 정부 기관이 대거 보증을 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유병언 일가의 대출에 관여한 것은 이미 본지가 보도했던 우리은행과 신협 간 유병언 일가에 대한 대환대출과 놀랄만큼 유사하다.
지난해 본보 943호가 보도한 우리은행과 신협의 대환대출건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금융감독원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들이 금융권으로부터 4000억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빌린 사실을 확인했다. 당연히 부실한 담보를 대가로 거액의 대출을 제공한 배경에 정관계 로비나 리베이트 등이 있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 (주) 아해의 등기부등본. 유병언이 한 때 이사로 취임했다가 사임했던 이 회사는 2010년 12월 3일 청산종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은 이 유령회사에 창조경제자금 명목으로 80억원을 지원 했으며 100억원대의 특혜대출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2015 Sundayjournalusa

당시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 70곳은 42개 금융사로부터 3747억원을 빌렸다. 1997년 3000억원에 이르는 부도를 내고 회생절차를 통해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 받은 세모그룹이 또다시 금융권으로부터 4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들이 유씨 일가 계열사에 수천억원대 대출을 해주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신협 측이 세모 측에 대출해 준 돈 500억원을 우리은행이 대환대출해준 것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당시 행장이었던 이순우 행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대구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소리 소문 없이 일부 은행에 대해서 가벼운 징계만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들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체로 발견되면서 사실상 묻혀버렸고, 이후 그 어떤 수사기관도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대출건도 마찬가지다. 특히 창조경제자금이 지원되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유병언 측 회사에 거액이 대출됐고, 이 과정에서 주요 공공기관들이 보증을 섰다. 과연 정치권의 비호가 없이 이러한 대출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사실들은 박근혜 정부와 유병언 일가 간 커넥션을 의심케 한다. 이미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정치권에서는 유 씨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제대로 된 수사 안 하는 이유는?

아해에 대한 산업은행의 수상한 대출 그리고 우리은행의 대환대출은 박근혜 정부가 유병언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론은 모든 정치 행위에 대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몇몇 가지 사실과 추론은 최근 불거지는 박근혜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과 맞물려 또 다른 파장을 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본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에 불법 대선 캠프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망자가 죽음으로 말한 불법대선자금마저도 덮일 판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주까지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2라운드’ 수사를 준비 중이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 동선과 경남기업 측 자금흐름 등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

다음 수사 대상으로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엔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부산시장(서병수) 2억’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대선 때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태여서 그가 대선 무렵 정치권에 건넸다는 자금의 성격이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 신분이던 성 전 회장이 불법 대선자금을 건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히려 성 전 회장이 이 무렵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유정복·서병수 시장의 지방선거 지원 여부 등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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