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토리> 언론이 만든 하버드 스탠포드 동시입학 ‘천재소녀’의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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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가끔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배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류병에 물든 한인의 풍조를 비웃듯이 어린 여고생이 대형 학력 위조사건을 터뜨려 한인에 대한 망신살이 전 세계 매스컴을 타고 오르내리고 있다. 수년전 ’신정아 학력위조사건’으로 수년전 국내외로 떠들썩했는데 최근 미주 한인사회에서 일류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인 여고생이 일류대학 입학사기 사건을 벌여 씁쓸한 맛을 남겼다.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류병이 만들어 낸 고질풍토’라고 기사를 토해내고 있지만, 바로 그 언론들이 사기사건을 키우고 가꾸고 재단장하다가 스스로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언론이 만들어 낸 ‘한인 천재소녀’의 주인공 김양은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 합격증을 위조해 허위 사실을 알려 논란을 빚었다. 문제 학생의 부모는 공식 사과했고 해당 보도를 낸 언론사도 사과했다. 이른바 ‘언론이 만든 ‘천재소녀’ 해프닝이 왜 일어났는지 <선데이저널>이 짚어 보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사건의 발단은 미주중앙일보(워싱턴DC 지사)가 지난 6일자에서 “미 최고대학들이 주목한 한인 천재소녀…TJ 김정윤 양, 하버드∙스탠퍼드 두 곳서 동시 입학 특별 제안”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김 양을 두고 스카우트전을 벌인 하버드와 스탠퍼드가 결국 합의하에 김 양이 스스로 졸업할 대학을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 “스탠퍼드에서 초기 1~2년, 하버드에서 나머지 2~3년 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TJ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로 동부에서는 영재학교로 유명하다.
이같은 입학 특전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한국 언론은 김양의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뉴시스> 등  통신사가 앞 다퉈 그녀를 ‘천재 수학소녀’라 추켜세웠다. 거기에 김양이 직접 국내 ‘박재홍의 뉴스쇼’에 등장해 “저 때문에 잠깐 특별한 케이스(동시입학)를 만들어 주신 거로 알고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인터뷰하면서 ‘미담’은 아무 의심 없이 빠르게 국내 TV방송 언론계에서 복제됐다.
그러나 ‘천재소녀’는 실제로 김 양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그처럼 유명한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끝내 김양의 합격이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마지막으로 이런 주장은 <경향신문>이 김양의 아버지에게 건네받은 합격증을 가지고 두 대학에 직접 취재한 결과 위조라는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조작된 하버드 스탠포드 공동학습제안













국내 언론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은 이번 ‘한인 천재소녀’ 사건을 두고 그 문제점에 대해서 <미주언론→ 통신사→방송사로 번진 ‘하버드•스탠퍼드 동시 입학’ 보도, 오보 논란, 사실 확인> 과정을 낱낱이 분석해 보도했다. 
논란의 시작은 미주중앙일보 워싱턴DC지사에서 지난2일 보도한 기사 <미 최고대학들이 주목한 한인 천재소녀…TJ(토머스제퍼슨 과학고) 3학년 김정윤 양, 하버드∙스탠퍼드 두 곳서 동시 입학 특별 제안>에서 출발했다.
문제의 기사를 처음 쓴 객원기자 전영완씨는 워싱턴DC지역의 교육전문 컨설턴트다. 그는 수년 전 부터 미주중앙일보 워싱턴지사에서 아이비리그 등 대학진학칼럼을 써왔다. 대학입학관련 정보에 밝은 전씨는 김정윤(18)양이 하버드‧스탠포드 동시입학 제안을 받았다고 최초로 미주중앙 일보에 보도했다. 김 양은 버지니아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 12학년이며 영어이름은 새라 김이다. 미주중앙일보는 이미 지난해 12월19일 기사에서도 “김정윤 양이 하버드대의 제한적 조기 전형에 지원해 합격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때는 그냥 ‘그런 우수한 학생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지나갔다.



그 후 6개월이 지나고 지난 2일 미주중앙일보는 다시 김 양의 성적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하버드와 스탠퍼드가 경쟁을 벌였다가 공동 학습 제안’이라는 이같은 일류대학들의 교차 학습 조치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추가 보도로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로부터 김 양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는 일화도 덧붙여있었다. 이 정도면 미국 현지 언론도 다룰법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미국 주류사회 언론에서는 일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 정도 기사면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스에도 등장할 만한 뉴스감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사는 김 양의 아버지 김정욱씨가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출신이란 사실까지 더해지며 김 양의 ‘신상’에 대한 믿음은 강해졌다. 미주중앙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뉴시스∙연합뉴스 등 통신사가 현지 특파원들의 생각까지 곁들여 앞 다퉈 김 양을 ‘한인천재소녀’로 둔갑시켜 소개한 것이다. 


공개한 하버드 대학 합격증은 위조


더구나 여기에 지난 5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정윤 양은 “저는 아마 하버드 졸업장을 받을 것 같다”며 합격 사실을 기정사실화 했다. JTBC 등 방송에서도 김 양의 합격소식을 ‘미담’ 으로 소개 했다. 당장 당사자 본인의 인터뷰까지 나온 마당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러자 김 양의 기사에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TV방송과 라디오 신문 등에서 ‘한인 천재소녀’가 대박뉴스로 떠오르자 이 소식은 김 양이 다니는 학교의 한인 학생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머스제퍼슨 과학고 학생들은 “그처럼 유명한 학생이 아닌데…이상하다”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같은 이야기가 학생들 부모들에게 전해졌으며, 급기야 미씨 유에스에이 가입 주부들에게도 알려져 소위 ‘수사대’가 발동해 여러 언론사에게 전해졌다. 이즈음 국내 경향신문은 수집한  김양의 합격증을 해당 대학에 문의하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애나 코웬호번 하버드대 공보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10일 “김정윤 양이 갖고 있는 하버드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코웬호번 팀장은 김 양의 아버지인 김정욱 넥슨 전무가 경향신문에 제공한 합격증을 보내 진위 위부를 묻자 이 같이 밝혔다. 코웬호번 팀장은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스탠퍼드대에 2년 간 수학한 뒤 하버드 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어느 한 쪽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실이 나타나는 반전이었다. 스탠퍼드대 리사 라핀 대외홍보담당 또한 경향신문을 통해 “김양 측이 공개한 스탠퍼드 합격증은 위조됐다”고 밝혔다.
보도하기 전 확인 작업이 ABC이고 원칙인 기사 작성에서 제대로 된 검증 한 번 없이 미담을 쏟아 내기 바빴던 한국 언론의 망신스러운 순간이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한인 커뮤니티에는 “한국 미디어의 팩트 체킹 능력은 최악”이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한편 이번 사건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보도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언론에 등장했다. 김양은 지난해 MIT에서 주최한 제 4회 ‘프라임스 미국(PRIMES USA)’이라는 연구 프로그램에 그래프 이론에 대한 논문을 냈는데, 미주중앙일보는 “이 연구에 대한 김양의 수학적 증명이 완성 되면 전 세계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컴퓨터 혁명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해당 논문이 별 볼 일 없으며 표절의혹 마저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의 단독보도로 ‘천재소녀 사기사건’이 발각되자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등장에 환호했던 언론은 머쓱해졌다. 김 양의 하버드 입학을 강력히 원했다는 인물로 소개된 하버드대 조셉 다니엘 해리스 교수는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김 양에게 건네진 의혹의 합격증은 가짜”라고 밝혔다. 하지만 채널A 보도에서 동일 인물인 해리스 교수는 “김 양이 2019년부터 하버드 수업을 듣게 되고 내년부터 1~2년간 스탠퍼드에서 공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채널A의 해당 방송은 현재 삭제돼 있는 상태다.


한국형 일류병이 만들어 낸 고질병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가짜 천재소녀’사건 보도와 관련해 한국언론은 적어도 세 가지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 하버드, 스탠퍼드 등 특정학교라면 흥분부터 하는 고질병이다.
학교입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역경을 극복하며 성실하게 노력하는가 그 과정을 칭찬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서울대 입학 축하 플랜카드를 지역사회에서조차 걸지 못하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이 유독 일류대, 일류병에 함몰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언론의 경박함은 학부모를 울리는 법이다.
둘째, 사실에 충실하지 않고 주장에 휘둘리고 있다.
김양이 두군데 동시입학 등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런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몫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간단히 검증,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인 취재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화려한 주장이 정직한 사실을 압도했다. 특히 두 대학교에서 한 학생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주장은 매우 새로운 것이라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 주장조차도 확인 없이 천재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재료로 활용했다. 게으른 기자들의 무모한 보도행태다.
마지막으로 언론사간 언론윤리의 부재를 보는 안타까움이다.


한국언론의 경박함과 윤리부재 보도


두 대학을 중심으로 사실확인에 나선 것은 경향신문이었다. 지난10일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애나 코웬호번 하버드대 공보팀장은 전날 이 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김정윤양이 갖고 있는 하버드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라며 “김양은 하버드대에 합격한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하버드대에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통신사, 주요 방송사 등 경향신문의 확인보도를 그대로 전하면서도 출처를 밝히지 않는 반윤리적 보도태도를 보였다. 인터넷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타사의 보도를 인용할 수 있으나 그 출처를 밝히는 것은 언론윤리의 기본이다. 언론사간에 서로 서로 베끼기가 성행하다보니 이제 윤리의식마저도 둔감해졌다. 언론인 스스로 언론의 지위, 문화를 격하시키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김창룡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 “한국언론이 하늘처럼 받드는 천재,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보도가 자녀교육에 집착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일류병을 더욱 고질화시킬 것이다. 천재소녀, 천재소녀의 불행은 언론의 또 다른 먹잇감이 될 것이다. 한국 언론의 경박함과 윤리의식 부재의 민낯을 보는 부끄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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