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유병언 사망 1년, 드러나는 거짓말 그리고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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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세모그룹 시신이 발견된 지 1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정부와 언론은 사건의 초점을 유 전 회장과 구원파에 맞췄고, 국민들의 관심은 세월호가 일어난 원인보다는 과연 세월호가 누구의 것이냐에 쏠렸다. 이후 검찰 수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들이 정작 궁금해 했던 세월호의 참사 원인, 유 전 회장과 박근혜 정권과의 유착 여부, 유 전 회장의 대선자금 제공 여부 등에 대해서는 검찰은 손도 대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사라지는 사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판들이 진행됐고, 최근들어 그 결과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부와 언론이 전제했던 ‘세월호는 유병언 일가의 소유’라는 공식이 하나 둘 깨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재산환수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본지 보도 등을 통해 현 정권 실세들이 세월호 대출 등에 유독 많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고, 예금보험공사가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도 엉터리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시점에서 과연 세월호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해답은 세월호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시행령을 통해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이를 막았다. 세월호와 관련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해 6월 전 국민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방을 쫒았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을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유 전 회장에 대한 온갖 의혹을 제기했고, 정부는 전국 24만 곳에서 검거를 위한 반상회가 열었다. 한 사람을 잡기 위해 반상회까지 동원되는 경우는 군사 정권 이후로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유 전 회장은 변사체로 발견됐지만 타살, 시체 바꿔치기 설 등 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렸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 기관은 세월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쫓지 않은 채 오직 한 가지, 세월호와 유병언 일가의 연관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언론도 이런 쪽에 관련된 기사만을 썼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가정들은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무너지는 假定들

검찰은 그동안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등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및 아이원아이홀딩스, 천해진 등 수십여개 관계사들의 실소유주라는 전제를 뒷받침하는 인물은 신명희, 이석환과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FBI에 검거돼 송환된 유병언의 핵심인물 김혜경 씨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몇 개월 간 ‘신엄마’라는 별칭으로 검찰 문서와 언론에 오르내리며 유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됐던 신명희 씨. 검찰은 신 씨가 유병언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홍익아파트 224채를 차명으로 매입하였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4월 21일 항소심 법원(서울고법 제5형사부)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홍익아파트의 실소유자가 유병언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신씨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유병언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주장만 했을 뿐, 그에 대한 입증은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금수원 상무를 맡고 있던 이석환 씨 역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제주와 안산을 오가며 영농조합을 관리하고 있다. 신 씨와 마찬가지로 이석환 상무에 대한 판결에서도 유 전회장이 이석환 씨의 명의를 빌은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유 전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한 세 번 째 인물인 김혜경씨는 한국제약 대표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송환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앞서 두 사람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 주장에 따르더라도, 당초 추징 대상으로 보도됐던 김씨와 관련된 300억대 규모의 상당액은 ‘교회 자금’이다. 신명희씨 항소심에서도 이들 교회 자금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자금이 아니라 유 전 회장의 자금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명희 씨나 이석환 상무, 그리고 김혜경 대표 등이 유 전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이 아니라면, 유 전회장이 그들의 명의를 빌은 부동산과 기업체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반대로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검찰이 지목했던 유병언 관계사들은, 당초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주장했던 대로 교회재산이거나 유 전 회장의 자녀 및 친인척을 포함한 등기부등본 상 명의자들의 소유라는 얘기가 된다.

구원파가 본국 언론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언론중재위 소송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본국 언론은 검찰의 공식 발표나 검찰이 흘리는 정보에 따라 제대로된 검증절차 없이 유 전회장이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소위 ‘유병언 계열사’들의 실소유주라고 보도해왔는데, 최근 잇따라 언론중재위 심판에서 정정보도 조정을 받고 있다. 최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으로 한 언론사에 실린 반론보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유병언 전 회장 측에 확인한 결과, 유병언 전 회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실소유주가 아니며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운영하지 않아 청해진해운의 회장이라 할 수 없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언론중재위 판결은 본국에서 사실상 법원의 판결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만큼 이는 법원의 판결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국회법 시행령 손질 거부한 이유

이처럼 청해진해운이 유병언 전 회장의 소유가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해답이 검찰 조사를 통해서 밝혀지기 어렵다. 결국 국회법 시행령을 통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당시 여야간의 최대 격돌지점은 박근혜 정부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만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시행령이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면서 법의 입법취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세월호특조위 주요 핵심 위치에 공무원들을 배치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줄곧 제기됐다. 오죽하면 세월호특조위는 물론 야당과 여당 원내대표조차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에 대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들이 입을 모은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국가의 잘못은 없는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쳐야 할 점은 없는지를 규명하는 특조위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공무원이 주요 핵심 직위를 차지해 진상규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중 위원회의 정원 및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는 위임조항은 이번 논란의 단초가 됐다. 즉, 세월호 진상조사 과정에서 가장 큰 진상규명 책임을 가지고 있는 조사1과장을 검찰 서기관이 아닌 민간인이 맡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요구의 전부였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담긴 온갖 문제점은 다 포기하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정부 입법권과 사법부의 (법령) 심사권을 침해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권과 사법권을 동시에 침해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나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해 원하는 결론을 얻으면 될 일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는 박 대통령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격노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국회법 개정이 세월호 참사 당일의 이른바 ‘사라진 7시간’ 등에 대한 조사를 의식한 정치공세이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의 이런 정략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그런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은 대통령에게 악몽을 더 키운 협상결과를 들고 나온 유 대표에 대한 분노가 ‘위헌론’이란 이름의 다이너마이트로 폭발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된 것에 대해 국회의 법안심의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시절 공동서명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그 내용 그대로 발의한 것. 당시 이 개정안은 동료 의원이었던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었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청을 행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번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과 ‘강제성’ 여부에 대한 일부 해석 차이만 있을 뿐, 근본 취지가 같다. 의원이었을 때와 대통령이 되어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박근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겠단 취지다.

안 의원의 개정안에는 ‘국회 상임위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법’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6일 재의가 무산된 국회법 개정안보다 시행령 수정에 대한 강제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발의된 개정안은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대표 발의했으며 원내대표단 16명이 공동 서명했다.

청와대는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법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그렇게 지칭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맞섰고 있는 것.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의 이름을 법안 이름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그 법을 발의한 것이 아니고 (안상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공동 서명했다”고 책임을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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