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파격적 미국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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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적인 미국방문(9월 22일-27일)을 끝내고 27일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미국 방문 직전 쿠바 방문을 마친 교황은 지난 22일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이례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두 딸의 영접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27일까지 워싱턴DC, 뉴욕, 필라델피아 등 3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깊은 의미의 연설과 자애로운 행동으로 미국민과 세계인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교황은 6일 동안 방미 중 대규모 만찬이나 환영 리셉션도 없었으며, 차량도 리무진이 아닌 피아트 차량에 식사도 생수와 바나나 등으로 검소하게 지냈다. 또한 교황은 뉴욕 9.11 테러 현장을 방문하고,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의 합동 추모 의식에도 참석했다. 교황은 교회 성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였으며, 장애자와 노숙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고, 교도소를 직접 방문해 복역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추구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이 미국 방문 중에 동시에 미국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미 행동이 상대적으로 가리워 지기도 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중 오바마 대통령 회동, 워싱턴D.C. 시내 퍼레이드, 성 매튜성당 기도, 바실리카 국립대성당 미사 집전(이상 2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대중과의 만남, 성패트릭 성당 방문(이상 24일),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 방문, 매디슨 스퀘어 가든 미사 집전(이상 25일),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미사 집전(26일), 세계 천주교 가족 대회 거리행진(27일) 등의 일정을 마쳤다.
교황은 지난 24일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헬기를 타고 맨해튼 남쪽 월스트리트 헬기장에 내렸다. 여기서부터 성 패트릭 성당까지 쇼핑거리를 카퍼레이드가 펼쳐졌다.  교황 도착 10시간 전인 이날 오전부터 도로에 나와 기다리고 있던 수만 명의 뉴욕 시민들은 교황이 탄 차량인 ‘포프모빌’이 지나가자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를 연호했다. 너도나도 휴대 전화로 교황의 모습을 찍기에 바빴다. ‘할리우드 스타’나 ‘스포츠 영웅’ 이상의 환영이었다. 교황은 곧 이어진 미사를 집전하며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가톨릭 성직자들을 향해 “세속적 성공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정한 성공의 기준’과 관련해 “(예수님이 못 박혀 숨진) 십자가를 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의 강론이 “(성직자들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물질적 안락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세상 사람들에게 ‘겸허하게 살아갈 것(live humbly)’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이튿날인 25일엔 맨해튼의 가장 ‘낮은 곳’이라 할 수 있는 빈민가(할렘)를 찾았다. 또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끌어안고 함께 슬픔을 나눴으며 이민자와 노숙인들까지 보듬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은 교황의 주요 행적을 소개한다.


 

미상하원 연설: “이민자들을 감싸 안아야”

교황은 지난 24일 미 의회 합동연설서 먼저 이민자 문제와 관련, “국가 건설은 우리가 항상 다른 사람들과 관계해야 함을 인식할 것을 요청한다”며 “호혜적 연대의 감정을 갖고 적대 감정을 버려야 한다”며 ‘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이민자 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교황은 유럽의 난민사태와 멕시코 등 미국의 중남미 이민자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항상 인도주의적이고 공정하며 형제애를 갖고 대처해달라”며 “그들의 수에 놀라 물러서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등 그들을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이 더 좋은 삶과 사랑하는 가족, 더 좋은 기회를 찾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상기시켰다.
생애 첫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의회 연설에서 시리아 난민사태를 언급 하면서 전쟁과 가난으로 이민을 택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기후변화와의 싸움, 종교적 극단주의 배척, 사형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특히 교황은 전날 백악관 환영행사에 이어 기후변화와 이민자 문제 등 2016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주저 없이 의견을 피력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어 교황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고 미국, 특히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은 “인간의 행위가 일으킨 환경 악화의 가장 심각한 결과를 막기 위해 용기 있고 책임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종교와 정치의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어떤 종교도 개인적 망상이나 이데올로기적 극단주의의 형태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모두가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종교의 자유, 지식추구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한편으로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과 싸우기 위해 섬세한 균형이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은 미국이 세계 최대 무기 거래국인 점을 의식한 듯 “왜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개인과 사회에 끼치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에게 팔리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슬프게도 그 답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돈이다. 피에, 특히 무고한 피에 흠뻑 적셔진 돈”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황은 사형제와 관련, “성서의 황금률은 생명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여했다”며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지구에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끊임없고 단호하게 공동선을 추구함으로써 동료 시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입법 작업은 늘 모든 국민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가적 이상에 대해 종교적 설교와는 전혀 거리가 먼, 확고한 선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UN총회 연설:  “난민을 보호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일 제70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세계 평화와 인권에 대한 유엔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국제 사회의 분쟁과 불평 등이 해결되지 못하는 데 강하게 비판했으며, 특히 현재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촉구했다.
교황은 권력과 물질적인 풍요를 향한 이기적이고 무한한 욕심은 천연자원의 남용과 약자와 빈곤층의 소외를 야기한다면서, 이는 중대한 죄라고 지적하면서 각 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위해 확고한 조치를 취할 것도 촉구했다.
교황은 중동과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등에서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국제법의 범주 안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소수민족과 종교적 소수계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 을 막고,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특히 낙태, 마약 밀매, 교육 등 전 세계에 걸친 이슈를 다양하게 거론하며 유엔 회원국 대표단들에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교황은  먼저 국제 금융기구들을 향해 “국제 금융기구들은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힘쓰고, 이들이 억압적인 대출 시스템(oppressive lending systems)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시스템이 국가와 사람들을 더 심한 가난과 배제, 종속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몰아넣고 있다”라며 “모든 종류의 남용과 고리대금은 강력하게 제한받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지구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환경의 권리’를 거론하면서 “우주는 창조주로부터 내려온 사랑의 과실”이며 “인류는 자연과 환경을 잘못 사용하고 파괴할 권리가 없다”라고 역설했다. 특히 교황은 “힘 있는 국가들이 권력과 물질적인 번영을 위해 이기적이고, 끊임없이 돈에 목말라하고 있다”면서 “지구의 천연자원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고, 약하고 빈곤한 계층을 더욱 소외 시킨다”라고 강대국의 환경오염과 약소국 억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교황은 빈곤 계층의 교육받을 권리와 함께 ‘주거, 노동, 토지’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강조 하며 “전 세계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식량과 식수, 일터와 쉼터, 그리고 종교적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교황은 마약 밀매를 거론하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소리 없이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마약 밀매는 곧 인신매매, 돈세탁, 무기거래, 아동 착취 등 다른 형태의 부패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교황은 그동안 낙태와 인류 평등에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음에도 “생명은 모든 단계에서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라며 “남성과 여성은 ‘자연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강조하는 등 가톨릭의 기본 교리를 밝혔다. 또한 전 세계의 핵무기 개발 경쟁, 이슬람국가(IS)의 종교 탄압과 문화유산 파괴를 비판했다.
교황은 모국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세 에르난데스의 시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는 서로 연대해야 하는 것이 제1 법칙”이라며 “우리가 서로 다투면 외부의 적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라고 인류의 강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연설을 마쳤다.

필라델피아 연설:  “어떤 곤경에서도 낙담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 오후  고등학생 밴드가 이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 ‘로키’의 주제곡 을 연주하는 가운데 교황은 환영 나온 인사들의 영접을 받은 후  ‘인디펜던스 몰’에서 행한 연설 에서 “여러분 중 다수는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희망으로, 개인적으로 큰 대가를 치르면서도 이 나라로 이민을 왔다”며 “어떤 어려움과 곤경을 만나더라도 낙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앞서 이 곳에 온 선대처럼 여러분들도 많은 은사를 여러분 의 새로운 나라에 가지고 왔다. 여러분이 지닌 전통에 대해 절대로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은 또 히스패닉을 포함한 미국 내 이민자들에게 자신이 사는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이 자리를 통해, 종교가 무엇이든, 이웃애를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하느님이 준 은사의 존귀함을 지키고, 빈민과 이민자들을 보호함으로써 ‘평화의 하느님’으로 활동해온 사람 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 이라면서 “여러분은 그들의 목소리”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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