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은행 최운화 행장 특별기고 <전환점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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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선데이저널이 33주년이 되었다. 보통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3년이니 강산이 변해도 세번도 넘게 변했을 것이다. 실제로 경제계만 해도 수많은 대형변화가 있었다. 우선 80년대 초반만 해도 이자율이 20%를 넘어서던 시절이었고 이로 인해 경제도 힘들었지만 부동산대출에 치중하던 수많은 은행들이 고초를 겪었다. 이자율이 정상화되면서 다시 경기가 순항을 하던 중에 1987년 블랙먼데이라는 주식시장 대폭락을 겪고 그 이후 80년대 후반 저축은행사태로 5년 간의 불경기에 접어든다.  90년대 중반에 들어 세계경제는 가빠른 성장을 했으나 다시 지나친 단기자금 의존도가 결국 문제가 되면서 우리에게는 IMF사태로 잘 알려진 아시아 환란사태를 겪게 된다.
다행히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세계유동성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20세기를 마치지만, 이 때 풀어논 지나친 유동성이 나스닥거품을 키우다가 21세기 시작과 함께 거품붕괴를 가져오면서 2008년 급기야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하고 리먼블라더스 몰락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올 들어 경제회복이 가시화 되면서 ‘전환점에 선 미국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서운 위기감이 엄습해오는 앞으로의 10년을 대비해야하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필자: 최운화(유니티 은행장)

미국은 IMF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9.11사태와 대형회사들의 회계부정사건이 강타한 미국경제는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다시 연준은 대량의 유동성 공급확대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여기에 중국경제성장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주택시장의 초호황이 연결된다. 그러나 이 초호황은 지나친 대출관행의 파행인 서브프라임사태로 연결되면서 다시 금융시장위기를 초래하고 마침내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몰락과 함께 대불황 시대에 접어든다.
그 이후 미국정부의 구제자금과 재정확대 그리고 연준의 천문학적 유동성확대를 통해 대불황이 1930년대의 대공황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시도했고, 그 결과 미국과 전세계는 큰 위기를 모면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과 세계경제는 확실한 회복을 했다고 하기 어렵다. 세계 3대 선진국 시장인 미국, 일본, 유럽이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빠른 성장과 엄청난 인구로 새로운 강자로 나타난 중국도 금년 들어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그동안 중국에 원자재를 공급해 성장하던 여러 신흥국들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와중에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한 유가로 인해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계속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불확실성은 이자율을 결정하는 연준의 입장이 1년 이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서 여실히 들어나고 있다.

물가와 고용의 상반관계 필립스 곡선

2013년부터 시작해 2014년에 시장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가 마감되었을 때만 해도 연준의 긴축기조로의 전환은 연속되리라고 예상되었다. 이 연속성은 기준금리의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2014년 양적완화가 끝났을 때만 해도 늦어도 금년 6월 부터는 이자율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되었었다.
그러나 이미 9월 회의에서도 올리지 못한 금리는 과연 올해안에 올릴 것인가 조차도 장담하기 어려운 혼미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의 미국경제를 평가해보는 것은 과연 연준이 이렇게까지 고민해야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가장 정확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연준이 이자율을 올려도 되겠다고 하는 입장을 정리해보자. 연준은 두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고용안정과 물가안정이다. 물가가 오를 것 같으면 돈을 줄여 물가안정을 시도하고, 실업율이 높아지면 돈을 풀어 경기활성화를 유도한다.
이 논리는 경제학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물가와 고용의 관계가 상반된다는 필립스곡선에 근거한다. 즉 물가가 높을 때는 실업율이 낮고 반대로 물가가 낮아지면 실업율이 높다는 현상인데, 연준은 이 원리를 기반으로 돈을 풀고 줄이고 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지금 미국은 돈을 줄여야한다. 우선 실업율이 매우 낮아졌다. 현재 5.1%대를 기록하고 있는 실업율은 자칫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인건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실업율이 낮으면 물가상승의 위험이 높아짐으로 이자율을 올려서 돈을 줄여야한다.

그렇다면 이미 실업율로 보면 이자율을 올려도 되는 또는 올려야만 하는 상황인데 왜 자꾸 못올리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연준이 쉽게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원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오르기는 커녕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실업율이 낮으면 인건비가 올라야하는데 인건비가 오르지 않고 있고, 세째는 미국 외 국가들의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원유가 하락이 주도하는 물가하락은 이자율 인상의 정당성을 모호하게 한다. 물가가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이자율을 올린다는 것인데, 물가가 하락하는데도 이자율을 올린다는 것이 모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준은 원유가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이 하락단계가 지나고 나면 물가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일시적 원유가 하락 물가상승 본격화 전망

둘째로 인건비 상승이 미약한 점은 연준에게 더 근본적 고민을 안겨준다. 연준의 논리는 실업율이 매우 낮아져서 인건비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언젠가 전방위적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이자율을 올려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건비 상승이 지지부진하다. 그러면 뭔가 실업율 하락과 인건비 상승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안맞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업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상승압력이 크지 않는 이유로는 고용시장참여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유력하다. 미국의 실업율 계산방식은 아예 일자리를 찾지 않는 사람 즉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시장참여율이 낮아지면 실업율이 낮아진다. 자칫하면 착시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노동시장참여율은 2000년 초 이후 계속 떨어져 지금은 30년 만에 가장 최저치 수준까지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실업율이 아주 낮아졌다고는 하나 노동시장참여자가 줄어든 부분을 제외하면 아직도 8-9%대의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지금 실업율은 수치상으로는 낮아도 인건비를 올릴만큼 위협적 수준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지난 금융위기 이후 고용이 늘어난 부분은 많은 경우 파트타임 직원들이다. 이들의 비중이 늘어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등 여러 부대비용이 줄어들어 인건비를 낮출 수 있고, 직원도 정규직으로 이동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정규직이 나오면 시간 당 인건비가 낮더라도 움직일 동기가 강해 인건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연준, 실업율 낮아도 위협적 수준 못느껴

이렇게 미국의 고용시장의 실체를 자세히 보면 실업율이 낮다고 해도 노동참여자가 줄어들면서 실제 일하는 사람은 늘지 않고 있고, 또 파트타임 직원들이 많아 언제라도 정규직으로 이동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압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더 나아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소득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일하는 사람이 늘지 않고 파트타임 직원의 비율이 올라가다보니 개인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가 크게 성장하지 않게 되고 주택구입능력자도 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이어서, 과연 경제가 물가상승을 걱정할 만한 수준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세째로는 현재 경제상태를 보면 미국만 잘 나가고 있다. 그나마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다음인 중국의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는데 금년 들어 중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힘들어진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중국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많은 신흥국 특히 원자재를 팔아 경제를 지탱하던 브라질, 베네주엘라 같은 국가들은 치명타을 받고 있다.
이들 신흥국가들은 중국으로의 수출하락으로 충격을 받지만, 원자재 가격하락으로도 타격을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 경제의 급격한 악화를 우려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이들 자금이 가장 안전한 미국으로 몰리면서 이들 신흥국가들은 자본의 이탈과 자국 화폐가치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렇게 신흥국들이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자 마침내 세계경제를 지휘하는 IMF는 미국 연준에 이자율 인상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만약 미국이 이자율을 올리면 가뜩이나  빠져나가는 달러자금이 더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신흥국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고, 달러로 돈이 몰리면 달러가치가 더 상승해 달러로 대부분 거래되는 국제원자재 가격은 더 하락해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수입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IMF의 요청에는 이렇게 신흥국들이 어려워지면 결국 미국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도 깔려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비록 미국은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어서 외국국가들의 어려움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나, 신흥국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은행들의 대출이 부도가 날 것이고, 돈이 급한 국가들이 달러를 만들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팔면 미국채권시장의 이자율이 크게 오를 수도 있는 등 아무래도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노동참여율 하락에 따른 반사적 착시현상

이러한 내용을 다 종합해보면 미국 경제의 현주소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현재 미국은 고용면으로 볼 때 안정적이다. 고용이 안정적이면 인건비 상승이 뒤따르면서 소득이 오르고, 소득이 오르면서 소비가 늘어 경제성장이 촉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용안정이 노동참여율 하락에 따른 반사적 착시현상인 면이 있고 또 많은 신규고용이 파트타임 직원이어서 자칫 허상일 가능성이 꽤 높다. 따라서 고용지표가 좋다고는 해도 실제로 소득상승이 지지부진하고 경제성장도 저성장기조에 빠져 있는 저성장, 저임금 구조가 미국의 현주소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여기에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서 국제원자재 가격 특히 원유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물가가 떨어져 저물가 현상이 퍼지고 있다. 저물가 현상은 원자재 수출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던 많은 신흥국들의 경제를 힘들게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경제가 나빠지면서 그동안 신흥국에 투자되었던 달러투자가 빠지고 있어 그들 국가의 화폐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폭등하는 등 이중삼중의 경제문제를 야기한다.
미국의 고용성장도 실제로 파헤쳐보면 그렇게 강하지 않고, 그 동안 중국성장에 의존했던 신흥국들은 침체에 빠져들고 있고, 신흥국들의 주상품인 원자재가격은 떨어져 저물가를 가져오고, 일본과 유럽은 아직도 저성장이어서 그들이 세계경기를 떠받쳐주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고용도 아직 약하고, 물가상승 압력도 없고, 세계경제는 주저앉으면서 글로벌 위기는 커져가는데 과연 금리인상을 해서 얻을 이익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지금에 와서 정당성을 찾자면 너무 돈이 풀리고 실물경제가 약하다 보니 투기시장만 커져 주식과 부동산의 거품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미연에 막자는 이유를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중국경제의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의 부진으로 상당히 조정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렇게 큰 이유가 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뉴노멀 (New Normal)시대, 미국 경제상태 표상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미국과 세계는 저성장, 저물가, 저임금의 시대에 처해 있으며 이런 상황은 금리도 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경제구조의 전주곡이었다는 의견이 서서히 인정받아가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가 낮아지는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 (New Normal)시대가 지금 미국의 경제상태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 연준의 이자율 인상결정은 바로 이 뉴노멀이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굳혀지느냐 아니면 다시 강한 성장을 할 수 있느냐에 판단에 달려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은 뉴노멀이 굳어지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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