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속셈 반기문, 방북 진짜 노림수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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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별명 중 하나가 반반(潘半)이었다. 이 별명에는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긍정적 의미는 ‘반기문의 반만 쫓아가도 성공이다’라는 의미였고, 부정적 의미는 ‘이도 저도 아닌 우유부단하다’는 것이었다. 항상 반쪽 자리 행보를 보여 왔던 반 총장이 최근 들어 본국 대권 주자로 부쩍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그를 대권주자로 밀고 있는 곳은 야당이 아닌 여당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하다가 노무현 정부의 전폭적 지지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던 그가 지금의 여당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어놨더니 이제는 자신을 총장으로 만들어준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차기 대통령까지 넘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가를 부르며 박근혜 대통령과 연합전선까지 구축하고 있다. 최근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방북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메신저 역할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반기문 총장의 방북 뒤에 숨겨진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의 노림수를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한국과 미국 중국 언론을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빠르면 이번 주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본국 정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반 총장의 방문이 성사될 경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과 1993년 부트로스 갈리 총장 이후 역대 세 번째다. 그동안의 분위기를 보면 분단국이자 유엔군 군사정전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북한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를 만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정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북은 역대 사무총장들의 큰 관심 사안이었다. 그런데 반기문 총장이 한국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북은 역대 총장들의 방북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반 총장은 지난 5월에도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한 바 있다.

노벨평화상도 염두

반 총장은 이번에 개성이 아닌 평양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확실시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기구(OANA) 회원사 등과 공동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직후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반 총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 최외출 영남대 교수

현재 본국에서는 보수 정권 대통령이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주재한 제6차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회의에서도 북한 내수시장 활성화와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강조하는 등 잇따라 대북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어 반 총장의 방북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지난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이후 8ㆍ25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행사, 남북 민간교류ㆍ협력 확대 등 남북관계가 개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반 총장 방북에 대한 선물 보따리로 우리 측의 3차례에 걸친 제안에도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관심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여부다. 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 자신의 지지율을 뒷받침해 줄 원동력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초 쯤에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 이는 총선에도 영향을 끼쳐, 친박 인사들이 대거 당선될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할 만한 카드로는 반 총장만한 카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반 총장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반 총장을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반 총장은  남북정상회담 성사 – 노벨평화상 – 대선 후보로 발돋움하는 그림까지 머리에 그리고 있다고 한다.

반 총장의 이 같은 플랜의 전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손을 맞잡는 것이다.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시점은 2017년 대선을 1년여 앞둔 내년 12월. 과연 반 총장이 이때부터 대권 의지를 내보이며 대권 고지에 도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일단 본인은 지금까지 대권에 관심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반복해 왔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했을 때 “유엔 사무총장으로 8년 반 동안 재직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며 “국내 정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외교관으로서 평생을 살아왔고 정치권에 이렇다 할 기반도 없는 반 총장이 험난한 정치판에 들어가 버틸 만큼 권력 의지가 강하지 못하다는 분석도 많다.

친박 대선주자 로드맵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반 총장은 항상 나머지 반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 총장은 현재 권력 의지가 없다기보다는 당내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선 판에 끼어들었다가 불쏘시개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친박세력이 당내 지원군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숨에 지지기반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친박들이 자신을 지지하기 위해서 반 총장이 현 정권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그의 위치로 보면 박근혜-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만한 것이 없는 셈이다.

친박도 군불때기에 한창이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정무특보는 최근 “대선에 도전할 사람은 충청 지역에도 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특정인물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충청지역 정치인들을 헤아려보면 반 총장을 의식한 발언이다. 결국 윤 특보의 발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이다. 본인도 자신이 충청 출신임을 강조하며, 한국 방문 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역 행사는 꼭 챙기는 집착을 보였다. 윤 특보의 ‘충청’ 언급과 겹친다. 대선 출마 시 ‘충청 대망론’의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친박이 영남에서 표를 가져오면 그는 대선 후보로 상당한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친박 측이 반기문 총장과 비공식 접촉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가에서는 “친박의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반 총장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며 양자 간 접촉설이 흘러다니고 있다. 서 최고위원 역시 충남 천안 출신이다. 반 총장이 2013년 휴가차 방한했을 때 박 대통령의 ‘숨은 비서실장’으로 통하는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과 새마을운동 세계화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도 이 ‘접촉설’의 근거다.

뜬금없는 새마을운동 찬가

반 총장도 박 대통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반 총장의 잇따른 새마을운동 예찬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새마을운동 전도사인 최 부총장은 반 총장과 수시로 만나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협의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DMZ 평화공원,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는 소문이 나돈다. 반 총장은 지난 9월 말 박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했을 때도 박 대통령에게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새마을운동이 산불처럼 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새마을 운동이 처음 시작될 때 저는 공무원으로서 새마을 운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노력을 했고, 제가 살던 마을과 나라가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있는데 대해 박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의 연설이 끝나자 활짝 웃으며 크게 박수를 쳤고, 이어 고개를 돌려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오찬과 유엔총회 및 반 총장 주최 오찬, 유엔평화활동 정상회의 등 방미 기간 중 7차례나 만났다.

반 총장은 친박과의 동맹 이외에도 대선 주자로서의 욕심을 차츰 드러내고 있다. 반 총장은 그동안 한국 내에서 관련 보도가 나올 때면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차기 대선주자로 회자되는 것이 유엔 사무총장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언론에 자제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는 한국 특파원들과의 접촉도 최대한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반 총장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답변만큼은 하지 않아 가능성을 열어두곤 했다. 연초에도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 뉴욕에서 반 총장을 비밀리에 만나고 갔다는 소문이 도는 등 그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9월 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태산’(泰山)에 오른 사실도 뒤늦게 언론에 알려졌다. 산둥성 태산은 중국 역대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한 곳으로, 대권을 꿈꾸는 한국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복(福)을 비는 성스러운 산으로 통해 왔다. 특히 ‘태산을 오르는 도중 비를 맞으면 뜻을 이룬다’는 속설은 한국 정치권에도 꽤 알려져 있다. 마침 반 총장이 태산을 오를 때 비까지 내려 중국의 SNS인 웨이보 등에서는 ‘반 비서장(유엔 사무총장을 중국에서 부르는 명칭)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이 화제가 됐다.

친인척 비리 혹독한 검증 넘어야

친박계 인사들과 본인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가 대선 때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검증에 돌입하게 되면 반 총장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본지가 이미 수차례 보도했던 대로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후 유엔주요 기구가 반 총장 조카 소속회사 건물에 입주한 바 있다. 이것이 의도적인 것이라면 사익을 위해 사무총장 직위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반총장의 실제가 경남기업을 상대로 친인척들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의혹도 본지가 제기한 상황이다. 대선 정국에서는 이런 의혹이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이런 검증대에 한 번도 올라보지 않았다. 혹독한 검증이 그가 쌓아놓은 명예를 도리어 깎아 먹을 수도 있다는 점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을 끝내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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