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특집>미국은퇴자협회 AARP의 위상과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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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인동포 중 50대 이상 된 중장년층은 AARP라는 단체에서 오는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한번 이상. 또는 수십번을 받아 보았을 것이다.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이런 우편물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버리겠지만 한번쯤은 주위 사람들과도 상의하면 의외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번쯤은 노후에 관한 새로운 계획을 세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AARP라는 단체는 ‘미국은퇴자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로 말 그대로 은퇴자들을 위한 모임인데, 실상 펼치는 활동이 다양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은퇴자라는 말도 잘 안 쓰고 공식 단체 명칭도 AARP만 사용하고 있다. 1년에 회비가 16달러이지만, 이 단체가 주는 혜택을 꼼꼼히 챙기면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이미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가입하고 안하고는 전적으로 개인들의 자유이다.  <성 진 취재부 기자>

1958년 캘리포니아에서 ‘은퇴교사협회’로 설립된 AARP는 1960년대에 타직종의 은퇴자들도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은퇴자는 물론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가 됐다. 실제로 회원 중 반 이상이 전업 또는 시간제로 일을 하고 있다.
AARP는 50세 이후 연령층의 자기계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복지 프로그램, 교육, 자원봉사 지원, 구직정보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노후에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면서 사회에 기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AARP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늙는다는 것은 태도의 문제다’, ‘경험이 차이를 만든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금 세계는 노인들이 나이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노화의 개념을 뒤엎는 ‘노인혁명’의 시대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정치 숨은 힘은 바로 노인

미국이란 나라는 수많은 로비 단체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각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정치계나 경제 사회면에 압력을 넣어 이익을 도모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내 노라 하는 로비 단체들이 많다.
자타가 공인하는 3대 로비단체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미국•이스라엘 공공 정책위원회(AIPAC)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는 최근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총기규제 문제에서 이 단체 때문에 총기규제가 잘 안 이뤄지고 있는데 바로 전미총기 협회(NRA)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AARP이다. 이 AARP는 조직규모나 로비자금 면에서 미국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자발적 의사로 구성된 회원단체로는 로마 카톨릭교회 다음으로 큰 조직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인 50세 이상 인구 중 절반을 넘는 4천만 명 이상이 회원에 가입해 있고, 워싱턴 본부의 직원 수도만도 2,100명 이상이나 된다. 회원이 되는 자격은 50세 이상이고, 50세가 되면 미국인 대부분이 이 AARP에 가입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란 것이다. 가입회원은 1년에 16달러의 회비만 부담한다고 한다.
이 회의 구호는 “흩어지면 죽는다(Divided We Fall)”로 과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주창한 구호와 비슷하다. 이 단체도 ‘단결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회원의 평균 나이는 65세라고 한다.
이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약 20%로, 정치인들이 이 단체로부터 편지라도 받으면 꿈질하게 된다.
과거 오바마와 메케인이 대통령후보로 경쟁 할 시, 타임지와 AARP가 공동으로 양 후보를 별도로 불러 텔레비전 대담 갖고 생중계를 할 정도의 위상과 파워를 가진 단체이고, AARP에 밉보이면 정치 생명은 끝이라고 겁을 먹는 것이 미 정치인들의 공통된 인식이라 한다.
미국 상.하원 의원의 거의 90%가 AARP 회원이라고 하니 미국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숨은 힘은 바로 노인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인구 12%, 유권자 20% 회원

1958년에 설립된 AARP는 국내에서는 아직 편의상 ‘미국은퇴자협회’라고 부르지만, 정작 AARP는 몇 년 전부터 모든 공식 문서에 협회의 전체 명칭(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이 아니라 약칭(AARP)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협회가입 대상을 은퇴자로 한정하지 않으며, 중•고령자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AARP의 의지가 담겨 있다.
AARP 국제부 브래들리 셔먼 수석 고문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더 이상 은퇴자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으며, 시니어의 은퇴 여부와는 관계없이 50세 이상이 되는 이들을 위해 열려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AARP가 그 활동영역을 국제무대로 넓히기 위해 ‘미국의 은퇴자만을 위한 단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인다.
AARP는 ‘실질적인 가능성을 위한 동반자(An Ally for Real Possibilities)’라는 새 슬로건에서 AARP 단어의 새로운 뜻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령자 대상의 커뮤니티 운영 방식, 기업과의 사업제휴 모델,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한 시니어 미디어 사업, 미국 내 주요 도시를 순환하며 상•하반기로 개최하는 시니어 박람회 사업 등은 비영리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채롭다. 전 세계 기업들이 가장 이상적인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로 AARP를 벤치마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ARP는 전 세계 은퇴자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인구의 약 12%, 유권자 규모로는 20%가 AARP의 회원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13.1%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AARP에 가입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이 많은 사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회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하다는 데 있다.
AARP에 가입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50세 이상이면서 수중에 16달러(1년 연회비)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누리는 혜택은 그 이상이다. 메디케어 메디칼 안내, 각종 생명, 의료, 자동차 보험 등등 안내, 신용카드 사용액의 포인트 적립, 호텔과 리조트 등 여행 관련 서비스 할인,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 생활 서비스 할인 등 경제적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전문가 재무 상담 무료 제공, 일자리 상담, 은퇴 설계 등 부가적인 혜택도 있다. 이 밖에 은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잡지나 회보 등의 출판물을 무료로 제공하며, AARP와 제휴 계약을 맺은 보험사나 금융사의 은퇴 관련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령화 산업 성장 대안 롤 모델

AARP 회원들이 누리는 혜택은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들의 권리를 AARP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무엇보다 크며, 회원들의 소속감을 높여준다. AARP는 은퇴자들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조직답게 은퇴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은퇴자의 이익에 반하는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회에 압력을 가한다. 백악관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는 AARP 건물의 위치가 이러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AARP는 또 은퇴자들의 소비자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우선 회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과 여러 형태의 제휴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단순하게 제품 가격을 할인해주는 제휴 서비스에서 은퇴자들을 위한 별도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합리한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회원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을 때, 그 회원은 기업이 아니라 AARP에 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기업은 3800만 명의 고객을 잃고 싶지 않다면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소비자 집단으로서 획득한 기업 대상의 강한 협상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단체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AARP의 활동은 국내 학계는 물론이며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으로부터 인구 고령화 이슈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대응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며 “고령친화산업의 성장에 대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AARP와의 적극적인 교류가 바로 산업 성장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원가입 안내: www.aarp.org

AARP가 우리세대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AARP가 강조하는 것은 “노인이 된다는 것은 드디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재창조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의미”라며, “긍정적인 태도와 건강, 경제력이 은퇴 후 제2의 멋진 인생을 창조하는 핵심 3요소”라고 밝히고 있다. AARP 관계자들과 이메일을 통해 공통적으로 얻어진 것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은퇴’와 ‘노인’의 의미가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ARP는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연령층은 81~90세, 그리고 100세 이상 인구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오래 살게 되면서 단순히 수명만 연장된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 있게 오래 살고 있다. 따라서 ‘은퇴’도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력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미국의 노인들은 나이와 무관하게 젊어서 하던 일을 계속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학교에 다니고,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인생을 재발견하고 있다.”

―은퇴와 노후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인가?
긍정적인 태도, 경제력, 건강은 50대 이후의 활력 있는 삶을 위한 핵심 3요소다. 가장 중요한 전략은 늙어간다는데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지금 50세가 되었다면, 앞으로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50세가 되면 남은 반의 인생을 어떻게 멋있게 살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은 필수다.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와 저축,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중요한 노후 대비 전략이다.

―사회 분위기가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막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도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인들을 기죽이는 이런 잘못된 생각은 고쳐야한다. 또한 노인 자신들도 ‘쇠퇴와 의존의 시기’가 왔다고 체념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줄이는 위축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우리 주위에  80세 된 노인들이 새 사업을 벌이고, 맥도널드에 가서 일하고, 자원봉사에도 열심이다. 특히 학교나 병원, 정부기관 등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골프와 낚시도 즐기고, 대학에 가서 국제정세를 다시 공부하고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원칙은 간단하다. 건강하고, 기회가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은퇴하면 사회에서 밀려난 듯 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바로 의무적인 은퇴제도의 부작용이다. 은퇴할 나이가 되면 자신이 그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무가치한 인간이 된 듯 한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60세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능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노인들이 축적한 지혜와 경험은 한 국가가 가진 귀중한 자산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인들이 가진 사회적 자산을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바로 자원봉사이다. 흔히 자원봉사를 가리켜 ‘무보수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자원봉사의 의미를 오도하는 것이다. 무보수직이 아니라 ‘기부직’이다. 젊어서 쌓은 값진 체험을 노인이 되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손자들을 돌보면서 윗세대가 쌓아온 역사와 문화를 전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도자 훈련과 조직운영은 경험 없는 젊은이들보다는 노인이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자원봉사는 자신이 남을 돕는다는 만족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기쁨, 사회의 존경까지 받을 수 있는 기분 좋고 의미 있는 활동이다.

―현재 미국의 노인 세대는 어떤 세대인가?
우리 세대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등 어려운 도전을 극복해내며 희망을 이룬 세대다. 우리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헤쳐 나오면서 서로 동지애를 느끼고, 이 나라를 성장시킨 세대로서 존경받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역사에 고난과 역경이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지금 9•11 테러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젊은 세대들에게, 이러한 도전을 극복함으로써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역할 도 바로 우리 노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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