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동포의 국내 재산권-유산상속 불이익 대처방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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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재산을 물려주면 부모를 잘 모시겠다고 약속해놓고 재산을 받고 나면 부양 의무를 저버리는 자녀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미주동포들의 국내 재산권 문제가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 남겨둔 재산을 미주가족 몰래 국내 가족이 독차지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유산 상속에서  미주 거주 가족을 제외시키는 경우가 많아 이를 찾으려는 소송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 법원은 미주동포들도 국내 재산권이나, 유산상속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 번 쯤을 재확인 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미주동포들의 불이익을 당하는 국내재산권 분쟁사안들을 사례들을 토대로 짚어 보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LA에 거주하는 P씨(여, 66)는 최근 30여년간 골치를 썩혀오던 국내 재산권 문제가 깨끗이 해결 되어 살맛이 난다고 했다. P씨의 친지가 본보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했다.
P씨는 미국에 이민 오기 전 30년 전 당시 일산과 영동에 정부가 지원하는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을 받아 복덕방을 통해 일시불로 아파트 2개를 구입하여 남동생 명의로 맡겼다. P씨는  미국에 살면서도 지난 30년 동안 한국에 있는 아파트에 관련된 세금 등을 꼬박꼬박 지불했다. 30년이 지난 P씨의 아파트 2채는 시가가 17억원이나 됐다.
그동안 남동생은 이 집에 살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병이 들어 5년 동안 고생하다가 최근 사망했다. 마침 P씨는 미국 생활에서도 돈이 필요해 동생 부인(올케)에게 아파트를 매각하자고 제의하면서, 매각이 되면 반반씩 나누자고 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올케는 ‘무슨 소리냐’며 문제의 아파트 2채는 남편 명의였고, 남편이 죽어 자연히 배우자인 올케인 자신의 재산이 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P씨는 난감했고, 한편으로 분했다. 30년 전 애초부터 아파트 구입비도 전액 P씨가 지불했고, 지난동안 아파트에 관련된 세금이나 수속비 등등 관련 비용도 모두 P씨가 지불했다.
다만 30년 전 당시 이민을 떠나는 P씨는 남동생의 명의로 아파트를 등기했다. 물론 여기에는 남동생을 살도록 도와주는 누나의 정이 더 컸다. 그러나 세월이 30년이 흘러가면서 시누이와 올케는 재산권으로 서로 등을 지게 되었다.

P씨는 너무나 억울했다. 누가 무어라 해도 그 아파트는 자신의 것이었다. 주위에 여러 사람에게 문의했다. 대부분 주위 사람들은 ‘명의가 동생에게 되어 있으니 법적으로 동생 것’이라며 아파트를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아파트 소유권 반환 소송을 해보라는 권유도 있었다.
돈이 많이 드는 변호사 보다 대서방에 의뢰하여 소송을 해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30년 전 P씨가 아파트 구입시 담당했던 복덕방 주인도 찾게 됐다. 그 복덕방 주인도 P씨의 사연을 듣고 ‘내가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P씨는 지난 5월 각종 서류를 갖추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던 지난 9월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며 법원 출두 통지를 받았다. P씨는 곧바로 한국에 나갔다. 법원에 갔는데 P씨처럼 국내 재산권 분쟁이 최근에 많아져 법원에서도 별도로 부서를 만들어 관련 분쟁을 관리할 정도였다.
P씨의 소송을 담당한 판사는 여판사였다.
여 판사는 P씨의 올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처음 아파트 구입 할 때 돈을 지불한 적이 있나요?’ 올케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후에도 아파트에 관련된 돈을 지불한 적이 있나요?’ 올케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 여 판사는 P씨에게 ‘이 아파트는 당시 소유입니다. 당시 마음대로 처분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것이 판결입니다’라고 땅땅땅 선고했다.
이같은 판결에 법조인들은 P씨가 아파트 구입 당시 증명서와 그 후 세금 지불한 영수증들을 지니고 있어 재판에서 승소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만약 이 같은 증거들이 없었다면 P씨는 자신의 재산을 찾기가 현행법으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법원을 나오는 P씨에게 올케가 낮은 목소리로 ‘내가 당신 남동생 병 수발을 5년간 했으니, 나에게 5억원을 달라’고 요청했다. 남편 병수발은 아내인 올케의 당연한 일이지만,  P씨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전해들은 주위에서는 ‘P씨가 마음이 너무 인자하다’면서 ‘그 인자한 마음씨가 재판을 이기게 했다’고 칭송이 자자하다고 한다.
본국의 재산을 되찾게 된 LA동포 P씨는 “아직도 나와 비슷한 케이스의 미주동포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어 이같은 사연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증빙서류 갖추면 승소

친척간의 부동산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케이스가 LA에서도 있었다.
지난 80년대 이민 온 L씨 부부는 딸 한 명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업무가 있어 L씨 부부는 살고 있던 주택과 다른 부동산을 고모에게 관리를 위탁시키고 한국에 나갔다. 한국에서 10여 년을 지내고 L씨 부부는 다시 LA로 돌아왔다. 그런데 고모에게 맡기고 간 주택과 부동산이 모두 고모의 명의로 둔갑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달래고 해봐도 고모는 끄떡하지 않았다. 할 수없이 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송이 계류 중인 어느날 L씨 부부는 딸을 불렀다. 그 딸은 부모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몸을 떨어야 했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딸아, 사실은 너는 내 친 딸이 아니다. 양딸이다”면서 “지금 우리와 법정 소송을 벌이는 고모가 ‘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으면 딸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 하겠다’며 협박을 해왔다”면서 “고모로부터 너가 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내가 먼저 하는 것이다”라며 모녀는 서로 껴않으며 고모의 행태에 치를 떨었다.
LA법원은 고모의 명의로 된 주택과 부동산을 원래의 주인인 L씨 부부에게 돌려주었다.
또 다른 케이스다.
한국에 있는 부모가 사망해 유산을 남겼는데, 미국에 있는 자식들을 제쳐놓고 한국에 있는 형제 자매들만 유산을 나눠가지는 바람에 미국의 자식들이 소송을 한 케이스도 있다.
지난 1992년에 이민 온 J씨(여,42)는 지난 2012년 국내에 있는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한국에 나갔다. 끝내 어머니는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고는 바로 미국에 돌아왔다. 그 후 1년이 지나서 부모가 남겨 놓은 유산은 한국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분할해 가지고, 미국에 있는 J씨에게는 미시민권자이고 시집간 딸이라 제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J씨는 처음 섭섭하기도 했지만 해외 이민자는 상속권도 없는 것으로 여겨 가슴만 태웠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교회의 한 신도가 한국 부모의 유산 상속을 소송을 통해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신도에게 달려갔다. 그 신도로부터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는 미국과는 달리 부모가 남긴 유산에 대하여 자녀들 각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속분(법정상속분의1/2)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유산은 상속자들이 공평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시민권을 지닌 자녀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류분상속법은 부모가 전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준다고 유언을 남기더라도 다른 자녀들은 최소한 유류분 만큼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장남이 이의 반환을 거부할 경우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하여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류분 반환 청구는 ‘유류분 권리자가 피상속인(사망자)이 사망한 사실과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설혹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는 것이 현행법이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J씨는 국내 변호인을 선임해 지난 2013년에 법원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끝내 유산을 나눠 갖은 형제들보부터 일정분을 반환 받았다. J씨는 기자에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여자이고 미국에 이민와 시민권을 취득한 것을 기회로 나를 유산상속에서 배제 시킨 행위가 괘씸했다”면서 “이 일로 형제간에 우애가 갈라진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유류분 제도 시대 역행

이 같은 한국의 유류분 권리는 민법상 사망한 사람의 직계비속•직계존속에게 명백히 규정돼 있지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한국의 민법은 상속재산 처분의 자유를 무제한 인정하면 가족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상속인의 생활보장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지분의 2분의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1 만큼 유류분 권리를 인정했다.
비록 부모가 불화로 자식을 멀리하거나, 또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뜻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는 유언장을 써도 유언장 효력에 우선해 상속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자식은 소송을 통해 자신의 몫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1977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제도가 최근 시대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유류분 관련법은 원래 가부장적인 가족제도가 완고하던 시절 집안의 경제권을 독점한 아버지가 재산을 장남에게만 전부 물려주거나 후처에게 재산을 몰아주고 조강지처에게는 한 푼도 남겨주지 않던 폐단을 막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가정 내 약자가 경제적으로 완전히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한 법률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증여와 상속에 아들과 딸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관습적으로도 일부일처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가정 내에서 억울하게 소외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부모가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식에게 응당한 대가로 재산을 남겨주지 않으려 해도 재산 처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현재의 유족의 상속권을 우선시하는 유류분 인정 제도는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 확대를 막는 측면도 크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지적한다.
아직은 자식을 외면하고 사회복지 단체에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는 독지가가 많지 않지만, 간혹 그런 사례가 나와도 자식이 유류분 반환 소송을 걸면 뜻을 이룰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기부단체들을 상대로 한 유류분반환 소송은 흔치 않지만, 유류분을 둘러싼 자식들 사이의 소송은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에서만 2013년 28건, 지난해 36건, 올해 20건의 판결이 이뤄졌다.
법조계의 한 판사는 “살아있는 사람의 재산 처분 권리는 전적으로 인정하면서 죽은 사람의 뜻이 담긴 유언장을 무시하고 유족의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는 법 제도는 상당히 불합리해 보인다”며 “시대에 맞게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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