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와이드특집2> 2010년 전후 SK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이 뉴스를 공유하기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78조. 재계순위 4위. SK그룹의 현주소다. 이 중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약 4조 1000억원 규모로 약 5% 남짓한 수준이다. 95%의 지분은 일반 주주들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한 사람에 의해 그리고 한 사람을 위해 굴러가고 있다시피하다. 최근 본지가 단독으로 공개한 최태원 회장과 내연녀 김희영과의 관계는  SK그룹이 회장 한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모습이 얼마나 후진기업의 모습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계열사의 돈이 회장 내연녀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최 회장이 보낸 편지 한 장을 수습하기 위해서 그룹 임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번 사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SK그룹의 사유화는 2010년을 전후해 극에 달했다. 그 때는 최태원 회장이 무속인 한 사람에게 넘어가 그룹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한 편에서는 내연녀에게 계열사를 동원해 집을 사주고,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등 그야말로 정상적 대기업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건도 따지고 보면 당시 벌어진 일들이 이제야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에 <선데이저널>은 2010년을 전후해 김희영과의 관계를 비롯해 당시 최 회장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춰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씨가 만났던 초기로 보이는 2008년 1월 SK건설은 김 씨에게 반포 2차 아펠바움 아파트를 15억5500만원에 팔았는데, 2년 뒤인 2010년 4월 SK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이 아파트를 24억원에 사줬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이 김 씨의 집을 매입한 때는 김 씨가 최 회장의 딸을 출산하기 직전이었다.

본지를 통해서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SK 측은 “2008년 미분양이었던 아파트를 김 씨가 샀고, 2010년에 버가야인터내셔널은 한국으로 출장 오는 직원들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 김씨로부터 아파트를 매입했다. 2년 새 9억원의 시세차익이 나긴 했지만 두번의 거래 모두 당시 시세대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씨가 당시 10억~20억원대의 아파트를 거래할 재력이 있었는지, 또 왜 하필 최 회장이 총수로 있는 에스케이 계열사와 부동산 매매를 하게 됐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회삿돈이 쌈짓돈

SK는 문제가 될 만한 거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본지가 제기한 또 하나의 해외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들여다보면 왜 하필 SK그룹에서 이런 일들이 많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본지의 취재 결과 국세청은 최근 강남 한 성형외과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세무조사 결과 성형외과 현금수입을 세무당국에 신고누락하고 이를 세탁하기 위해 2009년경 누락한 금액을 SK그룹에 비자금으로 제공하고, SK는 성형외과 원장이 설립한 홍콩페이퍼 컴퍼니 아시안젠싱 매니지먼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경 아시아젠싱매니지먼트는 김원장이 국내에 설립한 (주)동국컨설팅에 31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위장해 당초 누락한 31억원을 국내에 반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무조사만으로는 SK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정확하게 최 회장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희영 씨 사례에서도 보듯이 2010년을 전후해 SK는 유독 해외에 많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사업과는 관계없는 일들을 벌였다.

이러한 모습들은 최 회장이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해 결국 감옥에 들어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 회장이 2011년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도 베넥스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 계열사 자금을 임의로 넣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 특히 자금을 넣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무속인 출신으로 SK해운 고문까지 했던 김원홍 씨다. 그를 전적으로 믿었던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의 요구에 따라 회삿돈을 동원해 450억원을 김 전 고문에게 보냈고, 결국 이 돈을 떼인 것이 검찰 수사로 이어진 것. 최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SK그룹 내에서 이른바 ‘도사님’ 또는 ‘묻지마 회장님’ 등으로 불렸던 김 전 고문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증권사 영업사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명한 무속인으로 변신, 신기에 가까운 예측력을 보이며 유명세를 탔다. 2000년 무렵 손길승 전 SK 회장이 최 회장에게 김 전 고문을 소개했고, 그는 상속세 문제로 고민하던 최 회장의 현금재산을 수백억원에서 단숨에 1000억원대로 불려줬다. 이후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에게 완전히 빠졌고, 투자금으로 수천억원을 건넸다. 심지어 김 전 고문이 선물 투자로 수천억원을 날린 2008년 이후에도 최 회장은 1000억여원을 더 보낼 정도로 정상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 무속인 김원홍 씨

지난 2014년 최 회장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2010년을 전후해 최 회장이 무속인의 말만 믿고 얼마나 회사를 방만하게 운영했는지가 잘 드러나있다.
당시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진술 및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무속인) 김원홍은 최재원이 자신에게 투자위탁금으로 보낼 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계열사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해줄 것을 최태원에게 요청했고, 최태원이 이를 승낙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역시 김원홍씨의 권유로 펀드 조성과 선지급을 했지만 송금 사실은 몰랐고, 김씨한테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어떤 방법으로 속았는지 설명도 없이 단순히 속았다고만 주장한다. 또 최태원이 김원홍을 고소하면서 펀드 출자금과 관련된 행위는 고소 사실에 넣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최태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들 형제에게 “무속인 출신 김원홍씨의 말만 믿고 일확천금 획득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중요한 기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대한민국 재계 순위 5위의 재벌회장이 무속인의 말을 듣고 거액의 돈을 움직였고, 한 편에서는 내연녀를 위해 회사 계열사까지 동원하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검찰 수사 때 갈라져

결과적으로 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의 불화에는 최 회장이 절대적으로 무속인의 말을 신뢰하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 회장은 무속인을 기업 경영에 까지 끌어들일 정도로 크게 그를 신뢰했다. 반면 노소영 관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노 관장은 온누리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에게 성경공부를 받기도 했고, 소아당뇨 판정을 받은 아들과 함께 교회에 꾸준히 나갔다. 물론 일각에서는 2004년부터 최태원 회장이 대학로에 있는 조그만 교회를 나간 사실을 거론하고 있지만, 최 회장은 한편으로는 무속인에게 사실상 모든 것을 의지하다시피 했다. 그런 그에게 무속인과 붙어 지내는 최 회장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노 관장 역시 이미 6년 전부터 최 회장의 외도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2011년 검찰이 최 회장 수사에 나섰을 당시 노 관장과 가깝던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찾아가 검찰 수사를 부탁했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파다했다. 최 회장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나서달라는 읍소였다고 한다. 김 목사는 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두 사람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최 회장은 이때부터 출소 후 김희영과 아예 함께 살기로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옥중에 있던 2013년 노 관장과의 이혼을 위한 법적절차를 밟으려 했다. 그는 2013년 작성했다 법원에는 제출하지 않은 소장에서 “사업가 집안 출신인 자신과 장군(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이 성장배경, 성격, 문화, 종교 차이로 결혼 초부터 갈등을 많이 겪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결혼 전후 세간의 이목과 관심, 그로 인한 부담감으로 심적 여유를 잃어 갔다”며 “특히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배려하지 않는 노 관장의 강한 표현 방식으로 갈등이 더 커졌다. 애정이 급속히 식어갔고,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혔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역시 2011년 검찰 수사를 겪으면서 두 사람 사이가 완전히 끝났음을 인정했다. 최 회장은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난 것은 2011년 검찰이 SK그룹을 수사할 때”라고 했다. 최 회장은 2003년부터 김원홍(53) 전 SK해운 고문에게 돈을 맡겨 주식 선물 투자 등을 했는데, 2008년 추가 자금이 필요하자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재계에서는 당시 “무속인 출신의 김씨가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줘 최 회장의 신임을 얻었고, 최 회장은 한 살 어린 김씨에게 존댓말을 하며 깍듯이 대한다” 소문이 돌았었다. 노 관장은 당시 이런 최 회장과 김씨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겼으며, 이 때문에 부부사이에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7월 베버리힐스서 5만불 쇼핑

무속인 김원홍은 내연녀 김희영과 최태원 회장의 사주풀이에서 ‘최 회장과 김희영과는 악연이고 재앙이다’라고 주의를 당부했으나 ‘최회장이 뭐에 홀렸는지 말을 듣지 않아 결국에는 검찰수사로 감옥까지 가게 된 것이다’라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했을 정도로 우려감을 나타냈었다.
특히 김희영은 최회장이 지난 해 8.15 특사로 풀려나기 한달 전인 7월 베버리힐스 로데오 명품 매장에서 ‘오빠가 나오면 입힐 것’이라며 무려 5만달러어치의 명품 의류들을 쇼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딸 시아가가 다니는 용산 인터내셔널 외국인학교 학부모 사이에서는 김희영이 직접 ‘시아는 최태원 회장의 딸’이라고 말하고 다녀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외국인 학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비롯해 JP 모건 한국지사장을 지낸 임석정씨 자녀들을 비롯해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인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주변사람들은 최회장과 만나면서 끝내 남편과 아들까지 버리고 최태원 회장을 택한 김희영의 존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최회장의 어수룩한 판단에 우려를 보였다. 두 사람은 소개시켜준 사람은 미국 유명 방송사 외신특파원으로 알려진 조 모(여)씨로 평소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한국 유명 재벌급 인사들과 가깝게 지낼 정도로 마당발로 알려져 있으나 다른 일각에서는 이런 루머는 조 모씨가 일방적으로 퍼트린 말이고 실제는 다른 모임에서 만났다는 설도 있어 어떤 것이 사실이지는 아직 밝혀지고 있지 않다.

결국 현재의 모든 사건의 원인은 2009년과 2010년 전후로 최 회장이 급속하게 무속인과 가까워지면서 회사 경영을 그에게 맡기다시피 했고, 개인적으로는 김희영과 외도를 벌이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무속인에게는 회사를 맡겼고, 내연녀를 위해서는 계열사까지 동원한 것이 재계 서열 4위 그룹 수장의 자화상이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