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도주한 한인 범죄자 더이상 ‘낙원’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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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주한 사람들에 대한 미정부 당국의 ‘범인인도’가 최근 들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도주한 혐의자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한국 사법당국이 범인체포에 적극성을 보여 앞으로 미국이 범죄인 도피천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범인인도’는 양국간에 살인 및 국제적 마약범죄 등 극악한 범죄에 주로 적용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화이트칼라” 범죄인 경제사범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998년에 ‘범죄인인도협정’을 체결했다. 지난 21일 미 연방정부는 김경준씨에 대한 송환 판결에서 보여주듯 한국 정부가 증거로 제출한 내용들을 모두 인정 최종 송환 결정을 내려 향후 이에 따른 유사사건 판결이 뒤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진(취재부 기자)


미국 도주 범죄인들 줄줄이 한국 송환
미국정부는 한국에서 투자회사와 관련해 대형 횡령사건을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주한 김경준씨를 한국정부의 ‘범인인도요청서’를 받고 미 FBI가 체포했으며, 지난해 10월 송환재판에서 한국으로의 신병인도를 최종 명령했다. 또한 김씨가 송환을 거부키 위한 법적투쟁으로 최근 제기한 ‘인신구속해제’ 신청도 지난 18일에 기각 함으로서 사실상 재판은 마무리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21일에 송환 판결을 받은 지 불과 3개월도 안되어 기각 판정을 내린 것은 미국정부가 ‘범인인도협정’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경부 고속철 선정 로비에 연루돼 1999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지난해 2월 LA에서 체포된 한인사회 “올드타이머” 최만석씨(65)에 대해서도 지난해 미국 법원이 범죄인 인도결정과 함께 한국으로 인도했다. 당시 미국 연방 캘리포니아 법원은 “최씨의 범죄 사실 증거가 충분해 한국에서 계속 구금될 필요가 있고 한국 법무부의 인도청구가 범죄인인도조약 요건을 충족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최씨의 케이스는 비록 미국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범죄사건이지만 한국정부가 요청하는 ‘범인인도’를 충실히 실행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된다. 최 씨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테제베)를 경부고속철도 차량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김영삼 문민정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해 준 대가로 1994년 알스톰사로부터 1,229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수사 중 미국으로 도피하였다가 5년 만에 미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최씨는 4억원을 황명수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에게 건넸고, 경찰청 수사를 무마해 달라며 전윤기 당시 김포공항 경찰대장에게 8천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씨를 알스톰사에 소개해주고 최씨로부터 사례금으로 395만달러(약 38억원)를 받았던 로비스트 호아무개(57·여)씨는 기소돼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43억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최씨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1999년 12월 미국으로 밀항했으며, 지난해 2월 미국 경찰에게 체포됐다.
또 다른 케이스로 1997년 대선에서 국세청이 불법 정치자금 모금에 개입한 `세풍’ 사건 주역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과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미국으로 도주했던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도 결국은 미국 경찰에 체포되어 한국으로 송환됐다. 이석희씨는 도피 4년 7개월 만에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었고 최성규씨도 미국으로 도망간 지 2년이 다 돼서야 인도됐다.


외환은행 매각관련 스티브 리 한국 송환여부 관건
지난 2004년에는 “화이트칼라” 범죄로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를 받고 미국으로 도주한 정 모씨를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미국 수사기관이 체포해 한국으로 신병을 인도했다.
정씨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팀에서 퇴사, KSTC 이사로 근무하던 지난 1998년 삼성, LG반도체 전 직원들을 영입해 64메가 DRAM 회로도 등 반도체 관련 서류들을 훔쳐 대만의 경쟁업체 NTC사에 팔아 넘기려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수원지검은 지난 98년 2월 정씨가 가담한 반도체 기술해외유출 사건 수사에 착수, 김모(당시 38)씨 등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도피한 정씨를 기소중지 했었다.
수원지검은 김씨 등 이 사건 관련 공범들의 공소사실이 지난 99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뒤 미국으로부터 정씨의 신병을 넘겨받기 위한 절차를 위해 1년 기한의 사전구속영장을 계속 발부 받으며 수사 재기에 대비했었다.
그러나 ‘범인인도’가 순조롭지 않은 케이스도 있다. 한국 검찰이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인 한국계 미 시민권자 스티븐 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미국정부에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신병확보가 다른 케이스와는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을 포함한 대다수의 범죄인 인도조약이 자국민은 인도 요청국에 넘기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론스타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스티븐 리를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검찰이 기세 좋게 론스타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에 돌입했지만 스티븐 리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스티븐 리 송환은 미국 정부가 그의 행방을 파악해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결정이 어떻게 날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스티븐 리가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강력 사건을 저지른 게 아니라 탈세와 외환도피 등 경제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탈세나 외환도피 등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법 해석의 차이 또는 법적용의 시각차로 미국 정부가 한국 검찰과 전혀 다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유 없으면 대부분 송환 판결 확정적
하지만 2001년 홍대 교환학생 살인사건과 관련해 한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미국 대학생 켄지 스나이더가 손쉽게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던 것은 법적용의 해석차가 적용될 여지가 없는 살인사건 용의자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는 한국 정부가 미 연방정부 법무부에 인도청구서를 보내면 연방 법무부가 혐의자가 거주하는 주 법무부에 이를 전달한다. 주 법무부는 관할 법원에 인도심사를 청구하게 되고 법원이 범죄인 인도여부를 결정하면 미 국무장관의 최종 승인을 거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연방 법무부나 주 법무부가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할 권리를 갖고 있다. 범죄인 인도청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며 현지 법원의 심사 과정이 길어지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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