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 나지 않은 숨겨진 1인치 기사> 수사 실패 책임자가 국정원 넘버 2로 간 내막

■ 북한 핵실험조차 파악치 못한 국정원

■ 총선 앞두고 국정원 차장급 파격인사

이 뉴스를 공유하기

청와대 하명수사만 하던
최윤수 차장검사를 2차장으로 보낸 까닭은?

최윤수1본국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국가정보원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김진섭(58)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보융합비서관을, 2차장에 최윤수(49)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김 차장은 현 정권 청와대에서 일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 차장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국정원 고위직을 정권 최측근 인사를 임명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러한 비판을 우려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5일 금요일에 이 같은 인사를 공개했다. 이번 인사를 보면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인 대북 및 방첩 업무보다는 다시금 국내 정치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정원은 이병호 현 원장 취임 후 본국 정치 관련 정보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대북 방첩 정보 수집을 위한 조직 개편에 한창이었으나, 지난 1월 6일 북한이 실시한 4차 핵실험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무기력함을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청와대 하명수사만 했던 최윤수 차장을 국정원으로 보낸 것은 사실상 국내 및 각종 정보들을 이용해 국내 정치 관여 및 각종 사정 작업에만 몰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국가정보원은 지난 대선 때 조직적 댓글부대를 운영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된 후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이병호 원장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등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대북 활동에 조직적 역량을 모으려고 했다. 이를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몇몇 안가들을 폐쇄하고, 여러 차례 인사도 단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 원장의 노력은 지난 1월 6일 북한 4차 핵실험으로 인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이 담당자들을 질책하는 등 국정원 내부적으로도 동요가 적지 않았다. 결국 북한 핵실험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현 정권의 안보 무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인데, 청와대는 이러한 무능을 인정하지 않고 화살을 국정원에 돌렸다. 2월 초 국정원 차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하면서 사실상 북한핵실험과 관련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해외 및 대북 정보 파트를 담당하는 국정원 1차장에 발탁된 김 내정자는 국정원 공채 출신으로 북한정보국장을 지낸 북한통이다. 청와대 비서관을 국정원 1차장으로 보낸 것은 임기 후반기 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 강화와 조직 안정을 동시에 감안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권의 안보 무능

청와대는 단순히 대북 관련 책임자를 교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대북 담당자만 교체할 경우 정권의 안보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틈을 타서 국내 정보 책임자인 2차장까지 교체한 것. 여기에 설 연휴 기간인 8일에는 3차장까지 교체했다. 이로써 국정원장 바로 밑의 책임자인 1, 2, 3차장이 설을 전후해 모두 교체됐다. 사실 이번 인사에서 2차장까지 교체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뒤엎고 교묘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2차장 인사는 자연스럽게 국정원 안팎에 주목을 받게 됐다.

▲ 김진섭 국가정보원 1차장

▲ 김진섭 국가정보원 1차장

2차장에 임명된 최윤수 차장은 현 정권 사정라인의 최고 실세라고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최 차장이 우 수석의 사시 두 기수 후배이기는 하지만 사석에서는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우 수석은 현 정권 최고 실세인 문고리 3인방과 한 때 권력투쟁설이 돌 정도로 또 다른 실력자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의 보고스타일을 상당히 맘에 들어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후 민정수석실은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인사가 그의 손에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윤수 중앙지검 3차장으로 일할 때 특수 1, 2, 3부장이 모두 우 수석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아나운서 황수경 씨의 남편이기도 한 최 차장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장에 임명되기 전까지는 특별수사보다는 강력수사에 잔뼈가 굵은 강력통이었다.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중앙지검 특수부와 금조부 등 핵심부서를 모두 관할하는 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됐다. 그가 3차장이 됐을 때 검찰 안팎에서는 우병우 수석과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최 차장은 지난해 12월 다시 검사장에 승진했으며, 여기에 멈추지 그치지 않고 승진 2개월 만에 국내 정보기관 NO 2로 자리를 옮겼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대공 수사를 맡는 요직이다. 각종 정치 및 기관, 언론사 정보를 두루 만지작하는 실세다. 전에도 검사 출신 2차장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검찰을 퇴직하고 변호사로 한참 있다가 갔다. 그의 검찰 경력도 2차장 주임무와는 무관하다. 당연히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우병우 수석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에 청와대가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요직인 2차장을 통해 총선·대선에 본격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 우병우 민정수석

▲ 우병우 민정수석

이번 국정원 인사에 대한 정치정 중립성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3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담당했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는 3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사실상 청와대의 하명수사만을 진두지휘했다. 특수 1부는 자원외교와 농협비리, 특수 2부는 포스코 비리 등이 대표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현 정권에 부담만 주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해외자원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첫 번째 수사 대상이었던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기획 사정’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담화로 요란하게 시작된 동시다발적 검찰 수사가 전(前) 정권 실세 등을 겨냥한 ‘표적수사’로 비춰지면서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스코 비리는 깃털만 건드리다 마무리 됐다. 그 사이 포스코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윤수 차장은 지난해 12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른 검찰 고위직 인사에 비하면 사실상 특혜성 승진에 가까운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선거 때만 되면 활동

이번 인사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본국의 4·13총선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본지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정권 하의 국정원은 각종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명박 정권 때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기위해 증거까지 조작하다 결국 들통 나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 이것도 모자라 2012년 대선에서는 국가 정보기관이 조직적 댓글 부대를 운영해 선거에 개입했다. 선거 개입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몇몇 검사들을 오히려 망신주기식으로 검찰에서 쫓아냈다.

국정원이 이처럼 정치에 깊숙하게 개입되어 논란을 자초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가 마지막이었다. 여기에 국정원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해킹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서도 보안을 이유로 거부해 지금까지 그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이나 김무성 사위 이상균 씨의 마약사건이 다시 외부로 공개된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정설이다. 이런 논란을 자초한 국정원에 청와대의 코드에 맞는 사람을 2차장을 임명한 것은 후에 어떤 일을 벌일지 너무나 자명한 셈이다.

특히 최 차장의 국정원 차장 임명과 비슷한 시기에 대검찰청 산하에 반부패 TF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26일 총장 직속으로 반부패 TF팀을 신설해 김기동 전 방산비리 수사팀장을 단장에 임명했다. 특수단은 검찰 정규 직제에 속하지 않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별동대다. 특수단은 대검 반부패부를 경유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옛 대검 중앙수사부처럼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추가 투입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향후 진행할 수사에 대비해 조사실 개·보수와 보안 점검도 마쳤다. 이날 공식 출범한 특수단의 첫 타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사들은 그동안 축적된 비리 첩보 분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나랏돈이 투입된 민간사업에 대한 감사자료 등이 분석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과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연히 검찰 출신으로 국내 각종 정보들을 총괄하는 최 차장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즉 국정원 – 청와대 민정수석 – 대검찰청 – 반부패 TF로 이어지는 핫라인이 가동되면서 총선정국을 정권에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