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범위와 한계두고 한국과 미국 극명한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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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아들 사망사건 계기로 짚어 본 한미양국 법제도차이

한국은 징역형 판결 미국은 정당방위 무죄

%C1%A4%B4%E7%B9%E6%C0%A7_%BC%BA%B8%B31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상희 아들 사망사건은 양국가간의 법제도 차이로  한국과 미국의 정당방위 개념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정당방위로 판결이 난 사건이 한국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기소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상희 아들 사망사건’이다. 이씨의 아들 진수(당시 19세)군은 2010년 12월 LA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한인 동급생 이주영(당시 17세)군과 싸우다 쓰러져 숨졌다. 하지만 당시 LA검찰은 진수가 처음 싸움을 시작했고 주먹을 먼저 날렸다는 등 행위로 가해자 주영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상희씨는 한국 검찰에 고발해 가해자는 폭행치사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2월 16일 청주법원은 ‘증거 불충분’ 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은 같은 사건일지라도 하늘과 땅처럼 법 해석이 다르다. 동포사회도 이런 양국 간의 법제도에 대해 인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국은 정당방위를 ‘침해행위에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는가’, ‘침해행위가 저지되거나 종료된 뒤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는가’를 중점으로 판단한다. 한국 경찰 관계자는 “이씨 아들 사례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과잉방위’로 판단할 경우가 많다”며 “정당방위는 본인 위험을 막는 것에 한정 된다. 한쪽 폭행이 끝난 다음 폭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당방위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지난 2014년 한국에서 폭행죄로 다스린 소위 ‘도둑 뇌사’ 사건 판결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온라인 여론이 들끓었었다. 한마디로 이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당연히 ‘정당방위’ 로 끝났을 것인데 한국에서는 폭행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도둑과 결투 중 폭행까지 징역형

2014년  3월 강원도 원주의 한 주택가에서 새벽시간 도둑이 침입했는데, 귀가하다 이를 발견한 20대 아들이 덤벼들어 도둑을 제압해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도둑침입 사건인데, 사건의 발단은 아들과 격투 중에 머리를 맞은 도둑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버린 것.
이에 검찰은 과도한 폭행이었다는 이유로 20대 아들을 기소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20대 아들이 복역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당방위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사 사례 하나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었다.
당시 ‘미국의 정당방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커뮤니티의 1년 전 게시물이 다시금 화제가 됐었다. 이 게시물에는 미국의 한 여성이 911에 전화를 걸어 대화하는 내용과 가정집에 무단 침입 한 남성들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되는지 상세하게 소개됐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미국의 젊은 여성이 새벽에 911에 전화를 걸어 어떤 남자가 문 앞에 와 있다고 말하며, 자신은 아이 와 단 둘이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경찰의 출동을 요청했고, 경찰이 바로 나타나지 않자 그 여성은 권총을 꺼낸 후 다시 911에 전화를 걸어 남성이 문을 부수고 침입하면 총으로 쏴도 되냐고 묻는다. 이에 911 파견요원은 “제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할 순 없지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해야 하겠죠”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그 후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까?
이 여성은 실제 문을 부수고 들어온 남성 중 1명을 총으로 쏴 현장에서 사살했으며, 함께 침입한 남성 1명은 검찰에 의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검찰은 살아남은 남성이 함께 가택침입을 해서 친구가 사살 당하게 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와 함께 총을 쏜 해당 여성에겐 정당방위가 인정됐고, 마을주민들도 그녀의 처지를 동정해 다양한 기부가 일어났다는 게 사건의 마무리였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와 법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정당방위 여부에 대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점점 흉포화 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재 국내 현실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의 범위를 좀더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 사이버범죄 분야에서도 해커들의 처벌 강화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의 집 (웹사이트) 을 무단 침입(해킹)해서 돈(개인정보, 핵심기술)을 훔치고, 온갖 폭력과 모욕(글 삭제나 모욕적 댓글) 을 저질러도 어리다, 초범이다 등의 이유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로 생기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 집(기업)은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비난의 화살만 감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도둑 뇌사 사건으로 촉발된 정당방위 논란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어디까지가 미국의 정당방위?

우리나라 형법 제21조에 나오는 정당방위는 급박 부당한 침해에 대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된 가해행위를 뜻한다. 정당방위의 기본적인 개념은 우리나라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권리 방어를 위해 부득이하게 된 가해행위’란 부분에서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 한다.
한국에서는 정당방위 개념을 확대하라는 여론이 점증하고, 반대로 미국에서는 현행 정당방위 범위에 대해서 재고하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플로리다 주택가에서 17세 흑인 청소년이 자율 방범대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이 1년 후에 무죄평결이 나자 뉴욕과 워싱턴 DC, 마이애미, 시카고, LA, 보스톤 등 100곳에서 백인 방범대원 조지 짐머만의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시위대는 문제가 된 ‘정당방위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건 초기에도 과잉 정당방위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경우라도 총을 먼저 쓰기 전에 위험한 상황에서 피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많은 흑인이 이번 사건으로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의 ‘정당방위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CNN에 출연해 ‘정당방위법’ 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정당방위법’ 재검토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유력 정치인까지 당시 사건으로 촉발된 ‘정당방위법’을 성토했다.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정당방위법’은 이른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이다. 원래 정당방위의 정확한 영어 표현은 ‘Self Defense’이다. ‘Stand Your Ground’는 ‘당신의 땅을 지켜라’로 번역할 수 있는데  ‘Self Defense’라는 용어 대신  ‘Stand Your Ground’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 나오는 개인의 총기 소유 관련 조항을 살펴보자.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이와 관련해 조지타운대 법대 피터 버니 교수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해야 했던 미국에선 총기 소유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돼 왔으며, 여기에는 국가가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관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정헌법 2조의 해석을 놓고 학설이 나뉘고 있지만, 분명한 건 현실에서 개인의 총기 소유를 자유롭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개인 총기 보유율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인 1명 당 총기 1정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정당방위와 총기사용

미국에서 정당방위 행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총기 사용이다. 아시다시피 미국 에서는 총기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총기 사용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정당방위의 행위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고, 정당방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규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가해행위에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부당한 침해가 이뤄진 장소가 어디냐 에 따라서 정당방위의 정당성이 달라질 수 있다. 흑인 청소년을 살해한 짐머만 사건의 핵심도 자세히 살펴보면 정당방위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플로리다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Stand Your Ground Law’의 문제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먼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은 집 주인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우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도망칠 필요 없이 총기로 대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방의 공격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협에 물러설 필요 없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No duty to retreat regardless of where attack takes place). 이 법은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인디애나, 아이오와, 메사추세츠 등 미국 26개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짐머만 사건으로 ‘정당방위법’ 논란을 촉발시킨 플로리다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과 유사한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은 집 주인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우 집안에 들어온 침입자를 총으로 쏴 죽여도 기소할 수 없다는 법이다.(No duty to retreat if in the home).
코네티컷과 일리노이,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16개 주에서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과 차이 나는 부분은 정당방위의 장소를 집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위협 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집 밖에서 벌어지는 행위는 정당방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프랑스에서는 남편의 지속적인 구타와 성폭력에 시달려온 한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담당 검사는 “그녀가 남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공권력의 불충분한 개입과 사회적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2006년 남편을 총으로 쏴 죽게 한 가정폭력 피해자가 2010년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자기방어 정당방어 사회통념 적용

그러나 한국에선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문 여성이 오히려 폭행혐의를 받았다.
우리 대법원은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남편 살해사건에서 한 차례도 정당방위를 인정한 적이 없다. 따라서 경찰도 수사하면서  대법원 눈치를 보아서 피해자가 방위행위여야, 도발하지 않아야 , 가해자보다 심한 폭력은 안 돼, 흉기나 위험한 물건 사용 안 돼,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 폭력은 안 돼,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 보다 심하지 않아야 등의 원칙을 들고 있다.
정당방위권은 로마법 이래 자연법상 권리 중 하나로 인정돼왔다. “누구도 자신에 대한 침해를 방관할 필요가 없다.”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 정당방위권을 이해할 수 있는 두 개의 열쇠다. 단순히 자기방어를 한다는 의미를 넘어, 형법 안에서 정당방위는 개인의 자유권과 사회 질서라는 가치의 균형점을 형성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정당방위가 인정된 판례는 드물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남편 살해사건에서는 한 차례도 정당방위가 인정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형법이 정한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형법은 ‘상당한 이유’, 상당성을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상당성의 개념 자체가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해석자의 태도에 따라 정당방위의 허용 범위 내지 한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회통념’에 준해 상당성을 평가하는 지금의 분위기에선 소수자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정당방위 인정과 관련해 대법원이 보여 온 보수적인 태도도 하나의 이유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정당방위를 대법원이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선 경찰서나 하급심 법원에서도 되도록 정당방위를 주장하기보단 형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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