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도] 미르 문화재단-K스포츠재단 1000억대 모금…청와대 안종범 수석 둘러싼 미스터리 추적

■ 청와대 안종범 수석비서관 주도 모금 대기업들 1000억대 자발적 기부

■ 재단실세, 朴 해외순방행사 동행, 정권 핵심부 연결정황 곳곳에서 발견

■ 대통령 신임 두터운 안종범수석과 CF감독 차은택이 설립 주도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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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해재단」…이명박 「청계재단」…박근혜 「미르재단?」

朴 퇴임 후 대비한 문화재단
권력서열 1위 ‘최순실’ 막후조정 의혹

▲ 청와대 안종범 수석비서관

▲ 청와대 안종범 수석비서관

최근 본국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문화재단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모금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개입되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두 단체는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주도로 모금활동을 벌여 불과 몇 개월 만에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모여진 민간단체다. 설립이나 모금과정, 재정 사용내역과 임직원 구성 등 어느 하나 투명한 것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는 곳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재단은 대통령의 해외순방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정권 핵심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미르 재단과 K스포츠의 모금과 활동이 최 씨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청와대 내부에서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실제로 안 수석이 모금에 개입했고, 본국 굴지의 재벌들이 수십억씩 재단에 쾌척한 것으로 볼 때 핵심실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 재단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본국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그 배후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 씨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막판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미스터리극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문화재단 미르는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설립되자마자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한 16개 대기업이 총 490억원에 이르는 돈을 쾌척했다. 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서 돈을 모금했는데 이 과정에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전경련은 지난 1월에 설립된 체육재단법인 K스포츠에도 400억원 가까운 돈을 모아줬다.
미르는 출범 두 달 만에 국내 공익법인 3만4000여 곳 가운데 기부금 모금실적이 전체 23위, 문화재단 중에선 삼성문화재단을 뛰어넘어 1위에 올랐다. 문화계 측은 대기업들 역시 자체적으로 재단을 운영하는데 대기업 30여곳이 특정 재단 한 곳에 5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아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하나는 문화재단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 관련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판박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 설립, 자금 모금, 이사진 구성에 이르기까지 두 회사는 쌍둥이와 다름 없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정관을 보면 ‘문화’라는 단어가 체육으로, ‘소통되는’이라는 수식어가 ‘건강한’으로 바뀐 데 그치는 등 거의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재단의 설립 허가를 위한 수입지출예산서 역시 칸수 글씨체 등 거의 같은 양식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재단의 허가 서류를 한 사람이 작성했거나 이미 사용한 양식을 공유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울러 두 재단 모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대기업의 돈을 받은 통로도 전경련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단체앞서 법인설립 허가 당일 법인 등기 및 현판식까지 마친 바 있는 미르와 동일하게 K스포츠도 금년 1월13일 설립허가와 법인 등기가 같은 날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으로 기록됐다. 기업관계자들을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열고 현판식을 조용하게 진행한 것도 동일했다. 전경련과 기업 측을 이사회에서 배제한 것도 같다. 설립당시 미르와 K스포츠는 모두 감사 1명과 6명의 이사로 구성된 가운데 전경련과 자금을 댄 기업출신 이사는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업목표도 미르와 K스포츠는 각각 국가브랜드 제고, 국가브랜드 향상을 내세우며 국가브랜드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창립총회 회의록을 보면 이러한 정황은 더욱 뚜렷해진다. 회의 일자가 각각 작년 10월 25일과 지난 1월 5일로 기록돼 있는 가운데 개최 시각 및 회의 장소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로 같은 곳으로 나타난 것이다. 문서 양식, 회의안건 9개항이 같은 것은 물론 회의에 참석한 특정 기업 임원의 이름과 발언 순서, 의사봉을 두드리거나 정관을 낭독하는 등 행동을 묘사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일치하게 기록됐다.

의전ㆍ경호팀도 좌지우지

더 황당한 것은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던 미르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고, 순방 행사 기획에도 참여하는 등 사실상 그 분야 실세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5월 박 대통령이 에티오피아 순방을 했을 당시 현지에서 진행됐던 행사 기획에 참여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순방과 그 기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가 최소 4~5개월 전에 계획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출범 2~3개월 밖에 되지 않은 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재단의 경우 대통령 경호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참여가 쉽지 않다. 결국 대통령 비서실 내의 의전 및 경호를 포함한 모든 유관 부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일을 불가능하다는 것이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 이야기다. 게다가 미르 측이 참석한 회의는 청와대와 인근 외교부, 생산성본부 등에서 수차례 열렸는데, 참석자들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오히려 미르 관계자에게 보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택 CF감독

차은택 CF감독

일단 미르와 K스포츠 창립을 가장 주도적으로 한 사람은 본국에서 유명한 CF감독인 차은택 씨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정치권과 문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한 달 만에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감독을 맡았고,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전시도 총괄 기획했다. 특히 그가 기획한 행사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해 문화계에선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연간 130억원씩 예산이 투입된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늘품체조와 융복합 뮤지컬 ‘원데이’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엔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문화 융성을 상징하는 문화창조융합본부의 본부장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 문화창조 벤처단지 개소식 때도 대통령 앞에서 직접 보고했다. 차 씨는 미르 이사진 구성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주변에 “청와대를 1주일에 두 번씩 밤에 들어가고 저녁 시간에 들어가서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자랑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에서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에 안종범 수석과 차 씨과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안 수석의 경우 정권 중반 이후 청와대에 들어갔고 차 씨의 역시 정권 중반 즈음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을 보면 두 사람 뒤에 또 다른 배후가 두 사람을 내세워 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움직이고 전경련을 앞세워 대기업에 입김을 넣을 정도면 권력 실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포츠 분야에 관심많던 최순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미르 및 K스포츠 설립 과정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오더가 진행되는 프로세스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소문이 바로 최순실 배후설이다.

최순실<선데이저널>도 몇 차례 보도했듯이 최순실 씨는 지금도 대통령 곁에서 그를 사적으로 보좌하는 최측근이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사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돕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최 씨가 구체적으로 개입된 증거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없지만 여러 정황증거들을 봤을 때 최 씨가 배후에 있다는 말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일단 최 씨의 딸은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딸이 대표 선발전에 나섰을 때 문화부에 외압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딸이 선수로서 활동하지는 않지만 스포츠 분야에 종사해왔음을 감안할 때 최 씨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2014년 국감에서 문제가 됐던 트레이너 채용 과정에서도 최 씨가 중간에 다리를 놓았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에 문건을 작성했던 박관천 전 경정이 우리나라 권력 서열에 대해 “최순실 씨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 내부에서 최 씨의 힘이 어느 정도라고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각에서는 이런 재단들이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대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홍걸 전 더불어 민주당 통합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종범 수석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5공 시절 일해재단 강제모금을 방불케 하는 일”이라며 “확실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해재단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퇴임 후 수렴청정 통치를 위해 재계에 출연을 강요해 만든 재단이었다.

어쨌든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확대되면서 임기말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 대형 게이트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벌써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야 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검찰 수사나 특검으로 이어질 경우 2014년 정국을 뒤집어 놓았던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이후 이번에는 최순실 씨 의혹이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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