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BBC가 보도한 ‘코리아에서 성폭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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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성폭행당한 20대 호주 여성 ‘세계적 화제’

한국 여행 중 성폭행당한 20대 호주 여성이 ‘한국 경찰의 무성의한 성폭행 수사를 고발한다’며 영국에서 법정 투쟁 모금운동을 벌여 BBC 방송이 보도해 한국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25세의 호주 여성 에어드리 매트너(Airdre Mattner)는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은 안심해도 되는 곳으로 믿었던 그녀는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고 낯선 남성 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CCTV 확인 결과 나이지리아인 등 3명이 매트너에게 약물을 탄 술을 먹여 유괴한 뒤 단체로 욕을 보였다. 매트너는 호주 방송 등에서 한국 경찰이 적절한 조사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DNA 증거조차 수집하는 않는 등 엉망이었다고 호소했다. 또 경찰이 가해자를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언론으로 번진 이 사건 보도는 급기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BBC방송에 까지 보도되어 한국 경찰이 망신까지 당하는 소동을 벌였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성폭행-호주여성

“한국에서는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춘 여성이 성범죄를 당했을 경우 피해 여성을 탓하는 문화가 있다.”, “어떤 부류는 서양 여자들을 ‘백인 창녀’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호주와 뉴질랜드 언론들이 ‘호주 여성 한국서 성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붙인 제목들이다.

뉴질랜드 헤럴드(NZ Herald)지에 따르면,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매트너는 남자 친구 등과 함께 한국에 놀러 왔다가 혼자서만 며칠 더 서울에 머물기로 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당연히 안전할 거라 믿었던 매트너. 그녀는 서울을 더 잘 알아보자는 취지의 온라인 ‘술집 순례’ 모임에 홀로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임에서 술을 3잔밖에 마시지 않았던 매트너. 갑자기 그녀의 정신은 흐려졌고, 어느 순간 자신이 낯선 사람과 함께 택시를 타고 어딘가를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통스러웠던 매트너는 운전기사에게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며 ‘여기로 가 달라’고 했지만 무시당했고, 그다음 에는 자신이 호텔방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을 강간하고 있는 낯선 남자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약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매트너. 그녀는 다음날 완전히 알몸인 상태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돈도 모두 가져가 버렸고, 호텔방은 찢긴 옷 등으로 난장판이었다.

매트너는 호스텔의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한 친구와 함께 한국 경찰서를 찾았다. 매트너가 성폭행과 약물의 여파로 힘들었던 당시, 한국 경찰의 태도는 아래와 같았다고 NZ Herald는 전했다.

그녀는 열 시간 동안 한국 경찰의 모욕적인 질문 등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 무엇을 입고 있었느냐?’, ‘피해자 역시 술/약에 취해있었던 게 아니냐?’ 등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고펀드미-매트너

▲ 매트너는 지난 3월 온라인 기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자신의 사연을 폭로했다.

매트너는 지난 3월 온라인 기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자신의 사연을 폭로하며 “한국 경찰이 강간 범죄에 적합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으며, DNA 증거도 내 몸에서 채취하지 않았다는걸 추후에 알게 됐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매트너는 “6개월이 지났는데도 경찰이 한 것이라고는 호텔 CCTV 영상을 확보한 것 외에는 없다”라며 “5월 다시 한국을 찾아 CCTV 영상과 다른 증거를 수집하고 (가해자가 도망간)영국으로 가 직접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자 한국 경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 이 있다’며 반박 글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는데, 이 글에서 용산 경찰서는 사건 성격상 사생활 보호법을 지키지 못하고 피해 여성의 이름과 성폭행의 자세한 경위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해 오히려 뭇매를 맞고 사과문까지 공개하는 수모를 당했다.

용산 경찰서 사과문 발표

하지만, BBC가 관련 문서를 분석한 결과 DNA 증거는 수집되지 않았으며 성병 예방약도 매트너 씨 에게 투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알려진)가해자는 한국을 떠났으나, 이 사건은 성폭력을 대하는 한국 경찰의 부적절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에 관련 호주의 시사고발 프로그램과 신문이 한국에서 외국인 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만연하며 경찰이 이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않는다고 고발했다.

또 한국은 성범죄에 대해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니 한국 여행을 가려는 외국 여성들은 조심하라는 내용까지 나왔다. 당연히 한국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지난 5월 22일 밤 호주 채널 9에서 방송된 ‘60분'(60 Minutes)이다. 60 minute는 ‘외국인 여성 강간을 숨기는 나라’라는 부제의 방송을 통해 한국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한 호주 여성의 사례를 집중 소개했다.

매트너

▲ ’60 Minute’ 방송에서 한국에서의 성폭행 피해를 인터뷰 하고있는 매트너.

이 같은 방송이 나가자 호주 언론들도 한국의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한 호주 매체는 △한국에서는 강간사건의 10% 미만만 신고되고 2% 미만이 재판에 회부되며 그중 10% 정도만이 유죄판결을 받는다 △대다수 병원은 성폭행 증거물 채취 도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의식이 없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집단성폭행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 △한국은 살인이나 강도에 대해서는 안전한 나라일 수 있지만 성범죄는 그렇지 않다. 한국을 방문하는 여성이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등으로 보도했다.

호주 방송과 신문의 이 같은 보도에 우리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우선 한국 경찰이 무성의하게 조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용산 경찰서는 피의자 중 한 명을 검거해 특수준강간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고 나머지 한 명도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니 경찰이 성희롱으로 조사했다는 매트너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2016년 04월 08일)에서 ‘호주 여성 성폭행 사건 수사’로 용산경찰서가 욕을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담당서인 용산경찰서는 이 호주 여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 글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내걸었다. 그러나 반박 글에서 호주 여성의 이름과 성폭행의 자세한 경위를 언급하는 바람에 역풍을 맞았다. 용산 경찰서가 그래서 다시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던 것이다.

매셔블이란 언론은 ‘몇 달 전에 신고한 강간 사건에 대해서 한국 경찰이 이제야 페이스북에 답변을 올리다’라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매셔블은 이 기사에서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호주 출신 에어드리 매트너가 한국에서 지난 9월 한국에서 강간을 당한 후 경찰의 수사과정이 무성의했다는 견해를 피력했으나 몇 달이 지난 후에야 한국 서울의 용산경찰서는 공식 페이스북에 영어와 한글로 답변서를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코리아 헤럴드에 따르면, 이 글에 대해 지금은 지워진 용산 경찰의 페이스북 답변서에서 경찰 당국은 “사건 발생 즉시 지정 병원으로 피해자를 안내해 증거물을 채취하고, 용의자의 DNA를 확보했으며, 그녀의 혈액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약물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 경찰의 답변서를 본 사람들은 ‘이런 글을 경찰이 공개적으로 게시할 만한 것인가?’, ‘경찰이 피해자의 항의에 대한 답변을 이렇게 본명을 언급하며 써야 하는가’라고 항의했다. 본인이 고펀드미 페이지에 실명을 사용한 것과 공개 답변에서 경찰이 피해자의 실명을 사용한 것은 다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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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가 술을 마셨건, 어떤 옷을 입었건 무슨 상관인가?”

캐나다 법정이 내린 ‘혁명적 판결’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 대학교에 박사 과정으로 재학 중인 무스타파 우루야(남성)와 만디 그레이(여성)는 지난해 1월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가끔 데이트를 즐기던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사건’이 벌어졌다.

우루야는 그레이와 함께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서며 갑자기 화를 냈다. 그레이를 “창녀”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하기 싫다는 그레이에게 오럴 섹스를 하도록 강제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그녀 가 싫다고 했는데도 강간했다. 당연히 그레이는 우루야를 고발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성폭행’ 재판에서 우루야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그레이는 “동의한 적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우루야는 그레이가 ‘평소 흥청망청 노는 파티에 미친 여자’라며 마치 난잡한 여성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무고하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21일 ‘유죄’ 판결이 내려졌는데,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 마빈 주커 판사가 2시간 동안 읽어 내려간 판결문이 가히 ‘혁명적’이자 ‘역사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빈 주커 판사는 그레이가 평소 행실이 어땠는지, 과거 남자관계가 어땠는지 등등이 ‘이 사건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성폭행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이 동의했는가?’ 이것 하나뿐이라는 것.

판사는 그레이를 폄하한 우루야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거짓말”이자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지우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완전무결한’ 피해자 상을 그려 놓고 그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주 손쉽게 ‘피해자 비난 하기’에 나서는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동의’에 관해 두 사람의 주장이 매우 다르면… ‘그게 바로 강간이다’라고 판시했다.
허핑턴 포스트 US지가 소개한 179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의 주요 대목들을 보면 성폭행 심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가 어떤 상황, 환경에 놓였건 ‘안 된다’라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건, 밤에 혼자 나다녔건, 어떤 옷을 입었건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요점은, 성폭행을 했는가 여부이고 성폭행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동의’했는가?

‘전형적인 강간범’에 대한 인구학적인 프로 파일 같은 건 없다. 강간범을 정형화하는 것은 위험하 다. 만약 고발된 강간범이 피해자와 평소 친구였다면, (강간하기 위해)관계를 이용하고, 피해자의 신뢰를 저버린 강간범의 사악한 행동을 비난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 관계인데, 정말 강간한 게 맞아?’와 같은) 강간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강간’은 피해자를 지배하고, 억압하기 위해 섹스를 무기로 사용한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다. 그런데도, 강간을 그저 ‘성관계’ 정도로, 성적으로 자극받아 행한 욕정의 한 행동 정도로 인식하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 있다.

‘강간’과 ‘섹스’를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저 ‘성적 욕구를 조절하지 못했을 뿐인’ 상황이라는 건 없다. ‘멋짐’과 ‘폭력’, ‘사악함’, ‘변태적 일탈’은 함께 어울릴 수 없는 말이다. 따라서 ‘괜찮은 남자가 어쩌다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말도 있을 수 없다.

피해자는 사건 후 바로 경찰서에 갔는가. 아니면 수 일 후, 수 주일 후, 아니면 수 개월 후에 갔는가?는 문제 되지 않는다. 경찰에 아예 신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피해자가 지신이 당했던 모든 모욕적인 사건을 ‘조목조목 순서적으로 조리 있게 잘 기억하는가?’ 아니면 ‘조금씩 이것저것을 시간에 관계없이 기억하는가?’.

보통 사람들은 큰일을 당하면 중요 부분만 기억할 수 있다. 사건이 기억을 흩으려 놓았을 수 있다. 여자는 무서워서 긴장해서 누워 있었는데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왜 대항하지 않았나, 도망치려고 몸싸움하지 않았나?’ 만일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노’라면 그가 법정에서 하는 모든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가.

피고 우루야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24일 예정됐다.
한편 그레이는 자신의 이름을 보호하기 위해 걸어둔 보도 금지 조항을 과감하게 취소한 뒤 보도 자료 등을 돌리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혀왔으며, 유죄판결 후 아래와 같은 소감을 남겼다.

“사법제도가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해서 기쁜지 어쩐지 모르겠다. 이번 같은 판결을 기대하는 것은 사건 통계로 보면 거의 불가능했다. 나는 사건 고발의 첫날부터 싸웠다. 이날 경찰관이 내가 ‘섹스에 동의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사건이 그녀에겐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요크 대학교를 온타리오주 인권옹호위원회에 제소했다. 요크 대학이 같은 반 학생이나 교직원들에게서 성폭행 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분명한 절차와 기준이 없고 이를 확립하겠다면서도 실제론 자꾸 지연시킨다는 것.

그레이는 자기의 학위 논문 방향을 ‘교도소 안의 여인들’에서 ‘성폭행’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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