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국에서 듣던거 보다 더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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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듣던거 보다 더 심각해요”

광화문-촛볼시위

▲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바라는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의 모습.

국민들의 ‘하야 하라’ 소리에 박대통령은 국회에 공을 던졌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보고 그날 항공편으로 LA공항에 내린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 기자의 가슴은 오글오글 쭈그려 드는 기분이었다. 코리아타운으로 들어오는 30여분 동안 뒷자리에서 지인이 계속 토해내는 국내 상황은 한마디로 ‘Hopeless’(희망 없는) 상태였다.

평소 별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편도 아닌 지인은 일주일간 한국 여행에서 달라져 왔다. 30분 내내 쉬지 않고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탄식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박 대통령을 지지해 왔던 지 인은 “어쩌면 그녀가 그럴 수가 있는가!”라며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안 된다”라고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지인은 “집회가 열리는 그날 오후는 비까지 내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참석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무슨 일이 나고야 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면서 “청와대 그 ‘7시간’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들으니 토할 것만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 지인과 헤어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자는 공복인데도 급체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분노감이 밀려들었다.

땡스기빙 연휴가 지나면서 또 다른 지인이 카톡으로 부탁을 해왔다.
“서울의 친척이 이민을 오겠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이민을 하고 싶다면서 변호사를 소개해달라”는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읽은 기자는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들었다.

미국의 보수계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지난 26일 보도에서 “눈덩이처럼 부풀어지는 한국의 정치 드라마가 한국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사상 최악인 4%이고 여론의 80%가 탄핵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 군부 독재자 박정희는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오늘의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한국경제는 아버지가 이룩한 실적에 비해 훨씬 저조하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용태 의원 등 범 여권 인사들도 현장에 나왔다고 한다.

지난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 지사는 이날 지인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제3지대’에서 대안세력을 모색하는 정 전 의장도이날 촛불집회 현장을 방문했다.

오 전시장은 이날 부인과 함께 경복궁 역사거리까지 걸어가 집회 현장에 머무르다 귀가했다. 그는 집회가 열린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이다. 오 전시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광장의 함성을 함께 듣고 느끼려고 갔다”며 “시민들이 엄중히 외치는 ‘박근혜 퇴진’을 들으면서 착잡했다”라고 말했다.

남 지사와 함께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마침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에 앞서 1시간가량 집회 현장을 지켜봤다. 김의원은 “최대 과제는 박 대통령 탄핵”이라며 “탄핵안 가결에 반드시 필요한 새누리당 의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촛불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정병국 의원은 집회를 차단한 경찰에 가로막혀 귀가하지 못했다.

‘Hopeless’(희망 없는)

한편 박 대통령 은지난 26일 사상 처음으로 펼쳐진 ‘청와대 포위’ 촛불 집회 상황을 밤늦게까지 예의 주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 해법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당시 서울 도심에만 130만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26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5차 주말 촛불 집회에서는 본 행사에 앞서 법원의 허용에 따라 청와대를 동•남•서쪽에서 포위하듯 에워싸는 형태로 사전 행진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세종로 사거리에서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삼청로 세움 아트스페이스 앞, 신교동 로터리 등 청와대 인근 3개 경로로 행진하며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그곳에서 시위대가 외친 구호와 함성소리는 청와대 관저까지도 또렷이 들리는 거리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TV로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의 퇴진 구호가 청와대 경내에까지 울려 퍼진 가운데 주말 비상근무에 나선 참모진 도 방송 등을 통해 집회 진행상황을 챙겨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면서 국민의 뜻을 다시 한번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겸허한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면서 “다음 주 정국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처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했다. 한나라의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서가 한 둘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처참하고 참담한 일들이 그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는지, 특히 청와대 3대 중요기관인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은 무엇을 했는지 한심했다.

헌법 기능마저 무시한 대통령의 독단을 그대로 두었다니, 관련 담당자 모두 직무유기로 처벌해도 부족하다.

왕권이 시퍼런 이조시대에도 ‘아니되옵니다’라고 충언을 한 신하들이 있었는데, 민주주의가 꽃피운다는 대한민국 청와대에서 여자 대통령의 콧대에 아무 소리 못하고 자신들의 이권에만 눈이 멀어 국사를 망친 공직자들도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국내에 그 많은 언론들도 대충은 알았을 박 대통령의 ‘망동’을 왜 미리 지적하지 않았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4.19 학생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면 하야한다” 면서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국민에게 답 할것인가?
<성 진 취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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