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문제 취재] ‘LA 평통 30년 사’ 쓰레기로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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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해외 평통 역사책이
어쩌다 폐기됐는가’ 논란 파급

민주평통30년사

▲ 2013년 발행된 ‘민주평통 LA 30년 사’

해외 평통에서 유일하게 지난 2013년에 발행된 ‘민주평통 LA 30년 사’(사진)는 LA 평통(회장 임태랑)의 첫 번째 기록집이자, 해외에서 제작한 첫 번째 평통 30년 역사서다. 이 책은 15기 당시 최재현 LA 평통 회장이 발행한 것이다. 당시 평통위원들은 젊은 세대들이 한반도 통일을 향한 염원을 이해하고, 함께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남아있던 500여 권의 ‘LA 평통 30년 사’가 소리 소문 없이 폐기 처분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책이 폐기됐다는 사실은 지난 11월 29일 가든 스위트 호텔에서 개최된 이기철 총영사 특별 초청 강연회장에서 처음 거론되었으나 흐지부지 됐었으며 최근 다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면서 논란 이 파급되고 있다. 책을 ‘버려라’라는 평통 측도 문제지만 ‘버려라’라고 해서 폐기 처분한 향군 측도 문제다.
성 진 (취재부 기자)

‘LA 평통 30년 사’는 비록 역사 문헌집으로서는 다소 미흡했지만, LA 평통의 30년 활동상을 기록으로 볼 수 있다는 점과 해외 한인들이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지난 2013년에 1,000권이 발행되어 출판기념회 이후 국내외 중요기관 단체 인사들에 배포됐으며, 잔여 500여 권은 앞으로 새로 LA 평통 위원이 되는 위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고 LA 평통을 방문하는 국내외 인사들에게 증정되기 위해 남겨져 왔다.

최근 평통 30년 사가 폐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침 지난 11월 29일 평통 모임에서 당시 이현호 위원이 “’평통 30년 사’가 없어졌다는 데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임태랑 회장이 ‘이 문제는 나중에 거론하자’면서 일단 논쟁을 유보시켰다고 한다. 당시 임 회장은 위원들 에게 ‘그 책들은 이미 도서관 등에도 배포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본보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책을 발간한 최재현 전 회장(15-16기) 후임으로 임태랑 17기 LA 평통 회장이 2015년 7월 취임하면서 약 500권의 ‘LA 평통 30년 사’를 인계받았다. 그러나 당시 사무실을 새로 정리하면서 공간이 협소해 책자 보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자 임태랑 회장은 임원들에게 ‘평통 30년 사’ 책자도 필요한 기관 단체들에게 가능한 배포되도록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책을 직접 발간한 최재현 전 회장 등이 일단 이 책들은 출판했던 ‘거손 광고회사’(대표 임희안 )로 옮겨지도록 했다. 그 이후 최근 광고회사가 LA 영업을 중단하게 되어 사무실이 문을 닫게 되자, 다시금 보관장소를 물색 중 LA 평통 위원인 당시 박홍기 향군 회장의 협조로 향군 사무실로 옮겨졌다.

이후 박홍기 전 LA향군회장이 지난 6월 30일에 사임하게 됐으며, 이에 다시 선거가 실시되어 위재국 당시 LA 평통 부회장이 재향군인회 미서부 지회장으로 선출됐다.

위재국-임태랑-최재현

▲ (왼쪽부터) 위재국 향군회장, 임태랑 LA평통회장, 최재현 15-16기 LA평통회장.

위재국 회장이 최근 향군 회장으로 새로 취임하면서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 문제의 ‘LA 평통 30년 사’를 발견하게 되어 이 책 들의 보관 문제가 대두됐으며 평통 측과 접촉 후 폐기 처분했으며, 뒤늦게 문제가 되자 80여 권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버리라’고 해서 ‘버렸다’(?)

위재국 향군 회장은 11일 본보와 통화에서 “향군 회장으로 취임하여 사무실 정리 중 ‘평통 30년 사’ 책자들을 발견해 평통 측에 접촉했으나 평통은 이 책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폐기 처분하게 됐다”면서 “그나마 폐기된 것 중에서 80권을 회수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위 향군회장은 “이처럼 문제가 된 것은 애초 책을 발행한 최 전 회장 측이 관리 소홀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내가 향군 회장이 되면서 전임 박홍기 회장으로부터 이 책들에 대해서 인계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재국 향군 회장 자신도 현재 평통의 임원직에 있는 신분으로 ‘평통 30년 사’ 책자를 평통 측과 협의해 보관시켜야 할 도덕적 책무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또한 한 단체장으로서도 수백 권이나 되는 평통 책자를 임의로 폐기 처분시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정광원 LA 평통위원은 11일 “최근 향군 사무처(사무총장 최만규)에 문제의 책자 폐기에 대해 문의했다”면서 “향군 사무처 관계자는 LA 평통 측에 문의했으나 ‘버리라’라는 답변이 돌아와 30여 권 정도만 보관하고 폐기 처분하였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발간한 최재현 전 LA 평통 회장은 11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책이 폐기 처분됐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역사의식에 대해서 너무나 몰지각하다”고 통탄해하고 있다.

문제의 책자를 향군 사무실로 옮기도록 편의를 제공한 박홍기 전 향군 회장은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 귀중한 역사책을 쓰레기로 만든 것은 지탄받을 일이다”면서 “ 어떻게 남의 단체의 귀중 한 책자를 분별없이 폐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박 전 회장은 “이번 일을 두고 향군 측에서 나와의 인수인계에서 책자 부문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그 문제와 책자를 폐기 처분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책을 출간하는데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한 차종환 전 평통 회장은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LA 평통 30년 사’는 정말 잘 만든 책이다”면서 “이번 폐기 사태는 현 집행부가 무식한 것이고, 책을 출판한 전 집행부는 무책임했다”라고 지적했다.

원래 이 책자 간행에서 차종환 전 회장을 감수자로 예우한다면서 자료를 제공받은 ‘평통 30년 사’ 편집 담당 측에서 나중에 말을 바꾸는 바람에 책이 출간한 후 차종환 전 회장은 평통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으나, 당시 최재현 회장이 추가 발간에서 예우하는 조건으로 차종환 전 회장은 고소를 취하했다.

‘고소 사건의 대상이 된 책자’

문제의 ‘LA 평통 30년 사’는 지난 2013년 5월 16일 LA 한인타운 내 시크릿 가든(구 한송 뷔페)에서 당시 신연성 LA총영사와 한인사회 단체장을 포함해 한국전 참전용사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당시 평통 측은 참석자들에게 책자를 무료로 주는 대신 탈북자 자녀 지원 후원금을 부탁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서 최재현 당시 회장은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라며 “후세에게 (이 책을) 남겨주고, 우리가 먼 훗날 조국 통일이 되면 이것을 지침서로 삼아 하나의 통일된 우리 민족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책에서 나온 수익금은 기부금을 마련해 탈북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줄 것”이라면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1.5세, 2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탈북자 자녀들도 우리의 1.5세대 2세대 후세들이기 때문에 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LA 평통 30년 사’는 지난 1980년 제1기 LA 평통을 시작으로 1990년대를 거쳐 15기까지 LA 평통의 지난 30년 활동과 역사를 집대성한 문헌집이다. 총 7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LA 평통이 자체 제작한 ‘LA 평통 30년 사’는 427페이지에 11장으로 구성돼 지난 30년을 1980년대 LA 평통 정착기, 1990년대 활동기, 2000년대 부흥기, 2010년대 통일 미래 지향기 등으로 구분해 평통 32년 역사와 한인사회의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 역사를 담고 있으며 지난 30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자료 들과 1,000여 명의 역대 자문위원 명단 등 평통 사료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LA 평통 30년 사’는 1기 회원들부터 15기 회원들까지의 사진과 그동안 한국의 평화통일 기원을 위해 활동했던 내용들, 특히 한국 대통령 미국 방문과 한국 대통령의 방북 등에 대처했던 상황들이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민주평통30년사-관계자들

▲ 평통30년사 출간 관계자들.

또 이 책은 이민 1.5세나 2세들이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앞 세대들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게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 중의 하나는 30년 동안 LA지역 평통 자문위원 정치 색깔은 당시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됐다는 점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 임기중에는 한인사회 보수층이 대거 위촉된 반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는 진보인사가 다수 발탁됐다.

‘LA 평통 30년 사’는 80년대를 ‘정착기’ 90년대는 ‘성장기’ 2000년대는 ‘통일 지향적 시기’로 정의했다.
LA 평통에 대한 통계도 공개됐다. 30년간 연임이나 재연임율은 50%에 달했다. 1981년 6월 5일 창설된 이후 현재 15기까지 위촉된 LA협의회 자문위원은 총 2653명에 달했다. 연임을 제외하면 실제 뽑힌 사람은 1162명이었다.

최다 연임 위원은 6.7기 회장을 지낸 이청광 씨로 14차례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제 12기에 3회 연속 연임 제한법 때문에 단 1기만 쉬었을 뿐이다.

평통의 애환을 담은 책

이 책이 출판되기 전까지 LA 평통 회장은 총 12명이다. 최다 연임 회장은 2.3.4기 회장에 위촉된 이관옥 씨로 총 8년간 역임했다. 회장의 직업은 개인 사업가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자 및 통일 전문가가 3명 의사가 2명으로 뒤를 이었다.

당시 LA 평통 측은 특히 지난 2013년 5월 LA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평통 30년 사‘ 2권을 전달하기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LA 평통 30년 사’ 발간을 축하하며 책에 서명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 책자는 LA지역 전직 자문위원을 비롯해 국내 청와대 및 각 행정부처 지자체 각 지역 평통에 도 전달됐다. 책은 언론인 출신 민병용 평통 고문이 집필했고 고영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감수를 맡았다.

원래 LA 평통 측은 ‘30년 사’를 2500권 간행하여 LA지역 전, 현직 자문위원 1600여 명을 비롯해, 국내외 평통 협회 312 개소, 청와대 및 각 행정부처 지자체 등에 무료 배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상 등의 문제로 1,000권으로 축소됐다.

한편 이 같은 ‘30년 사’에 대해 당시 일각에서는 ‘7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만든 책이 자료집에 불과했다’면서 ‘역사 일지로는 손색이 없으나 ‘LA 평통 30년 사’에 역사적 의미를 부각하는 점에는 미비했다’라는 지적이 일어났었다.

LA 평통의 14기 시절의 박철웅 부회장은 책자 출간 전 열람기간 동안 열람 후 “평통 사무실에서 일차 열람했다”면서 “이 책자는 단지 LA 평통의 자료집이지 ‘30년 사’로 불리기에는 미비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 편찬 작업 관계자에게 14기 중요 활동 사항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를 너무 소홀히 한 점도 있다”면서 “특히 천안함 폭침 관련한 14기 평통의 활동과 통일교재 발간 등 사업에 대해 반영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었다.

이 책자를 출간한 최재현 전 LA 평통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15, 16기 LA 민주평통을 이끌며 ‘LA 민주평통 30년 사’를 발간한 업적 이외에도 위안부 기림비 설립 운동 동참, 주니어 평통 창립 등을 주도한 공로로 지난 2014년 1월 LA 민주평통 신년하례식에서 한국 정부를 대신해 당시 신연성 LA총영사로부터 국민 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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