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 반기문, 대선출마선언 20일 만에 전격 낙마한 진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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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기문’ 링에 올라가 싸워보지도 못하고 기권 패
박연차 23만달러-랜드마크72-부정여권발급 연루의혹

 ‘혹독한 검증 칼날
피해나갈 자신이 없었을 것’

반기문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일 본국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고,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 10년 봉직한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겼다”며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쳤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결국 이들과 함께 길 가는 것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 이루고 국가 통합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오늘의 결정으로 그 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그간 함께 가까이서 일해 온 여러분들 실망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주변에서는 그가 정치권의 이기주의에 실망했다는 말로 불출마 이유를 포장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본지가 제기한 여러 가지 의혹 외에도 23만불 수수 의혹, SKT 특혜 의혹 등에 시달려 왔다. 무엇보다 지난주 제기됐던 조카 주현 씨의 부정발급 여권 의혹이 결정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혹은 지난 주 보도 이후 본국 정치권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으며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TF팀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2월 1일 본국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기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사실 그에게 제기되는 검증 의혹들이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반 전 총장은 이미 2년 전부터 본지가 제기했던 각종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최초 보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반 전 총장이 대선 가도에 뛰어들면서 검증 의혹 1순위로 거론됐다. 여기에 본국 주간지 <시사저널>에서 보도한 23만불 수수 의혹으로 한 방 얻어맞았고, 지난주 본지가 보도한 조카 주현 씨의 부정여권 발급 의혹이 결정타였다.
<선데이저널>의 부정 여권 발급 의혹 보도는 보도 직후 SBS방송의 이승훈 PD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카톡 정보지 형식으로 재생산되어 본국 정치인과 기자들이라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의 메가톤급 파급효과였다. 다음은 본국 정치권에 돌았던 이승훈 PD의 카카오톡 메시지 전문이다.

<진작부터 반주현 얘기 나오기 시작하면 반기문은 등판도 못 할거고 그 뉴스는 미국에 있는 한국계 언론인 선데이저널 U.S.A에서 나올 것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선데이저널이 본격적으로 반기문을 털고 있는데 한국언론들은 조용하기만하다고 기자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승훈 PD가 본지 기사를 요약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1) 미국에서 반기문의 동생인 반기상의 아들 반주현에 대한 재판이 시작함. 혐의는 뇌물공여시도 등 9가지. 반주현은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있음.
2) 미국에선 보석할 때 보증인을 2명을 두는데 매형 장동혁씨와 누나 반영미가 보증 서줌.
3) 반영미는 연대 영자신문반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했다고는 하지만 32살에 HSBC에서 이미 이사가 되었는데(언제 이사가 된지는 불확실함) 지나치게 빠른 승진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있음. 공교롭게도 반영미가 이사가 된 것으로 확인된 2009년에는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을 하고 있을 때이며, HSBC는 유엔의 거래 은행이자 여러 가지 사업의 스폰서임.
4) 이번 재판을 통해 반주현이 미국 영주권자라는 사실이 확인됨.
5) 반주현은 78년생으로 병역기피자임. 1999년에 출국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적이 없음.
6) 미국 영주권은 취업이민이나 가족이민 혹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와의 결혼을 통해서 발급받을 수 있음. 아버지 반기상이 한국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가족이민은 아닌 것으로 추정. 취업이민이나 결혼을 통해 취득했을 것으로 보임.
7) 영주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권이 필요함. 결혼을 통해서 영주권을 취득하려고 해도 인터뷰 때 여권을 가져가야 함.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이 발표한 영주권 신청서 [I-485] 안내서류에는 I-485를 신청하면 이민국 인터뷰에 참석하라는 통지가 가고, 인터뷰 때 미국입출국카드인 1-94와 여권을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또 영주권 신청서 제출 때에도 여권을 복사해서 제출해야 한다. 즉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유효기간이 남은 출신국가의 여권이 필요함.
8) 반주현은 1998년이나 1999년에 여권을 발급받았을 것으로 추측. 병역의무대상자의 경우 5년짜리 여권을 발급받음. 즉, 최대로 길게 잡아도 2004년에 여권은 만기되었음. 병역 미이행자는 27세 이후에 해외 체류허가를 받을 수 없음. 따라서 2005년 이후에 반주현은 여권발급대상자가 아님.
9) 반주현이 취업을 한건 2005년 이후임. 2005년에 바로 취업을 했다고 해도 취업비자 발급에 1년이 걸리며 취업비자를 받아야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음. 아무리 빨리 영주권 신청을 했어도 2007년이며 이때는 반주현이 정상적인 여권을 갖고 있을 수 없음.
10) 대한민국 여권의 발급권자는 외무부장관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006년 10월까지는 한국 외무부장관을 역임했고 그 이후 뉴욕에 체류하며, 유엔총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07년부터 10년간 유엔사무총장으로 뉴욕에 체류했음. 반씨가 영주권발급을 위해 여권이 필요했던 시점과 겹침.
11) 여권위조의 난이도와 반기문이 그 당시에 재직하던 위치를 고려할 때 위조보다는 부정발급 가능성이 높음. 즉, 반기문이 자신의 직위를 남용해 조카의 병역기피를 도와줬고, 여권을 부정 발급하는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임.
12) 반주현은 국외여행허가기간이 만료돼도 귀국하지 않고 병역의무를 기피했으므로 국외여행허가 때 보증인 2명이 벌금을 물었어야 함. 친권자인 반기상씨는 이미 고발조치 됐어야 하고, 보증인 2명은 각각 5천만원씩을 벌금을 냈어야 함. 보증인들도 여권발급이 제한되므로 반씨 또한 상당기간 해외여행이 제한됐어야 함. 반씨의 병역기피와 관련, 이 같은 조치가 모두 이행됐는지도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함.
한 줄 요약 : 가지가지 했다.

양파껍질 반기문 둘러싼 각종 의혹들

반주현 씨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데이저널>이 반주현 씨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미 2년 전이다. 결국 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수사대상까지 올랐다. 지난 1월 10일 공개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공소장에 따르면 반기상 씨는 아들 주현씨와 함께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건물 랜드마크72의 매각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뇌물공여 등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관련 혐의 4개와 돈세탁 관련 혐의 2개 등 모두 6개의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본국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지난해 10월 “반주현 씨는 경남기업에 6억원의 계약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바 있다.

▲ 1052호(2017년 1월 29일 발행)

▲ 1052호(2017년 1월 29일 발행)

본지는 이 사건의 A부터 Z까지 집요하게 취재해왔다. 투자의향서 등을 공개한 것도 <선데이저널>이 최초였다. 당시 투자의향서를 보면 반 씨가 반 총장의 의중이 담긴 듯한 표현을 쓰거나 마치 반 총장이 직접 랜드마크72 매매 관련 언급을 했다는 듯한 내용이 그대로 나와 있다.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당시 반 씨의 이메일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QIA와의 미팅은 9월 25일 뉴욕에서 카타르 국왕 초청으로 열리는 칵테일파티에 제가 참석을 할 예정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유엔 사무총장님도 이 칵테일파티에 게스트로 초청이 되실 거 같은데 사무총장님 참석 여부는 반 고문(반기상 고문으로 추정)님과 상의 하에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중략) QIA는 국왕의 허락(approval)만 있으면 아주 손쉽게 진행이 가능하니 이 또한 반 고문(반기상 고문을 뜻함)님과 상의 하에 진행해보겠습니다.>
(2013년 9월 9일 반주현 씨가 경남기업에 보낸 이메일 중)

이어 2013년 9월 25일 이메일에서는 ‘제가 알기론’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반 총장이 카타르 국왕에게 랜드마크72 관련 언급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늘 오전 11시 30분에 카타르 국왕과 유엔 사무총장님께서 유엔에서 공식 만남이 있었고 제가 알기론 반 고문님 부탁으로 (반 총장이) 경남기업 랜드마크72에 대해 언급을 하셨고 저는 오늘 점심 때 카타르 국왕 에이드(aid)와 함께 일단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내일 저녁 파티에 가면 카타르 국왕께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잘 브리핑이 돼 있을 거라고 믿고 전체 인수 쪽으로 push를 해보려고 합니다>

반 총장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반주현 씨는 반 총장의 이름을 팔아 이처럼 곳곳에서 사기행각을 펼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혹을 받고 있는 반주현 씨가 국내에 들어가지 않고도 해외에서 버젓이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시선이 자연스럽게 반 총장에게 쏠리는 상황을 반 전 총장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가족들은 그의 대선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해왔고 설 연휴를 지나면서 그의 고민도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979호(2015년 5월 24일 발행)

▲ 979호(2015년 5월 24일 발행)

그동안 반 전 총장의 아내 유순택 여사는 반 전 총장의 정치권 활동에 대해 반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14년 11월 동아일보는 당시 뉴욕의 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유순택 여사가 “남편이 정치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유 여사가 이같이 말하면서 ‘(정치할 것 같으면) 퇴임 뒤 아예 한국에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고 했다. 또 당시 반 총장이 ‘한국 정치에 전혀 관심 없다. 유엔 사무총장의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도 “부인 유 여사의 의사도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행보에 함께 했던 유 여사를 보며 일각에선 ‘태도의 변화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 연휴를 지나면서 결국 반 전 총장은 출마 의사를 접었고, 이 과정에서는 가족들과 자신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에 가족들이 대선 불출마 권유

반 전 총장 스스로가 구설에 휘말리게 한 것도 낙마의 중요한 원인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전국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구설’을 낳았다. ‘에비앙 생수 논란’에서 시작해 전철표 판매기에 지폐 두장을 넣으려 한 ‘2만원 논란’, 현충원 방명록에 미리 써온 메시지를 옮겨 적은 ‘수첩 논란’, 음성 꽃마을에서 환자 식사 배식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턱받이 논란’, ‘퇴주잔 논란’에 이어 한일위안부 협상에 관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나쁜 놈’ 논란까지 빚었으며 최근에는 “촛불 민심이 변질됐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10년간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쌓아 놓은 업적이 한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무너졌고 이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당초 반 전 총장은 제 3지대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반문(反문재인) 세력을 모으는 ‘빅텐트’를 치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기반 없이 혼자서 제 3지대에 머물면서 대권행보를 이어가기에는 자금이나 조직의 한계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자금의 한계를 언급하며 입당 의사를 밝힌 것이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적 행보에 스크래치가 나기도 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과의 연대에 난색을 표했고 반 전 총장은 ‘보수 후보’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또한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에서 10%대로 내려앉으며 하강세를 보였고 반등의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의 중도 포기는 캠프 구성원들도 모를 정도로 혼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여의도에 대선 캠프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본국 특검이 수사 중인 유재경 미얀마 대사 임명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반 전 총장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월 31일 특검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소환조사한 바 있다.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는 이날 오전 특검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최씨가 저를 면접해서 대사로 추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최씨가 저를 추천했다고 하면 굉장히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대사가 된 것은 최씨 때문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날 오후 “유 대사가 조사에서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반나절 만에 말이 바뀐 것이다. 특검팀은 유 대사가 최씨와 고영태씨 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최씨에게 “잘 도와드리겠다”고 말한 사실도 파악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씨가 미얀마 이권 사업에 연관이 있다는 의혹과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 씨가 미얀마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연관지어보는 시각이 있었다. 반기호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근무한 회사 3곳이 모두 미얀마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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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23만불 수수 논쟁, 흐지부지 될 듯

박연차사실로 드러날 경우 반 전 총장에게 가장 치명타가 될 의혹은 그가 두 차례에 걸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23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중간에 낙마하면서 이 사건 역시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24일 본국의 대표적 주간지 시사저널은 박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5월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반 전 총장에게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 집무실에서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후 6시쯤 20만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또 2007년에는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3만달러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 전 총장이 1월 12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연차가 내게 금품을 전달했다는데 내 이름이 거기에 왜 등장하는지 알 수 없다”고 부인했지만 의심은 간단히 해소되지 않았다. 외려 반 전 총장에게 불리한 보도가 이어졌다. 한겨레는 1월 18일자에서 “박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인사들을 정리해 2009년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라는 검찰 관계자들 증언을 인용했다. 야당도 “사실이 아니라면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보라”며 압박했다. 고소가 이뤄질 경우 박연차 리스트가 공개돼 진위 여부가 국민 앞에 자연스레 드러날 거란 논리였다.

사정이 이렇자 반 전 총장 측 대응도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었다. 반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 격인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반박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가장 자신 있게 제시된 반증은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다. 두 사람이 기사에 쓰인 시간과 장소에 동시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는 얘기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당일 반 전 총장은 만찬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6시 40~50분쯤, 박 전 회장은 1시간 뒤쯤 각각 공관에 도착한 데다 공관엔 집무실이 없다. 때문에 오후 6시쯤 집무실에서 돈이 오갔다는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돈을 주고 받았을 리가 없다는 정황의 증거로 박 전 의원은 반 전 장관의 일기장까지 공개했다. 당시 반 장관은 “손님 중 부산에서 사업하면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근무하는 사업가(박 전 회장)인 회장을 초청했는데 이 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라서 그런지 태도가 불손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불편해하는데도 공식 만찬에서 폭탄주를 돌리라고 강권하고 혼자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등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박 전 회장 이름이 빈칸인 건 반 전 총장이 몰랐기 때문”이라며 “그날 20만달러를 준 사람을 혹평한다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관훈 토론회에서 반 전 총장은 “법률자문인이 확실하게 객관적인 사실을 들어 설명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아직 논란이 깔끔하게 정리된 건 아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일기장에 폭탄주나 (박 회장) 품성을 말한 게 돈을 안 받았다는 증거가 되느냐. 그런 수사와 재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형사로 고소하고 정면 승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박 전 의원은 이튿날 MBC 라디오에 출연, “금명간에 반드시 고소 절차에 들어갈 걸로 안다”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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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지고,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 뜨나

황교안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순간에 ‘보수 진영 1위 후보’를 잃어버린 범여권에 비상이 걸렸다. 반 전 총장의 예기치 못한 낙마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범여권 후보 중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세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30일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3.1%에 달했지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2.8%, 남경필 경기지사는 1.6%에 그쳤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을 대체할 카드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같은 조사에서 8.3%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표심이 황 권한대행에게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보수와 중도 중 분명한 색깔을 보이지 않은 반 전 총장과 달리 황 권한대행은 확고한 보수 색채를 띠고 있어 보수층 지지율 흡수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뻣뻣한’ 반 전 총장 대신 황 권한대행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반 전 총장의 개헌연대 제안에 “저런 말을 하려면 사전에 만나서 얘기한 후에 해야지 불쑥 해서 내가 할 테니까 오라고 하다니. 무슨 힘을 믿고 저러시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며 매몰찬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황 권한대행에게는 “우리 당원도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보수세력이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10% 정도 지지율이 나온다”며 “당연히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으면 되는 게 좋겠다”며 구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이른바 담마진 피부병 진단으로 군대를 면제받는 등의 치명적인 황교안 의혹이 제기 될 조짐이다.
또한 반 전 총장을 제외한 다른 범여권 후보들도 어느 정도 ‘낙수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황 권한대행에게만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역시 일정 부분 지지율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한 때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백의종군 선언을 깨고 다시 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사위 이상균의 마약사건을 비롯해 김의원을 둘러싼 적지 않은 의혹들 때문에 직접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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