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스토리] 어느 전직 기자의 ‘아메리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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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직 기자의 ‘아메리칸드림’

올드 타이머 김태준 자서전 코메리칸의 부모님 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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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 기념회의 김태준, 김화자 부부가 흐뭇한 표정으로 즐기고 있다.

지난 6일 토요일 오후 5시 코리아타운 내 옥스퍼드 팔레스 호텔에서는 아주 흐뭇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올드 타이머 김태준(80) 씨의 자서전 ‘코메리칸의 부모님 전상서’ 출판 기념회는 눈물과 웃음의 희로애락을 교차하며 그의 미국 생활 45년 삶의 보람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그의 경남고 동문들과 조선일보 기자 시절에 함께 교류했던 언론인 선, 후배는 물론 미국 생활에서 인연을 맺은 친지들 약 80명이 참석했다.

‘코메리칸의 부모님 전상서’라는 책은 단순한 한 사람의 자서전이 아니라, 1970-80년대에 이민 온 동포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민생활의 어려움과 아픔을 담고 있다. 그 당시 가스 스테이션을 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성실한 자세로 고객들을 대하는 바람에 결국 전 주인 보다 엄청난 매출을 기록해 주유 회사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얻게 된다. 그 바람에 영주권도 타게 되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수필가 위진록(90) 선생은 필자와의 인연을 소개하여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당시 허모사 비치에서 햄버거 가게를 하던 위 선생은 필자가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하기 위해 근면한 자세, 피와 땀으로 인내를 하던 필자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날 위 선생은 조병화의 시 ‘늘 혹은 때때로….’을 읊으며, 필자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겼다.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맨손으로 미국 땅을 밟아 눈물로 얼룩진 빵을 먹으며 고단한 이민생활을 이겨낸 한인 1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남가주 올드 타이머인 김태준 씨의 ‘코메리칸의 부모님 전상서’다. 이 책은 38살에 미국에 건너와 갖은 고생 끝에 성공적인 삶을 일궈 낸 저자의 자서전이자 한편의 드라마틱한 중편소설이기도 하다.

한편의 드라마틱한 회고록

“찢어지게 가난했던 젊은 시절과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 회고록”이라는 저자의 설명대로 이 책은 1930~4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끔 한다. 특히 미국 이민으로 인해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 못하고 결국 임종도 지키지 못한 자식으로서의 슬픔과 한 맺힘은 이민자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책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난 45년의 미국 생활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책이라는 형식을 빌어 사죄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에게 진솔하게 고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른 이민자 이야기와는 다르게 저자가 기억하고 전해 들었던 부모님의 시대, 즉 일제 시대부터 그 전개가 시작된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접했던 당시의 농촌 모습을 자세히 전하는 전반부는 마치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롭다.

가난 속에서도 경남고(55년 졸업)와 서울대 사범대(59년 입학)를 거쳐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다 돌연 두 살과 네 살 난 딸들을 처가에 맡겨 둔 채 미국 이민 길을 택해야 했던 저자는 주유소 종업원 시절, 불법체류자로서의 불안한 생활, 주유소 인수, 그리고 극적인 영주권 취득 후 우여곡절 끝에 딸들과의 상봉 등 4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이민생활을 담백한 필체로 펼쳐놓았다.

저자가 두 딸을 부모에게 맡겨놓은 채 아내와 단둘이 미국으로 떠나는 부분부터 마침내 상봉하기까지의 과정들은 아마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일 것이다. 생이별을 한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우는 손녀들을 달래느라 고생한 어머니의 이야기와 나중에 그 손녀들을 미국에 보낸 후 허전함으로 잠 못 이루며 손수 적어 보낸 어머니의 편지 부분, 그리고 저자가 부모님을 미국에 모시고자 애쓰다가 결국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두 분의 임종을 맞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1972년 3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왔기에 저자는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단절된 어중간한 ‘사각지대’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70살에 은퇴할 때까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고 하니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지금의 성공은 본인이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 얻어낸 자수성가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들과 도움받은 주변 인물들의 삶에 대해 꼼꼼히 기억해 정리해 놓은 부분들은 저자의 ‘성실함’과 ‘따뜻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가슴 속 부모님 회한 풀고 싶어”

자서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본인의 82년 인생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160여 쪽의 책 한 권에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여느 소설처럼 자칫 감상적이거나 드라마틱하게 흐를 수 있는 부분들도 있을 터인데 과감한 생략과 절제로 담담히 풀어낸 것 또한 이 회고록의 미덕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 김태준 씨는 “1986년 중앙일보 이민 수기에 당선된 기록을 바탕으로 1년 전부터 출간 작업에 매달렸다”며 “격변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부모님의 삶을 재조명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띄우는 전상서를 통해 말로는 다 풀어내지 못한 가슴속 회한을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자서전 문의: [email protected] 또는 (310)78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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