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가보는 장례식,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들….

이 뉴스를 공유하기

‘뷰잉(Viewing)’부터 다르고, 망자 중심의 장례예절’

잠깐 왔다가는 인생의 종점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무덤

미국 이민생활에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식 장례문화에 대해 한국에서와는 다른 모습에 놀라는 사람들도 있고, 미국식 장례문화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우리 풍습을 따라야지…”하는 사람도 있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는 그렇게 부담이 없지만 실제로 상을 당했을 경우는 다르다. 미리 장례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어떤 분은 아예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장례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유언장을 남겨 자식들을 편하게 하고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지만 미국의 장례문화에는 유독 고인에 대한 추모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래서 장례식순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문이 ‘뷰잉(Viewing)’과 조사 순서이다. 미국에서 결혼식에는 참석을 안할 수도 있지만 장례식에는 가능한 참석하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다. 미국에서 장례와 관련된 사항들을 알아본다. (성진 취재부 기자)

코리아타운에서 자영업을 하는 L 모씨(47)는 지난해 갑자기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급한 김에 장의사에는 연락을 했는데, 장지가 없어 LA카운티로부터 매장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매장 허가가 발급되지 않으면 장례를 치룰 수가 없다. 이씨는 평소 부모님이 젊어 장지를 마련하지 않았다. 그래서 막상 상을 당하고보니 난망이었다.

L씨는 장지를 구하려는데 좋은 곳, 적당한 곳, 생각해서 구할 수가 없었다. 당장 장례식 날짜도 잡아야 하기에 우선 급한대로 장지를 사야했다. 장의사 등에서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장지를 팔아 달라는 부탁이 있어 몇 개의 장지가 매물로 나와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간신히 장지를 구했다고 했다. 물론 평소 구입하는 가격보다 엄청나게 비쌌다. 하지만 가격 흥정 등이 문제가 아니고 빨리 묘지를 구해야 하기에 울며겨자먹기로 글렌데일 공원 묘지에서 비싼 가격으로 구입 했다.

조의금 평균 100불, 조촐한 장례식 대세

L 모씨는 그 때 이후로 친한 친구들이나 주위 새로 이민오는 동포들을 만나면 “꼭 장례 준비를 평소에 해두어라”면서 “화장을 하든가 매장하려면 미리 장지를 사두어라”고 신신당부한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난 P모씨는 자신의 장례 준비를 미리 해두었다. 장례 선택은 화장으로 하고 공해상에 나가 자신의 유해 가루를 뿌리라고 했다. 장례식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단 한차례 장례예배로 식을 치루라고 했으며, 식순도 대충 정해주었다. 안내지에 들어갈 자신의 이력을 아주 간단하게 준비했다. 장례예배에서 조사할 사람도 정했다. 부고도 한 신문에만 200 달러로 하라고 정해 주었다.

▲ 고인을 상징하는 각종 명패들이 로즈힐즈공원묘지에 소개되어 있다.

▲ 고인을 상징하는 각종 명패들이 로즈힐즈공원묘지에 소개되어 있다.

P 씨는 자식들에게 장례비는 자신이 가입한 상조회에서 나오는 비용으로 하라고 하면서 ‘조의금은 받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면서 그래도 조의금이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조의금은 자신이 평소 도와주는 한국의 모교 고등학교에 기부하도록 지정해 주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 85%를 이미 사회에 기증하기로 했다.

살아가다가 상을 당하면, 교회 출석하는 사람은 교회에 연락하면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인 천주교회들은 연령회등이 구성되어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장례에 관한 모든 편의를 받을 수 있다. 교회나 사찰에 출석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주위 친지나 한인 장의사등에 연결해 장례식을 치루어야 한다.

보통 상조회에 가입해서 상을 당했을 경우 약 1만 달러 정도 상조비를 받게된다. 그 이외는 고인이 평소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든지, 장례보험에 가입했을 경우에 도움이 된다.
장례식에 갈 때 한국에서 최근에 이민 온 사람들은 조의금을 얼마를 봉투에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냈던 조의금을 달러로 계산하는 사람도 있다. 기자가 최근에 참석한 장례식을 기준해 볼 때 친분 정도가 가까운 경우 보통 100 달러가 대부분이었다. 회사 동료일 경우나 평소 연락을 자주하고 지내는 사람일 경우 적어도 100달러가 기본인 경우라고들 했다.

어떤 조객들은 조의금은 ‘현찰(Cash)’로만 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요즈음은 수표가 대세다.
또 직접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조화를 보내기도 하는데 보통 150-200 달러선이었다.
조화는 개인보다는 고인과 관련이 있는 단체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국과 같은 조의금 풍습이 없고, 기부금 형식으로 많이들 치루고 있다. 지난해 10월 LA 시의회 데이빗 류 시의원의 부친 류을철씨가 별세하였을 때 유가족은 조의금과 조화를 사절하고 대신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Museum)에 고인의 명의로 기부하도록 요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장례문화의 특징은 시신공개 ‘뷰잉’

미국에서 전통적 장례식 참석에 해야할 자세(proper funeral etiquette)는 고인에 대한 경건한 예의와 평소의 우의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례문화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또는 세계 어디에서나 고인에게 저 세상에서 편히 쉬도록 기원해 주는 것이 공통이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지역이나 나라에 따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차이로 인하여 장례의 방식이나 절차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장례문화가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고인과 작별하는 의식 ‘뷰잉 (Viewing)’ 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민 온 사람들은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의 관 앞에서 시신을 본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인류문화 가운데서 가장 바뀌기 어려운 것이 장례문화이다. 전쟁터에서 싸웠던 적군일지라도 죽은 자에게는 그가 속한 나라의 장례 풍습을 따르게 했다.

▲ 올림픽 골드메달리스트 새미 리 옹은 장례식보다 추모식으로 치루었다.

▲ 올림픽 골드메달리스트 새미 리 옹은 장례식보다 추모식으로 치루었다.

이렇듯 장례문화가 바뀌기 어려운 것은 장례문화 속에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내세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세관이 곧 신앙처럼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명을 걸고 자기네들의 장례문화를 고수하려고 하는 것이기에 각 민족마다 인종마다 장례문화는 전통성이 강하다.

미국 장례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고인을 유족 뿐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고인의 시신을 공개한다는 ‘뷰잉’ 이다. 고인의 시신에 그와 평소 가깝게 지내거나 친했던 이웃, 친구, 지인 등 여러 사람들이 고인의 시신 옆에 꽃을 두고 고인의 모습을 보는 광경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처럼 미국의 장례문화는 고인의 시신을 공개하는 것과 고인을 추모하는 조사와 설교를 가장 큰 순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교회에서 하는 장례 예배, 천주교 장례 미사도 마찬가지이며 종교가 없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고인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과 조사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뷰잉’은 장례식이나 입관예배를 마치고 조객들이 줄을 지어 열려진 관속에 누워있는 시신을 잠깐 동안 보면서 고인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순서다. 여기에 익숙치 않은 조객들은 왜 시신을 봐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다가 미국생활이 흐르면서 ‘뷰잉’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다. 한국 장례식에서는 애초부터 고인과 조객간에 마지막으로 대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

미국식 장례식에서 ‘뷰잉’을 통해 고인의 옛날을 되새기고 또 고인에게 마지막 말을 전할 수가 있다. 또 ‘뷰잉’을 마친 조객들은 식장에 남아서 또한 식당에 모여 고인을 추모하며 이야기 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고인이 장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주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 장례식 참석 여부와 조의금 액수는 고인보다는 순전히 상주의 영향력에 달려있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승이 죽으면 문상을 가지 않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장례문화 절차와 관습

미국 일간지들을 보면 ‘부고’란이 있다. 사진과 함께 실린 부고란에는 고인의 생년월일과 세상을 떠난 날을 비롯해서 고인의 삶이 자세히 적혀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기사 끝에 조의금은 어느 자선단체나 장학회로 보내라고 당부하는 글귀가 있다.

한국언론 부고는 이런 관습이 없다. 한국 언론의 부고는 조의금을 어떤식으로 보내라는 이야기는 없고 대신, 고인의 사회적인 지위와 몸담았던 기관 단체들, 유가족의 이름들과 사회적인 지위를 열거 하는데 기사를 채우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고, 그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공평하고 가장 확실한 것이 죽음이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던지 조금의 시차는 있을지언정 그 어떠한 특권도 없이 누구나 똑같이 1센트도 가지고 가지 못하고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 미국 언론에서는 부고를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진철수 찍음)

▲ 미국 언론에서는 부고를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진철수 찍음)

한국에서 갓 이민 온 정 모(32)씨는 회사에 취직이 되어 근무하던 중 동료 직원에게 초상이 생겼다. 한국처럼 그날 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초상집에서 당연히 밤을 새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장례 일정을 보니 입관예배, 장례예배 등 순서를 보고 비로소 장례문화가 틀리는구나 생각했다.

한국과는 장례 풍습이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돌아가신 분의 직계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지까지 2박 3일을 장례식장에서 함께 보내고 조객을 맞으며 상을 치르는 것이 풍습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장례식이 한시간 정도 길어야 두세 시간 내에 장례식이 끝난다. 기독교식, 천주교식, 불교식 그리고 이슬람교식대로 따로 경건하게 치루고 있다. 미국은 종교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복합국가다. 전 세계 모든 민족, 수많은 종교가 그야말로 용광로 처럼 녹아있는 나라다. 특히 기독교나 이슬람교는 부활사상이기 때문에 매장을 전제로 한다. 이슬람교는 100% 가까이 매장이다.

보통 장례식장 앞쪽에는 유가족이 자리한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슬픔에 간혹 눈물을 훔치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곡을 하거나 심하게 오열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 묘지도 한국처럼 멀리 떨어진 산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운이나 도시 안에 있다.

장례절차 돕는 한인장의사 원스톱 서비스 제공

LA카운티 안에만 헐리웃 포레스트 런, 글렌데일 포레스트 런, 로즈 힐즈 공원묘지, 천주교 묘지 등등 여러 곳에 있는 묘지에는 교회, 화장 장, 납골 봉안시설 등이 갖추고 있다. 묘역은 우리나라처럼 세우는 비석이 아니라 고인의 약력을 새겨 넣은 평평한 명판에 생몰 날짜와 이름 그리고 간단한 한 마디만 넣는다. 생전에 밝은 모습의 사진을 넣기도 한다. 특별한 경우나 특별한 지역에는 비석이나 조형물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잔듸 공원은 스프링클러가 작동 되어 1년 내내 푸른 초원을 유지하고 있다.

하관예절에서 안장식을 마치고 나면 인부들이 하관을 한 뒤 흙을 덮게 된다. 한 사람이 묻히는 면적은 고작 가로 1m, 세로 2m가 채 안 되는 약 0.6평이면 충분하다. 미국에는 묘역 구분이 없다. 우리나라 국립묘지와는 많이 다르다. 대통령 묘역, 장군 묘역, 사병 묘역 으로 구분 짓지 않는다. 살아서 권력의 서열이나 군생활 시 계급이 묘역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가로 1m, 세로 2m가 채 안 되는 정도의 땅(약 0.6평)이면 충분하다. 사설 공원묘지는 물론이고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도 장군이든 사병이든 살아있을 때 계급과는 관계없이 똑같이 묻혀 있다.
한국에서는 장군으로 전역해서 은퇴생활을 하던 중, 골프를 치다 심장마비로 사망을 해도 26.4㎡ (8평) 규모의 땅에 시신을 안장하고 봉분까지 설치한 장군묘역에 묻힌다고 한다. 사병으로 복무하다 중동지역에 파견되어 교전 중에 숨져 국가에 목숨을 바쳐도 3.3㎡(1평) 크기에 화장한 유골만 사병묘역에 묻힌다. 차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어도 죽어서까지 계급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남전에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은 유언으로 ‘내 무덤을 장군 묘역이 아니라 사병묘역에 묻어달라’ 했다고 한다. 그가 진정한 군인이었고, 전우이다.

미국에는 한인들의 장례를 도와주는 한인장의사들이 있어 미국 이민생활도 편리해졌다. 장례회사는 서류수속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장례식장, 화장장, 공원묘지까지를 포함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형태로 유가족의 필요에 맞춘 패키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장의사에서 시신 처치와 사망진단서 등의 서류수속은 물론 유족에 대한 정신적인 지원 등도 함께 한다. 본보는 이번 장례문화를 취재하면서 한인 장의사들과 미국 공원묘지들에 대한 한인 들의 불만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