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수사 초읽기…국민연금 사우디에 1조 투자 조작보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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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사우디아라비아는 박근혜 정권 해외 비자금의 곳간 이였다’

‘열려라 참깨, 닫혀라 콩깨’

박근혜포스코룰 둘러싼 전 정권의 해외비자금 의혹이 점차 구체화 되어 가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1078호 <‘최순실게이트’ 보다 백배 위력 ‘포스코게이트’ 분화구가 열리고 있다> 기사를 통해 보수정권 9년 간 포스코와 관련된 정권형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본지의 추가 취재 결과 포스코 그리고 포스코건설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 캐듯 이어져 나오고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추진한 사업들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박근혜 게이트 당시 홍완선 연기금운영본부장 지시로 삼성물산 합병 찬성 쪽에 표를 던져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몇 차례 지적했듯 홍완선 전 본부장은 사실상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사람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어 구속기소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홍 전 본부장이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연루 기업인 포스코 관련 의혹에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정황이 본지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과연 국민연금이 허위 자료까지 발표하며 포스코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및 지분 매각을 도운 이유를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2015년 12월 본국 언론인 <매일경제>에 국민연금이 사우디아라비아에 1조원 가량 투자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우리나라 포스코건설과 손잡고 중동 지역 첫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선다. 유가 약세로 재정 불안에 직면한 사우디 정부가 부족한 인프라 투자 재원을 메우기 위해 해외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PIF·포스코건설 합작법인인 ‘POSCO E&C 사우디아라비아’와 인프라 사업 공동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상현 대체투자실장 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와 최명주 POSCO E&C 대표 등 합작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민연금의 첫 중동 지역 인프라 사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국내 연기금 등 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POSCO E&C는 포스코건설과 PIF가 각각 4대6 비율로 3500만달러(약 412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건설 합작법인이다. 이미 국내 의료·교육기관의 현지 진출 등 복합도시와 호텔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PIF는 사우디금융청(SAMA), 사우디 산업개발펀드(SIDF) 등과 함께 사우디 정부가 운영하는 8개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다.
인프라에 전문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자산만 30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당장 내년부터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철도·발전 등 대형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투자 소식 허위

유일하게 매일경제에만 보도된 이 기사에 보면 국민연금, 포스코건설 관계자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결과 국민연금은 사우디와 관련한 어떤 투자도 검토한 적 없고, 실제 투자가 이뤄진 적도 없다. 결국 거짓기사가 나가면서 포스코건설에 대한 회사 가치만 높여준 셈이 됐다. 포스코건설은 비상장기업이지만 이런 기사가 나가면 투자자들이나 금융권에서 회사 비상장 주식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이 기사가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반론이나 정정도 요청하지 않았고, 기사는 지금도 버젓이 온라인에 걸려 있다.

▲ 왼쪽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홍완선 전 연기금운영본부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 왼쪽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홍완선 전 연기금운영본부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이러한 기사가 나간 것은 포스코건설이 자사주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매각한 지 약 2달 만에 벌어졌다. 포스코는 2015년 10월 1일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매각하고 1조239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1일 밝혔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30일 포스코건설 구주 1080만2850주와 포스코건설이 증자한 신주 508만3694주를 매각하고 각각 8426억원, 3965억원의 대금을 받았다. 주식 양수도 이후 포스코건설의 지분 구조는 포스코 52.8%, PIF 38.0%, 기타주주 9.2%로 구성된다.

지분매각과 국민연금의 투자가 연이어 일어난 것이 석연치 않은 이유는 당시 포스코 내부에서는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당시 포스코건설 상장을 추진했으나 어찌된 이유인지 사우디 국부펀드에 이를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때문에 지분 매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이즈음에 국민연금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는 검토조차 된 적이 없고, 실제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의 양해각서 체결은 포스코건설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1회성 액션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실제로 국민연금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기사가 국내 최대 경제지 매일경제에 보도된 것은 금융권과 국내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투자 관련 본부장은 홍완선 전 본부장으로 그는 최순실 게이트에 얽혀 구속기소됐다.

홍 전 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삼성-최순실로 이어지는 커넥션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인물로 꼽혀왔다. 홍 전 본부장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결국 법정구속됐다.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와 외부자문사 등은 삼성물산 주식의 지나친 저평가(1대 0.35)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홍 전 본부장은 끝내 합병을 성사시켰으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합병으로 국민연금은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마지막 재판과정에서 여전히 정상적인 업무판단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결정은 청와대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검 측의 판단이었다.

 ▲ 은 1078호  기사를 통해 보수정권 9년 간 포스코와 관련된 정권형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선데이저널>은 1078호 <‘최순실게이트’ 보다 백배 위력 ‘포스코게이트’ 분화구가 열리고 있다> 기사를 통해 보수정권 9년 간 포스코와 관련된 정권형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15년에 무슨 일이?

그렇다면 왜 국민연금이 왜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자한다는 보도가 나갔던 것일까. 이것은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2015년 3월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당시 사절단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등이 논의됐고, 몇 개월 뒤에 포스코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분 매각에 합의됐다. 1조원 가량 규모 지분 매각 건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1개월 뒤에는 최명주 전 포스코기술 사장이 지분 매각 해당기업인 포스코건설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최 전 사장은 2015년 12월 포스코건설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합작해 만든 법인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그가 중심에 있던 것이다. 최 전 사장은 최근 최순실게이트 와중에도 이름이 거론됐던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소속 박 의원은 이날 청와대 등에 대한 기관보고에서 “감도 안 되고 자격도 안 되는 권오준을 포스코 회장으로 세운 외부 비선실세는 누구인가”라고 반문한 뒤 “김 전 실장과 최순실이라는 구체적이고 확신에 찬 제보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김기춘은 조원동에게 ‘권오준이 어떻겠느냐’고 던지고, 조원동은 ‘알아보니까 회장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김기춘은 ‘지시하는 대로 따르라’고 윽박을 질렀다”며 “김기춘은 최명주 당시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고, 한걸음 더 나아가 권오준을 회장으로 세우는 지시와 명령이 노출돼선 안된다는 다짐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 유일하게 매일경제에만 보도된 이 기사에 보면 국민연금, 포스코건설 관계자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결과 국민연금은 사우디와 관련한 어떤 투자도 검토한 적 없고, 실제 투자가 이뤄진 적도 없다.

▲ 유일하게 매일경제에만 보도된 이 기사에 보면 국민연금, 포스코건설 관계자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결과 국민연금은 사우디와 관련한 어떤 투자도 검토한 적 없고, 실제 투자가 이뤄진 적도 없다.

박 의원은 “권력 비선실세에 의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권오준을 포스코 회장으로 세우고, 그 포스코가 이용복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하게 된다. 이영복이 보통 ‘빽’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될 수 없는 구조였다”면서 “조원동과 최명주는 옥스퍼드 대학 동문이며, 최순실과 엘시티 비리 의혹의 이영복은 오래된 강남의 청담계 계원”이라며 ‘김기춘, 차은택, 최순실, 권오준, 이영복’간 모종의 연결고리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최명주는 포스코 관련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인물로서,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합작법인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박근혜 정부 그리고 포스코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믿음직한 인물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 어떤 일들을 처리하게끔 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포스코건설 주변에서는 포스코건설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간 맺은 계약과 관련해 이면계약이 존재하고,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돈들이 오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박근혜 정권 해외 비자금의 곳간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송도국제도시 사업 및 여러 포스코건설 관련 사업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분 매각을 앞두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무리수를 둔 흔적까지 최근 제기되고 있다.

사실 우량기업인 포스코건설은 2015년 전까지 유동성이 튼튼했던 기업이었는데 사우디 지분 매각 직전인 2015년부터 급속도로 유동성이 악화됐다. 2015년과 2016년 포스코건설이 자산을 헐값 매각했다. 그런데 지분매각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포스코건설 내부에서는 이 때문에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포스코건설 사업에 국민연금까지 동원된 의혹이 새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권 차원의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박근혜 – 권오준 – 최명주 – 조원동 – 홍완선까지 지난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들이 묘하게 사우디아라비아를 공통분모로 엮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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