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5촌 형제들 의문의 죽음 배후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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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재단 강탈의혹, 5촌형제 살해사건, 신동욱 청부살인미수

▶버림받은 박지만 비서실장 정용희?
▶국정농단 박근혜 오장육부 최순실?

막장劇 ‘과연 누가 감독 이였을까?’

박지만박근혜 5촌 조카 살해사건이 8년 만에 경찰이 재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숨겨졌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5촌 조카 살해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용희 전 EG그룹 실장이 자살 소동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져 그 이유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한 때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육영재단 관장까지 할 정도로 핵심적 위치에 있었으며, 5촌 조카 살해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박 회장과 멀어졌고, 지인들 사이에서도 종적을 감췄다는 말이 전해져왔다. 일각에서는 그가 박 회장이 잠시 조용히 있으라고 해서 은둔생활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박 회장으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것이 정 씨 지인들의 말이다. 그런 그가 지인들 사이에서 자살소동까지 벌였다는 소문으로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정권 교체 후 경찰이 재수사 가능성을 계속 내비치면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 데다, 박 회장으로부터도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면초가 상태였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정 전 실장은 금전적 압박도 받아왔다고 한다. 과연 그가 어떤 상태에 몰렸기에 자살 소동을 벌였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저널>은 최근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정용희 전 비서실장의 근황에 대해 충격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정 전 실장은 박 회장의 육영재단 강탈 의혹, 박근혜 5촌 조카 살해 사건, 박근령 남편 신동욱의 청부 살인 미수 사건 등의 전모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최근 6월 한 차례 ‘자살 하겠다’는 유서를 써놓고 자취를 감췄는데, 정작 가족들에게는 신변의 위협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 자살로 사건을 위장하기 위해서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몇 달 간 주변과 연락이 두절됐던 그는 최근 박근혜 일가와 전혀 연관이 없던 한 지인에게 연락을 해와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 지인에게 ‘자신이 죽으면 절대로 자살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지인은 본지에 전했다.

5촌 조카 살해사건과 유사한 패턴

그가 이렇게 공포에 떨고 있는 이유는 그가 사건의 전말을 깊숙하게 알고 있는 이른바 ‘박근혜 5촌 조카 살해사건’의 패턴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이고 자신은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는데, 자살한 사람의 주변 증거는 타살 정황이 너무나 많이 발견됐다.

즉 타살이 자살로 둔갑한 것이다. 이런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정 전 실장이 공포에 떠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 전 실장은 왜 이렇게 주변에 공포감을 호소했을까. 그의 지인들은 정 전 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남자게다가 이 지인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금전적 압박도 함께 호소했다고 한다. 정 전 실장 근황에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박 회장의 지시로 은둔 생활을 했으나, 이는 사실상 버림받은 것이라는 전언이다. 정 전 실장은 증거가 남는 선에서 한 지시는 모두 자신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경찰 재수사가 이뤄지면 재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그는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경찰에 진술하든가, 아니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양자택일의 시점에 부딪쳤던 것. 그런 그에게 사건을 사주한 쪽에서의 협박이 들어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일단 최근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5촌 조카 살해 의혹과 관련해 정 전 실장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을 키맨으로 진즉부터 꼽혀왔다. <선데이저널>은 이미 2012년부터 이 사건에 대한 꾸준히 의혹제기를 해왔지만, 이 사건이 석연치 않은 점은 한 둘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과 오촌간인 박용철 씨와 박용수 씨는 지난 2011년 9월 6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촌형인 용수 씨가 용철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자살했다고 결론지었다. 박용철 씨는 2007년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당시 이사장 박근령씨와 다툼을 벌이던 박지만씨 쪽에 서서 폭력배 등을 동원해 박근령씨를 재단에서 쫓아내는 데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있었다.

박근령씨의 남편 신동욱씨가 “육영재단 강탈 사건 배후에 박근혜·박지만씨가 있다”고 폭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박용철씨는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 출석일 20여일을 앞두고 박씨가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져 박씨의 살해를 사주한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박용철 씨 유족은 망인이 제 3의 인물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해왔다. 유도선수인 망인을 왜소한 체격의 박용수 씨가 흉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했다는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고, 박용철 씨가 스스로 목을 맨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용철 씨는 사망 전인 지난 2010년 9월 1일 박지만 회장이 제부인 신동욱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07년 11월 조직폭력배와 한센인을 동원해 당시 이사장 박근령 씨를 몰아낸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대해 진술했다. 박 씨는 “정용희 실장이 청담동 카페에 한센인등을 모아놓고 ‘회장님 뜻이니까 이렇게 하라’고 했다”며 육영재단 폭력사태 배후에 정 실장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정 실장이 ‘박지만 회장님 뜻이다’고 이야기한 것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며 “핸드폰에 녹음해 놓은 것을 핸드폰을 바꾸면서 캐나다에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그는 정 실장이 2007년 11월 27일 자신에게 통장으로 2000만원을 보낸 점등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만 회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박 회장 측이 아니라 정 실장이 모든 것을 했고 그에 대해서 정확하게 결론을 못내린 상태”라고 했다. 즉 용철 씨는 박 회장의 직접 가담은 확신할 수 없어도 정 전 실장의 개입은 분명하게 증언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 전 실장이 입을 열면 사건의 배후가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육영재단 강탈 사건이 뿌리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의 사망 사건의 뿌리에는 육영재단 강탈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이지(EZ) 회장은 2007년 말 재단 운영권을 두고 다퉜다. 폭력조직까지 동원될 정도로 당시 싸움은 격렬했고 결국 박지만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재판 기록을 보면, 정용희(53·박지만 이지 회장의 전 비서실장)씨는 2014년 4월14일 재판에 출석해 육영재단 폭력 강탈 사건을 모두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정씨는 “(박근령 이사장과 신동욱을 몰아낸 것은) 박지만 회장이 지시한 게 아니라 육영재단 직원들이 논의해 내가 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순실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이 박 회장의 승인 없이 육영재단 분쟁을 계획하고 실행시킨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법정에서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는) 증인이 잘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태민 일가와 2004년 이후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위증 논란이 일자, 김 전 수석은 “당시 이춘상(2012년 교통 사고로 숨짐), 안봉근 보좌관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법정 증언을 한 것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정용희 전 실장이 박지만의 사람이 아닌 정윤회의 사람이란 말도 있다. 본국 언론인 <한겨레> 등에서는 이와 관련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실장 정용희씨가 육영재단 강탈의 책임을 맡았는데, 정윤회씨는 방문 때마다 정씨의 보고를 받고 돌아갔다. 정씨는 박지만의 비서였지만 실제로는 정윤회씨 측근”이라는 당시 사건 관계자의 주장을 보도했다.

정윤회씨는 당시 박근혜 의원의 보좌관이었고 박지만 회장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육영재단 분쟁을 정씨가 직접 살피고 갔다는 증언은 박근령-박지만의 형제간 다툼으로 보였던 당시 사건이 실제로는 최태민 일가와 박근령 이사장과의 다툼이었다는 그간 신동욱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이 박 회장 쪽의 승리로 정리된 뒤 정용희씨는 실제 육영재단 임시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번에는 진실 드러날까

일단 모든 사건의 시작은 5촌 조카 살해 사건의 배후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고(故) 박용철씨 유족이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고소인 자격으로 9월29일 경찰에 출석했다. 박용철씨 아내와 차남은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면서 “새로 드러난 정황, 증거, 증인들이 있으니 다시 재수사해 진범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남은 “경찰이 처음부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에는 의문점과 의혹이 많이 있다”며 “친족 간에 일어난 단순 살인사건이나 자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진실을 밝혀 진짜 범인을 잡고, 아버지와 삼촌의 명예를 찾는 것”이라며 “조사에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제삼자가 살인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생각하는 분이 있기는 한데 밝히기 조심스럽다. 나중에…”라며 즉답을 피했고, “사건 관련 증인의 증언과 정황은 조사받으면서 자세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씨 아내는 “의혹만이 아니고 실제로 증거와 증인들이 있으니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본다”며 “과거 경찰 수사의 미진함과 부적절하게 사건을 조기 종료한 경찰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의중에 있는 인물들은 다름 아닌 육영재단 강탈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 살해 배후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덮었던 수사경찰과 사건을 지휘했던 동부검찰은 모든 사건의 진실을 어느정도 파악하고도 상부의 지시로 덮었다는 취지로 일부 기자들에게 흘리고 있어 재수사가 진행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 초 본지에 제보된 최순실과 고영태가 연관된 조직폭력배 H씨 수하 계보도 경찰은 면밀하게 드려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5촌형제 의문의 죽음에 ‘박지만-최순실’ 관련인물들로 압축시키고 본격적으로 수사를 착수하고 있다.

고소인인 박용철씨 아내와 차남은 “이번 재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사건과 관계된 모든 검찰, 경찰, 정계 인사들이 처벌받을 만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두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어 살해막장극 배후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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