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숨은 1인치 기사…최순실 게이트 또 다른 축 부영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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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재계16위 부영그룹 검찰조사는 시작일 뿐…

검찰, 포스코 송도트레이트 타워 헐값 매각에
최순실 개입 단서 포착한 듯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에서 80억원대 자금지원을 해 주는
대가로 송도트레이드 매입과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부영지난 20년간 매 정권마다 유착 의혹이 불거졌던 중견 건설회사인 부영그룹에 대한 한국 검찰과 국세청이 대대적 수사에 착수해 그 배경에 대해 비상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몇 년 간 20조대의 그룹으로 급성장한 부영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과 향방 전반적 의혹에 대해 들여다 볼 계획이다. 부영그룹 수사에 본국 정가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유는 부영그룹이 DJ정부를 거쳐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본지도 한 차례 단독 보도한 바 있지만 부영그룹은 MB정부 시절 포스코가 시공한 송도 동북아 트레이드 타워를 2016년 헐값에 매입한 대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과정에는 정권이 개입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영그룹은 최순실 씨가 만든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도 돈을 납입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이면서도 이를 비껴나갔다. 바로 최순실 씨의 압력과 후광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부영그룹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국세청, 검찰 등에 들어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나선 기관이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는 국세청의 특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특별세무조사까지 해서 검찰에 고발했어도, 검찰에서는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기업 사정 신호탄 1호로 부영그룹을 택한 것은 어쩌면 다스에서 풀리지 않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검찰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전문에서 설명했듯 부영그룹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재계 16위까지 급성장한 기업이다. 얼핏 보면 보수정권과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 정권의 뿌리와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부영그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급성장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사세를 크게 확장시켜 현재 재계 16위까지 그룹을 소리 소문 없이 키웠다. 아직도 부영그룹은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의 누나가 호남에서 부영그룹 소유의 아파트 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처조카’라는 등 루머들이 떠돌기도 했다.

그가 이 여사의 친인척이란 이야기는 루머일 수 있지만 부영그룹이 DJ정부에서 급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영이 1983년 설립 때부터 1994년까지 11년간 건설한 아파트는 임대용 1만2300세대와 분양용 5700세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DJ 정부 임기 내에 건설한 아파트는 임대용 6만4500세대, 분양용 7000세대에 달했다. 그 사이 1997년 80위권에 머물던 도급 순위는 18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런 정부의 막대한 지원 때문에 이중근 회장과 DJ 정부의 결탁설이 돌기도 했다. ‘동교동계’가 부영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로 있었던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의 후원회장을 역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 또 ‘이용호 게이트’ 수사 당시에는 김 전 대통령의 ‘집사’ 격인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6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수동에게 6000만원 건네 사실도

DJ 정부 시절에는 의혹에만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 회장의 정·관계 밀월 관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수사 과정에서다. 당시 이 회장은 협력업체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부풀려 2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법인세 74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는 개인 비리를 넘어 ‘게이트’로 번졌다. 이 회장이 정·관계에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 9일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들이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사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9일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들이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사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서영훈 전 민주당 대표를 통해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6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 부영 고문)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파트 인·허가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김영희 전 남양주시장에게 수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았다. 이 일로 이 회장은 2004년 4월 구속돼 같은 해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2008년 6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최종 확정됐으나, 2개월 만인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이 회장을 특별 사면했다. 그 뒤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 회장은 2011년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런데 2015년이 되면서 부영그룹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들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2017년 4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6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친인척이 소유한 회사를 누락해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 고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회삿돈을 유용해 횡령한 혐의 등을 추가로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들여다보는 혐의가 단순히 이중근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은 부영그룹이 보수정권에서 급성장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까지 본국 언론이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부영그룹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은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의 동북아 트레이드 타워를 매입한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 우여곡절 끝에 송도 사옥을 부영에 매각했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매각시기·가격 등을 두고 투자업계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포스코건설이 부영에 건물을 매각한 대금은 3000억원이며 운영자금조달이 처분 목적이었다.

매각 직전인 지난 6월. 포스코건설은 송도 사옥건설을 위해 테라피앤디(시행사)와 포스코건설(시공사)이 51:49의 비율로 출자해서 2008년에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SPC) ‘피에스아이비’의 채무 3567억원을 인수했다. 피에스아이비는 20010년 사옥 완공 이후 테라피앤디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으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금융권에서 차입해서 조달한 총 3567억원을 결국 갚지 못했다. 이에 제2대주주이자 시공사로서 해당 PF대출에 대해 채무인수약정을 맺었던 포스코건설이 채무를 인수하며 지분율 100%를 확보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이를 3000억원에 부영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포스코건설은 3568억원의 부채를 갚아주면서 받은 자산을 3개월만에 600억원 가량 낮은 금액에 팔아치운 셈이다.

포스코 건물 매입 과정에 정권 개입

업계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계속적 영향을 받은 포스코가 헐값에 송도트레이트 타워를 매각한데는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부영은 송도에 대우자동차 판매부지 관련해서도 특혜를 받았단 의혹이 추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1차적으로 주목하는 사실이 바로 최순실과의 연관성이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에서 80억원대 자금지원을 해 주는 대가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벌인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부영은 이 회장이 직접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리에 참석하긴 했으나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고, 면담을 가진 것은 김시병 부영 사장이라는 것이었다. 김 사장 역시 세무조사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K스포츠재단 측에서 추가 자금지원 요청을 했고, 김 사장이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 측이 최근 검찰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는 이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직접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 사장이 세무조사에 대한 내용을 부연 설명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이런 전반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부영그룹에 대한 수사를 계속 망설여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최순실의 부탁을 받고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단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검찰이 2018년 첫 수사 대상으로 부영을 선택한 것은 검찰 수사가 단순히 이중근 회장에게만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앞서 국세청이 고발한 부영의 탈세 혐의는 물론 위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임대주택 등 주택사업 관련 불법행위, 유령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부영에 제기된 각종 불법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캄보디아 등 해외 현지법인에 송금한 2천700여억원의 자금이 비자금 조성에 동원됐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정권 최상부에 뿌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회장 주변인을 상대로 계좌추적에 나서는 한편, 이 회장을 포함해 아들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부영 역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 조사에 맞서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속한 법무법인 서평을 포함,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출신인 오광수 변호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이 이 회장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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