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사건 밀착취재, 그날 밤 청담동 중국집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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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건 조작…경찰 검찰은 축소은폐

파렴치범으로 몰려 매장 된
‘하원’ 스포츠조선 전사장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

부제

▲ 하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

▲ 하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

장자연 성접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미 장자연 씨 사건을 “검찰이 관련된 인권 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재조사의 핵심 사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선일보 방 씨 일가의 술자리 강요 의혹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이 왜 경찰과 검찰에서 무마됐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방 씨 일가의 비협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과연 검찰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당시 조선일보가 술자리에 참석한 인물로,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운 하 원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 전 사장은 이와 관련해 2012년 검찰 수사 당시 검찰에 출석해 어느 정도 다 이야기했지만, 그의 진술이 실제 법원 재판 과정에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수사기관 차원에서 사건을 무마했던 당시와는 달리 검찰이 재조사 의지를 밝힌 만큼, 재조사 과정에서 그의 진술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 전 사장은 장자연 사건 재조사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변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본지가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009년 3월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에는 ‘조선일보 사장으로부터 잠자리를 요구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이런 사실을 국회에서 처음 공론화한 인물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리고 이 의원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압박한 조선일보 간부는 현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이다. 강 의원은 당시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이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2009년 4월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 방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다’는 글귀가 있다”면서 “경찰이 언론사 대표, 언론사 사주를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조사 자체를 왜곡하고 조사를 못 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효상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은 이 의원에게 공문을 보내 “이 의원이 본사의 이름과 사장의 성(姓)을 실명으로 거론한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국회 내에서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남용이며 명백히 민·형사상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그 날 저녁에 무슨 일이…

방상훈 사장과 조선일보는 장자연 리스트 관련 조선일보 사주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KBS·MBC를 비롯한 언론사와 언론단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무더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방상훈 사장에 대한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형사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2월엔 법원의 방 사장 증인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하다가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조선일보는 2월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방송사와 정치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연예인과의 의혹 제기와 일방적인 비방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데 본뜻이 있었다”며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이상, 진실 규명이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2013년 2월 8일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이 KBS·MBC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으로, 재판부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고 장자연씨나 소속사 전 대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나아가 술 접대 내지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임이 입증됐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익성·상당성 등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춰 일부 허위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미 기소 전부터 방상훈 사장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실제로 장자연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사장’이 방상훈 사장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검·경 수사결과가 나오자 마치 조선일보 측이 장자연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리고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당사자를 이미 조선일보 계열사를 떠난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에게 덮어씌웠다. 조선일보는 2011년 3월9일자 지면 기사를 통해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 연예기획사 대표 김종승씨가 장자연씨에게 소개한 사람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었다”며 “김씨 스스로 서울 한 중국음식점에서 장씨를 스포츠조선 전 사장에게 소개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07년 10월경 중식당에서 장씨를 만난 9명의 사람 중에는 스포츠조선 전 사장뿐만 아니라 이날 만남을 주재하고 직접 식사비까지 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도 있었다. 방용훈 사장은 방상훈 사장의 친동생이다. 물론 경찰은 방용훈 사장이 이 모임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외려 경찰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장자연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장씨의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이 김씨가 진술했던 스포츠 조선 사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냈다. 조선일보 역시 이런 잘못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상훈 사장은 이 사건과 무관함만을 주장할 뿐 방용훈 사장의 존재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하 전 사장 진술 사실상 묵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하 전 사장에게 조선일보가 범행을 뒤집어 씌웠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냐는 점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하 전 사장과 아주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 그리고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등을 포함해 9명이 강남에서 술자리가 있던 어느 날, 하 전 사장은 강북에서 있던 일정을 위해 이동중이었다. 이동 중 방 회장에게 전화가 와서 갑자기 와서 강남에 있는 모처로 오라고 해서 당황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 회장이 조선일보 사장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오너 일가의 부탁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 하 전 사장은 잠시 들를 목적으로 청담동 중식당에 갔고, 이 자리에 방용훈 회장을 비롯한 김종승, 장자연 등 여러 명이 있었다. 이 자리에 9명이 있었다는 것은 공소장 및 재판 자료 등에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방 회장은 김종승과 장자연 등을 하 전 사장에게 소개시켰고, 하 전 사장은 얼마있지 않고 자리를 떠 원래 약속 장소인 강북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것이 하 전 사장이 기억하는 이 날 일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 2011년 3월 9일자 조선일보 12면.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과 방상훈 사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장자연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 사장은 평소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 2011년 3월 9일자 조선일보 12면.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과 방상훈 사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장자연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 사장은 평소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이 터지고 어느 날 조선일보에 마치 이 자리가 자신과 장자연 씨와의 만남을 위해 마련됐던 자리였고, 장 씨가 언급한 조선일보 사장이 자신이었다는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다. 이 보도로 하 전 사장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고, 지금까지도 악몽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사장은 당시 조선일보 동료 등에게 수십 년 간 몸 바친 직장의 오너가 자신을 한 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는 억울함 등을 호소했으나 방 사장 일가를 상대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겪은 일들은 법원에서 자세히 진술했다. 그는 2012년 당시 거의 언론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딱 한 군데 한 미디어 전문지에다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날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밝힌 것은 아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방상훈 사장을 구명하고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짜맞춰졌던 수사였다”며 “증인심문에서 장자연 사건에 어떤 조선일보 방 사장이 연루됐는지를 이미 밝혔고, 검찰의 방상훈 사장 불기소 결정문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수사 검사에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전 사장의 바람과는 달리 당시 경찰과 검찰은 물론이고 재판부까지도 방 씨 일가에게 면죄부를 줬고,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끝내 검찰 과거사 재조사 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하면서, 다시 하 전 사장의 진술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원 전사장, 조선일보 상대 소송 고려

하 전 사장은 이와 관련해 대기업 홍보팀 임원인 자신의 동생과 상의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일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실명 보도한 본국의 ‘미디어오늘’에 공문을 보내,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방 사장은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 망인(장자연)의 존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일부 보도처럼 망인을 ‘소개’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장자연 씨 등이 있던 식사자리에 함께 한 것은 맞지만, 장씨가 누군지 소개받은 적이 없고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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