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미북정상회담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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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와 대화시 통역없이 영어로 회담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과 김정은간에는 흔히 정상회담에서 보는 통역사가 안보였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북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단둘만의 ‘도보 회담’에서도 통역사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미북정상회담 주인공인 트럼프와 김정은간의 회담에는 반듯이 통역사가 필요하다. 한국어 통역과 영어 통역이 필요하다. 트럼프에게는 전문적인 한-영 통역사인 “닥터 이”라는 미 국무부 통역국장 이연향 박사(60)가 있는데, 김정은과의 회담에 이박사가 맡을 확률이 가장 높다. 한편 김정은이 데리고 올 통역이 누군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누이동생 김여정을 자신의 통역사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미북정상 회담에서 만약 통역사가 삣끗 다른 이야기로 통역한다면, 트럼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고, 김정은이 책상을 두드리며 고함을 칠 사건도 생길지 모른다. 실제로 중국은 통역사의 잘못을 지적해 사형을 시킨적도 있다. 정상회담에서 통역의 실수는 역사를 변경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북한의 “수령”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있었으나 그들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은 모두 영어 실력이 보통 수준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인이나 영국인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둘다 유창한 영어 회화 수준이라는 것이다. 둘다 스위스 유학 덕분에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한국 정보통들이 전하고 있다. 김정은의 영어 실력이 김여정 보다 약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지난번 마이크 폼페이오 전CIA국장의 비밀 방북 때 만나서 통역사를 두기도 했지만 인사 정도는 영어로 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동생 김여정이 통역사로 나설 수도

 ▲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사 이연향 박사

▲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사 이연향 박사

이런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중에 통역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어 세계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만약 미북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김정은이 통역없이 트럼프와 1대 1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면 트럼프의 환심을 살지도 모른다. 트럼프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한 김정은이 영어로 친근감을 표시할 경우 즉흥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의외로 호의를 갖고 김정은과 마주 앉아 “통큰 협상”을 할지도 모른다. 한편 성급한 전망일지 모르나 김정은이 자기 동생을 미북정상회담의 북한측 통역사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특히 누이동생 김여정은 프랑스어까지 유창해 최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 정부 외교 소식통을 인용, 김정은이 김여정을 대미 특사로 워싱턴에 파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는 김여정의 영어실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SCMP는 “김여정은 현재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평하기도 했다. 보통 정상회담에서는 아무리 영어나 외국어가 유창해도 통역사를 대동하는 것이 외교관례의 원칙이다. 정상들은 통역이 있으면 일단 발언을 끝내고 통역이 진행되는 동안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할 여유가 있고, 혹시 발언 내용이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그것은 통역의 실수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고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여지도 생기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회담에서 김정은 쪽 통역사는 김정은의 말을 영어로 통역해 트럼프가 알아 듣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말을 들은 미국 쪽 통역사는 한국어로 김정은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같은 방식은 순차통역이라고 한다. 순차통역 방식은 정확하게 발언 내용이 전달되는 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양국 정상이 30분간 회담했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양측의 통역 시간을 빼고 나면 한쪽에서 발언한 시간은 다합쳐서 8-10분 정도이다. 하지만 순차통역은 한 사람이 통역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어가야 하기에 대화의 맥이 끊기고 어떤 경우는 상당히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표정이나 몸짓 등 발언자의 분위기가 잘 전달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순차통역 대신 동시통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시통역은 자칫 중요 단어들이나 대화 내용을 간단하게 지나칠 수 있어 중요 회담에서 가끔 통역 내용을 두고 당사자들이 해석을 달리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세기의 정상회담과 통역사의 ‘입’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통역을 맡은 미국측 통역사는 이미 언급한대로 한국계인 미 국무부 통역국장 이연향 박사가 맡은 공산이 크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통역도 맡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때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통역을 총괄했으며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에서도 담당한 한국어 영어 통역 베테랑이다. 이연향 박사는 서울예고, 연세대 성악과를 나와 다시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해 통역사의 길로 들어서 한국에서 활동 후 1996년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에 한영과가 창설될 당시 자리를 옮겨 8년간 제자들을 배출했다. 그때 인연으로 미국무부에서 한국어 외교 통역관이 됐다. 2004년에 일시 귀국해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다가 2009년 다시 국무부에 복귀했다. 트럼프의 통역을 맡을 이연향 박사는 이번에는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이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매우 중차대한 주제를 다루게 되므로 지금까지의 한국 대통령들의 말을 영어로 미국 대통령들에게 한 통역과는 다른 차원의 한국어 통역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곽중철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가 기고한 글에는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정상 회담의 통역을 맡아온 미국 측 통역 이연향씨가 맞닥뜨릴 문제는 김정은이 쓸 북한 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북한식 한국어를 직접 영어로 통역할 일은 없지만 북한 측 영어 통역이 정확한지를 어느 정도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트럼프의 적절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비록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말을 미국 대통령들에게 많이 통역했지만 북한의 김정은을 통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북한 말의 억양과 여러 용어들이 생경하게 다가오면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 측 통역이 정확하지 못하면 트럼프에게 살짝 귀띔할 수도 있어야 한다. 트럼프는 “수가 틀리면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했으니 그 이유가 오역이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토씨 하나도 틀려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빼먹지 않고 통역해야 한다.

김정은 영어 통역사에 관심집중

북한 측도 김정은 전속 영어통역사가 있을 것이다. 그 통역사들이 전문통역 훈련을 받았는지 않했는지는 잘 알

 ▲ 북중정상회담에 김정은은 여성통역사를 두었다.

▲ 북중정상회담에 김정은은 여성통역사를 두었다.

수 없지만 북한식 외국어 훈련을 받은 북한 최고의 통역사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가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한 동시통역까지 할 수 있을지는 나중 밝혀 질 것이다. 뉴욕에 소재한 UN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의 영어 수준이 상당히 고차원적인 것을 보면 평양에 영어 통역사의 수준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UN북한대표부에 근무한 허종 차석대사는 콜럼비아 대학 초청으로 영어로 특강을 해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정상회담 통역을 할 경우 외국 정상이 어떤 말을 할까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워 상대국들이 당황하기도 한다. 99년 10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 방한해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다. 당시 스페인어 통역을 맡은 한원덕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만찬 직전 차베스가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스페인어로 읊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비상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하는, 누구나 아는 시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이라 전체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당장 주변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 측 고위 인사도 많은 상황에서 시를 잘못 통역할 수 없는 노릇 이었다. 간신히 내용을 알아내 준비를 했지만 차베스는 실제 만찬 때는 시는 읽지 않고 돌연 단군 신화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환인·환웅·웅녀 등 한국 사람도 헷갈리는 얘기를 차베스가 하자 한 교수는 등에 식은땀이 났다고 한다. 한 교수는 “차베스 대통령이 단군신화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해 우리 민족을 ‘인내하는 민족’이라고 말하더라”며 “어떤 정상들은 한국 사람도 잘 모르는 한국의 역사와 예술작품을 미리 준비 해와말하는데, 그럴 때면 정말 당황스럽다”고 했다.

통역사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도 관리해야 한다. 가끔 친근함을 보이기 위해 직접 영어를 구사한 대통령이 엉뚱한 실수를 할 경우 이를 재빨리 수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전직 한국 대통령은 미국 정상과 만나 첫 인사를 “How are you(안녕하세요)”라고 해야 하는 걸 실수로 “Who are you(누구세요)”라고 해서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정상 통역사 중에는 준수한 외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던 이여진 전 외교통상부 외무관도 그런 경우다. 그는 정상들 못지않게 ‘미모의 통역관’으로 화제가 됐고, 당시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노 대통령의 영어 통역사가 누구냐”는 글이 상당수 올라왔었다. 그는 이후 미국 로스쿨에 진학해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효성그룹 오너의 아들과 결혼했다.

회담 기밀 지키지 않으면 사형당할 수도

정상 통역사 중엔 전설적인 인물도 적지 않다. 최근 81세를 일기로 타계한 러시아의 통역가 빅토르 수호드레프가 대표적이다. 수호드레프는 59년 흐루쇼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소련 지도자 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부터 30여 년간 정상 통역을 맡았다. 냉전시대 미·소 양국 정상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러시아 외무부 는 수호드레프의 사망에 공식 성명을 내고 “소련과 미국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에 직접 참여한 인물”이라며 “예민한 관찰력과 유머 감각, 따뜻함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해외에선 통역사의 비극적인 죽음도 있었다. 2005년과 2006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김정일의 정상회담 통역을 맡았던 장류청 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남북한담당처장이 2010년 정상회담 기밀누설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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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말도 통역이 필요?’ 북한의 이색 인터뷰

지난 2014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휩쓴 북한 역도의 엄윤철(23)과 김은국(26)은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보통 기자회견에는 선수만 참여하고 통역은 조직위원회의 전문통역사가 맡는다. 하지만 북한은 달랐다. 영어통역까지 본인들이 직접 책임졌다. 한국말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표현문제로 시비가 생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북한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김정은 최고사령관”이었다. 북측은 김정은을 가리켜 국가원수를 뜻하는 마샬(marshal)이란 표현을 썼다. 김정은이 지휘관(commander) 등으로 격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 표현으로 외교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기자회견 중 한국 기자가 북한 선수로서 남한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것이 특별한 기분이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한국말을 들은 통역사가 재차 선수들에게 질문을 전달 했다.

소리가 작거나 질문내용을 못 알아듣기 때문은 아니었다. 엄윤철과 김은국은 모두 남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서 질문 내용이 다르게 전달이 됐다. 이에 해당 기자가 북한 선수에게 재차 영어로 질문을 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질문을 받은 엄윤철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뭐든지 사상이 행동을 결정한다. 앞으로도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라며 횡설수설 했다. 민감한 질문을 받아 넘긴 것이다. 당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의 외신기자는 “북한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은국은 “우리는 더 바라는 것이 없다. 최고사령관 김정은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고 전 인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것이 행복이자 자랑이다. 앞으로 그것을 위해 더 많은 기록을 내고 훈련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남한과 북한은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말을 구사했다. 남과 북이 소통하는데 통역이 필요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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