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인권문제 거론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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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개선 이래 ‘냉전’(Cold War)의 종식 상징

김정은에게 체제보장과 핵무기 인정의 통큰 양보

성조기와 인공기가 6겹으로 세워진 싱가포르 명소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미북정상회담장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마주 보며 걸어나와 서로 악수를 했다. 16초간 손을 잡으면서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 정상회담은 한나절로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떠나 괌과 하와이를 경유해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 왔다. 그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토니상 시상식에서 자신을 비난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에 대해 “IQ가 모자란 인물”이라고 날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국내외 언론과 정계를 포함해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평소 “협상의 달인”이라고 뽐내던 그에게 ‘트럼프의 도박은 위기를 맡고 있다’ 라고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그가 미국에 돌아온 날은 13일이었다. 13일 나쁜 숫자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실제적 평가는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 나타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 정치의 1번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미북정상회담의 승자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승리라고 했다. 최고권위의 시사지 타임과 뉴욕커는 ‘북한과 중국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중국을 승자로 논한 것은 오래전부터 중국이 주장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을 두고 한 것이다. 패자는 트럼프와 한국과 북한 주민이북미회담1었다. 정상회담 성패 관건이었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 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합의문에 들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많은 것을 주고도 실제로 얻은 것은 별로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정상의 첫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평가도 있었다. 제2차 대전 이후 수십년간 적대 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는 1972년 닉슨의 중국 마오쩌둥 회담으로 미중 관계개선 이래 ‘냉전’(Cold War)의 종식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12일 미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트럼프는 그레타 반 서스테렌 VOA 객원 앵커와 대담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으로 하나의 과정이 시작됐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기 시작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김정은에 대한 화려한 논평은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와 주민을 곤경에 처한 북한 통치자의 행위를 지적하는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의 불만을 야기시켰다. 트럼프는 미국정부가 전통적으로 외교의 지침으로 삼아온 인권문제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 주민을 탄압하고 있는 독재자 김정은을 미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2014년에 유엔 보고서는 북한 정권의 인류 반역죄에 대하여 “근절, 살인, 노예화, 고문, 투옥, 강간, 강제 낙태 및 기타 성폭력, 정치적, 종교적, 인종 및 성별에 대한 박해, 인구의 강제 실종, 고의적 으로 기아가 장기화되는 비인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ITC News 워싱턴 특파원 로버트 무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유린에 관한 유엔 보고서를 읽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하여 “유능한 협상가, 매우 재능 있는 사람, 그의 나라를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의 스티브 코헨 하원의원은 “김정은은 주민들을 노예화시켰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데이비드 졸리 전 하원 의원은 “역사의 기록을 보더라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억압한 인권 유린의 독재자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 말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은 정상 회담이 있기 전에 트럼프는 김정은의 끔찍한 인권유린을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북한에서 석방되어 미국에 돌아온 직후에 사망한 오토 윔비어를 추모를 기념하기 위한다고 약속했지만 이에 대해 김정은에게 인권문제 제기에 침묵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기자 회견에서 이같은 사실을 기자들이 질문했을 때 트럼프는 “윔비어가 아니라면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모호한 주장을 폈다. 아틀랜틱지의 편집자 인 제프리 골드버그는 “살인자와 마주앉아 자랑스럽게 대화하는 대통령이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와 동맹국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다루기 위한 회담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내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인권유린자에게 찬사?”

트럼프는 김정은과 합의한 4개 항의 조항은 의미가 없는 문구의 나열로 일관해 그의 말처럼 ‘시간이 없어 CVID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북미회담24개항의 공동성명엔 검증 가능한 비핵화란 말도 비핵화 시한도 없었던 반면에 트럼프는 김정은이 없는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철수론까지 “폭탄 발언”을 쏟아내어 한미동맹 을 의심케 만들었다. 많은 외신들도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 시작에 환호를 보내던 한국민들은 ‘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충격에 빠졌다”라고 보도했다.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면 한미 연합사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자연히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국내 전문가들은 ‘회담 결과는 지난동안 북한 정권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합동훈련의 중단을 트럼프가 먼저 꺼낸 것’이라며 ‘김정은의 술수에 말려든 트럼프’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포로 실종자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 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날 합의문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문은 이란 핵 협상 합의문이나 9․19 공동성명보다도 후퇴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는 상당부분 미완의 과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예상한 수준보다도 합의문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의아할 정도라고 지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추후 고위급 회담을 이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간다든지 고위급 회담을 하는데에는 굉장히 많은 절차와 단계가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시간을일본외신 끌게 되면 결국 북한이 원하는대로 핵 동결을 하게 된다. 구체적인 협상을 전부 후속회담에 맡겼는데 절대 미국 뜻대로 안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일부 견해도 있었다. 1950년대부터 있었던 양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된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것이며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문안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 안됐을 뿐, 이번에 분명히 얘기가 됐을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미북 정상 공동 선언문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두 정상의 합의문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umunjom Declaration, the DPRK commits to work toward complete denucler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고 만 명시됐다. 이와함께 트럼프는 합의문에서 북한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북한 체제 안전 보장 약속은 ‘미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북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의 2개의 조항으로 명시됐다. 두 정상은 또 전쟁 포로나 실종자의 발굴 유해의 즉각적인 송환을 포함해 전쟁 포로와 실종자의 유해 복구 작업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로 정상 합의문에 ‘CVID’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북한이 그동안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핵사찰 등 검증 여부와 불가역 조치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합의문에 CVID가 명시되지 않음에 따라 미완의 합의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합의서보다 트럼프의 선언

이번 정상 합의문에 CVID가 명시되지 않음에 따라 추후 협상 여부가 주목된다. 두 정상은 합의문 에서 “미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진행하는 고위급 실무 회담을 최대한 빨리 추진해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인색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줄곧 강조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가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실패했다̓(fall flat)고 노골적으로 혹평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과 미국간 적대 관계에 선을 긋고 관계 개선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 할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소 과장법이 섞인 트럼프 특유의 공언과는 달리, 애초 ̒비핵화 디테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뉘앙스다. 오히려 공동합의문 내용보다는 미북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 또는 미북 관계개선 함의 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정작 북미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문에는 중요한 결과물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핵심 결과물은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한미연합 훈련중단” 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의 폐쇄를 약속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WSJ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성과물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채널을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양측이 호전적 설전을 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상황과는 뚜렷하게 대조된다”고 덧붙였다. CNN방송과 CBS방송도 ̒군사연합’ (war games), 즉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중국이

▲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정은 옆에 여동생 김여정이 있고 트럼프 옆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있다.

▲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정은 옆에 여동생 김여정이 있고 트럼프 옆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있다.

먼저 요구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합의점이 충분히 도출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으로서는 거의 공통분모 없이 담판에 들어간 셈”이라고 전했다. 공동선언문의 CVID 명문화 여부, 북한 비핵화의 타임스케줄 등에서 접점이 마련되지 않았던 상황 에서 정상회담만으로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다만 애초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세계 최대 핵 강국과 최고의 은둔 국가 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중대한 발걸음으로 평가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는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의 인색

영국 언론들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 하면서도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두 정상이 마침내 만나 5시간여 동안 있으면서 좀 더 실질적인 비핵화로 다가가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다만 이번 합의안은 지난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면서 “지난 1년간 험악한 위협을 주고받은 이들이 놀랄만한 반전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항은 합의안에 담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BBC 방송은 덧붙였다. 정상회담이 이틀간 열렸으면 한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과 함께 한반도에서 적대적 행위 전면금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하루 만에 끝나면서 이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매우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르피가로도 “트럼프와 김정은이 공동선언 채택으로 종료된 회담에서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는̓ 화해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사설에서 “중요한 첫걸음을 뗐지만, 신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이란 핵 합의에서 증명됐듯 악마는 합의 사항의 디테일에 있다”고 평가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도 ̒김정은은 그의 꿈을 이뤘다̓는 기사에서 “세부 내용과 일정, 향후 평화 질서 의 개념 등이 부족하다”라며 “구체적인 군축과 안보를 위한 더 많은 논의를 장기적인 과정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게스차이퉁은 “공동성명은 상대적으로 내용이 부족하고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와 있지 않아 모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두 지도자가 전쟁을 위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담은 매우 놀랍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공영 RAI뉴스는 “한반도의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공영방송은 SVT는 합의문에 대해 “무엇보다 양국 관계를쿨링 다운̓하는데 목적을 뒀다”고 평가하면서 전문가 분석을 통해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 했어도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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