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 검찰 조사로 서서히 드러나는 장자연사건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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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이 언급한 가해자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 방용훈? 차남 방정오?

장자연2009년 연이은 성 접대로 인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장자연 씨. 수많은 권력자들이 20대 꽃다운 나이의 장 씨를 성노리개 삼으며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 사건으로 인해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나오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수사기관이 하나 같이 가해자를 비호하거나, 사건을 덮으려 했기 때문이다. 본지는 장 씨가 사망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 20건 이상의 관련 기사를 써오면서 사건을 팔로우했다. 그 취재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고 있다. 본지는 검찰이 이 사건을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후 다시금 사건의 흐름과 그 과정에 대해 등장하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대해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검찰 진상조사단이 본지가 언급했던 인물 중 이 사건의 핵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본지가 이 사건에 연관있다고 지목했던 방정오 조선일보 TV조선 전무에 대해 KBS가 실명보도했다. 검찰이 과거와 달리 이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조사에 들어간 만큼 과연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던 조선일보 방 씨 일가와 관련한 의혹들이 그 실체를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지는 장자연 사건이 재조명 받기 시작한 이후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에 대한 기사를 두 차례 보도했다. 하 전 사장이 왜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됐는지, 당시 조선일보 기자들이 찾아와 그를 어떻게 회유하려 했는지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하 전 사장을 조사할 경우 사건의 실체에 상당 부분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장자연 사건에 대해 대검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하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의 재수사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파렴치 누명 쓴 하 전사장의 항변

검찰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은 장자연 사건 중 우선 규명해야 할 의혹으로 장 씨가 죽기 전 자필로 남긴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이 누구이며, 이들에 대한 수사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하 전 스포츠조선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가장 먼저 부른 이유도 2009년 수사 당시 하 전 사장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장자연 리스트’의 핵심 인물인 것처럼 검찰이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2009년 8월 1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의 2008년 7월17일 스케줄표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아니라 스포츠조선 사장 하 원 씨”라는 김씨의 처음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 전 사장은 최근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다시 진술했는데, 이 내용은 본지가 보도했던 기사에 가장 자세히 적혀 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 그리고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등을 포함해 9명이 강남에서 술자리가 있던 어느 날, 하 전 사장은 강북에서 있던 일정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이동 중 방 회장에게 전화가 와서 갑자기 와서 강남에 있는 모처로 오라고 해서 당황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 회장이 조선일보 사장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오너 일가의 부탁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 하 전 사장은 잠시 들를 목적으로 청담동 중식당에 갔고, 이 자리에 방용훈 회장을 비롯한 김종승, 장자연 등 여러 명이 있었다. 이 자리에 9명이 있었다는 것은 공소장 및 재판 자료 등에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방 회장은 김종승과 장자연 등을 하 전 사장에게 소개시켰고, 하 전 사장은 얼마 있지 않고 자리를 떠 원래 약속 장소인 강북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것이 하 전 사장이 기억하는 이 날 일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끼워 맞추기식 수사 다시 원점에서

하지만 장자연 사건이 터지고 어느 날 조선일보에 마치 이 자리가 자신과 장자연 씨와의 만남을 위해 마련됐던 자리였고, 장 씨가 언급한 조선일보 사장이 자신이었다는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다. 이 보도로 하 전 사장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고, 지금까지도 악몽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사장은 당시 조선일보 동료 등에게 수십 년 간 몸 바친 직장의 오너가 자신을 한 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는 억울함 등을 호소했으나 방 사장 일가를 상대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겪은 일들은 법원에서 자세히 진술했다.

▲(왼쪽부터) 방정오 조선일보 TV조선 전무,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

▲(왼쪽부터) 방정오 조선일보 TV조선 전무,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

본지 보도 후 하 전 사장은 최근 M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렇게 ‘조선일보 방사장’인 것처럼 지목된 데에는 당시 조선일보 측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하 전 사장은 지난 2007년 10월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함께 장자연 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엔 누구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자연 씨를 함께 만난 “방용훈 사장에 대해, 당시 경찰과 검찰 모두 전혀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도 했다. 이런 대우를 받은 배경에 조선일보가 있다는 건데, 하 전 사장은 당시 주변 취재기자들로부터 “조선일보가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하 전 사장은 또한 연예계 관계자가 자신을 방 사장으로 착각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하 전 사장을 소환조사함에 따라 이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즉 장 씨가 언급한 조선일보 사장이 누구냐는 것이다. 결국 초점은 다시 조선일보 방 씨 일가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유력한 인물을 그 동안 언급되어 온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과 방정오 TV조선 전무다. 본지가 두 사람의 실명을 보도한 후 본국 언론들도 실명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장씨가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착각했을 만한 사람 중 실제 장 씨와 만난 것으로 확인된 인물은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다. 2007년 10월 신인배우였던 장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중식당에서 방용훈 사장과 스포츠조선 사장 등 9명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 동석했다는 것은 법정 증언에서도 거듭 확인된 바 있다. 방상훈·방용훈 형제와 방성훈 현 스포츠조선 사장은 사촌 관계다. 방성훈 사장은 방상훈 사장의 삼촌인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장남이자 현 조선일보 이사다. 그는 방상훈 사장(30.03%)에 이어 조선일보 2대 주주(21.88%)로 알려졌다. 향후 조선일보 지배 구조에서 두 사람은 경쟁 관계라는 시각도 있다.

리스트엔 삼촌 방용훈 조카 방정호 전무까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2007년 10월 저녁 자리엔 당시 CNN 한국지사장, 주한미대사관 공사, 민아무개씨, 광고기획사 한아무개 사장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의 식사비는 방용훈 사장이 냈다. 하지만 경찰은 방용훈 사장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방용훈 사장이 식사자리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김종승 대표의 신병 처리에 집중하다 보니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방 사장’에 대한 핵심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떠넘기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경찰에 방용훈 사장을 수사하라고 수사 지휘를 했지만, 범죄 혐의를 입증할, 범죄를 구성할 근거가 안 나와서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피해간 사람 중 한 명이다. 장씨의 로드매니저였던 김아무개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8년 10월 28일 자신이 운전해 여의도로 가던 중 김종승이 정아무개 감독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언급했고, 장자연을 집에 데려다줄 때도 그런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10월 28일은 장씨 모친의 기일이었다. 김 씨는 또한 “김 대표의 심부름으로 룸에 양주 1~2병을 가져가니 룸에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몇 명 있었으며 술집 아가씨들도 있었다”며 “그날 주점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장자연이 차에 와서 누군가와 통화했고 어머니 기일이라고 하면서 울다가 다시 주점으로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장자연 씨는 유서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김성훈(김종승의 가명) 사장님 강요로 얼마나 술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방사장님이 잠자리를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여성이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이명박 정권과 조선일보의 야합으로 숨겨진 실체. 과연 그 진실은 1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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