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취재] 군 최고실세 김관진 계엄령 문건 유력한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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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핵심몸통 지목받는
軍꾸라지 ‘김관진’이 수상하다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군 최고 실세로 군림했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본지가 첫 보도한 박근혜 군부의 계엄령 및 위수령 발동 의혹이 모두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제 모든 관심은 과연 누가 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냐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계엄령 문건 작성의 배후에 박지만 EG회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을 거론했는데, 최근 군 내부 분위기가 김관진 전 실장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후,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가서도 장관에 유임됐고,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하는 등 사실상 두 정권을 거치며 군 최고 실력자로 군림한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에서도 자리를 보존하면서 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 그동안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도 거기에 걸맞는 처벌은 모두 비껴갔다. 지난해 11월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조작 지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최근에는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로 추가기소 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을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결정을 앞두고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이른바 ‘계엄 문건’ 작성과 관련한 몸통으로 김관진 청와대 전 국가안보실장이 떠오르고 있다. 문건이 작성된 2017년 3월 당시 청와대 김 전 실장을 포함한 참모들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당시 천만명을 훨씬 넘긴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의 반대를 통제하기 위한 대책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 부재상태인 이때, 실질적인 국가안보 위기관리 책임을 맡고 있던 김 전 실장이 한민구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대책마련을 지시하고, 한 전 장관의 지침을 받은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TF를 만들어 구체적인 계엄령 시행 기획안인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수립하게 힌 것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사정당국자에 따르면, 실제로 기무사 ‘계엄 문건 관련 TF’에 참여했던 소강원 당시 1처장(현 참모장)과 기우진 수사단장(현 5처장) 등은 최근 군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한 전 장관의 지시와 조 전 사령관의 세부지침을 받아 문건 작성에 착수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한 전 장관과 조 전 사령관까지 작성에 관여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두 사람이 몸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군 체계나 기무사의 기능적 특성상 한 전 장관이나 조 전 사령관이 독단적으로 계엄 검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본지가 최근 지적했던 것처럼 조 전 사령관 역시 독단적으로 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럴 경우 한 전 장관이나 조 전 사령관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좁혀진다. 바로 황교안 전 총리나 김관진 전 실장이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 9년 간 사실상 김관진 전 실장이 군의 모든 문제를 좌지우지한 것을 보면 그 무게중심은 김 전 실장에게로 쏠린다고 할 수 있다.

황교안 아니면 김관진

게다가 국가안보실의 역할을 보면 김 전 실장이 몸통이란 지적에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쏠릴 수 밖에 없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 독대 보고사항 외 대부분의 기무사 정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간다. 기무사가 대통령이 군을 견제하기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지침이나 지시도 대부분 청와대에서 내려지고 그 주무부서가 국가안보실이다. 그만큼 국가안보실과 기무사는 긴밀하다. 또한 국가안보실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생긴 조직이었다. 2017년 3월 당시 본지가 취재를 시작했던 이유도 청와대 지시로 ‘대테러나 방첩 목적으로 계엄에 준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말이 한참 돌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나서부터다. 군 출신인 김 전 실장으로서는 탄핵 기각 이후 사태수습 대책 방법, 즉 계엄과 위수령 검토 필요성을 인식해서 장관과 기무사령관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계엄령 문건 관련 합동 수사단 역시 김 전 실장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김 전 실장 윗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연결돼 있는지 여부는 합수단 수사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소 준장 등 현역 군인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합수단 내 민간인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팀이 조 전 사령관과 한 전 장관 조사를 거쳐 김 전 실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 전 장관은 현재 출국 금지 상태다.

합수단은 당시 문건 작성을 총괄했던 지모 참모장(준장)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지 준장은 현장과 정무감각을 고루 갖춘 엘리트로, 기무사 정보융합실 근무 경험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융합실은 우리나라 각 정보 수집처에서 보고되는 여러 정보를 최종 취합하는 곳으로, 대통령 보고용 군 정보도 이곳에서 최종 작성된다. 지 준장은 지난 4월 소장을 끝으로 퇴역했다. 역시 검찰팀 수사 대상이다. 합수단은 이와 함께 전역한 원로급 기무사 고위 장교들이 각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김 전 실장 등이 ‘기무사 계엄 문건’을 작성하는 데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본지가 김 전 실장이 주도해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이유는 김 전실장이 지난 정권 내에서 했던 역할이나 인맥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정윤회화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지켜야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 제 1061호  2017년 2월 12일

▲ 제 1061호 2017년 2월 12일

김 전 실장은 이미 최순실 일가와 여러 차례 엮인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다. 공군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차기 전투기 F-X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정권 말 사업을 계약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박근혜 정권으로 넘겼다. 공군은 당초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가 아니라 보잉의 F-15SE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013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F-X의 단독 후보는 보잉의 F-15SE였다.

가격 입찰 결과 F-15SE가 유일하게 총 사업비 8조 3000억 원을 맞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24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에는 ‘F-15SE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런데 방위사업추진위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안보상황, 세계 항공기술 발전 추세 등을 감안했다며 F-15SE안을 부결했다.

이어 군 수뇌부가 노골적으로 F-X 기종으로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F-35A가 적격이라는 논리를 펼치더니 이듬해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는 F-X 기종으로 F-35A를 낙점했다. 김관진 전 장관은 그날 방위사업추진위에서 “(F-35A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투기를 고르는 데 전혀 필요 없는 정무적 판단이 F-X 기종 선정에 결정적이었다는 폭탄발언을 한 것.

차세대 전투기 사업 때도 몸통 의혹

결국 멀쩡하게 방위사업청의 평가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국회가 사실상 동의한 안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백지화됐다. 예산을 초과하는 초고가 F-35A를 선택한 탓에 도입 대수는 계획했던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무기를 사면서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하고 도입 대수를 대폭 축소한 사례는 F-X 사업이 유일했다. 총 사업비가 8조 원대이고, 도입 이후 유지보수에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사상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이 이렇게 파행을 겪었다. 게다가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핵심 기술 4가지를 한국에 이전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보잉 측은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결국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 핵심기술 이전도 백지화됐다.

F-X 사업 때 록히드 마틴의 경쟁사였던 유로파이터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완전한 기술 이전을 약속했고, F-15SE의 보잉은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서라도 주겠다고 우리 측에 약속한 바 있다. 록히드 마틴은 애초에 핵심기술 이전을 하지 못한다고 선언한 터라 F-35A를 골랐다는 것은 핵심기술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핵심기술을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록히드 마틴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2015년 10월 한국형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항공기 사업 관계자들을 두루 불러들여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되는 이유를 캤을 텐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KF-X 기술 이전 거부 파문의 전말을 알기 위해 어떤 정무적 판단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선정했는지를 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져 나오면서 군 관계자들로부터 “F-X 사업은 군이 아니라 윗선이 좌우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최순실이 움직였다”는 F-X 사업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결국 당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던 민정수석실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민정수석실을 이를 사실상 덮었다. 이 때 김 전 실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도 본지에 전화를 걸어와 “김관진이 방산비리의 핵심인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함태헌(구속 중)이라는 미국 시민권자가 바로 몸통이다’라고 말하며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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