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희대의 사기꾼 LA도피 중
태양광 사업 미끼로 한국 대기업 공기업에 거액 갈취
MB 자원외교 쫓다가
희대의 사기꾼에 또 당하다
한국외환위기당시인 1997년 재벌기업과 은행 등을 상대로 4천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변인호 사기사건의 공범으로 수배를 받아온 변씨의 동생 변성호씨가 지난 달 말 LA에서 수배 21년 만에 FBI에 전격 체포됐다. 변인호씨가 구속수감중 병보석으로 풀려나 해외로 도주한지 19년만인 지난 4월 중국에서 전격 송환된데 이어, 변 씨의 동생도 미국도주 21년 만에 꼬리가 잡힌 것이다. 형 변인호도 도피도중 사기를 치다 체포됐고, 동생 역시 도피 중 다시 사기행각을 벌이다 체포됐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악용한 태양광발전소 건설사기의 배후가 바로 변씨라고 미국검찰이 지목했다는 점이다, 희대의 무역금융사기범이 도피 중에도 MB정부를 이용, 한국대기업을 상대로 사기를 쳤고, 외교부와 코트라 등은 한국대기업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사실상 사기행각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FBI수사결과 이 사건의 피해규모는 최소 4개사, 최소 510만달러이며, 피해를 본 4개사 중에는 현대중공업등 대기업은 물론 한국전력 등이 포함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1990년 말 세간을 뒤흔든 희대의 무역금융사기범 ‘변인호-변성호’ 형제, 변 씨 형제가 당시 금융사기극으로 빼돌린 돈이 4천억원을 넘어 제5공화국당시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사건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며, 외환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 진 사건이다. 한국검찰이 1997년 11월 수사에 나서자 변인호씨는 구속되고, 변씨의 동생 변성호 씨는 피해자들의 고소직전, 미국으로 도피, 21년째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처럼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이어가던 변성호씨가 검찰의 지명수배 21년만인 지난달 2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인근 오렌지카운티지역에서 FBI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공모, 전신환사기, 돈세탁 혐의로 체포
FBI수사관은 지난달 27일 캘리포니아 중부연방법원에 제출한 형사사건개시통보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24일 오후 4시5분 변성호씨를 사기공모, 전신환사기, 돈세탁등의 중범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변씨는 1964년생으로 한국어 통역이 필요한 상태이며,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지난달 29일 재판부가 발부한 구금명령에 따르면 변 씨의 체류신분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한국 정부의 수배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날 재판부는 변 씨에 대해 보석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한 구금명령을 내렸다. 해당법원이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 중 산타아나지역의 법원인 점을 감안하면 변 씨는 오렌지카운티지역에서 체포됐으며, 변호사2명의 주소 등을 추정해 볼 때, 부촌인 어바인이나 뉴포트비치지역으로 추정된다. 변인호씨는 1957년생, 동생 성호씨는 1964년생으로 확인됐다. 변 씨가 미국으로 도주할 당시의 주소지도 캘리포니아였다.
한국 사법당국이 수배한 1964년생 변성호씨가 LA 인근에서 FBI에 체포된 것이다. 주범 변인호가 1999년 탈옥한지 19년 만인 올해 4월 한국으로 송환된데 이어, 동생 성호씨와 인적사항과 일치하는 인물이 1997년 10월 31일 도주한지 약 21년 만에 마침내 미국에서 영어의 몸이 된 것이다.
본보확인결과 변성호씨는 폴 정이라는 가명을 사용, 한국검찰의 추적을 피해왔으며, 폴 정이라는 이름으로 태양광발전소 건설사기를 저지르다 연방검찰에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지난달 24일 변성호씨를 체포했다고 발표하며 27일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이 사실을 통보했으며 29일 오후 1시30분 히어링을 열고 변 씨가 아리조나연방법원에 기소된 상태라며, 변씨의 신병을 관할법원으로 이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변 씨는 현재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아리조나주 투산지역으로 신병이 이관된 상태다.
아리조나연방법원 확인결과 연방검찰은 지난해 2월 15일 폴 정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변씨와 데이빗 리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존 최 등 2명을 사기공모, 전신환사기, 돈세탁등의 혐의로 비밀 기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검찰등 사법당국은 범죄용의자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으나 범죄가 중한 경우, 일단 기소대배심에 비공개기소장을 제출, 기소결정을 받은 뒤 신병 확보에 나서게 된다. 이 경우 용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기소장에 대해 비공개요청을 하고 체포 뒤에는 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리조나 연방법원은 지난달 27일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으로 부터 변 씨 체포사실을 통보받았으며 연방검찰은 10일정도 뒤인 지난 6일 비공개 기소장에 대한 공개를 신청, 법원이 공개명령을 내림으로써 변 씨의 미국 내 범죄혐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폴 정’ 가명 사용 도피생활 중 태양광사기극
연방검찰이 지난해 2월 15일 아리조나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에 따르면 변씨는 MB정부의 자원외교로 한국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점을 악용, 한국기업들에게 미국 태양광발전소 시공을 맡기겠다며 거액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검찰은 이 기소장에서 피의자 변 씨는 폴 정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최소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아리조나주 벤슨 등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한다는 마티네사의 매니징디렉터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변 씨는 이 기간 중 마티네가 태양광발전소의 ‘설계-자재조달-시공업체’[EPC]를 선정한다며 사업을 위해 기본경비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한국업체를 상대로 돈을 받아 가로챘다는 것이다.
EPC란 대규모토목프로젝트에서 설계와 자재조달, 건설 등을 모두 한 회사에 맡겨 원스톱으로 프로젝트를 끝내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연방검찰은 ‘벤슨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수주를 위해 한국의 현대중공업, 한국전력공사, 한전자회사인 KDN등이 변 씨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의 대표적 재벌 기업이며, 한전은 한국의 대표적 공기업이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희대의 사기범 변씨의 농간에 놀아났던 것이다.
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변 씨와 이씨가 4개 기업으로 부터 510만달러를 갈취, 이 돈을 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이나 관련기업명의의 계좌 88개를 이용해 모두 빼돌려 사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4개 업체는 실명을 밝히지 않고 EPC1, EPC2등으로만 기재했으나, 기소장의 다른 부분에 현대중공업, 한전, 한전자회사 KDN을 이 사건 관련업체라며 실명으로 명시함으로써 사실 상 이들 기업이 피해기업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EPC1’은 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2010년 7월 26일과 9월 13일 각각 10만달러, 9월 17일과 10월 1일 각각 7만5천달러, 11월 5일 15만달러등 50만달러를 송금했으나 변 씨등이 이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또 ‘EPC2’는 2011년 3월 4일 2백만달러를 은행지급보증수표[캐시어체크]로 지불했으나 이 또한 변 씨 등이 가로챘다고 밝혔다. ‘EPC3’는 2011년 8월 17일 25만달러, 9월 29일 35만달러, 11월 1일 백만달러등 모두 160만달러를, ‘EPC4’는 2012년 3월 1일 독일 스투트가르트소재 랜더스뱅크의 회사계좌에서 1백만달러를 캘리포니아주소재 JP모건체이스뱅크로 송금했으며, 변 씨등은 이를 뉴욕으로 송금한 뒤 다시 플로리다주로 재송금하는 방법으로 착복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즉 변 씨 일당이 태양광발전소를 미끼로 최소한 4개사로 부터 510만달러를 가로챈 것이다.
FBI 기소장에서 현대중공업, 한전, KDN 언급
검찰은 ‘EPC4’가 사기를 당한 배경에 대해, 변씨가 2011년 11월 8일 EPC4측에 ‘JP모건체이스뱅크에 태양광발전소프로젝트를 위한 트러스트계좌를 개설했으며, 이 계좌는 마티네사와 EPC4가 공동으로 서명해야 돈을 인출하거나 송금할 수 있으므로 전적으로 안전하다. 돈을 송금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변씨는 2012년 2월 아리조나주 투산에서 EPC4측 관계자를 만나 다시 한번 빨리 자금을 보내라고 압박했으며, 이에 따라 3월 1일 1백만달러가 송금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언급한 4개사의 사기사례 중 EPC3의 송금시기와 송금액수는 한국 중소기업 제스 솔라의 사례와 일치함으로, EPC3는 제스솔라로 확인됐고, 나머지 3개사는 검찰이 기소장에서 실명으로 언급한 현대중공업, 한전, KDN 등 3개사일 가능성이 크다.
FBI 아리조나지부와 연방검찰은 태양광발전소사기사건을 수사하면서 폴 정이라는 마티네사 매니징디렉터가 변성호라는 사실을 지난 2016년 9월19일 이전에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변 씨 등을 기소하기에 앞서 2016년 9월 19일 연방법원을 통해 피해자인 제스솔라측에 수사에 협조, 관련서류일체를 제출하라는 서피나를 보냈으며, 이 서류에 변성호 씨가 폴 정이라는 가명을 사용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방검찰이 변 씨가 한국수배자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태양광발전소사기사건을 수사하면서 변 씨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미국으로 도주한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변 씨의 미국도주 중 사기행각이 결국 21년만의 체포로 이어진 것이다.
희대의 무역금융사기범이 미국 도피 중 또 다른 사기를 저지르면서 연방검찰에 체포된 것도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가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악용, 한국대기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외교부와 코트라등이 사실상 변 씨 측과 한국대기업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변 씨의 사기에 적극적 조연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현대중공업, 한전, KND 등 4개 대기업 사기행각에 넘어가
IMF초래 4천억 사기범이
MB외교부와 손잡고 ‘유턴’
외교통상부는 지난 2010년 12월31일 발간한 ‘통상마찰 기업애로 해소사례집’에서 자신들이 태양광발전소 사업업체인 마티네사와 현대중공업을 연결시켰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2010년 2월 주 뉴욕총영사관 상무관 김정일은 미국 신생에너지기업인 M사가 우리나라 기업을 상대로 프로젝트 참여기업을 모집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 이 회사 고위 의사결정자와 수차례 접촉하고, 현대중공업에 사업의 경제적 효과와 위험요인을 설명하는 등 입찰참여전략을 조언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외교부는 현대중공업은 당초 M사로 부터 프로젝트참여의사를 타진 받았으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 등으로 주저했고, M사는 의사결정이 지연되자 다른 나라 기업에 우선협상권을 주겠다며 한국기업에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총영사관 상무관이 지식경제부와 코트라 등에 이를 보고했고, 본부가 당사자기업들을 수차례 접촉, 의견차를 해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본부란 외교부 본부를 뜻한다. 그 결과 2010년 6월 현대중공업이 마티네와 MOU를 체결했다고 적고 있다. 이 책은 두고 두고 마티네의 사기행각에 이용됐다. 제스솔라등도 마티네가 이 책을 보여줌에 따라 반신반의 하다 마티네를 믿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외교부가 희대의 금융사기범의 미국도피중 추가 사기행각에 징검다리를 놓고 밑밥을 깔아주고 돗자리를 펼쳐준 셈이다.
정동수 변호사 개입 ‘코트라’ 움직여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도 마티네의 태양광사기에 적극적 역할을 했다. 박기식 당시 코트라 전략사업본부장이 웹사이트에 공개한 출장내역에 따르면 박본부장은 2010년 8월 9일부터 8월 15일까지 5박7일간 뉴욕 등을 방문했고, 2010년 8월 10일 뉴욕코트라에서 마티네사와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때 마티네사 사기사건으로 1심 패소판결을 받은 김승진부회장이 참석했다고 기록돼 있다.
박본부장은 마티네와 MOU체결 뒤 이재성 현대중공업사장, 마티네의 회장과 부회장, 아태지역대표인 정동수 전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뉴욕총영사관 상무관 김정일등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마티네, 그리고 JP모건체이스를 만나게 하는등 이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이명박전대통령의 BBK사건 변호사로 나섰던 정동수 변호사가 마티네사 대표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박본부장도 정씨가 코트라 단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출장보고서에 적고 있다. MB가 자원외교를 적극 추진했고, MB의 개인변호사였던 정씨가 마티네의 태양광사기사건에 깊이 개입돼 있으며 코트라를 움직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교부와 코트라등이 적극적인 바람잡이역할을 하면서 자원외교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진 중소기업들도 변 씨의 사기행각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제스솔라 등은 지난 2012년 8월 20일 정동수, 김승진, 폴정[변성호]씨등을 상대로 아리조나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3년 6개월만인 2016년 2월 18일 306만8천여달러 배상판결을 받았고, 정씨 등은 1심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제스솔라 등은 정씨와 김씨, 폴 정[변성호]등이 1억6천만달러짜리 태양광발전소 시공사로 선정되게 해주겠다며,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 전체공사비의 1%인 160만달러 선수금요구, 이를 지급했으나 모든 것이 사기로 드러났다며, 배상을 요구,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제스솔라 등은 2011년 3월 12일 마니테에너지측을 처음 만난 뒤 3월 24일 사업참여의사를 통보했으며, 에어파크사와 컨소시엄을 결성, 7월16일 마티네사가 지정한 삼선LLC와 협업계약을 맺은 뒤 삼선LLC에 80만달러를 지불하는 등 모두 16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기로 드러났고, 제스솔라 등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마티네측은 미국에 50억달러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해 JP모건체이스의 대출은 물론 정부의 자금지원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고 판결문은 밝혔다. 공사는 커녕 첫 삽도 떠보지도 못한 채 돈만 날린 것이다.
대기업-공기업 사기범에 510만 달러 날려
FBI가 제스솔라측에 이미 지난 2016년 9월 19일 변성호씨가 폴 정이라는 가명을 쓴다며, 이들에 대한 모든 문서 등을 요청한 것을 감안하면, 다른 한국피해기업들도 이미 수사협조요청을 받았고 결국 희대의 사기범 변성호의 체포를 이끌어 낸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기소장에 기재된 현대중공업, 한전, KDN등이 사기범체포에 일조한 것이다. 하지만 최소 510만달러 이상이라는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6-7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들이 돈을 다 써버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연방법원 서류에 따르면 변 씨는 체포즉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물론 그 직후 다른 변호사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사사건, 특히 연방형사사건의 변호사를 수임하려면 10만달러정도의 선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변 씨가 어느 정도 재산을 숨겨뒀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변씨형제가 저지른 사기극의 피해액은 4천억 원이 조금 넘고, 이중 성호씨가 직접 개입한 수출무역금융제도를 악용한 사기액만 2367 억원에 달한다, 이중 일부는 미국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당시 언론보도임을 감안하면 이를 잘 관리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엄청나게 불어났을 것이다. 변씨가 21년만에 체포된 만큼 한국검찰은 미국검찰에 수사공조를 요청, 변씨의 재산부터 추적, 가압류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피해를 일부나마 회복할 수 있다.
■ 장영자도 울고 갈 변인호 사기사건 19년 만에 송환
■ 변인호 무역금융-어음할인 등 통해 4천억원대 사기
■ 1심선고 후 병보석 받은 뒤 병원서 탈옥 중국 도주
■ 징역 15년 확정 – 중국서도 사기치다 2005년 검거
■ 중국서 12년형 마치고 4월 송환…2032년까지 복역
‘변인호-변성호’형제의
신출귀몰한 ‘사기 행각극’ 전모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기 시작한 1997년 11월 25일. 서울지검은 이철희-장영자사건이래의 최대사기라는 변인호사기사건을 발표했다. 당시 41살인 변인호씨가 경기불황과 증시불안을 이용해 대기업과 은행 등을 상대로 3752억원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것이다.
변 씨는 텔콤반도체등 5개 유령회사를 차린 뒤 지난 1997년 3월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중원을 인수, 쓰레기나 값싼 부품을 정상적인 수출입으로 속여 8개 은행 10개지점에서 2367억원의 수출대금을 받아 챙겼다.
또 1997년 2월부터 10월까지 2개 수출대행업체에 수출물건구입대금을 먼저 주면 고율의 수수료를 주겠다고 속여 물품대금 425억원, 자금난에 허덕이던 재벌사 1개와 모대학에서 약속어음을 할인해주겠다며 628억원의 어음을 받아 챙기고, 모 가구회사 공개매수자금 투자명목으로 332억원의 어음을 받아 가로채는 등 5개 기업에서 1385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주가를 조작해 71억7천억원을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발표 다음날 여기저기서 너도 나도 ‘우리도 당했다’는 고소가 이어지며 3개사 199억원의 피해가 접수됐고 10여개 업체가 고소의사를 밝혀 사기피해액은 4천억원을 넘어섰고, 변제불가능한 피해액도 2천억원대를 넘어섰다.
바로 이 변인호씨의 4천억원대 사기사건에 변씨의 동생인 변성호, 변병호씨등이 공범으로 연루된 것이다.
변씨는 1997년 11월 구속된 뒤 1998년 8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귀신처럼 구속집행정지를 받아낸다는 모 변호사를 고용, 같은 해 12월 고혈압 등으로 병보석을 받아 서울소재 모대학병원에 입원 중, 교도관등을 매수해 1999년 1월 13일 병원을 탈출한 뒤 같은 해 6월 위조여권으로 중국으로 밀항해 버렸다. 항소심도중 변 씨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궐석재판이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결국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중국으로 도피한 변 씨는 사기습성을 버리지 못했고 2005년 중국에서도 사기혐의로 검거돼 징역 12년형을 받았다. 2013년 12월말 변씨가 8년가량 복역했을 때 한국으로 송환될 뻔 했으나 변 씨가 변호사를 통해 강력저지로 송환은 무산됐고, 결국 징역12년형 형기를 모두 마친 뒤 지난 4월5일 19년 만에 변씨가 국내로 송환됐다. 변씨는 2032년까지 교도소에 수감된다.
변 씨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도주행각을 벌인 사람이 동생 변성호씨이다. 변성호씨는 기독교 학교인 C대를 졸업한 뒤 선교활동을 명목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디지틀스퀘어, 디지틀시티, 제이드시스템, 슈퍼아메리카등 6개 회사를 설립, 한국에서 반도체부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위장, 형 인호씨가 수출입은행등으로 부터 수출대금 2천3백여억원을 받아내는데 한몫을 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성호씨는 1997년 3월 한국에 왔다가 같은 해 10월 31일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하기 하루 전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도주한 뒤 사라졌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형 인호씨를 구속한 뒤 동생 성호씨와 병호씨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성호씨등은 이미 도피한 뒤였다. 검찰은 1997년 11월 25일 이들의 여권을 무효화시키고 강제귀국시키겠다며 인터폴에 수배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꽁꽁 숨어버린 것이다.
지난 1999년 3월 캘리포니아새너제이 관할 검찰이 산타클라라카운티검찰도 피해기업이 변성호씨를 정식 고발함에 따라 소재파악에 나섰지만 성호씨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에 체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