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나파밸리’ 와인이 세계 제 1위로 등극한 이유는…?

이 뉴스를 공유하기

‘파리의 심판’에서 나파 밸리 와인이 프랑스를 이겼다

오늘날 캘리포니아 나파밸리(Napa Valley) 와인이라고 하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을 와인 애호가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나파 밸리”라고 하면 이제는 “미국산 대표적 포도주”라는 대명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왜 이처럼 나파 밸리 와인(포도주)이 프랑스 포도주처럼 명성을 얻고 있는가? 1976년 5월 26일, 파리에서 와인의 세계를 확 바꾸어버린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라는 세기적 사건이 벌어졌다. 프랑스 와인이 “넘버 원”이라는 기록이 깨지고 새로운 와인의 역사가 탄생했던 것이다. 당시 포도주 블라인드 테스팅(눈 가리고 시음하는 대회) 대회 라면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 우승이라는 관념은 거의 진리처럼 여기고 있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프랑스 심사위원이 절대 다수가 참여한 최초의 프랑스 vs 아메리카 와인 대회에서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와인이 1등을 한 것이다. 그것도 레드 와인(Red Wine)과 화이트 와인(White Wine) 모두에서 완승을 한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수백년 동안 “포도주는 프랑스 와인이 최고”라는 관념은 상식처럼 되어왔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프랑스 와인을 흉내내거나 이를 이겨보려는 야심도 꿈꾸고 왔다. 와인 재배 연구와 투자가 계속되었다. 그 중 캘리포니아는 다른 어떤 주보다도 품질 좋은 포도가 자랄 수나파밸리1 있는 토양과 기후 환경으로 각광 받아와 특히 북가주를 와인의 터전으로 삼았다. 물론 여러가지 난제도 있었으나 꾸준한 노력에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품질은 점차 향상되어갔다. 프랑스 본 고장에서는 이같은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너희들이 감히 프랑스 와인을 넘겨볼 수 있는가”라며 항상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 등에서는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상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됐다. 영국은 당시 자체 와인 생산이 미비해 프랑스 와인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 나라였다. 또한 미국 와인에 대해서도 관심을 조금씩 두었다. 이 중 영국인 와인 수입상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는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가 와인의 품질이 예상 보다 높다는 사실에, ‘미국도 괜찮은 와인들을 만드네? 그래도 프랑스 와인엔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한번 두 나라 와인을 비교해 볼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 수입상 페트리셔 갈라거(Patricia Gallagher)와 공동으로 프랑스와 미국 와인 제조자 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팅 대회를 하자고 제의했다. 프랑스 측은 당연히 ‘그거 좋다’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제조업자들도 어차피 나쁠 것이 없었다. 지는게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본고장 와인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나쁠 것이 없었다. 그래서 1976년 5월 26일 파리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와인 전문평론가 11명이 모여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대회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와인 평론가(심사위원) 11명 중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프랑스인을 9명으로 선정했다. 대회 주관자인 스퍼리어나, 심사위원 모두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 미국 와인을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다른 관계자들도 우승은 프랑스 와인이 따논 당상이라고 믿었다. 애초 이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인 와인 수입상 스티븐 스퍼리어는 프랑스 언론은 물론 미국, 영국 등 언론사에 초청장을 보냈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참석하겠다는 통지를 보내오지 않았다. 모든 언론사들은 ‘아니 프랑스 와인과 어느 와인이 비교될 수 있는가’라며 ‘결과가 뻔한 대회에 왜 취재를 보내는가’라며 취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세계적 언론사인 미국의 타임(TIME) 매가진의 파리 주재 특파원 조지 M. 테이버 (George M. Taber)만이 그 현장에 있었다. 그는 대회 공동주관자인 미국인 수입상 갈라거가 “제발 당신만이라도 참석해 주오”라는 간청에 못이겨 ‘그래 포도주 시음 대회에 가면 공짜로 좋은 와인을 시음할 수 있지 않을가’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던 것이다. 대회 성적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프랑스 와인이 우승을 할 것으로 믿었으니….

‘믿는 도끼에 발등이..’

모든 심사위원들은 눈을 가리고 처음 화이트 와인(White Wine)부터 시음을 시작했다. 프랑스 와인 4병과 미국산 와인 6병이 놓여 있었다. 눈을 가린 심사위원들은 한모금씩 마시고 성적표를 매겨 나갔다. 성적표를 거두어서 합산한 결과 1등이 캘리포니아 산 1973년도 Chateau Montelena로 발표됐다. 순간 모두가 경악했다.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2등은 프랑스 와인 Meursault Charmes이었다. 당시 프랑스 측 심사위원들은 모두 결과에 아연실색하면서 뒷목을 부여 잡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술을 만져 보았다. 가까운 자리에서 이를 지켜본 TIME 특파원 테이버 기자도 눈이 휘둥그래해졌다. “아! 미국의 와인 이 프랑스 와인을 이기다니….!” 속으로 외쳤다 “세기적 특종이다!” 테이버 기자는 처음 화이트 와인 시음에서 심사위원들이 위대한 프랑스 와인이라고 평가한 것이 사실 캘리포니아 와인이었고, 향이 없으니 캘리포니아 와인이라고 했던 것을 바로 앞에서 두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래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서 와인 세팅을 도왔던 소믈리에들은 프랑스인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수석 심사위원이 캘리포니아 와인에다나파밸리3 프랑스 와인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화이트 와인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이 충격속에 1위를 하자 뒤이어 열린 레드 와인 시음을 두고 모두가 더 긴장했다. 프랑스 측 심사위원들은 서로 묵계 내지 ‘미국산 와인이라고 여겨지면 가차 없이 점수를 주지 말자’고 공모(?)했다. 대회장이 긴장속에 시음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번에도 믿을수없게 캘리포니아 산 레드와인 Stag’s Leap Wine Cellars가 1위로 발표되었다. 맨 앞자리에서 이를 보고 있던 TIME의 테이버 기자는 자리를 박차고 대회장을 뛰쳐나가 파리 지국으로 달려가 미국 TIME 본사로 타전했다. 기사 제목을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으로 정하고 4단락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내용은 <프랑스에서 열린 프랑스 포도주와 캘리포니아 포도주와의 대회에서 레드 와인 부분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Stag’s Leap Wine Cellars가 1위를 화이트 와인 부분에서도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가 1위를 하였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세계 최초의 시음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TIME 매가진 기사를 보고, 뉴욕 타임즈는 “1976년 파리 와인 시음은 캘리포니아 와인이 와인 생산과 명성 확대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다.”라고 보도하였다. 이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 <와인 미라클>까지 2008년에 개봉하였다. 당시 프랑스 와인이 캘리포니아산 와인에게 무참하게 패배한 사건은 프랑스 와인계에 더할 수 없는 충격으로 주었다. 프랑스는 이날을 “프랑스 와인의 국치일”이라고 할 정도였다. 대회 당시 시음 결과에 미쳐버린 한 프랑스인 심사위원은 자신이 투표한 쪽지를 대회 주관자인 스퍼리어로부터 빼앗으려 할 정도였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평론가들은 와인 관련잡지 편집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관계자, 유명 와이너리 소유주, 프랑스 와인 원산지 통제위원회 총감독 등 와인에 관해선 견줄 데 없는 인사들이었다. 이들 프랑스인 심사위원들은 이 사건으로 국민들로부터 매국노 취급을 당했다.

‘세기의 특종 기사’

TIME의 테이버 특파원이 <파리의 심판>이라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기사화를 하는 바람에 캘리포니아 산 포도주는 단숨에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와인 업계는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됐다. 프랑스는 나름대로 문화 대국이라 자랑하는 나라였고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문화의 정수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자기들이 문화적으로 천박하다고 여긴 미국이 더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 프랑스 언론들은 이 사건을 축소 보도 했으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다른 나라 언론들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미국 와인 업계는 이 사건을 통해 한층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동안 과학 기술을 동원하고 품종 개량을 하면서 지속적인 품질 향상을 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또한 이 사건으로 신대륙 와인들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지워지면서 신대륙 와인에 대한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의 와인 제조업자들은 이후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으며,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화이트 와인 사토 몬텔레나(Ch. Montelena)와 레드와인 스테그스 립(Stag’s Leap Wine Cellars)은 엄청난 속도로 팔려 나갔다.

<파리의 심판>에서 사상 최대의 치욕을 당한 프랑스 와인계는 10년 후 1986년에도 동일한 와인으로 다시 한번 대회를 했으나 1위에서 5위 까지를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이 차지하였다. 그리고 30년 후인 2006년에 다시 한번 미국 와인과 프랑스 와인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지만 캘리포니아 산 와인이 역시 1위 였다. 캘리포니아 와인이 이처럼 승리할 수 나파밸리2있었던 것은 오직 포도주 생산자의 노력과 연구의 결실만이 빛을 발하는 와인 산업계의 평가로 프랑스 양조자들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TIME의 테이버 특파원의 특종 기사가 보도되면서 와인의 세계가 뒤바뀌었다. 이후 캘리포니아 산 와인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1976년 파리 시음대회는 미국의 나파밸리를 넘어서 캘리포니아의 와인 생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파리의 심판’ 대회에서 영광의 1위를 한 레드와인 Stag’s Leap Wine Cellars의 와인메이커인 워렌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는 처음 수상 소식에 믿지를 않았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나의 와인에 대한 포부는 한층 넓어졌다.”면서 “애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와인을 만들었지만 1등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인 제조에 대한 천장이 열려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포도수확과 내가 만든 모든 다양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쳐 와인을 개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노력을 한다면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파리 대회는 격려와 포부를 주었다.”면서 “와인 메이커들이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높이에 도달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파리의 심판’이란 기사를 보도한 테이버 특파원은 이후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전도사로 활약했다. 그는 “나는 전세계를 다니며 포도주 양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나는 그들에게 파리 시음 대회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것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나는 호주와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든지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오, 그래, 정말 중요했다. 왜냐하면 캘리포니아 와인 메이커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TIME의 테이버 기자는 “나파 밸리의 전환점은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결론지었다.
————————————————————————————————————————————————————

‘파리의 심판’ 1976년 화이트 와인 시음 순위

1. Chateau Montelena 1973(미국)
2. Meursault Charmes 1973(프랑스)
3. Chalone Vineyard 1974(미국)
4. Spring Mountain 1973(미국)
5. Beaune Clos des Mouches 1973(프랑스)
6. Freemark Abbey 1972(미국)
7. Batard-Montrachet 1973(프랑스)
8. Puligny-Montrachet 1972(프랑스)
9. Veedercrest 1972(미국)
10. David Bruce 1973(미국)

레드 와인 시음 결과

1. Stag’s Leap Wine Cellars 1973(미국)
2. Chateau Mouton Rothschild 1970(프랑스)
3. Chateau Haut-Brion 1970(프랑스)
4. Chateau Montrose 1970(프랑스)
5. Ridge Monte Bello 1971(미국)
6. Chateau Leoville-Las-Cases 1971(프랑스)
7. Mayacamas 1971(미국)
8. Clos Du Val 1972(미국)
9. Heitz Martha’s Vineyard 1970(미국)
10. Freemark Abbey 1969(미국)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