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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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먼저 마신 ‘노벨평화상’

2018년 노벨평화상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공동 수상이 유력’하다고 떠들어 댔으나 ‘김칫국 마시기’가 되어버렸다. 자고로 노벨평화상과 관련해 “누구 누구 유력시…” 라고 입방아를 찌면 일부러라도 안된다는 정설이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문재인-김정은’도 아니고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도 아니었다. 분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집단 성폭력의 광기를 끝내기 위해 노력해온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 드니 무퀘게(63)와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5일 무퀘게와 무라드를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 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전쟁과 무력분쟁의 무기로서 성폭력을 사용하는 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인 무퀘게는 2016년 제13회 서울평화상을 비롯해 2008년 유엔인권상, 2011년 클린턴 글로벌 시티즌 어워즈, 2014년 유럽의회가 수여하는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고, 꾸준히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무퀘게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라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성노예 피해자 출신이다.

3개월간 성노예 신세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무라드는 IS 대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까스로 탈출, 2015년 난민으로 인정받아 독일에 살고 있다.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2016년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첫 ‘인신매매 생존세사람자 존엄성’을 위한 친선대사로 임명됐으며, IS의 만행을 고발하고 야지디족 보호 캠페인을 벌인 공로로 유럽 평의회 인권상과 유럽 최고 권위의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이런 무라드에 대해 노벨위원회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술회하고 다른 피해자를 대표해 발언하는 흔치 않은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문학상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 논란으로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노벨평화상 유력 운운”은 영국의 한 도박사이트에서 유래됐다. 지난 1일 영국의 도박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odds)가 종합한 배당률을 보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배당률은 최저 1.53에서 최고 2.20(EU기준)으로 가장 낮다. 이는 100유로를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공동수상에 걸었을 때 최고 220유로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공동 수상에 대한 배당률은 6.00로 2위,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 으로 수상하는 배당률은 최저 4.50∼최고 7.50으로 3위를 기록했다. 연이은 남북‧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노벨평화상 후보로 각계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첫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 30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큰 일을 하셨다.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축전 을 보내왔다는 보고를 듣고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 28일 미시간주에서 열린 집회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도중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객석에서 ‘노벨, 노벨’을 연호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음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5월1일 “평화가 곧 상이다(PEACE is the PRIZE)”라는 짤막한 문장과 함께 같은 문장이 적힌 자신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여론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세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사람,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밀고 있다”고 비판했고, <뉴스위크>는 “다른 나라의 정상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여러 차례 공습(시리아)을 시도했으며, 몇 번이나 전쟁을 위협의 카드로 들이민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줄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올해 2월 이미 마감됐다. 올해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은 모두 4월 이후에 열린 만큼, 최종 후보 리스트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벨평화상을 단독으로 수상했지만 그의 수상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한국인에게 또다시 노벨평화상을 주기에는 노벨위원회가 부담감을 지닐 수 있다. 아무나가 그러나가 되는 것이 노벨평화상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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