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트럼프 비난에도 무반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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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자국민 위한 발언
우리가 코멘트할 필요 느끼지 못한다

프랑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상식적인 예의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유럽에 모인 세계 정상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 성토했다. 특히 프랑스는 트럼프가 파리연쇄테러가 일어난지 정확히 3년이 된 날에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마크롱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주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어제, 즉 11월 13일은 3년 전 파리와 생드니에서 연쇄 테러로 130명의 시민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는 날이었다”면서 “(트럼프가) 상식적인 예의만 갖췄어도 적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식적인 예의 없는 발언에 불쾌감

그리보 대변인은 특히 ‘상식적인 예의’를 강조하면서는 직접 “영어로 답하겠다”고 하고서는 “커먼 디센시(common decency)”라고 표현했다. 프랑스어로 말할 수도 있는 단어를 굳이 영어로 강조한 것은 프랑스 정부가 느낀 불쾌감을 미국 측에 더욱 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13일 트위터에서 마크롱의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 제안을 비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분담금을 지불하든가, 말든가!”라고 쏘아붙였다. 또 마크롱의 지지율이 26%에 불과하고 프랑스 실업률이 10%에 가까운 것을 거론하며 유럽군 창설 주장이 국내의 관심을 다른 주제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심지어 “1·2차대전에서 프랑스는 어떻게 했나. 미국이 오기 전에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 했다”라며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얘기까지 했다. 이런 직설적인 비난은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을 제안하면서 “미국으로부터도 유럽을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분풀이’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프랑스에서는 유럽의 미국에 대한 군사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취지를 트럼프가 오해한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그리보 대변인의 직설적인 논평은 ‘크게 괘의치 않는다’는 수준의 기류에서 급반전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엘리제궁의 분위기는 트럼프의 트위터 발

▲트럼프 대통령(오른편)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오른편)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언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마크롱의 한 보좌관은 익명을 전제로 전날 저녁 AFP통신에 “우리가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을 위해 쓴 내용에 코멘트할 필요는 없다. 그 발언이 어떻게, 왜 쓰인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두 정상의 관계는 항상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엘리제궁은 트럼프가 파리 연쇄테러 3주기에 무례하게 자국 정상을 공격한 것에 전혀 대응하지 않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느낀 불쾌감이 고스란 히 반영됐으리라는 것이 프랑스 정가의 관측이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색적인 비난에 개의치 않으며 발언이 나온 배경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의 한 보좌관은 익명을 전제로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그 발언 들은 미국인들을 위해 쓰인 것으로, 우리가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을 위해 쓴 내용에 코멘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에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트위터를 통해 외국 지도자들과 설전을 주고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 10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나는 트위터로 외교를 하는 것보다는 언제나 직접적인 토론과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세계정상 일제히 트럼프 독자행동 성토

한편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 모인 정상들이 도널드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를 일제히 성토했다. 독일·프랑스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등은 1차대전 후 2차대전 발발 전까지의 전간기 혼란상이 현 국제정세와 유사하다면서 미국이 포퓰리즘과 고립주의를 버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전통적 역할로 회귀할 것을 요구했다. 정상들은 미국이나 트럼프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날 포럼은 일방주의로 나아가는 미국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작 트럼프는 포럼에 불참했다.포문을 먼저 연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그는 이날 오후 파리 북부 라빌레트 전시관서 열린 파리평화포럼에서 “1차대전은 고립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우리에게 보여준다”면서 “편협한 국가주의자들의 관점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연설에서 현 정세가 1차대전을 전후로 한 20세기 초의 혼란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 역시 미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와 보호무역 기조 등 포퓰리즘 경향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포럼을 주최한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에는 오늘이 어떻게 해석될지가 중요하다. 항구적 평화의 상징이 되든, 아니면 새로운 혼돈으로 빠져들기 직전의 마지막 단합의 순간이 되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서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개선문 앞까지 걸어가는 주요국 정상 행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함께 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이날 파리평화포럼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고립주의, 폐쇄적인 무역기조와 전후 서방 자유주의 진영의 리더 역할 포기 등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작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트럼프는 오전 개선문에서 열린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만 참석하고서는 포럼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포럼 불참 방침을 프랑스에 통보한 트럼프는 오후엔 자리를 옮겨 파리 근교의 쉬렌 군사 묘지를 방문, 1차대전 당시 미군 전몰장병들을 추모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뒤에 곧바로 파리 오를리 공항으로 이동해 귀국행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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