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망명설’에 한국-미국-북한 서로 모른척 하는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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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층  ‘엘리트 집안’  출신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 망명 인터넷 달구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북한 김정은의 새해 신년사를 보고 ‘제2의 미북회담을 준비 하겠다’는 뉴스가 지난 2일 뜨더니 느닷없이 3일에 이탈리아 주재 전 북한 조성길 대리대사의 ‘망명설’이 터져 나와 미국-한국-북한이 묘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 여러 정황이나 과거의 정보 세계의 속성상 북한의 고위직 외교관의 망명(?)은 조만간 알려지겠지만 북한측은 애써 모른척 하다가 사실로 밝혀지면 “배신자”로 낙인찍는데 그칠 것이다. 북한의 눈치를 보는 문재인대통령 청와대 측의 자세에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청와대가 조 대사대리의 잠적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는 이유는 이번 일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선택’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CIA는 ‘우리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지난 2016년 영국에서 망명한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성길아!”라고 친구 이름 부르듯이 하면서 망명설의 주인공을 향해 인터넷에 “미국에 망명하지 말고 한국에 망명하라”고 공개편지를 띄워 미국의 CNN방송 등 서방언론들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2019년 새해 첫주에 서울발로 타전된 ‘이탈리아 주재 전북한 조성길 대사대리 망명설’은 영국의 BBC방송을 필두로 이탈리아 언론은 물론 미국의 AP통신과 NPR등 주요 언론들이 다투어 보도하여 새해부터 북한 관련 뉴스가 국제사회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제의 조성길 전 대사가 지난해 11월에 부인을 포함한 가족들은 데리고 로마에 있는 북한 대

▲조성길 전 북한 이탈리아 대사

▲조성길 전 북한 이탈리아 대사

사 관저에서 잠적했다는 소식을 지난 3일 한국의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밝히는 바람에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잠적’ 사항이 벌써 2개월이 지났으니 이미 조 전대사는 제 3국 어디엔가에서 신변보호를 받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정보 계통에서는 ‘미국에 망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제 2차 미북정상회담시 조 전대사가 망명해 쏟아 놀 정보에 가치를 두고 있다. 평소 조 전대사는 김정은의 사치용품을 구매 하는 역할도 맡아왔기에 흥미 있는 정보를 지닌 인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4일(현지시간) “북한의 조성길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정보국에 경호와 지원을 요청했다”며 “미국에 망명 요청을 한 상태이다”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이탈리아 모두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와중에 북한의 전영국 북한공사로 있다가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가 최근 서방국가로 망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전대사대리에게 한국으로 와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쓴 것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외교관들에게 대한민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제목으로 “성길아, 너와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열람하던 나의 블로그에 장문의 편지를 올린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태 전 공사는 편지에서 “조 대사대리와 평양과 이탈리아에서 함께 한 추억을 회상하며 미국 망명보다는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개편지에 대해 미국의 CNN방송은 물론 영국의 BBC방송 등을 포함해 주요외신들이 보도해 색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별첨 태영호 전공사 편지 전문 참조)
한편, 한국국정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조 전대사대리 부부가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고 망명설을 터뜨렸다. 2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망명사건 발생지인 로마가 아니라 서울에서 터져나온 배경을 두고도 말이 많다.

‘잠적 2개월’ 후 보도

문재인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뉴스인데, 또 다른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설을 앞두고 터져나온 뉴스가 과연 어떤 영향을 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1975년생(올해 44세)으로 지난 2015년 5월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에 3등 서기관으로 부임해 이후 1등 서기관으로 승진했으며, 2017년 10월 문정남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된 뒤부터 대사대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북한 대리대사의 망명은 김정은 집권 후 최초의 해외 대사급의 망명이다. 그래서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에게는 뼈아픈 상처와 같을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로마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저

▲로마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저

신년사에 밝힌 미국과의 화해 주문도 이번 조 전대사의 망명과 무관하지 않다고 정보 계통 인사들은 밝히고 있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의 서울특파원 앤소티 쿤은 “고위 외교관의 망명사건은 당연히 평양의 김정은에게 크게 당혹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북한 외교관의 망명과 관련한 보도는 아무것도 없다’고 NPR 유럽 선임 특파원 실비아 포기오올이 보도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태리 외무부는 북한대사의 망명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엘리트들 사이에서 망명이나 탈북 가능성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북한 정권은 해외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이나 탈북을 막기 위해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인들의 탈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NPR은 이전에도 북한을 탈출한 군인, 언론인 및 인권 운동가들에 관해 보도했다. 북한은 2000년 1월 이탈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조 전대사대리가 2015년 5월 현지에 부임한 점을 고려하면 약 3년간 이탈리아에서 근무한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2017년 7월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로 부임한 문정남 현 시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인 그해 10월 부터 대사대리를 맡아왔다. 그는 2018년 11월 말 임기 만료되는데 임기 만료에 앞서 11월 초 공관을 부인과 같이 이탈해 잠적했다. 일각에서는 본국에 귀환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불응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귀환 명령에 불복 망명”

조 전대사대리와 친분이 있다는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3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조성길은 김정은의 요트와 와인 등 사치품을 공급하는 담당자들을 총괄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조성길은 김정은의 호화 사생활 사치생활에 대한 정보와 루트를 매우 자세히 알고 있는 사실상 ‘유럽 쪽 금고지기’이자 ‘사치품 밀수 조달자’”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정은이 타는 요트 등은 이탈리아를 통해 북한에 조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조성길이 핵심 역할을 했북한대사관2다는 것. 특히 조 전대사대리는 부친과 장인이 모두 대사를 지낸 고위층 집안 출신 엘리트 외교관이자 본인도 평양외국어대대학과 대외 부문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급 간부양성기관인 평양 국제 관계대학를 졸업한 ‘북한판 금수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 지도부 간부를 지내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조성길의 장인은 이도섭 전 태국 주재 북한대사로 경제적으로 최상류 층이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하다.

조 전대사대리가 정확히 어느 국가로 망명을 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로서는 한국행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본부가 위치한 북측의 대유럽 외교 거점이다. 서유럽권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공산당 활동이 활발하고 좌파 성향 정치 세력이 활성화 돼 있어 북측도 공을 들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성을 가진 이탈리아를 담당하는 조 전대사대리가 망명을 시도한 것에 대해 북측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대사대리가 망명길에 오른것으로 전해지며 북측은 재외공관은 물론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외화벌이 기관들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망명 시도 사례가 북측 외교관·대외 교역업무 종사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회자되며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북한이 조 전대사대리의 망명이 외부에 노출된 데 대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 유럽거점망 붕괴

이번 망명설과 관련해 북한은 6일 현재까지도 아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관영·선전매체를 통한 대응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예전 사례를 보면 북한은 탈북 사건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해당 인물의 지위 등을 고려해 대응 수위를 달리해왔다. 지난 2016년 8월 당시 태영호 전공사가 망명했다는 사실을 한국정부가 공개하자 사흘 뒤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태 전 공사를 ‘도주자’로 규정하며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기밀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강간 범죄까지 감행했다”고 깎아내렸다. 북한 내 엘리트 계층의 탈북 소식이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거라는 판단하에 그를 범죄자로 내몰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려 한 의도였다는 관측이다. 2016년 4월의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의 경우 ‘납치극’으로 규정하고, 종업원의 재북 가족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 또한 집단탈북 소식이 전파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한편으로는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며 결속을 꾀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주체사상을 만든 황장엽 전노동당 비서가 망명을 시도했을 당시에는 중국 정부에 송환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자 노동신문을 통해 ‘배신자여 갈 테면 가라’는 비판 기사를 내기도 했다. 조 전대사대리의 망명 시도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한편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외무성과 당 국제부 등을 중심으로 조사에 들어갔을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조 대사대리의 망명 시도가 어떻게든 결론이 날 때까지 내부적으로 함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가 실제로 망명하고, 이후 관련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범죄자’ 등으로 매도하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려 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침묵 계속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5일자에서 잠적한 조성길 전대사대리에 관한 기사를 1면부터 3면까지 보도하면서 조 대사대리가 11월 중순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보 당국 수장들이 미국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의 신병 관련 협의를 은밀하게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2차 정상회담 준비 등 북미 협상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 논의를 요청 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정보당국의 한 전직 수장도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조 전대사대리의 망명 절차에 중재자 역할을 했다”며 “그가 이미 미국 등 제 3국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관계자는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김천이란 인물로 교체됐다”고 말했고 이탈리아 외교부는 “북한에서 신임 대사 임명을 위한 어떤 요청도 아직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 사례는 수차례 있었다.
1997년에는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가 영국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형(장승호)과 가족을 동반해 미국으로 망명했고, 2016년엔 영국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으로 왔다.

“대사관에서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대사관을 나와 400m쯤 걸었다. 다시 대사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일생을 바쳐온 북한 체제와 영원히 작별하는 순간 이었다. 이렇게 떠나고자 오십 평생을 살아왔는가,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라고 태영호 전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에 썼다. 대사급 외에는 1991년에 망명한 고영환 콩고 대사관 1등서기관과 1996년 망명한 현성일 잠비아 대사관 3등서기관이 있었다. 이번 조성길 전대사대리의 잠적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에 불응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 외교관의 망명 이유는 다양하지만 안 알려진 경우도 많다.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는 저서에서 북한 당국이 맏이를 북한에 보내라고 명령했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만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는 못살겠다.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살 권리도 없는가”라며 “자식에게만은 소중한 자유를 찾아주자. 노예의 사슬을 끊어 꿈을 찾아 주자”라고 생각해 탈북을 결심했다고 저서에 썼다. 장성길 이집트 대사가 망명을 결단한 이유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의 소리(VOA)는 당시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였던 임성준 전 대사가 서방세계에 1년 앞서 망명한 아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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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공사가  망명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전대사대리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전문

“북한 외교관들에게 대한민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나의 친구 조성길에게 !
성길아, 너와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열람하던 나의 블로그에 너에게 보내는 장편의 편지를 올린다.
우리가 평양에서 헤어진지도 어엿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자네 가족이 이탈리아에서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부터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에 들어가 자네 가족 소식부터 알아 보네.
애들과 집 사람은 자네 소식이 나올 때마다 2008년 1월 우리 가족이 로마에 갔을 떄 자네가 우리 애들을 로마시내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데리고 가 하나 하나 설명해주던 때를 추억하네. 애들도 ‘성길 아저씨네 가족이 서울로 오면 좋겠다’고 하네. 그런데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 자네가 미국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니, 이게 웬 말인가 ?
그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네.나나 자네는 북한에서 아이 때부터 애국주의교양만 받고 자랐네.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우리가 배운 애국주의에는 우리 민족의 미래나 번영은 없고 오직 김씨가문을 위한 총폭탄정신 뿐이였네.
나는 50대에 이르러서야 내가 평생 바라던 진정한 애국주의는 바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나의 조국도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

우리의 조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지금 자네도 선뜻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걸세.
그러나 북한에서 평생 개인의 운명 보다 민족의 운명, 개인의 행복 보다 민족의 번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교육 받은 자네나 내가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야 할 민족의 운명, 민족의 번영은 어느 쪽에 있는가를 심중히 생각해 보아야 하네.
나는 오래 동안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실지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네. 내가 한국으로 왔다고 해서 나를 정당화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70여전 까지만 해도 낙후한 식민지였던 나라가 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가 한국 말고 세상에 어디 있는가? 물론 한국은 지상천국은 아닐세. 그러나 한국은 나나 자네가 자기가 이루려던 바를 이룰 수 있는 곳이네. 북한을 떠나면 제일 그리운 것이 사람이네.

▲태영호 전 북한 영국 공사

▲태영호 전 북한 영국 공사

그런데 서울에 와 보니 나와 자네가 다닌 평양외국어학원 동문들이 생각보다 꽤 많네. 명절이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평양외국어학원을 다니던 때를 추억하네. 한국에는 3만여명의 탈북민들이 있네. 탈북민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낭만적으로 살아가고 있네. 어제 밤에도 수십명의 탈북 단체장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가 열띤 논쟁을 했네. 자유민주주의체제여서 ‘백두수호대’나 ‘태영호 체포결사’대 같은 극좌적인 조직들도 있지만 그런 조직들은 극소수이고 진정으로 민족의 운명과 한반도의 평화통일, 북한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조직들이 수십개나 되네. 수백만의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의 꿈을 꾸며 통일의 대오에 합류하고 있네. 나도 매주 ‘남북동행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한국과 북에서 온 대학생들을 한데 모아 놓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문제들을 토론하네. 지난 12월 29일에는 남북한 대학생들이 함꼐 곤지암 스키장에 가서 스키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네. 한마디로 서울은 한반도 통일의 전초기지네.

북한 외교관으로서 나나 자네가 남은 여생에 할 일이란 빨리 나라를 통일시켜 통일된 강토를 우리 자식들에게 넘겨 주는 것이 아니겠나. 서울에서 나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우리가 몸 담구 었던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해야 하네. 한국으로 오면 신변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 여러 명이 경호원이 밀착 경호를 하네. 국민의 혈세를 내가 너무 쓰고 있지 않나 미안스러울 정도네. 자네도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철저한 신변경호를 보장해 줄 것이네.직업도 자네가 바라는 곳으로 해결 될걸세. 나도 정부에서 국가안보전략원에서 여생 편안히 살게 해주었지만 내 자신이 통일을 위해 좀 더 자유롭게 활동 하고 싶어 전략원에서 나왔지 사실 거기에 계속 있었더라면 살아 가는데는 별 문제 없었을거네. 자녀교육도 한국이 좋네. 탈북민 자녀들은 대학학비를 다 국가가 부담하여 재정적 부담이 없네. 국가에서 임대주택도 제공하고 안전하게 정착할 때까지 정착금도 주네.자네의 경우 애를 한국 명문대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 석사과정을 보내도 될걸세. 자네와 처도 한국에 와서 대학 석사과정을 한번 다녀 보게. 지금 우리 온 가족이 대학을 다니고 있네. 우리 애들은 명문대 학사과정을 다니고 있고 나와 우리 집 사람도 명문대 석사과정을 다니고 있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보니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던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네.

우리 집 사람은 한국에 올 때 빵 집을 하나 열고 나와 애들 뒤바라지나 하자고 계획했었네.
그래서 한국에 오자 마자 제빵 학원과 바리스타 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증들을 다 땃네. 그런데 빵집은 60대에 가서 열기로 하고 지금은 비정부 통일단체에서 낮에는 통일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 석사과정을 다니네. 나는 올해 말이면 2년제 석사과정을 졸업하네.지금은 석사논문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프네. 그래도 주중에는 강연도 하고 남북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통일교육도 하고 주말에는 공부하려 대학에 나가고 한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신이 없네. 내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는 6개월 동안 15만권이상이 팔렸고 6개월째 서점에서 정치 사회도서 5-6위선을 달리고 있네. 그만큼 한국에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일세. 자네도 한국에 와 자선전을 하나 쓰면 대박 날걸세. 사실 우리 가족은 주중 저마다 모두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산가족이나 다름 없네.

성길아 !
대한민국 헌법에 ‘한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어. 이 말은 북한 전체 주민들이 다 한국 주민들이라는 뜻이야. 미국쪽으로 망명타진을 했더라도 늦지 않았어. 이제라도 이탈리아당국에 당당히 말해.
‘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공민이다,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가겠다. !’ 하고. 그러면 자네의 앞길을 막지 못할거네. 민족의 한 구성원이며 북한 외교관이였던 나나 자네에게 있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일세. 자네가 한국으로 온다면 북한에서 신음 받고 있는 우리 동료들과 북한 인민들이 질곡에서 해방될 날도 그만큼 앞당겨 질 것이네. 자네가 서울에 오면 더 많은 우리 동료들이 우리 뒤를 따라 서울로 올 것이고 그러면 통일은 저절로 될걸세. 서울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지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자네에게 이렇게 지루한 긴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네.
상봉의 그날을 고대하면서
2019년 1월 5일 서울에서 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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