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자녀들, 1심 판결 후 불거지는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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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 때문에 ‘지하실에 가두고…정신병자로 몰아…때리고 학대하고…’

‘드디어 밝혀진 그날의 진실들’

▲ 방용훈 회장

▲ 방용훈 회장

지난 2016년 9월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의 동생이자 코리아나 호텔 회장인 방용훈 회장의 부인 이미란 씨가 한강에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이후 이 씨의 어머니이자 방 사장의 장모인 임모(85)씨와 이씨 언니(61)는 지난 2017년 2월 방 회장의 두 자녀가 어머니인 이 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학대를 일삼아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검찰은 강요 혐의로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고 이 사건에 대한 법원 선고가 지난 1월 이뤄졌다. 막강한 언론재벌의 힘 때문인지 본국에서는 법원 선고에 대한 단신 보도만 나왔지만, 본국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판결에 대해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라는 시선이 많다. 특히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기소 자체를 봐주기로 했다는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찰에 송치할 당시 특수존속상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면서 검찰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판결문을 통해 본 방용훈 회장 아내의 자살 관련 수사 미스터리를 <선데이저널>이 따라가봤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이들 방씨 일가에 대한 자살교사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강요죄만 인정이 되어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본국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법원의 ‘봐주기’판결이라기기 보다는 검찰의 기소 자체에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방 사장의 두 자녀들은 집행유예 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금전 문제로 자녀들과 갈등

방용훈 회장의 아내였던 고 이미란 씨가 2016년 9월 한강에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한 최초의 판결이 지난 1월 10일 본국 재판정에서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는 이 날 방용훈 회장의 자녀 2명에게 강요죄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 사장의 아내이자 자신들 어머니인 이 씨가 원치 않는데도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를 유죄로 봤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이 씨가 원치 않았음에도 왜 자녀들이 그를 구급차에 태웠는지 여부다.

▲ 사설 구급차 요원들에게 끌려온 이미란 씨(사진 출처: KBS)

▲ 사설 구급차 요원들에게 끌려온 이미란 씨(사진 출처: KBS)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그날의 진실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판결문을 보면 방 사장 부부는 2016년 1월부터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씨에게 관리를 위탁한 150억원 돈의 소재와 관리 상황을 이씨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자녀들은 이씨에게 돈 관리에 대한 자료를 밝혀 갈등을 해소하라고 설득해 왔다. 판결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자녀들이 나서서 위탁한 150억원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행방을 밝히라고 추궁했다.

가족들은 이 돈이 모두 이씨의 친정식구들 사업자금으로 들어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방용훈 회장은 주변사람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맡긴 돈이 친정식구들에게 흘러들어갔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어 결국 이씨의 주검은 돈 때문 이였다고 볼 수 있다. <선데이저널> 취재기자는 서울 강남에서 3대째 상당한 규모의 치과병원을 하고 있는 이 씨 동생을 찾아갔지만 끝까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돈의 행방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

3개월 간 갈등이 지속되다 급기야 이씨는 2016년 4월 집에서 방 사장과 몸싸움을 한 후 호텔과 친정집에서 생활 하다가 5월 말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방 사장과 떨어져 집 지하층에서 혼자 생활했다. 판결문에는 이씨가 방 사장에게 남긴 유서 일부도 있다. 이 유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었다가 이번 재판으로 드러난 것이다.
“(2016년) 4월29일 부부싸움 끝에 당신한테 얻어맞고 온갖 험한 욕 듣고 무서워서 집을

잠시 나와 있기 전까지는 나는 나름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이라고 여기고 살았다.”
“3개월 투명인간처럼 살다가 남편이 왜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학대하는지 이유를 들어야… 얘기하려고 올라갔다가 무섭게 소리 지르고 욕 하길래 또 맞을까봐 그 길로 도망치듯 지하실로 내려왔다.” 고 적고 있다.

방용훈 일가에 대한 검찰의 이상한 수사

재판까지 가게 된 ‘강제 구급차행’ 사건은 2016년 8월에 있었다. 자녀들이 어머니 이씨를 친정집으로 보내 요양하게 하자고 논의했다. 이씨에게 ‘친정에 가서 쉬고 오시라’고 권유했지만 이씨는 자녀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들이 이씨 팔과 등 부위를 잡거나 밀면서 친정집에 갈 것을 요구했으나 이씨는 앉아있던 쇼파 등을 부여잡고 저항했다.

자녀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사설 구급업체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불렀다. 반면 이씨는 경찰에 ‘자녀들이 사설 구급업체를 이용해 강제로 친정집으로 쫓아내려 한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녀들과 면담에서 구급차를 이용해 어머니를 이동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자 자녀들은 사설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냈다.

▲ 장모의 편지

▲ 장모의 편지

그런데도 자녀들은 계속 친정집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다시 같은 사설 구급업체에 연락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불렀다. 이 씨는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바닥에 누워 저항했다. 자녀들은 구급대원들에게 이 씨를 강제로 구급차에 태워 친정집으로 데려가게 했다. 자녀들은 자신들의 욕설 등을 녹음하던 이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 사건의 실마리는 이 씨의 모친이자 방 회장의 장모가 남긴 유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씨의 모친은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인 이후 유서를 남겼고, 이것이 온라인에 퍼진 바 있다. 유서에서 이 씨 모친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방 서방, 자네와 우리 집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났네. 이 세상에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처럼 찢어지는 것은 없다네. 병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로 보낸 것도 아니고 더더욱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도 아니고 악한 누명을 씌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들을 시켜, 다른 곳도 아닌 자기 집 지하실에 설치한 사설 감옥에서 잔인하게 몇 달을 고문하다가, 가정을 지키며 나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내 딸을 네 아이들과 사설 엠블란스 파견 용역직원 여러 명에게 벗겨진 채,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로 맨발로 꽁꽁 묶여 내 집에 내동댕이 친 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린 딸을 둔 그런 에미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네…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
즉 이 씨가 상처투성이에다 옷이 벗겨진 채로 자식들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모친 집으로 간 것이다. 결국 이 씨 모친은 방 사장의 두 자녀들, 즉 손주들을 특수존속상해 혐의고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방 회장 자녀들의 특수존속상해 혐의를 유죄로 보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특수존속상해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강요죄만 인정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 사장의 폭행이나, 최초 원인이 됐던 금전문제 등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자녀들 “자살 막기 위해 응급차 태웠다”

방 사장의 자녀들은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등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어머니가 2015년에 다녔던 정신의학과 진료 기록 등을 제출했다.

▲ 돌로 내리 찍는 큰 아들과 도끼를 든 방용훈 사장(사진 출처: KBS)

▲ 돌로 내리 찍는 큰 아들과 도끼를 든 방용훈 사장(사진 출처: KBS)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가 정신의학과를 방문한 까닭이 단발적 금전 문제 등에 있고 그 횟수도 적고, 당시 이 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징후를 보이지 않았고, 이 씨가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적 있지만 그 양이 사망에 이를 정도였단 걸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였다. 또한 이 씨는 유서에서 “말도 안 되는 학대 수준의 모욕을 받았지만 바보같이 그래도 버티겠다고 지하실에서 생활했다”며 “내가 수면제 몇 알 먹고 죽겠느냐. 내가 죽으려고 그랬으면 이까짓 몇 알 먹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이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심리 상태에 있었다기보다는 대화와 이해 등을 통해 자신의 남편·자녀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를 바라는 심적 상태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이씨가 남긴 유서 가운데 “제가 4개월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버텼고 또 끝까지 버텨서 자식들 피해 안주고 언젠가 남편도 오해(뭔지도 모르겠지만..) 풀고 돌아오겠지 하던 희망도 강제로 끌려서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대목과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 중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너네들 피해 안 주기 위해 지옥 같은 생활이었지만 끝까지 버틸려고 했다.

하지만 사설 119 불러서 강제로 질질 끌려 묶여서 내쫓기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구나”라는 대목을 언급했다. 이 대목이 “자살을 선택한 이씨의 심리 상태가 언제, 어떤 계기로 형성됐는지를 이씨 스스로 밝히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이씨를 쫓아낸 행위가 오히려 극단적 심리 상태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대조되는 부분은 친정으로 쫓겨간 이후 이미란 씨와 자녀들의 행동이었다. 이 씨는 자살 전 친정 가족들에게 “(남편과 이혼 소송을 거론하며) 그렇게 소송하다보면 내 새끼들 정말 다 망가지는데 아무리 나한테 그랬어도 그거는 좀 힘들겠다”는 내용이 있다. 어머니 이씨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녀들이 이 씨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머니 이씨가 우울증 등으로 위험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씨의 상태를 의료기관이나 심리 치료 기관 등에 의뢰하거나 가족으로서 감싸 안아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며 “사건 전후로 이씨의 친정 가족들과 상의했던 적도 없다. 사건 이후 이씨 안부를 묻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걸 인정할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머니를 상대로 한 자녀들의 행위가 사회 통념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 사장의 두 자녀들은 집행유예 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도대체 이씨는 어느 정도까지 가혹하게 학대를 당했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강에 투신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기소로 일관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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