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어찌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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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무’ 때문에…
‘가주 월동무’ 존폐 기로에

우리농장 ‘올해만 100만 달러 피해’

미세먼지 오염된 제주산
‘월동무’에 밀려…참담하다

캘리포니아 중남편에 위치한 농장 마을 베이커스필드는 LA에서 북쪽으로 약 180km, 시원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 아래 무 펼쳐진 샌 요아킨 밸리의 중심 도시로 인구가 50만을 조금 넘는다. 베이커스필드 주변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세미티 공원, 세코이야 공원 킹스케년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근교 에는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농장들이 펼쳐져 있다. 지금 시원한 풍채를 지닌 아몬드 나무에는 알알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지역 아몬드는 세계 최대 수확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아몬드 과수원과 길 하나 사이에 끝없이 펼쳐진 밭에는 월동무가 마구 파헤쳐져 나뒹굴고 있다. 수년전부터 한국의 제주 월동무가 미국 시장에 대량 입하되면서, 상대적으로 캘리포니아 (가주)한인 농장의 신선한 ‘가주 월동무’가 갈 곳을 잃고 만 것이다. 어찌된 전후사정인지 짚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LA코리아타운에서 5번 프리웨이를 따라 북상해 베이커스필드까지 약 1시간 반쯤 운전하여 가면 정겨운 과일단지 풍경의 ‘우리농장’(대표 이영식)이 나타난다. 농장주 이 씨는 이곳에서만 30여 년 간 800에이커의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철따라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남가주 지역에서 한인 대형 농가로 알려진 베이커스필드의 우리농장의 경우, 최근 한국에서 덤핑식으로 밀려드는 ‘제주무’ 때문에 연간 100만 달러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예년의 경우, 가주 ‘월동 무’가 생산되면 매주 6대 대형트럭에 트럭 당 800 박스의 무를 싣고 한인 마켓으로 실려 나갔다. 가격으로 매주 4만 8천 달러 씩에 월 매상 20여만 달러로 5개월 동안이면 매출이 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 겨울 ‘우리농장’에서는 싱그럽고 탐스러운 월동 무가 수확 철을 맞았으나, 한국에서 수출되어 온 제주 월동무의 덤핑식 판매로 한인 마켓들로부터 주문이 없어 광활한 무 농장의 ‘월동무’들이 그대로 폐기 처분 되고 있다.

폐기처분되는 캘리포니아산 ‘월동무’

본보 취재진이 지난달 28일 ‘우리농장’의 무밭을 가보았다. 광활한 무 밭에는 온통 버려진 무들이 나뒹굴어져 있었고, 아직도 심어진채 반쯤만 땅 위로 솟아오른 무들이 입 사귀에 가려져 있었다. 무 입 사귀들이 한없이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기자가 무 잎사귀를 잡아 약간 비틀면서 뽑으니 커다란 무가 쑥 뽑혀 나왔다. 칼로 무를 자르니 햇볕에 물기가 선명하게 반짝이었다. 한 귀퉁이를 깎아 입에 넣으니 시원한 맛에 단맛까지 스며들었다. 폐기된 상태에 무밭 건너편에는 이제 막 익은 아몬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아몬드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월까지 살구 꽃과 유사한 아몬드 꽃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아몬드 열매가 탐스럽다. 캘리포니아주는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80%를 차무2지하고 미국산 아몬드는 이곳 베이커스 농장에서 100% 생산하고 있다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아몬드 재배면적이 55만 에이커(6억 7천 330만 평)에 달 한다고 한다. 20억불에 달하는 아몬드 산업은 캘리포니아 농작물 중 최대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로 길 하나 사이를 두고 풍요하게 보이는 아몬드 과수원과는 달리 지금 우리농장의 무밭은 마치 폐허나 다름없었다. 이날 농장주 이영식(68)씨는 기자를 만나자 “무밭에 버려진 무 덩이를 생각하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라며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 들였다. 기자가 ‘한국에서 무들이 한국정부 지원금으로 밀고 들어 오는데, 여기 좋은 ‘월동무’를 한국으로 수출하면 어떤가’라고 했더니, 그는 “말도 마세요…미국에서 농작물을 한국을 수출하면 한국의 농부들이 아마도 벌떼처럼 시위를 하고 난리를 칠터인데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왜 한국 무는 미국에 들어오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무는 한국으로 들어가기가 힘든가. 무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폐허로 변한 참담한 무밭

기자는 이날 우리농장 무 밭에서 뽑아온 무 3개를 이웃 한인 주부 석씨(58)에게 건네주었다. 다음날 석씨는 기자를 보면서 “어제 받은 무가 얼마나 싱싱한지 놀랬다”면서 “요즈음 마켓에 가서 싱싱한 무를 찾는데 이같은 무가 없었는데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고 물었다. 기자는 무 밭에 갔다 온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자 석씨는 “아니… 마켓은 이런 좋은 무를 팔지 않고 시들한 무를 팔고 있으니,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많은 한인 주부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이영식씨가 재배하는 가주무의 특징은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의 비옥한 토양과 특유한 맑은 태양열을 받아 영양은 물론 순도와 신선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또한 쥐 등 설취류 등이나 곤충들도 무를 먹지 않아 해를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연산 그대로 맑은 무인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무 배추 등 한인들을 위한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는 약 20여 곳이다. 한편 한국에서 수입되는 제주무는 “제주 월동무”로 불리며 2000년대 초반부터 소량으로 들어 오다가, 지난해부터 대량으로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원래 미주 도착 가격이 14불인데, 최근 덤핑으로 8불까지 떨어져, 10불의 ‘가주무’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한인 마켓에서 이미 ‘제주무’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기에 이 무가 다 팔리기 전까지 다른 무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제주 무’를 오래 마켓에 둘 경우, 싹이 나고 곰팡이가 필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은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주무를’ ‘청정 월동무’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과장된 선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동무”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겨울에 생산되는 무라는 것인데, 엄밀한 의미에서 미국에 현재 들어오는 제주 ‘월동무’는 ‘월동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내 한인 소비자들이 “제주 월동무”를 선호하기에 겨울에 한국에서 입하되는 무를 “월동무”로 선전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제주에서 미국 LA까지 선편 운송기간을 포함해 선적과 하역 통관 그리고 각 한인 마켓으로 유통 되기까지 적어도 빨라야 40-50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무씨를 파종하여 수확하는 기간까지 합한 다면 60일. 즉 2개월이 소요된다. 이런 계산으로 보면 제주무는 “월동무”가 아니라 ‘여름씨’를 심어 “가을 무”를 생산한 것을 ‘제주 월동무’로 둔갑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더군다나 최근 제주도는 ‘미세먼지’로 한라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염되고 있는데, 자칫 청정의 이미지까지 변질될 것을 우려한다. 이런 환경의 제주 ‘월동무’는 장시간 수송과 창고 등에서 지내면서 자연히 신선도, 맛, 함량이 떨어진다는 것이 농업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미세먼지에 오염된 제주 ‘월동 무’ 싼값에 판매

20대에 농사에 뛰어든 농장주 이영식씨는 약 800에이커라는 거대한 대지에 무, 배추, 참외, 수박, 마늘, 포도 그리고 감을 주력으로 재배한다. 모두가 최우량 품종의 작물이다. 이 같은 채소와 과일 농사로 1년 내내 이씨는 밭에서 살고

▲「우리농장 」이영식 대표

▲「우리농장 」이영식 대표

있다. 이 씨를 포함해 이 지역 농부들은 축복된 기후와 토양 덕분에 씨 뿌리고 채 60일이 지나자마자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반면 하루종일 100도가 훌쩍 넘어가는 고온과 내리쬐는 태양열을 견뎌내며 작업에 열중해야만 한다. 이 씨 농장내 온실에서는 모종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곳이 이 씨의 실험실과 같은 곳이다. 씨앗을 심어 모종을 키우면서 여러가지 재배도 해본다. 그가 10년 각고 끝에 성공시킨 ‘안양포도’도 그냥 재배된 것이 아니다. 한국에 나가 한국포도 전문가들의 상담과 조언도 받고 그 자신 실제로 교배와 접목을 수십 번 한 다음 이뤄낸 결과이다. 이 씨의 하루는 새벽 5시에 밭에 나가는 것으로 시작해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나는데 쉬는 시간이라곤 점심 시간과 담배 피우는 시간이 전부일 정도로 매일 바쁜 일과의 연속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제주무’ 수출을 놓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주 월동 무’를 관리하는 제주 성산일출봉농협은 올해, 2018년산 ‘월동 무’ 수출 목표치인 1500통 수출을 마무리 했다. 과잉생산으로 처리 난을 겪던 제주산 월동무가 수출로 숨통을 턴 것이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도 최대 ‘월동무’ 생산지 성산일출봉 농협이 추진한 2018년산 월동무 수출이 당초 목표량(1500t)을 달성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원래 2018년산 월동무는 생산 예상량 33만 9000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게다가 올 겨울 따뜻한 날씨로 과잉 생산돼 산지 폐기에 나서는 등 수급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성산일출봉농협은 이에따라 월동무 수출을 예년보다 앞당겨 지난해 11월 14일 미국 수출 물량으로 20t을 첫 선적한데 이어, 지난 1월 17일에는 작년 수출물량인 1000t을 넘어서는 등 월동무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성산일출봉농협은 계약재배사업 참여농가를 대상으로 수출 원물을 조달하고, NH농협무역을 통해 미국 시장 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캐나다 등 해외 시장을 다변화한 결과, 이날 목표량을 마무리하는 나머지 물량을 선적했다. 성산일출봉농협은 농산물 유통채널 다각화를 위해 2013년부터 월동무 수출을 지속해 왔으며, 2017년까지 물량 4028t, 금액 17억 5200만원(미화 약 150만 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월동 무 내수가격이 수출가격 보다 높은 해에도 손실을 감수하면서 수출을 지속해 외국의 고정 거래처를 유지해 옴으로써, 올해처럼 생산과잉 상황에서도 일정 물량을 수출하는 결실을 얻어냈다고 한다. 한편 월동 무를 재배하는 제주 농민들이 무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스스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의했다. 제주월동무연합회와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는 지난 1월 4일 회원 농가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성산일출봉농협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월동무 생산량 자율감축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농업인들은 2018년산 월동무 7천톤(비규격품 3천 500톤 포함) 가량을 산지에서 자율 폐기하기로 결의했다. 폐기 대상 물량은 제주도 내 전체 월동무 재배 물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가주정부와 총영사관 언론사에 진정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월동 무 재배면적은 평년 대비 13% 늘었고, 생산 예상량도 6% 증가해 올해 1월달 초과 공급무3 예상량은 9천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제주도가 추산한 도내 2018년산 월동무 생산 예상량은 33만 9천 600톤으로 2011년 이후 최대였던 2017년 32만1천 515톤을 크게 웃도는 물량이다. 농협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과잉생산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행정 당국의 일방적 지원을 바라던 관행에서 벗어나 생산농가들이 자구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이번 자율감축 결의대회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2월 제주도내 채소가격안정제 참여 농가 중 183개 농가의 월동무 생산 물량 4천톤에 대해 이달 31일까지 출하정지 조치했다. 출하 정지된 ‘월동무’는 출하정지기간이 끝난 후 농식품부 허가를 받아 출하된다. 다만 가격하락이 이어질 경우 농가는 20㎏당 5천 110원 (미화 약 50불)을 보전 받고 산지 폐기하게 된다. 우리농장의 이영식씨는 지금 무밭의 아픔을 지닌 채 참외와 포도나무를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오는 7월이면 검은 포도알이 주렁주렁 푸짐하게 달릴 때를 생각하며 일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이 포도는 이 씨가 한국의 안양포도를 미국의 토양에 맞게 10년간의 노력 끝에 재배에 성공, “안양 머루포도”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씨는 한국의 농과대학과도 연계하여 포도 등 한국 과일들은 미국 토양에서 더 맛나고 영양가 있게 재배하는데 많은 연구와 실무를 겸비해 왠만한 농학박사들보다도 실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편 우리농장은 월동무 피해에 대하여 다른 한인농장과 연계하여 캘리포니아주정부와 의회에 건의하고, 주 LA총영사관에도 진정하여 장기대책을 세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미 주류 사회 언론과 한인언론에도 건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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