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인성]우리에게 ‘100주년의 기억이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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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100주년의 기억이 남아 있는가’

USC학술회의, 독립운동가들의 ‘외로움’이 ‘나라사랑’으로 승화

모임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LA한인사회에서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3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인 언론들은 100주년 기념 행사에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제 4월도 마지막 한 주를 남기고 있다. 그런데, 과연 ‘100주년의 ‘감동’이 우리 안에 얼마나 흐르고 있는가’ 아니 ‘100주년의 ‘기억’이라도 남아 있는가’ 아마도 많은 동포들은 ‘언제 100주년 행사가 있었는가’로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겨져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범동포연합행사로 LA한인회와 국민회 기념재단 측이 미주3‧1여성 동지회 등을 포함한 약 50개 한인단체들이 100주년 기념식을 포함해 음악회, 선포식, 글짓기대회, 그림전시회, 뮤지컬 ‘도산’공연, 토크쇼, 3‧1운동 재현 퍼레이드 등등 무려 19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중 유독 뮤지컬 ‘도산’공연이 많은 사람들의 화제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 이외 많은 행사들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도 두지 않았고, 그냥 행사 치례로 간주한 것이 대부분이다. 기념행사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준비에 정성을 쏟았던 <3‧1운동 재현행사>는 기대만큼 ‘감동’이나 ‘감격’을 주지 못했다. 행사가 우천으로 연기되는 불상사(?)를 겪은 탓도 있지만, 3‧1 운동 선조들의 ‘외침’을 제대로 재현시키지 못했다. 100년 전 그 때 민중들의 ‘함성’에는 뚜렷한 ‘소리’가 있었다. 100년이 지나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땅의 그 민족의 후예들이 벌인 퍼레이드에는 ‘100년의 소리’가 없었다. 다만 참가 단체 각자가 자기들 ‘소리’를 내기에 열중했던 빛바랜 ‘소리’를 낼 뿐 이었다.

도처에 빛바랜 ‘소리’의 여운

기자는 4월이 이대로 가면, 얼마나 허전할가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는데, USC 대학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뉴스가 허전했던 마음에 청량제로 다가 왔다. 이 학술대회는 LA총영사관과 USC 한국학도서관이 공동으로 지난 19일 대학 캠퍼스에서 ‘독립 운동 100주년: 1919년의 봄, 독립운동과 디지털 아카이브’ 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올해 LA지역에서 벌인 100주년 기념행사들 중에서 거의 유일한 학술대회였다. 이 학술대회에서 기자는 선조 독립운동가들의 ‘소리’를 그들의 후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1부에서는 인디애나 대학교 동아시아학과의 마이클 로빈슨 명예교수, UC 데이비스 아시안 아메리칸 학과의 리차드 김 교수, 일본 릿쿄 대학 역사학과의 마크 카프리오 교수가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적 역할과 당시의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조명했다. 2부에서는 케네스 클라인 USC동아시아관장과 조이 김 USC 한국학도서관장 그리고 캐서린 김씨가 ‘독립운동 디지털 복원자료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리고 3부 순서로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에드워드 박 교수의 진행으로 토크 콘서트로 행사를 마쳤다. 이같은 학술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장장 1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1부와 2부는 USC 도히니 기념도서관에서 열렸으며, 마지막 3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로 USC 호텔 빅토리 룸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특히 선조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후손들 중에는 한인들을 포함해 다양한 인종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국의 정체성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선조들의 후손들이2세에서 3대와 4대로 이어지면서 다른 인종의 피가 섞이면서 아메리카 인으로 동화됨을 느끼게 했다. 이와 관련해 토크 콘서트에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인 랄프 안씨, 서재필 박사의 종증손자 서동성 변호사, 정한경 박사의 양아들 리대영, 김규식 선생의 친손녀 김수옥 박사, 송헌주 선생의 외손자 김동국 회장과 증외손자 마크 김 판사후손 들이 참석해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을 감동적으로 전했다.주최측은 특히 한국에 있는 김규식 선생의 친손녀 김수옥 박사를 대한항공의 후원을 이 대회에 참석하게 했는데, 이왕이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후손(양자)도 초청했으면 더욱 의미를 더했을 것이다.

선구자들의 ‘외로운 여정’ 엿볼 수 있어

이번 학술회의는 주제가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조명하는 학술회의 였는데, 주제에 심층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점들이 아쉬었다. 주제 발표자들도 대부분 미국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이라 3‧1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하여 역사적인 팩트 이상의 것은 내놓지 못했다. 실제로 3‧1운동이나 임시정부에 대한 자료는 Google이나 기타 인터넷 웹사이트에 너무나 많이 실려 있다. 미주에서 개최하는 학술회의이기에 3‧1운동과 미국과의 관계를 조명하고, 더 나아가 3‧1운동과 미주 이민사회 그리고 상하이 임시정부와 미주동포사회와의 관계를 직접 조명하는 작업이었다면 더욱 값진 학술대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3‧1운동이 미주 땅에서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3‧1운동을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가 어떻게 기여했는지, 그리고 상하이 임시정부와 미주이민 사회가 어떻게 연관을 맺어 해방 정국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조명하는 학술회의가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이번 USC학술회의를 놓고 LA총영사관과 USC한국학도서관이 공동 주최를 했지만 홍보도 공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따로 홍보를 하여 혼선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오늘 회의에 참석하기전에 어디에 어떻게 등록을 하는지 힘들었다”면서 “좀 더 홍보에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인 단체들은 이번 학술회의를 무관심하다 못해 거의 외면했다. LA한인회나 LA평통, LA 한인 상공회의소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인단체들의 회장이나 임원 또는 회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광복회미서남부지회 박영남 회장과미주한인봉사회의 정재덕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LA총영사관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선조 부모들과 함께 살았던 기억들을 구술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의 후대들이 선구자들의 ‘외로운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선조들의 유산은 더욱 우리 세대들의 미래를 성숙하게 성취시킬 것이다. <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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