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전기차배터리 미국 법정서 혈투 벌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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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SK가 고급인력 77명 빼내가면서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훔쳐갔다’ SK제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둘러싸고 미국연방법원에서 1조원대의 소송에 돌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을 빼돌려 전기차 배터리 영업 비밀을 절취해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고 손해배상을 주장한 것은 물론, 영업비밀 이용 등을 즉각 금지시키는 가처분신청도 제기했다. 소송장 확인결과, LG측은 SK가 무려 70명이상의 인력을 빼내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LG는 지난해 11월 폭스바겐의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수주에 실패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동시에 제소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수주뒤 3월말 조지아주에 전기차배터리공장 건설에 돌입했지만 소송결과에 따라 완공 뒤 가동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번 소송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전기차

도이체뱅크 리서치보고서에서 지난 2015년 현재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12%, 파나소닉에 이어 미국시장 2위로 평가됐던 LG화학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LG화학이 지난달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절취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두 군데에 동시에 제소한 것이다.

본지가 연방법원 소송장을 확인한 결과, 소송의 원고는 LG화학과 LG화학미시건이었고, 피고는 SK이노베이션과 SK 배터리아메리카였다.
하지만 미국국제무역위원회 제소에서는 SK의 2개회사외에 SK배터리헝가리까지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SK의 전기배터리 관련 모든 회사가 LG화학의 리튬이온배터리 제조기술과 테스트시스템, 공정절차 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기술 알려주자 ‘내가 알려는 정보’답신

LG화학은 연방법원 소송장에서 ‘SK가 LG화학의 영업 비밀을 빼돌림으로써 최소한 2-3년 리튬이온배터리 제조기술을 앞당겼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절취정황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특히 LG화학은 ‘SK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고도로 숙련된 과학자와 엔지니어, 판매인력 등 모두 77명의 LG화학인력을 빼내갔다’고 강조했다. 한두 명이나 10-20명도 아니고 무려 70명이상의 인력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19일 17억달러를 투입, 조지아주에 전기차배터리생산공장 건립에 돌입했다[조감도]

▲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19일 17억달러를 투입, 조지아주에 전기차배터리생산공장 건립에 돌입했다[조감도]

LG화학은 SK로 옮겨간 직원 8명을 예로 들며, SK가 영업 비밀을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전직직원 1은 2009년 7월 1일부터 2018년 5월 28일까지 공정리서치팀에 근무했고, 전직직원 2는 2011년 5월 2일부터 2018년 10월 5일까지 근무했으며 배터리 마케팅부서의 부매니저, 매니저를 지낸 인물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직원은 LG화학에 근무할 당시인 2018년 8월 SK에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직원 3은 2008년 7월 1일부터 2017년 11월 1일까지 과학자로, 전직직원4는 2010년 1월 1일부터 2017년 10월 10일까지 배터리기획업무를 담당했으며 전직직원 5는 2011년 12월 5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공정개발팀에 근무했으며, LG화학에 근무할 때인 2017년 10월 SK에 지원했으며, 전직직원 6은 2008년 10월1일부터 2018년 4월 3일까지 근무했다고 밝혔다. 입사 1-2년차의 직원이 아니라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 근무한 중견 직원들이며, 연구, 개발은 물론 판매담당자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 LG화학 미시건주 홀랜드공장 전기차배터리 생산모습

▲ LG화학 미시건주 홀랜드공장 전기차배터리 생산모습

LG화학은 이직한 일부 직원이 다른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입수했다며 구체적 내용을 적시했다. 전직직원7은 SK로 이직하기 전에 다른 직원에게 ‘나와 함께 가자, 우리가 SK로 가서 여기서 하던 것을 알려주면 2-3년은 앞당길 수 있다. 우리는 승진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 아주 쉽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전직직원 7은 ‘SK가 LG를 카피하고 있다. SK는 모든 것이 LG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LG화학 주장이 사실이라면 SK가 LG화학직원을 스카웃해서 전기차배터리 관련기술을 절취했을 개연성이 크다.
전직직원 7은 글로벌생산공정팀에 근무할 때 동료직원에게 LG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문의했으며, 이는 전직직원 7의 직무범위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SK에 알려주기 위해 자신과 관계없는 정보까지 알아봤다는 것이다.

전직직원 8도 SK로 이직하기 전 동료직원에게 ‘48V와 관련된 모든 자료, 즉 디자인변경등 외부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자료’를 요청했으며, ‘제발 내게 한부만 보내 달라, 오래된 자료라도 괜찮다 내가 한번 읽어보고 싶다,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전직직원 8은 또 이 직원에게 독촉을 했고, 이 직원이 ‘셀용량이 바꼈다.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답하자, 8은 ‘그게 바로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LG화학은 이처럼 SK직원을 통해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 팩, 구성품, 재료 조달, 생산과정과 테스트과정의 장비와 절차등을 모두 훔쳐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직직원들은 퇴직전 직무상 취득한 사항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각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LG ‘SK 2017년 입찰 땐 참여도 못할 정도’

LG화학은 2019년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전기차 니로의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이 공급했으나, 이는 LG화학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즉 국내전기차배터리시장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특히 LG화학은 국외, 즉 세계시장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 LG화학은 지난달 29일 SK이노베이션등이 LG화학직원들을 빼내가면 영업비밀등을 절취했다며 델라웨어연방법원에 1조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 LG화학은 지난달 29일 SK이노베이션등이 LG화학직원들을 빼내가면 영업비밀등을 절취했다며 델라웨어연방법원에 1조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 비밀을 절취, 폭스바겐의 미국시장용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빼앗아 갔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8년 11월 13일 미국시장에서 출시된 전기차의 배터리 전략적 공급자로 SK이노베이션을 선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 포드자동차도 차세대 전기트럭에 SK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2017년 폭스바겐 유럽시장의 배터리공급자로 선정됐다며, 불과 1년전인 이때만 해도 SK는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의 전기차배터리시장은 2025년 무려 4백억달러에서 5백억달러, 즉 50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이 같은 엄청난 시장 규모 때문에 LG화학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미국전기차 출시시점은 2022년이며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는 테스트기간을 포함해 2-3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SK는 수주뒤 제때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3월 19일 조지아주에 배터리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연방법원 소송의 결과에 따라 SK 조지아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 국제무역위원회에도 동시 제소

특히 LG화학은 연방법원 소송과 같은 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도 SK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기술, 테스트, 공정등의 비밀을 절취했다며 제소했다. 만약 국제무역위원회에서 기술절취가 인정되다면 이 기술을 이용한 재료의 미국수입등이 금지된다. 특히 이 소송의 피고에는 SK의 한국, 미국법인은 물론 헝가리까지 포함됐으며 이는 자칫 기술절취가 드러날 경우 전세계에서 생산이 금지될 수 있다.

LG화학의 연방법원 소송장은 아직 SK에 송달되지 않았지만, SK측으로서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소송이어서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SK로서는 자칫 잘못하면 사업기반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즉 법정에서 LG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것으로 보여, 소송은 최소 3년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즉 SK가 공장을 완공하고 폭스바겐 에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할 때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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