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숙청설’ 보도한 한국 언론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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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도 없었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

‘무조건 숙청당했다’ 대서특필 호들갑

▲  김혁철  북한대미특사

▲ 김혁철 북한대미특사

최근 조선일보가 ‘단독특종’이라며 지난달 30일 북한의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전스페인대사)을 포함한 김정은의 하노이 미북회담 협상 고위팀들의 ‘숙청설’ 보도로 미국 등 서방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3일 오보로 밝혀지는 바람에 한국 언론이 망신을 당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3일 “김 위원장이 2일 진행된 군부대들의 군인 가족 예술 소조 공연을 관람했다”면서 ‘참석자 중에 김영철도 있다’고 전했다. 애초 조선일보 보도 이후 대부분 미국 언론들은 보도 진위여부에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아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BBC와 미국의 VOX 매체들은 ‘조선일보 특종보도’에 이의를 제기하여 주목을 끌었다. 한편 미국의 뉴욕타임스 (NYT), 워싱턴 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LA타임스(LAT), CNN, FOX 등 유수의 언론들은 일단 조선일보의 특종기사를 인용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기사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토를 달았다. NYT와 WP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하여 미정부 반응을 취재한 결과를 보도 했다. 특히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의 BBC방송은 서울발 보도로 “북한의 숙청설 보도 – 우리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북한 당국이 처형했다는 보도에는 극도의 주의를 기울일 이유가 있다”면서 “보도진위에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고, 종종 오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온라인 매체인 VOX는 “조선일보 기사가 회의적”(Be skeptical of the Chosun Ilbo story for now)이라고 보도했다. 왜 그랬을까? <성진 취재부 기자>

서울의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지난 3월 김혁철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처형했으며, 대미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강제 노역 등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 통일부 측은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영국의 권위있는 방송인 BBC방송은 이번 ‘숙청설’ 보도에 대하여 “북한의 숙청설 보도-우리가 신중해야하는 이유”( North Korea execution reports-why we should be cautious)라는 제목 의 로라 비커(Laura Bicker)기자의 서울발 31일자 보도에서 <북한 당국이 처형했다는 보도에는 극도의 주의를 기울일 이유가 있다”면서 “보도 진위에 대하여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고, 과거 이같 은 보도는 종종 오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BC ‘조선일보 기사는 확인불가능’

BBC방송은 결론적으로 “북한내의 소식통들은 한국 기자에게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귀찮은 문제점으로 될 수 있는 자산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의 주장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Sources within North Korea can often be a reporter’s most valued asset, but also one of our most troublesome. We have no way of checking their claims)라면서 “지금 한국과 미국의 정보 기관들은 북한 김혁철의 생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스스로 발표하기로 하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 매체인 미국의 VOX 미디어는 ‘조선일보에 기사에 회의적이다’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3가지 점을 들었다. 한국의 일간지의 보도가 사실 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첫째, 일간지의 전체적인 보도는 현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는 한 명의 익명 제보자의 주장을 대상으로 했다. 바로 그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저널리즘 기준에서는 출처가 적어도 한 명 이상에서 보도로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언론 기자들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혁철이 최근에 북한의 외무성에서 나타났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는 분명하게 해야한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전적으로 한 익명의 사람이 말한 것에 의존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러정황으로 김혁철의 숙청이 여러모로 시의적절치 않기 때문에 우리 언론 모두는 다른 출처를 통해서 계속 확인 작업을 펼쳐야 한다. 현재까지 김혁철이 숙청됐다는 보고서가 아무 곳에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이미 지난달 초부터 북한 핵 협상 대표가 숙청당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사례가 이미 있었다. 지난 5월 5일, ABC News와의 질문에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 장관은 ‘다음 번에 우리가 협상 상대할 대상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이 누구를 협상대표로 할런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둘째,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는 북한정권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며, 북한 기자들 중 극히 제한된 기자들만이 정권 고위층에 연결될 수 있다. 익명으로 북한에서 흘러 나오는 대부분 소식은 거의 소문이며, 고위 관리들의 죽음도 추측일 경우가 많다.

“북한 소식통 믿을수 있을까”

세번째, 한국 언론에서 북한의 고위급 인사의 숙청에 관한 보도는 과거 특기할만한 특종이 없었다. 국제문제 전문 연구소인 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의 북한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Dr. Joshua Pollack)박사는 최근 몇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2008년에 북한 군부의 고위급(리용길 총참모장)이 재교육 대상으로 숙청됐다고 알려졌는데, 나중에 북한 TV방송에 김정일 추모행사에서 북한 고위 관료들

▲ 김영철 북한 노동부위원장(왼쪽)이 미국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 김영철 북한 노동부위원장(왼쪽)이 미국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과 함께 서있는 장면이 보도됐다. 그리고 2014년 당시 북한의 두번째 고위 인사가 숙청당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나중에 그 장본인이 수차례나 국영TV에서 김정은 옆에서 서있는 장면이 보도됐다. 같은 해, 김정은의 한때 정부로 알려졌던 현송월도 총살형이 집행됐다고 보도됐으나 나중에 TV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런 사례를 비추어볼 때, 아마도 숙청됐다고 알려진 김혁철이나 다른 관료들을 곧 다시 북한 TV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의 TV 프로그램은 왕왕 그들의 생존을 나타내 주는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매우 중요한 미디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8년에 뇌물 및 권력 남용, 기타 범죄 혐의 등으로 24년 형의 선고를 받았는데 언론보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북한 고위층 ‘숙청설’의 경우에, 우리는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는 ‘숙청설’ 보도를 기다려야 한다. 죠수아 폴락 박사는 “북한 정치에 관하여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는 ‘주의경고’가 있다”면서 “라틴어 속담에 나오는 ‘독자가 조심해야 한다’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협상에서 매우 중대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북한의 통치 자들은 자신들의 보좌관의 역할에 대하여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 국무 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 안보 보좌관이 만약 자신의 마음에 안들거나, 제대로 임무를 못하거나 실패했을 경우, 직위에서 해임 정도로 끝나지만, 북한 김정은은 자신의 보좌관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했다면 그들을 바로 숙청해 제거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해임, 북한은 사형감”

한편 백악관과 국무부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관련 실무 협상을 주도했던 김혁철 대미특별 대표의 처형 보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직접적인 논평은 자제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2일 김혁철 특별대표의 처형설과 관련, “보도가 사실이더라도 북한과 좋은 업무 관계를 맺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고 대화의 진전을 돕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련 보도가 사실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걸 감안하고도 아직도 김정은과 사랑에 빠져있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우리가 관련 보도를 아직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갖고 있을 수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기밀 정보를 논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도 “이 논의를 위해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누가 됐든 간에 누군가와 좋은 업무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떻게 나쁜 일이 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멀베이니 대행은 “대통령이 말했듯이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는 것, 그가 국내외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외국 정상과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어떻게 나쁜 일인가”라며 “우리는 그렇 게 하는 것이 대화의 진전을 돕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그러면서 “당면한 북한 관련 핵심 이슈는 무엇인가”라고 자문한 뒤 “우리가 북한과 관계를 맺는 것은 그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계를 맺는 이유”라고 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김혁철 특별대표의 처형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북한 비핵화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질의를 받고서 “정보 사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 상황에 대해 주시하고 있고,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계속 집중할 것이란 점은 말할 수 있다.”(I am not going to comment on intelligence one way or another. I can tell you we are monitoring the situation and continuing to stay focused on our ultimate goal, which is denuclearization.)라고 밝혔다.

“미국정부도 확인 못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앞서 이날 이 보도와 관련해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독일을 방문 중인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당 보도를 봤고, 사실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답했다.(We’ve seen the reporting to which you are referring. We’re doing our best to check it out. I don’t have anything else to add to that today.) VOA 방송은 미국의 주요 언론들의 ‘숙청설’과 관련된 보도를 소개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미-북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가 처형됐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크게 주목하고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비슷한 주장이 오보로 판명됐던 전례가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북핵 협상 파트너였던 김혁철이 처형됐다는 보도 내용을 전하며 고위급 탈북민의 말을 인용해 실제 처형된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북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게 돌려왔는데, 처형은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문은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북한 유명 인사들의 처형을 상세하게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강제 노역 조치를 당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고위 탈북민의 말을 빌어 “고위 정치인이 그런 식으로 처벌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신문은 만약 핵 협상 담당자들의 숙청이 확인된다면 이는 지난 2013년 김정은이 상당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북한 정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숙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NYT)는 “숙청‧처형설”이 지난 5주간 돌았지만 미관리 누구도 확인안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미-북 협상가들이 회담 이후 김정은의 지시로 숙청됐다는 소문은 워싱턴 DC에서 몇 주 전부터 나돌던 것”이라며 “어떤 미국 관리도 그 소문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만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며 “다른 나라 출신의 워싱턴 외교관들도 이 소문을 들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하노이 회담 결렬은 김정은에게 큰 당혹감을 줬던 만큼 최근 몇 주간의 조짐은 김정은이 숙청을 계획하고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신중하지 못한 보도에 노골적 회의감

LA타임스는 그동안 세계에게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에서 일어나는 숙청과 처형 소식을 전하는 한국의 언론 보도는 정확성에 있어서 기복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이전 애인으로 알려졌던 현송월이나 전 인민군 총참모장 리용길 등이 숙청 됐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또,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 신문사에서 일했던 강철환 씨를 인용해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정보는 종종 잘못해석 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숙청 보도에 대해 “많은 미국 관리들과 외교관 중 다수는 이 이야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심지어 그것에 대해 신중하고 노골적인 회의감을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 보도에 대해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미 정부는 해당 소식을 봤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폼페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철이 숙청되거나 좌천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두 사람 모두 하노이 정상 회담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전화를 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평양과 워싱턴, 한국간의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것 같다”는 분석을 전했다. AP통신은 김혁철 등의 숙청 소식을 전한 한국 언론이 북한 사정을 잘 아는 단 하나의 익명의 소식 통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이 소식통도 해당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자세한 내용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도는 아직까지 한국의 다른 주요 매체나 정부 관리들에 의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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