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 한일 경제전쟁과 삼성의 힘 국정농단 판결 앞둔 이재용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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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무역전쟁 ‘삼성엔 악재, 이재용에겐 호재’…존재감 적극적 홍보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를 1차 수출제한 품목에 포함시키면서, 세계 1위의 한국 반도체가 위협받고 있다. 개별기업으로 넘어가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선 이번 무역전쟁이 여러 가지 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 상고를 앞두고 있는데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내지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여러 가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이 부회장은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제한이 발표되던 주말에 곧바로 일본에 간 것은 물론이고, 어느 때보다도 대외적 행보를 보이며 메시지를 내뱉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가 삼성의 힘을 필요로 할수록 이 부회장이 솟아날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재용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이후 비상경영을 선언한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은 본국 시간으로 지난 6일부터 반도체 개발 및 조립·검사 등을 맡는 충남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전자 분야 ‘밸류 체인’(공급망) 점검을 위한 현장 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6세대 128단 3D V낸드’를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양산해 글로벌 PC업체에 공급하며 메모리 ‘초(超)격차’ 전략에 가속도를 붙였다.

삼성의 이런 투트랙 전략은 삼성전자 사업의 처음과 끝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는 반도체 사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패키지(조립) 개발부터 생산, 검사까지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경기도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서 생산한 D램, 낸드, 파운드리 반도체가 온양사업장에서 최종 조립공정을 거쳐 출하되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전략물자 절차 간소화 대상국) 제외 등 최악의 대외 경영 환경 속에서 이 부회장이 ‘반도체의 마무리’부터 챙긴 것은 사업 전반에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삼성전자 홍보실은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대언론 홍보에 나섰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총수의 행보를 알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나섰던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사진까지 뿌리며 총수 홍보에 나선 것이다.

총수 행보 적극적 홍보

한일 경제전쟁 이후 이 부회장의 행보는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에는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이 부회장이 직접 주재한 사장단 회의는 공개된 것만 2차례다.

지난달 초 3개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이후 5박6일 일정으로 일본 현지를 방문한 그는 귀국 이튿날인 같은 달 13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최고경영진을 불러 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하면서 일본이 수입 통제를 확대할 경우 반도체 부품은 물론 휴대전화와 TV 등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두 번째로 소집한 이날 회의는 참석자 범위를 사실상 모든 전자계열사의 최고경영진으로 확대했다. DS 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과 반도체 사업 담당 사장단은 물론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전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가진 삼성의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업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5일 사장단 회의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위기 극복에 그치지 않고 이를 도약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로 받아들여졌다.

이 부회장의 적극적 대외활동은 그만큼 최근 상황이 간단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양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이 ‘동반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일본의 ‘도발’이 사실상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재용 개인적으로는 호재

하지만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비단 회사 차원의 위기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 이번 하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을 옭죄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임 윤석열 총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을 역임한 데다, 삼성바이오 수사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란 취임일정을 밝힌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단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선고는 이르면 8월 중으로 내려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6월20일 합의를 끝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심리를 종결했다. 지난 2월 전합에 회부된 지 4개월여 만에 6차례 심리를 열고 마무리했다. 상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상고한 지 1년4개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이 지난해 9월 상고된 지 9개월 만에 심리가 끝났다. 심리 종결에 따라 이르면 7월 선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통상 판결문 작성 등에 2달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달 말에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최씨 측 등 피고인들의 변호인들도 이달 안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 3마리를 제공한 행위와 관련해 어디까지를 뇌물·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삼성이 3마리 말을 산 가격(34억원) 자체를 뇌물액으로 인정할지, 아니면 구체적으로 산정이 어려운 ‘말 사용료’를 뇌물액으로 봐야 할지 하급심에서 판단이 달랐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이 당시 존재했는지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에 대한 하급심 판단 역시 엇갈렸다.
앞서 검찰은 삼성이 승계 작업을 위해 고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 체제로 검찰 조직이 크게 물갈이 됐지만 기존 삼성 수사는 그대로 연속성 있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수사를 이끌었던 주요 인물들이 일제히 승진함에 따라 오히려 수사 동력은 더욱 강화된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과 관련한 대부분 고발 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집중돼 있다. 특수2부는 삼성을 수사하기 위해 인력 등 수사력을 보강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인사 전 수사팀에 “삼성 수사를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 수사를 이끌던 주요 라인을 보면 윤 총장의 당부대로 흔들림 없이 삼성 수사를 이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함과 동시에, 삼성 수사를 이끄는 데 적합한 보직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우선 삼바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3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게 됐다.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 및 감독하는 반부패강력부장은 삼성 수사를 조율하는데 딱 맞는 위치다.

한 차장이 맡았던 3차장 자리는 기존에 삼성 수사를 이끌었던 송경호 특수2부장이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삼성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해 온 송 차장은 현재 삼성 수사와 관련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3차장 자리에 앉힌 것은 삼성 수사를 끝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송 차장 뒤를 이어 삼바 수사를 진행할 특수2부장은 고형곤 남원지청장이 맡게 됐다고 부장은 조직 내 대표적 특수통 중 한명이다. 삼성의 ‘최순실,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을 수사했으며 이어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직접 나서기보단 흔들림 없이 수사를 이어갈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 수사의 경우 연속성을 위해 지휘에 관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검찰 인사는 “큰 수사는 직접 수사할 사람이 누구인지 여부 못지않게 든든히 버텨줄 윗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사를 삼성 수사와 연관해 요약하면, 윤 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치도록 버티는 가운데 한동훈 부장의 감독 하에 송경호 차장과 고형곤 부장이 수사를 이끄는 구도로 정리된다. 수사라인 모두 조직 내 대표 특수통이면서 삼성 수사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드러나는 사전 인지 정황

이처럼 검찰이 인사를 통해 삼성 수사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재계 일선에서 나서 싸우는 것은 법원과 검찰에 어떤 식으로든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지켜내고 있는 이 부회장의 행보를 묶어둔다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일반인들 사이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을 노리고 이 부회장이 이번 국면에서 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삼성의 홍보라인도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홍보 측의 이런 대여론전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6일에는 ‘이재용 부회장,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략행보 가속화’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아이엠(IT& Mobile·스마트폰 등)부문 사장단으로부터 글로벌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하반기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또 그는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또한 6월 13일에는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기기 위해’ 디에스(DS·반도체)부문 경영진과 또다시 간담회를 열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재점검했으며, ‘향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결국 6월 당시 삼성 쪽 보도 참고자료의 핵심은 ‘투자’ 현안을 직접 챙기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요약된다. 본문에 ‘이재용’은 7번, ‘투자’는 4번 등장한다. 이 부회장이 투자와 신기술 혁신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총수 내부 일정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외부 일정도 거의 공개하지 않아온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워 참고자료를 내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런 삼성에게 이번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회사 차원에서는 위기이지만 총수 개인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 따라서 한편으론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앞세워 ‘사과’하고 또 다른 쪽에선 이 부회장의 ‘투자 집행자’ 역할을 강조하는 양면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재판으로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기라도 하면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정부와 법원의 판단은?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이 문재인 정부에게도 나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대법원 선고도 내려지지 않은 이 부회장을 북한까지 데려가며 면죄부 사전포석을 뒀다. 만약 이 부회장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어 고법에서 다시 징역형이 선고되든, 아니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든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질 수 밖에 없었다. 전자의 경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 총수까지 가뒀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고, 후자의 경우 진보 진영의 비판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터진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삼성이 한 가운데 서게 됐고, 이 부회장이 이를 진두지휘하는 구조는 정부가 여론의 부담을 덜어내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정부와 삼성 모두에게 이번 무역 전쟁이 위기이자 기회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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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사면설 박근혜 전 대통령
실현 가능성 ‘있나, 없나’

내년 총선을 앞둔 본국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보수 진영이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거나, 선을 긋는 과정에서 분열이 일어나 내년 총선에서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면의 전제 조건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되는 것이다.

확정판결 받아야만 특별사면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이르면 이번 달 나올 전망이다. 다만,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가 곧 결론이 난다고해도 지난 2017년 3월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올해 안에 특별사면으로 출소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을 상고하면서 이 역시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형의 확정이어서 그렇다.

박근혜검찰은 지난달 29일,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3가지 의혹들 중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게 됐다.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은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앞서 얘기했듯이 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대상이 되려면 우선 검찰이 기소한 혐의들에 대해 확정판결을 받아야하는데, 확정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정원 특활비 사건이 지난 6월 심리를 마친 국정농단 사건과 병합할 경우 확정판결일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

‘특활비 사건’ 하급심 판단 엇갈려

국정농단 사건과 병합되지 않더라도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1·2심 판결의 결이 달라 이 사건만을 놓고도 대법원 판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고법은 국정원의 특활비를 부당하게 지원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1심보다 1년이 감형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고 국고손실죄를 적용한 1심과는 달리, 2심은 국고손실을 유죄로 본 부분을 파기 또는 무죄로 판단하고 대신 횡령죄를 적용했다. 결국 국고손실죄 해당 여부를 놓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대법원이 고민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급심에서 다시 심사하는 파기환송 결정을 대법원이 내릴 경우, 확정판결까지는 통상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농단 재판 역시 하급심 판단이 서로 엇갈려 6번의 전원합의체 심리를 거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금액 213억원 중, 박 전 대통령 하급심은 72억원을 뇌물로 인정한 반면, 이재용 부회장 하급심은 36억원만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 하급심이 삼성그룹의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과는 달리, 이 부회장 하급심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국정농단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중 한쪽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적어도 한쪽은 파기환송심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할 경우 역시 올해 안에 형을 확정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6월 20일 합의를 끝으로 국정농단 사건 심리를 종결했다. 지난 2월 전합에 회부하고 4개월 동안 모두 6차례 심리를 연 뒤 내린 결정이었다. 심리를 마친 뒤 통상 판결문 작성까지 2달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추가 병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르면 이달 말 국정농단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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