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기자 작심취재] 전직 총리가 변호하는 대보그룹 최등규는 기업범죄백과사전

■ 허위계산서로 물건 샀다 속이고 223회 145억 횡령

■ 임직원 23명에 보너스 줬다며 돈 빼 51억 원 착복

■ 컴퓨터구입 때 184회 대금 부풀려 10억 원 가로채

이 뉴스를 공유하기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이런 파렴치 기업인을 변호하다니…

최등규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총리가 상습횡령범의 대법원 상고심 변론을 맡은 것으로 밝혀지자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수임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대한변협은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법조윤리 위원회는 대한변협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김전총리가 상습횡령범 변호에 나섰다는 사실은 대한변협의 요구가 왜 타당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전총리가 변호에 나선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범죄혐의는 과연 무엇일까? 언론에는 단 한줄 ‘220억원대 횡령’이라고 보도되고 있지만 유죄를 선고한 1,2심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최씨는 대보그룹 계열사들을 주식회사가 아닌 자신의 구멍가게처럼 여기고 장기간 온갖 불법을 일삼으며 돈을 빼내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처럼 횡령을 일삼으면서 대보그룹 계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계속 감소했고 알짜회사로 알려진 한 계열사는 수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은 최씨가 직원들을 계열회사에 이중으로 등록해 놓고 임금을 빼내 착복한 혐의를 확인했지만 이 같은 횡령혐의는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 역시 1심에서 최씨 변호사로 활동한 검찰고위간부 출신 변호사가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검찰은 공소장에 사실관계를 십여차례나 잘못 기재, 재판부로 부터 이같은 오기에 대해 줄줄이 지적을 받았으며, 재판부 또한 최씨의 대보건설 이사재직 여부를 판결문에 잘못 기재한 것으로 등기부등본대조결과 확인됐다. 1,2심 판결문을 중심으로 한국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김전총리가 변호하는 범죄수법을 낱낱이 살펴본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최등규 대보회장이 횡령혐의로 기소된 것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그리고 지난 2014년말이다. 최씨는 지난 2003년 10월 14일 업무상 횡령혐의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법에 공소가 제기돼 2004년 9월 15일 징역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으며[사건번호 2003고합 115], 2004년 5월 15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특가법상 횡령, 조세범 처벌법위반혐의로 공소가 제기돼 2004년 7월 23일 징역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사건번호 2004고합64]. 그뒤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사건번호 서울고법 2004노2581]하고 천안지방판결에 대해 역시 항소[사건번호2004노3104]해 두건이 병합돼 심리를 받았으나 2005년 1월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판결을 받았다. 이 당시 최씨는 허위세금계산서를 매입, 물건을 산 것처럼 꾸며 대보실업자금 31억원상당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였다.

▲김황식 전 총리.

▲김황식 전 총리.

물불 가리지 않고 조세포탈 기업범죄

최씨가 다시 기소된 것은 약 11년만인 지난 2014년 12월 31일이다. 그리고 약 6개월만인 2015년 6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는 최씨에게 징역 3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최씨 횡령사건의 사건번호는 2014고합 1541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최씨가 대보건설의 군 공사 입찰을 위해 뇌물을 제공, 대보임원과 뇌물을 받은 인사들과 함께 기소된 사건인 2015고합25, 그리고 또 조세포탈사건인 2015고합 26까지 병합해서 심리가 이뤄졌다.

최씨가 2014년 12월 31일 기소된 뒤, 군 공사 뇌물수수사건으로 2015년 1월 14일 기소됐고, 조세포탈혐의로 2015년 1월 13일 기소됐기 때문에 2015년 3월 13일 세 사건이 병합된 것이다. 즉 최씨는 특가법상 횡령, 배임혐의와 업무상횡령, 그리고 군공사와 관련한 뇌물공여, 뇌물공여의사표시혐의, 허위세금계산서매입에 따른 조세포탈혐의 등의 3가지 사건의 혐의를 한데 모아 심리를 받았고, 결국 징역 3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최씨의 1심 판결문은 무려 101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이며, 최씨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열거돼 있다. 특히 이 판결문에는 최씨가 주식회사인 법인의 자금을 마치 자기 주머니 돈인양 착각하고 마음대로 빼내서 사용하는 갖가지 방법이 드러나고 뇌물공여수법, 조세포탈방법이 열거돼 있어 마치 범죄백과사전을 연상케 한다.
언론보도에는 220억원 상당 횡령, 21억원상당의 배임, 27억원상당의 조세포탈 등, 한 줄로 보도됐지만, 판결문을 살펴보면 최씨의 범죄는 결코 간단치 않다, 재판부에서 말한 것 처럼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최씨와 함께 기소된 사람은 손창용 대보건설 재경담당이사, 김진경 대보정보통신 재경팀장등 대보임직원 2명과 대보에 허위계산서를 발급해 주는등 횡령에 협조한 김남홍, 마창일씨등 모두 5명이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최씨는 대보건설, 대보실업, 대보이엔씨, 대보정보통신등 4개사의 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세금계산서 발급받아 환급까지

최씨의 횡령수법은 허위세금계산서를 구한 뒤, 이 엉터리 계산서대로 물건을 구입한 것처럼 대금을 바지회사 계좌에 입금한 후, 다시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법이며 최씨는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자신의 개인대출금을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등규 1심판결문

최등규 1심판결문

최씨는 대보건설에서 2009년 10월 30일에서 2012년 7월 31일까지 모두 82회에 걸쳐 59억원의 물건을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돈을 빼돌렸다. 이 돈은 오맹순, 동부산업자원, 삼신스틸, 삼호철강등의 계좌로 입금됐다. 이들 업체는 모두 함께 기소된 마창일씨가 운영하는 회사들이다.

대보계열사가 물품대금으로 돈을 입금하면 이 돈은 다시 출금돼 최씨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식이었다. 최씨는 대보실업에서도 2009년 8월 31일에서 2012년 7월 31일까지 138회에 걸쳐 87억원을 빼돌렸고, 대보이엔씨에서는 2012년 2월 23일부터 2월 28일까지 3회에 걸쳐 4억원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횡령한 돈만 145억원이었다.
노련한 최씨는 대보정보통신에서는 다른 수법을 동원, 회사 돈을 횡령했다. 대보정보통신은 최씨의 횡령당시 한국도로공사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물품을 허위 구입하는 방식으로는 돈을 빼돌리기가 힘들었는지 직원들에게 상여금등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다. 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줬다고 장부에 기록하고는 그 돈은 자신이 ‘쓱싹’하는 식이다.

최씨가 상여금등을 줬다는 식으로 위장한 대보직원은 모두 23명,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이상 상여금을 준 것으로 꾸몄다. 이런 방식으로 2008년 9억8천만원, 2008년 10억9천만원, 2010년 9억5천만원, 2011년 10억6천만원, 2012년 10억5천만원등 5년간 58회에 걸쳐 51억4천여만원의 회사돈을 횡령했다. 최씨의 횡령에 이용된 차명계좌명의는 김진경, 나경택, 김일환, 홍중표, 윤태석, 주재경, 박찬재, 이규호, 채승언, 정갑조, 손봉준, 박명우, 강운식, 김동석, 손봉준, 이현재, 조황래, 강복환, 최남용, 배병우, 최기성, 장태엽, 이건준등 23명이다.

거래과대계상 대금 부풀려 뒷돈 챙겨

또 다른 횡령방법은 거래대금 과다계상이다.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최씨가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최씨는 대보정보통신이 용산전자상가의 기가컴퓨터 대표 기영우씨로 부터 전산기기를 구입하면서 대금을 부풀렸다. 2009년 12월 2일부터 2014년 10월 31일까지 모두 184번이나 거래대금을 부풀려 기영우에게 매입대금을 입금한 뒤 10억3900만원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횡령했다. 상여금, 거래대금 부풀리기로 최씨가 대보정보통신에서 빼돌린 자금만 60억8195만원에 이른다.

▲ 대보정보통신 상여금등 엉터리지급내역

▲ 대보정보통신 상여금등 엉터리지급내역

대보정보통신이 상여금을 지급하다보니, 명의를 빌려준 직원은 소득세 문제가 발생한다. 한푼의 상여금도 받지 못한 직원에게 세금까지 부담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회사측이 공금으로 세금을 납부해 줬다. 이처럼 23명의 소득세로 납부한 대보정보통신의 자금이 21억6천만원에 달했다. 즉 최씨가 21억6천만원을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배임행위가 성립되는 것이다.

또 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법인의 소득을 축소, 조작함으로써 법인세포탈이 자연스레 발생하게 된다. 대보건설 횡령으로 발생한 법인세 포탈이 4억1143만원, 대보실업 횡령으로 발생한 법인세 포탈이 9억9543만원, 대보이엔씨 횡령에 따른 법인세 포탈이 5374만원, 대보정보통신 횡령에 따른 법인세포탈이 13억288만원으로 전체 법인세포탈액이 약 18억원에 달했다. 횡령을 하다보니, 법인에 큰 손해를 끼친 것은 물론 국가의 세금도 떼먹게 된 것이다. 횡령-배임- 법인세포탈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그만큼 횡령범죄는 횡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좀먹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까지 망치는 파렴치범죄인 것이다.

최씨의 또 다른 문제는 국방부등으로 부터 군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뇌물을 살포한 혐의다. 뇌물을 살포하면 뇌물액수만큼 공사비에서 빼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결국 공사가 부실해 지는 것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가 뇌물을 뿌린 군공사는 1건이 아니라 모두 3건이다. 최씨는 국방부가 2010년 8월 12일 육군 이천관사 및 간부숙소 민간투자시설사업을 고시하자, 동원시스템스, 한라건설, 한가람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수주에 나섰다.

2010년 8월26일 대보 등 4개 컨소시엄이 입찰하면서 수주경쟁을 치열해졌고, 대보가 2010년 11월 12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지 약 2달만인 2011년 1월 4일 평가위원 24명이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로비가 시작됐다. 최씨의 로비는 평가위원들을 상대로 돈을 살포하는 것이었다. 돈으로 평가위원을 매수하는 것이다.

군 공사 관련 15명에 뇌물, 일부는 거절

최씨는 24명의 평가위원 중 11명에게 돈을 뿌렸고 이중 3명은 뇌물을 거절했고 8명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 뇌물을 전달한 사람은 신계범 대보건설 기술사업본부장, 장은봉 대보건설 영업담당이사, 민병달 대보그룹 기획조정실 전략사업본부장, 임병소 대보건설 영업담당 전무, 추신철 동원시스템스 상무로 밝혀졌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117공병대대 대대장이었던 조환제 육군중령, 김종오 육군중령, 박익수 육군중령, 성제녕 해군소령, 방영기 해군소령, 허준 우석대 교수, 신희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 권동진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등 8명이다. 또 김호수 청주대 교수, 김정일 한국철도연구원 관계자, 이종협 동양대학교 교수등은 대보측이 뇌물을 전달하려 했지만 이를 과감하게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2년 7월 국방부가 발주한 주한미군기지이전 BCTC[BATTLE COMMAND TRAINING CENTER]공사와 관련해서도 이영석 해군소령, 박경언 해군소령, 김장규 육군중령에게 뇌물을 전달했고, 2012년 12월 30일 파주-양주 병영시설 민간투자시설사업과 관련해서도 박용묵 공군소령과 정춘복 육군소령에게도 뇌물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즉 최씨는 군관련 공사 3건과 관련, 16명에게 뇌물전달을 시도, 3명을 제외한 13명에게 뇌물을 전달했고 뇌물전달을 부탁받았던 2명이 뇌물을 가로채 제3자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액수는 1인당 천만원에서 2천만원정도였으며, 전체 뇌물공여액수는 2억3500만원이었다. 뇌물을 받은 군인은 육군과 해군이 4명, 공군이 1명등 모두 9명이고, 나머지는 민간인으로 드러났다. 이 뇌물수수와 관련, 최씨는 당초 2015년 1월 14일 기소됐고 사건번호 2015고합 25로 재판이 진행되다 당초 횡령사건과 병합이 된 것이다. 사건번호 2015고합 25의 피고는 최등규, 신동범, 박병한, 추신철, 김용욱, 유경원 김원집, 윤상기, 박동호, 허준, 권동진, 신희순, 박익수등 모두 13명이다. 이중 수뢰자는 모두 6명이며 이 사건피고가 아닌 수뢰자는 모두 군인신분이어서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최씨가 자금을 횡령한 대보계열사의 경영상태는 어땠을까.

▲대보계열사 순이익대비 횡령액 비율및 순이익증감내역

▲대보계열사 순이익대비 횡령액 비율및 순이익증감내역

회사 돈 횡령으로 대보그룹 순이익 감소

최씨의 횡령액은 계열사 당기순이익의 절반정도에 달했다. 최씨 횡령액은 대보건설 순이익의 47%, 대보실업 순이익의 54%로 각각 절반에 달했고 대보정보통신 횡령액은 순이익의 30%에 달했다. 특히 이들 계열사 순이익은 최씨의 횡령이 시작된 때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일부회사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보건설은 2009년 순이익이 75억원에 달했으나 2013년 18억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대보실업은 사정이 더 심해 2009년 84억원에서 2013년 8억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나버렸다. 또 대보정보통신은 2009년 51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13년 26억원손실로 적자전환됐다. 회사 1년 동안의 수익금중 절반을 최씨가 가져가 버리면서 사주는 배를 채운반면 회사는 골병이 든 것이다.

그러나 최씨의 범죄 중 기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항소심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가 담당한 항소심[2015노1901]판결문 16페이지에 따르면 대보건설, 대보실업등의 직원을 또 다른 계열사인 한국정보기술, 모두화학, 파인 등의 회사에 직원으로 올려서 이중으로 월급을 타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양쪽회사에서 상여금내지 급여를 모두 지급한 다음 이를 다시 반환하는 방법으로 회사 돈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별도로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업무상 횡령혐의가 있었지만 검찰은 이를 기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씨는 갖은 방법을 동원, 회사 돈을 빼냈고 항소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모두 인정됐다. 항소심에서도 최씨의 횡령액등이 모두 인정됐으며 ‘회사가 기업 활동을 하면서 형사상의 범죄를 수단으로 하여서는 안된다’라며 뇌물공여등도 모두 인정됐다.

다만 일부 혐의에 대한 형량적용에 문제가 있다며 6개월이 줄어든 징역 3년이 선고된 것이다. 또 최씨는 2014년 11월 27일 32억7천만원, 2015년 9월 3일 20억원, 2015년 10월 22일 52억8천만원, 2016년 3월 21일 20억5천만원등 횡령액의 60%인 126억원을 갚았고, 자신의 대보유통 등 주식에 대해 233억원의 근질권을 설정한 점, 최씨와 가족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보유통의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당기순이익 530억원, 대보실업의 14년치 순이익 650억원정도를 배당받지 않은 사실등을 감안해 형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2003년과 2004년에도 회사자금을 횡령해 유죄선고를 받았고 이번에 3번째 동일범죄인 횡령을 저질러 엄벌이 요구됨에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 항소심에서 형량을 6개월 줄여준 것이다.

검찰 공소장 오기로 재판부에 된서리

한편 1심 재판부 판결문에는 ‘공소장 오기임이 명백하다’라는 단락이 줄줄이 튀어나온다.
판결문 주석 25개중 12개가 ‘공소장 오기임이 명백하다’며 검찰이 공소장을 잘못 작성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검찰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한마디로 ‘쪽 팔리는’ 일이다. 법리의 적용에 있어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사실관계도 제대로 기재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검찰은 결국 항소심 제6회 공판기일에 공소장변경신청을 하게 되고ㅡ 최씨는 공소장 변경을 공격의 빌미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법원은 공소장 변경은 단순히 오기 또는 착오를 바로잡은 것에 불과하고 범죄혐의가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 2심판결문 최등규 이사등재내역

▲ 2심판결문 최등규 이사등재내역

검찰뿐 아니라 항소심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 15페이지 ‘주석2’에서 ‘피고인 최등규는 대보건설, 대보실업, 대보이엔시에 대표이사, 이사, 감사로 등재된 적이 없고 대보정보통신에만 2002년 2월 7일부터 2006년 6월 29일까지 이사로 등재된 적이 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보건설 법인등기부 등본 확인결과 최씨는 2001년 7월 28일부터 2006년 5월 26일까지 대보건설 이사로 등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재판부가 최씨가 대보건설 이사로 등재된 적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또 대보정보통신 법인등기부등본 확인결과 최씨가 대보정보통신이사로 등재된 것은 2002년 2월 27일로 확인돼 판결문의 2002년 2월 7일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보정보통신 이사재임기간은 단순한 오기로 생각되지만 최씨가 대보건설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없다는 것은 재판부의 명백한 사실오인인 것이다. 결국 검찰뿐 아니라 재판부도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왼쪽)  대보정보통신 등기부 -최등규씨는 2002년 2월 27일 이사로 등재됐다. ▲ 대보건설 등기부 - 최등규씨는 2001년 7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대보건설 이사를 역임했다.

▲(왼쪽) 대보정보통신 등기부 -최등규씨는 2002년 2월 27일 이사로 등재됐다. ▲ 대보건설 등기부 – 최등규씨는 2001년 7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대보건설 이사를 역임했다.

이처럼 1,2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최씨는 상습횡령에 배임, 뇌물수수 등 파렴치범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법관에 감사원장, 거기다 내각수반인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인물이 최씨의 상고심변론을 맡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논란이 크다. 대법관 출신인물이 일부 재벌들의 뇌물사건을 맡은 적은 있지만 청렴의 상징으로 여기지는 감사원장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인물이 이같은 상습횡령범의 변호를 맡은 것은 사실상 사상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무분별한 사건수임이 전관예우논란을 빚었지만 김전총리의 최씨 사건 수임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황식 변론으로 대법관출신 수임 도마 위에

지난 6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관비리근절을 위해 대법관출신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을 조사한다고 밝히고 법조윤리위원회에 최근 10년간 변호사로 개업한 전직 대법관 15명의 최근 3년 수임내역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었다. 이 15명에 포함되는 대법관출신 변호사중 1명이 바로 김전국무총리다. 특히 대한변협이 수임내역공개를 요구한 15명의 대법관중 국무총리를 역임한 사람은 김전통리 단 한명뿐이다.

대한변협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법조윤리위원회는 대법관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들의 사건내역을 공개할 경우 비밀누설금지 규정등에 저촉될 수 있다며 자료제공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김전총리의 상습횡령범 변호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한변협의 대법관출신 변호사 수임내역 공개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로 김전총리 같은 케이스가 존재하므로 사건수임내역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전총리는 7년전 심장수술등을 이유로 1,2심 실형선고에도 불구하고 불구속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를 변호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최씨의 보석이 취소되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7년전 심장수술이므로 보석사유의 변동이 있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보석사유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최씨의 불구속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김전총리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전임총리가 상습횡령범의 보석이 지속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논란은 물론 전관예우논란에 불을 지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전직총리의 일탈이 한국 법조게의 윤리의식을 제고시키는, 뜻밖의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김전총리가 이 같은 순기능을 위해 상습횡령범을 변호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총리까지 지내고 청렴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가벼운 처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