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전 YTN사장, 재판서 낙하산인사 인정 ‘앞과 뒤’

이 뉴스를 공유하기

박근혜정부, 언론장악사실 마침내 밝혀져

낙하산 인사 ‘손사래’ 치더니…
끝내 제 입으로 ‘실세인사추천’ 자인

낙하산인사 의혹을 받아오다 전격 사퇴한 조준희 전 YTN사장이 법원재판에서 스스로 낙하산인사임을 인정,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조 전사장은 자신이 정부인사추천을 받아서 YTN사장으로 왔다고 증언, 박근혜정부가 언론사사장 선임에 개입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낙하산의혹 당사자가 자신이 ‘정부인사의 추천에 따른 낙하산’임을 인정함으로써, 민간기업 특히 언론사 사장인사를 박근혜정부가 좌지우지했음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조전사장이 박근혜정부의 언론사사장 인사개입을 인정함에 따라,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누가 조씨를 추천했는지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다. 특히 YTN뿐 아니라 KBS, MBC등 박정부의 언론장악의혹이 제기됐음을 감안하면 조사장 스스로 정부의 인사개입을 시인한 이상, 이제 국회차원의 박근혜정부 언론장악의혹 청문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박우진(취재부기자)

조준희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기업은행장을 지낸 뒤 YTN 사장으로 발탁된 독특한 경력의 증인 조준희 전 사장이 출석, 증언을 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11월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YTN사장이 된 것은 순전히 최순실 덕분이었다, 조사장은 사장 취임 뒤 사규를 어기고, 곽모씨가 운영하는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수십억원대의 외주제작을 몰아줌으로써 경영악화를 초래했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유포되자 조씨가 인터넷 언론매체 조모기자를 유포자로 단정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데 따른 재판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재판에서 조씨는 폭탄선언을 했다. 조씨는 박근혜정부의 언론사 인사개입을 스스로 폭로하는 메가톤급 핵폭탄을 박근혜정부를 향해 던진 것이다.

은행장 출신을 YTN 사장으로 임명

이날 조씨는 은행장 출신인 자신이 언론사인 YTN 사장으로 임명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언론사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사장에 발탁된 것은 정부인사의 추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조씨가 YTN사장에 임명된 것은 2015년이며 이때는 박근혜정부시절이므로 조씨가 언급한 정부인사는 박근혜정부의 인사임이 틀림없다. 즉 박근혜정부의 언론사사장 인사개입이 조사장의 입을 통해 법정에서 공식 확인된 것이다. ‘설마’하는 의혹이 ‘역시’로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박근혜정부의 언론장악에 대한 의혹은 많았지만 낙하산의혹 당사자가 자신의 입을 통해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었다.

조씨는 또 낙하산임을 시인하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낙하산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조씨에 대한 낙하산의혹은 임명 직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자신의 임명배경에 대해 일체 함구했었다. YTN노조가 조씨에게 찌라시내용의 사실여부를 밝히라고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조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누가 이 사실을 유출했느냐, 누가 찌라시를 작성했느냐며 YTN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출자, 작성자 색출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조씨 자신이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한 사건의 재판에서 조씨 스스로 정부인사 추천이며 ‘나는 낙하산이요’ 하고 시인한 것이다.

특히 조씨는 재판부와 변호인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정부추천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며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누가 조씨를 YTN사장에 앉혔는지를 둘러싸고 ‘친박 핵심실세’ 몇명의 이름이 나돌았으며, 이들의 압력을 받아 조씨가 임명되도록 힘을 쓴 ‘박근혜정부 청와대 비서실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또 최순실의 영향력이 미치는 친박 참모가 박근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었다. 그러나 조씨는 자신을 사장자리에 앉힌 정부인사가 누군지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또 다른 방식의 진상조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정부인사’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YTN인사에 개입한 정부인사의 실체를 따라가면 고구마줄기 드러나듯 박근혜정부의 인사개입사실이 드러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친분업체에 일감몰아주기 외주제작

이에 따라 조씨의 이날 법정증언은 이제 단순히 조씨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회차원에서 박근혜정부의 언론사 장악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문제로 불길이 옮겨 붙고 있다. YTN 인사개입이 의혹당사자인 조씨의 입을 통해, 그것도 법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만큼 이제 이 문제는 YTN뿐 아니라 KBS, MBC 등에도 박근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어 국회 진상조사청문회가 불가피한 것이다.

▲ 제 1079호 (2017년 6월 25일) 발행

▲ 제 1079호 (2017년 6월 25일) 발행

조씨는 자신이 재임한 2년 동안 YTN경영난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 과도한 제작비지출, 특정업체 수의계약등과 관련해서도 외주제작사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이 드러남으로써, 배임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사가 외주제작사 대표 곽모씨와 수시로 통화를 하는 사이냐고 질문하자 조씨는 ‘프로그램때문에 의견을 주고 받기 위해서 통화했다’고 답했다. 변호사가 ‘그렇다면 다른 외주사 사장과도 통화를 하느냐’고 질문했고, 조씨는 ‘그렇다’고 답변했으나 다른 외주제작사 사장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급기야 판사가 나서 ‘시간을 줄 테니 핸드폰에 입력돼 있는 외주사의 사장 이름을 대보라’고 했으나 조씨는 2-3분간 핸드폰을 뒤지고도 외주사 사장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판사까지 나서서 수시로 통화한 외주사 대표가 있다면 밝히라며 핸드폰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조씨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이다. 사실상 조씨가 곽모씨외에 다른 외주사 대표와는 수시로 통화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조씨와 곽씨의 각별한 친분을 의미한다. 조씨는 자신이 회사내규를 어겨가며 수의계약으로 수십억원대의 프로그램 제작을 왕창 몰아준 곽씨와 수시로 통화했고, 다른 외주사의 사장 이름은 기억도 못하는 것이다. 당초 이날 2차 공판에서 곽씨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연기를 요청하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곽씨가 출석하지 않은 것은 조씨와의 대질심문 등을 막기 위한 조씨측의 전략으로 추정된다. 조씨와 곽씨가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언론장악’ 의혹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러나 조씨는 자신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9일만인 지난 5월 19일 임기를 10개월이나 남기고 전격 사퇴한 데 대해 ‘정권교체와 자신의 사퇴와는 무관하다. 노조와의 마찰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물러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조씨가 최순실측과의 친분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최순실이 구속되고 박근혜가 물러나자 사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잠재우기 위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또 당초 조씨의 고발에 따라 경찰은 거의 3개월간을 이 사건에 매달려 인터넷매체 조모기자를 최초 작성자로 지목했으나, 실제로는 조씨가 최초 작성자가 아니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조기자가 이른바 조준희찌라시를 기자등 지인에게 보낸 것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그러나 YTN노조가 재판부의 사실조회요청에 따라 법원에 보내온 답변에 따르면 ‘YTN노조는 11월 2일 오전 이 내용을 입수했고, 오후에 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리했으며 11월 3일 오전 10시쯤에 공지한 것’으로 돼 있다. YTN노조가 이를 입수한 것이 11월 2일, 조기자가 이를 지인에게 보낸 것은 11월 3일이므로 조기자가 최초작성자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 'YTN 사실조회답변서'

▲ ‘YTN 사실조회답변서’

검찰은 경찰수사를 바탕으로 조기자에 대해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조기자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함에 따라 명예훼손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조기자는 ‘자신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으로 부터 이 내용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확인차원에서 다른 언론사기자들에게 보낸 것일 뿐,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과정에서 YTN노조가 조기자보다 먼저 입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조기자가 최초작성자라는 검경의 주장은 무너지고 말았다.

은행장 출신으로서는 전무후무하게 방송사 사장으로 발탁돼 언론계는 물론, 전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조준희 전 YTN사장, 조씨가 자신이 정부인사의 추천으로 사장에 발탁됐다고 증언함으로써 이제 박근혜정부의 언론장악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조성됐다.
국회는 즉각 박근혜정부 언론장악의혹 청문회를 개최, 조씨를 증인으로 소환해 그가 끝까지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은 정부인사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통해 현행법을 위반했음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전원 형사처벌해야 한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