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 국정원의 충격적 박원순 사찰 공개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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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박원순 사생활
여자문제까지 캐고 다녔다

이명박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당시 국정원이 눈엣가시나 다름이 없었던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사생활 및 기부활동까지 광범위하게 사찰한 사실이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당시 관련 제보를 입수해 취재하던 한 본국 기자는 본지에 “국정원 직원이 접근해 박 상임이사의 사생활 및 기부 활동 비리 관련 정보를 달라고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국정원의 박 시장에 대한 오랜 사찰 활동, 나아가서 진보 시민단체 전체에 대한 사찰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현재 박 시장은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을 가지고 당시 관계자들을 고소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당시 이런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박 시장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전반에 대한 사찰 여부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 등의 작성 배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해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검찰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 문건을 직접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국정원의 불법정치 개입에 관여한 ‘공동정범’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박 시장이 문제 삼은 ‘증거’는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과거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수사해달라고 의뢰하며 근거로 제시한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의 문건이다. 국정원은 문건에 박 시장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감사원 감사나 여당 소속 시의원, 우익 단체 등을 동원해 박 시장과 지지 세력을 제압해야 한다는 제안 등을 담았다.

검찰은 이미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문제의 ‘박원순 제압 문건’을 한 차례 들여다본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전·현직 간부 9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국정원이 ‘내부 작성 문서와 상이한 문건’이라고 주장하는데다, 문서 양식 검증 결과도 국정원 문서라는 사실을 단정하기 곤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만 밝힌 채 사건을 더 진척시키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였던 당시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좌천됐던 이가 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수사 여건도 2013년과는 크게 달라졌다.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 맞는다는 사실이 이미 국정원 자체 조사로 확인됐고, 해당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이 관련 문건을 직접 보고받았다면 검찰의 본격 수사가 이뤄질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을 방조한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순민간인 신분이었던 박원순 사찰

하지만 최근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이 박원순 제압에 나선 것은 서울시장이 되고서부터가 아니다. 당시 박 시장을 취재했던 한 보수매체 기자는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박 시장이 아름다운 재단이란 시민단체 이사를 할 때부터 국정원이 광범위한 사찰을 했었다”며 “특히 박원순 시장의 아이디어로 네이버에서 시행했던 ‘해피빈’ 기부 프로그램으로 모아진 돈이 좌파 시민단체로 흘러들어가는 창구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털어놓았다.

해피빈 기부 프로그램이란 네이버가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기부 프로그램으로서 네이버 이용자가 ‘콩’이라는 일종의 사이버 머니를 기부하면 이것이 각종 시민단체의 지원금으로 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활발했던 시민단체 지원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이 해피빈이란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이 박원순 시장이 상임이사로 일했던 아름다운 재단이란 시민단체였다.

2007년 아름다운 재단과 네이버 측은 해피빈 소개 자료를 통해 “2005년 7월 ‘해피빈 재단’을 설립한 뒤 매년 10억 원 이상을 ‘배분사업’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해피빈 재단’ 소개 홈페이지에도 “지금까지의 총 기부금은 273억 6,900여만 원이며 그 중 ‘더 나은 세상’에 21%, ‘피플 앤 피플’에 17%의 기금을 사용했다”고 나온다. 당시 아름다운 재단과 네이버는 해피빈 수익으로 5.18기념재단, 여성재단 등에도 분배했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진보 시민단체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해피빈 프로그램의 기부를 받는 시민단체를 사찰했고, 이 아이디어의 창시자인 박원순 상임이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때가 박원순 시장 사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당시 국정원에는 박원순 상임이사를 전담하는 직원까지 있었다. 이 직원은 박 상임이사의 각종 개인 비리 등을 뒤지다가 박 시장이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하는 여성 활동가와 염문이 있었다는 루머를 듣고 이를 캐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실제로 있었는지, 국정원이 이를 활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국정원이 당시만해도 민간인 신분이었던 박원순 시장의 사생활까지 캐고 다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유독 박원순 시장에 목을 맸던 것도 이때부터다.

국정원은 박 시장 전담 직원은 물론이고 박 시장을 공격하는 보수단체도 직접 만들었다. 국정원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시민단체를 통한 심리전을 적극 펼치라는 지시가 많아지자 기존 보수 단체들을 동원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어서 아예 대리인을 내세워 단체 3~4개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 가운데 한 단체의 박 시장 공격 광고 계획은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에 나온 공작 계획을 어떻게 실행했는지 보고한 국정원 문건에 그대로 적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동원해 가족도 공격

보수 정부의 국정원은 유독 박원순 시장 문제에 집착했던 것은 그가 좌파 시민운동의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시장은 지난 몇 년 간 가족까지 공격을 받으며 고통을 당했다. 박 시장과 가족들은 아들 주신씨의 병역 의혹과 관련해 일부 정치인ㆍ의료인ㆍ극우 논객, 극우단체ㆍ개인들로부터 본인은 물론 아들ㆍ며느리 등 가족들까지 집요한 ‘스토킹’수준의 공격을 받아 왔다. 이 의혹은 2012년 1월 강용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한석주 세브란스병원 교수 등이 척추MRI 사진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지만 병무청ㆍ검찰ㆍ법원 등 15차례의 공공기관의 조사ㆍ수사ㆍ판결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의원도 2012년 2월 주신씨가 직접 MRI를 찍어 사실 관계를 입증하자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하지만 이후에도 일부 의료인을 비롯한 네티즌ㆍ극우성향 단체들의 공격은 끈질기고 치열했다. 2015년 5월 주신씨가 롯데호텔 맹모 이사의 딸과 결혼한 후 그해 8월 어버이연합이 ‘사돈의 문제’를 들고 롯데호텔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은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무려 28차례나 서울시청 앞, 세브란스병원 앞은 물론 박 시장의 공관 앞에서까지 병역비리 의혹 등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같은 이들의 집회는 국가정보원 및 청와대의 지원ㆍ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게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및 청와대 발견 박근혜 정부 문건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일부 네티즌들과 의료인들은 심지어 주신씨의 아내가 재학 중인 영국 런던의 대학ㆍ담당 교수까지 구글링을 통해 찾아내 항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ㆍ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까지도 커다란 우산을 쓴 1인 시위대가 365일 나타났다. 짐칸에 박 시장과 주신씨를 비난하는 글을 써 놓은 트럭이 종종 서울 도심 한복판을 질주했다.

이 같은 무차별 공격에 주신씨는 아내와 함께 2015년 영국으로 떠나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박 시장에 대한 ‘제압’의 다른 한 축은 서울시정에 대한 방해였다. 2015년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서울로7017)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이 뚜렷한 이유없이 2차례나 교통대책 부족 등을 들어 심의를 보류하면서 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겼었다. 시는 이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청년수당’ 시행과 관련해 실무급 합의를 마친 상태에서 돌연 ‘불가’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시는 ‘대표적인 정책 탄압 사례’로 보고 있다. 2015년 광복 70주년 맞이 광화문광장 초대형 태극기게양대 신설 사업이나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지방공기업 성과연봉제, 누리과정 보육예산 갈등,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대응 등 주요 사업ㆍ현안 등에서 빚어진 갈등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 “직접 검찰 수사 요구”

박 시장은 그동안 있었던 각종 의혹을 직접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박 시장은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국정원은) 저 자신과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 댓글로 공격을 일삼았다”며 “거대 권력이 휘두르는 큭 작은 횡포가 많다. 1000만 국민이 선출한 시장에게 이랬다면 일반 시민들에겐 오죽했겠나”라며 일갈했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가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 박근혜 정권은 민주정부 수립을 허사로 만들었다”며 “권력의 모든 책임은 법, 제도에 따라 해야 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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