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시형 마약 혐의 면죄부 주기 ‘아리송한 속사정’

■ 사건발생 후 해외 전전하다 4년 만에 나타나 반응 테스트

■ ‘지나가던 소도 포복절도할 마약음성판정’ 황당한 검찰발표

■ 본말이 전도된 이 씨 검찰수사 ‘축소수사의혹부터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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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면 없어지는
마약반응 검사를 4년 만에 했으니…’

수사보고서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시형 씨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뒤늦은 수사에 착수, 오히려 면죄부만 주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은 필로폰 투약 의혹이 제기된 시형 씨에 대해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촌극을 벌였다. 시형 씨 마약 복용 의혹을 제기된 지 4년이 넘어서야 마약 반응테스트를 받았으니 당연히 양성반응이 나올 리 없었다.
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 수사 당시 압수한 주사기에 남아있던 신원을 알 수 없는 DNA와 이씨의 DNA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씨는 지난 9월 자신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기한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제작진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씨는 지난달 19일 검찰에 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해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며 자진해서 모발·소변 검사와 DNA 조사를 요청하는 등 마약 투약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시형씨 관련 의혹을 최초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이 4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명예훼손 건을 빌미로 마약검사를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요식행위수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은 본지가 처음 제기한 마약복용 의혹을 제기했을 시형 씨 관련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 바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제 995호 (2015년 9월 27일 발행)

▲ 제 995호 (2015년 9월 27일 발행)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39)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와 함께 마약을 복용한 혐의가 없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이씨의 요청에 따라 이씨의 모발, 소변을 채취해 대검찰청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들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당시 이씨의 DNA도 함께 채취했는데, 김무성 의원 사위 마약 투약 사건 당시 입수한 주사기에서 발견된 신원을 알 수 없는 DNA와도 불일치했다”며 “마약 관련 혐의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KBS <추적60분>은 ‘검찰과 권력 2부 – 2편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편 방송을 통해 김무성 의원 사위가 연루된 마약 사건에 이씨도 연루됐다는 내용을 다뤘다. 방송 당일에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과거 고영태씨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마약을 흡입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이시형씨는 지난 9월 초 KBS <추적60분> 제작진과 고영태씨, 박헌영 전 과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와 김무성 의원 사위 간의 연관성 및 마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시형씨의 마약 관련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고소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했고, 대검과의 협의 끝에 해당 사건을 처음 고소장을 접수받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시형 씨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수사보고서에는 시형 씨 언급

하지만 본지가 처음 공개했던 수사보고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시형 씨 사건은 잘 알려져 있듯이 본지의 검찰 수사보고서로 촉발됐다. 동부지검 형사 4부에서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기업인 자녀와 정치인 자녀, 연예인 등이 연루된 마약 건을 수사했다고 밝히면서 수사선상에서 거론된 인물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아들 노영호와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의 아들 이상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배성진 CF 감독(구속), 유명여배우 L, 가수 B, 가수 K(이니셜처리) 등으로 이들은 곤지암과 경기도 인근 골프장, 배성진 자택, 강남텐프로 등에서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시형 씨 이름을 적시하고도 그를 조사하지 않았다.

표그런데 시형 씨는 사건이 불거진 4 년이 지나서 명예훼손을 빌미로 관련자들을 형사고소했다. 본지가 몇 달 전 지적했듯 여기에는 시형 씨의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본지가 우려한 것은 현실이 됐다. 다음은 지난 9월 7일 본지 내용의 일부다.
“시형 씨는 원래 이 사건을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로 끌고 가려 했다. 고 씨와 박 전 과장에게 먼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곧바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형사로 고소하면 이씨가 마약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공은 검찰로 넘어간다. 시형 씨가 두 사람을 형사사건으로 고소한 배경은 두 가지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혈액이나 DNA 검사를 하더라도 보통기간이 4년이 넘어 더 이상 마약 복용의 흔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것과 다른 하나는 박 전 과장의 SNS에 남겨진 글이 구체적 정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후 상황은 본지가 예측한 대로 흘러갔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약 복용검사를 했고, 4년이 지났으니 당연히 음성 반응이 나왔고 검찰은 결정적 복용 증거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리했다.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은 시형 씨의 마약 복용과 함께 검찰의 축소수사를 밝히는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이들이 적발된 것은 이시형의 친구이자 마약공급책인 송창주가 잡혀 진술하면서라고 함. 송창주를 통해 멤버들이 모였고 같이 마약을 했다는 것. 한편 노영호(불구속기소)의 경우 마약 전과가 세 번째 이르며 의사면허를 박탈당함. 그는 첫 번째 벌금형, 두 번째는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음. 또 이상균은 구속돼 성동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수감번호는 5195임”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마약공급책인 송창주씨는 공예가로 이시형씨의 친구로 밝혀졌으며 송씨는 수사과정에서 이시형씨의 이름을 포함해 6명의 이름을 불었으나 검찰은 유독 이씨만을 수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4년이 지난 상황에서 애초부터 검사결과가 불 보듯 뻔했던 일이고, 검찰은 마약 성분 검출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다는 듯 뒤늦은 소변과 모발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심지어 사건 수사보고서에 시형 씨 이름을 적시하고도, 축소 수사를 했던 담당 검찰청인 서울동부지검이 마약 검사가 수사를 맡았다. 도둑이 도둑을 잡는 겪이나 다름없었다.

주사기 대조 검사도 이제야

게다가 검찰은 본지가 제기했던 또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이상균 씨의 집에서 17개의 주사기를 발견했는데 이 중에 한 주사기에서 이 씨가 아닌 다른 남녀의 DNA가 검출됐다. 검찰은 검출된 DNA가 누구의 것인지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고 말했지만, 확보된 진술과 채취된 DNA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진술에 언급된 사람들의 DNA와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번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씨 이씨의 DNA도 함께 채취했는데, 김무성 의원 사위 마약 투약 사건 당시 입수한 주사기에서 발견된 신원을 알 수 없는 DNA와도 불일치했다”며 “마약 관련 혐의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도 그 DNA가 누구 것인지에 대해 수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그 때 문제가 됐을 당시 이 씨를 불러 조사했으면 될 일을 4년이 지난 이제야 불러 검출테스트를 했으니 그 흔적이 남아있을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씨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형식적인 반응테스트를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무성 사위 이상균씨를 비롯해 당시 함께 그들이 즐긴 마약은 히로뽕과 엑스터시 마약으로 알려져 있다.
히로뽕은 혈액으로 흡수돼 체내에 돌아다니다가 1.5~7일, 엑스터시와 대마는 1~4일이고 주기적 흡입자는 30일까지 소변시료에서 검출된다.(도표참조)

그러나 이시형씨는 사건발생 후 해외로 전전하다가 4년만이 지난 6월 입국했고 KBS보도로
추적보도로 사건이 재론되자 제작진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발하고 검찰에 출두해 모발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았으니 검찰반응이 나올 리가 없고 당연히 음성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발표를 하면서 무조건 이 씨는 음성반응이 나왔다고만 발표해 국민들을 기망하고 실망시켰다.


MB 향해 조여오는 검찰의 칼날

朴 뒤에 숨어있던 망국의 비리, 고개를 들다

이명박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MB 정부 블랙리스트,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여러 갈래로 이 전 대통령을 몰아치고 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으로 출국했지만, 조만간 검찰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본지가 10회에 걸쳐 ‘MB 족벌비리를 캔다’를 보도한 이후 거의 5년 만의 일이다. 당시 본지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 사자방 비리,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한식 세계화 공금 전용 의혹 등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을만한 의혹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캐내 보도했다.

현재 검찰 수사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검찰 수사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 등 정치 개입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 중이다. 이 중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수사가 MB 턱밑까지 접근했다는 평가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MB가 사이버사령부 활동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이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관건은 MB가 김 전 장관 등으로부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보고를 받고 관련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다. MB 측은 MB가 대통령의 안보 정책 수행 차원에서 사이버사령부의 활동 보고를 받았지만 댓글 공작 보고를 받거나 관련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 수사 선상에는 MB로부터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증원 지시를 받고 김 전 장관과 실무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효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기획관도 올라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 조사 계획에 대해 “아직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댓글 부대 운영 등 정치 개입에 MB가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MB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키맨’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검찰은 9월 말 이후 아직 원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적절한 시기에 다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8월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달부터 다스 실소유주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을 조사 중이다. 윤 지검장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희는 법률적으로 (다스가) 누구 것이냐를 확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스의 실소유주를 확인해야 MB가 재임 중이던 2011년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에게 부당한 외압을 가했다는 고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다스와 BBK 관련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했고 ‘BBK 특검’까지 거쳤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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